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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32. 꼽냐? (44/116)



〈 44화 〉32. 꼽냐?

모든 수업이 끝나고 급식들이 떠들썩하게 교실을 나서지만, 나와 떡대 급식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교실에 남아 내게 눈싸움을 걸었다.

"어휴. 그렇게 야리면 눈깔을 파버리고 싶잖아~?"
"크리스틴이 아니었으면 벌벌 기었을 녀석이...!"
"미안한데. 내가 머리를 때렸던가?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을 자기 좋을 대로 왜곡하냐? 너, 혹시 어디 아프냐?"
"사람  올리는 재주는 칭찬하지...!"

어금니를 악다무는 웰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로 다가왔다.

"왜? 또 처맞으려고 온 거냐?"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 괜찮겠지."
"없어도 똑같은 것 같은데 무슨 개소...!?"

예고도 없이 웰턴 아르스나는 누군가의 의자를 집으며 알렌을 향해 거칠게 던지자 요란스러운 소리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반응 좋네."
"이야... 뭐, 복수는 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자를 집어 던질 줄은 몰랐네."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용서를 빌도록 해라. 그러면 특별ㅎ...!?"
"돌았냐? 내가 너 따위한테 빌게?"

웰턴의 행동 그대로. 의자를 던진 알렌이 웃으며 중지를 번쩍 올린다.

"새끼가. 의자는 너만 던질 수 있는  알아? 그래. 주먹 싸움이  되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냐?"
"전쟁에서는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취하며 아무리 비겁한 술수를 써도 환영받는다. 결국, 승자가 모든  정하는 법."
"실력도 없는 새끼가 아가리는  놀리네. 그냥 빨리 덤벼라. 이번에는 말릴 사람도 없으니까 안 봐준다?"

알렌이 마나로 전신을 강화하자 순간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주변의 공기가 뜨거워졌다.

웰턴도 빨리 마나를 사용하여 신체를 강화하며 맹렬히 타오르는 알렌의 주먹을 가벼이 막으며 웃는다.

"약하구나. 정말이지 네놈과 어울리는, 볼품없는 마나군."
"도대체가 아가리를 안 털며 못 싸우는 병이라도 걸렸나. 그리고 충고 하나 해주는데 빨리  떼는  좋을걸?"

복수.

대련 시간에 벌어진, 처참하게 당했던 복수를 하기 위해 웰턴은 알렌의 작은 주먹을 자신의 손에 가두며 그대로 주먹 뼈를 으스러뜨리려고 했다.

우민한 녀석들 앞에서 내게 망신살을 준 알렌의 손을 애초에 부수고, 으스러뜨려 뼈도 붙지 못하게 가루로 만들어줄 셈이었다.

그러나 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알렌이 아니었다.

어차피 잡힐 것은 예상했다. 교실에서도 빠른 반응을 보였으니 이번에도 분명 반응할 것이라고.

"너야말로 헛소리를 잘... 으윽!!?"
"그 손 안 놓으면 탄 고기 된다?"

타오르는 마나. 아니, 무엇이든 삼키며 모조리 태워버리는 강렬한 화염이 알렌의 잡힌 손에서 맹렬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피어오르는 불꽃에 이대로 물러난 웰턴이 아니다.

웰턴은 불타오르는 손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악력을 가하자 알렌의 붙잡힌 주먹에서는 관절 꺾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팔이 그대로 병신 되고 싶지 않으면 빨리 불이나 꺼라. 그간 행한 일을 귀엽게 봐줄 터니."
"호오... 근성은 또 칭찬할 만하다. 그런데 겨우  정도로 내 마나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마나와 마나의 충돌로 알렌의 불꽃이 사그라들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화르르르륵!!!

"으, 으아아악!!!"

압도적인 마나량으로 웰턴의 마나를 집어삼킨 알렌의 불꽃이 다시금 열기를 띠며 이번에는 웰턴의 교복 소매부터 시작하여 가슴 부분까지 검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교복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웰턴 녀석은 내 주먹을 놓고는 필사적으로, 꼴사납게 교실 바닥을 구르는 모습이 참 걸작이었다.

"이야... 우리 아르스나 공작 가문의 삼남이 교실 바닥 청소를 이렇게 좋아하다니. 모든 학원생의 귀감인 걸?"
"다, 다가오지 마라!"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명령 질이야? 내 귀중한 시간을 뺏은 놈이 어디서 입을 털어? 응?"

양아치 자세로 앉은 알렌이 꼴사나운 잿더미가 묻은 웰턴을 보며 웃는다.

"저, 저리 안 가! 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제 와서 가문을 들먹이냐? 이거 사내새끼 맞나? 그보다 네가 강하다는 말... 구라지? 그렇지? 이렇게 약한 새끼가 무슨..."

솔직히 말하자면 웰턴은 강했다.

차기 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대급 재능이자 역대급의 마나를 지닌 웰턴 아르스나.

평소 재능있는 소년이라면 그건 분명히 웰턴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느 무엇을 하더라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주위에서 떠받들어주고 자신도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 누구도 두려운 상대는 없었다. 허나...

그건 인간의 기준이었다.

인간을 상대한다면 분명 압도할 실력을 지닌 것은 맞다. 그렇지만, 알렌은 다르다.

인간이지만, 무려 레드 드래곤 클로 세로가 만든 반지와 그녀의 타오르는 마나. 그리고 여러 교육까지.

매번 현실과 꿈에서 공부하며 마나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게 쓸 수 