소설리스트

〈 45화 〉32-1. 로열 카지노. (45/116)



〈 45화 〉32-1. 로열 카지노.

"아, 형님 오셨습니까!"

"어. 별일 없었냐?"
"네. 헌데 옆에 계신 분은?"

엉망진창인 교실을 말끔히 치운 웰턴이 허락을 맡으며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할 때.


알렌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것인지 교실을 나가려는 웰턴을 데리고 아카데미를 빠져 나와 이렇게 금태양 마로스의 저택에 왔다.


"아, 내 친구. 이쪽은  충실한 부하인 마로스야."
"아... 그래, 반갑다. 아르스나 가문의 삼남인 웰턴 아르스나라고 한다."
"반갑습니다. 저는 마로스라고 합니다. 알렌 형님의 친우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 웰턴은 이 상황이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갑자기  동네 날건달 같은 녀석에게 자신을 소개해주는 건지도 모르고, 애써 친구라고 말하는 걸 보면 뭔가 심히 수상했다.

"마로스. 앞으로 유통 일은 이 녀석한테 맡기라고."
"가, 감사합니다, 형님! 그리고 웰턴 형님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통이라는 말에 금태양 마로스는 허리를 숙여 더할 나위 없는 감사를 표하며 꾸벅인다.

"유... 통? 그게 무슨?"
"말하지 않았나? 우리 마로스가 상당한 실력의 연금술사라서 말이지. 그래서 약을 유통하기로 했어."
"실력있는 연금술사인데 굳이 왜 내게? 그런거라면 조합을 통해서..."
"미약이거든."
"...미용에 관련된 약인가 보군. 그거라면 충분히..."
"아니. 발정나게 만드는 약을 말하는 거야."


정적. 설마 그 미약은 아닐 거라며 혹시나 자신이 착각할  있어 미용에 관련된 약이라고 생각하며 말했지만, 알렌의 되돌아오는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알렌 형님? 친구 분은 유통 사실을 전혀 모르시는 거 같은데요...?"
"응. 오늘 알려줬으니까. 어차피 공작 가문의 자제니까 조금은 위험한 거래 루트나 고객들이 여럿 있을 거 아니야? 그리고 차기 가주로 지목이 되었다고 하지만, 든든한 동료가 있다면..."
"아, 아니! 범죄로 쌓은 공으로 가주가 된다니! 가당치도 않아!"
"이봐, 웰턴. 세상은 말이지... 정직하다고 성공하는게 아니야. 마로스 녀석도 빈민가 출신인데도 이렇게 뛰어난 연금 실력으로 커다란 저택과 어여쁜 아가씨까지 넘치고 흐르잖아? 그깟 유통업 작게 한다고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어깨를 툭 치며 말하는 알렌. 그러나...


"내 자존심이 용납 못해...!"
"자존심...? 이상하네. 자존심이라...? 내가 잘못 들었나? 오늘 방과 후. 웰턴 아르스나는 내게 무엇을 맹세했었지?"
"그, 그건 알고 있다! 그래도 약은 너무 위험해! 자칫 꼬리라도 밟힌다면 아르스나 가문의 신임이...! 명예가 실추된다고!"

명예란 귀족에게 있어 자존심. 가문의 위상과도 같은 개념이었다.


하물며 왕의 신뢰와 수많은 귀족 가문이 어떻게든 아르스나 가문과 연을 얻고 싶어하는데.

만에 하나 미약을 유통한 사실이 들킨다면 왕의 신임은 예전 같지 못할 것이며, 다른 귀족도 아르스나는 불법적인 약을 유통하는 가문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래도 상관 없었다.  가문도 아니고, 어차피 나는 들키지 않을 유통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 점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됍니다, 웰턴 형님."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방법이랄 것도 없이,  변태적인 귀족들만 제게 알려주신다면 그 뒤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 자신 있는 모양이네."
"네. 자신 있습니다."
"마로스. 웰턴. 오늘 일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이 안건은 제대로 얘기해 보자고."
"일단 알았다..."
"알겠습니다."


왠지 당당한 마로스의 모습을 보니 듬직하기 짝이 없었다.

"알렌 형님. 그, 저번에 다오스의 뒷배를 조사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응.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아뇨... 그게 딱히 없습니다. 누군가와 만나는 것도 딱히 특이한 것도 없었습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그래? 뭐, 오늘 밤에 그 새끼 조지러  테니까. 괜찮아."


말을 그렇게 했지만,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알렌은 혹시나 거짓을 고하지 않을까 마로스의 술식을 살펴보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할 뿐이었다.

"그러면 오늘 가시는 겁니까?"
"그래야지. 이 날은 존나게 기다렸는데."
"지금 나를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흐음... 그래. 웰턴 너도 가자. 마로스."
"네, 준비하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끼어들던 웰턴이 어리둥절하며 나와 마로스를 번갈아 보았다.

****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드리내리며 로열 카지노에 입성한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디가드처럼 위장한 웰턴 녀석이 촌뜨기처럼 고개가 빠질 정도로 둘러보고 있었다.

"야, 적당히 두리번 거려라. 초행인 거 티나면 귀찮다고."
"하, 하지만 이런 장소는 처음이라... 오, 저게 말로만 듣던..."

'이 새끼.. 카지노에 진짜 처음 들어왔나 보네...? 스토리처럼 아르스나 공작이 웰턴 녀석에게 가주 직을 넘겼으면... 그 후에는 국밥처럼 시원하게 말아먹었겠네. 세상물정 모르는 새끼를 속이는 것만큼 쉬운 건 없으니까.'

말을 그렇게 해도 어차피 자신의 노예, 따까리가  웰턴은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았다.

'급식충 노예는 이래서 들이기 싫었는데. 그래도 공작 가문 타이틀이 있으니 봐준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웰턴을 억지로 끌고 다니며 우리는 로열 카지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도박에 미친 자들의 소굴로 들어와 다오스를 찾고 있었다.

"아, 저기 있습니다, 알렌 형님."


마로스가 발견한 것인지 대뜸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다오스가 카드를 셔플하며 손님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다음 게임은..."
"반갑습니다, 다오스."
"고명하신 도련님께서 여긴 어쩐 일로? 또 파멜라 님이 데리고 와주신 건가요?"
"아뇨. 오늘은 파멜라 선배가 데려온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왔습니다."
"저런. 제가 첫 만남에 말하지 않았나요? 이곳은..."
"하, 씹새끼가 혓바닥이 길어. 잔말말고 붙자."

평온한 말투에서 갑작스럽게 변한 말투에 다오스는 당황했으나 이내 기색을 감추며 살짝 웃었다.


"혹시 그 날, 제 조언 때문에 열 받으신 건 아니겠죠? 그런 거라..."
"잡소리 집어 치우고. 한낱 딜러 새끼가 어디 말대답이야. 대가리 굴리지 말고 빨리 붙어. 오늘 네 인생 좇 되는 날이니까."
"고명하신 도련님은 무서운 것이 없는 모양이군요. 하물며 천박한 말투까지. 이래서야..."
"왜 이렇게 말을 빙빙 돌리냐? 너는 내가 마음에 안 들잖아? 나도 너, 마음에 안 들어. 그러니까 게임으로 쇼부보자."
"...알겠습니다. 이곳 카지노의 룰은  알고 계시죠? 3판 2승. 각자 한 게임을 정하고 남은 게임을 랜덤으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습니다."
"아니까, 내가 이러는 거 아니야."
"대담하시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게임을 정하도록 하죠. 그런데 한가지 당부.. 아니, 궁금즘이 있습니다."
"뭔데?"


뜸을 들이며 내 얼굴을 보는 카지노 딜러.

"혹시 제게 이길 거라 생각하십니까?"
"자신이 철철 넘치네. 왜? 내가  이기지 못할  같냐?"
"네. 그저 알량한 도련님의 치기어린 용기에 감탄하 뿐입니다."

슬슬 본격적으로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알렌을 도발하는 다오스.


그러나 알렌은 넘어가주기로 했다. 상대방이 얕보면 그건 자신에게 있어 유리한 상황이니 말이다.

"시끄럽고! 빨리 게임이나 하자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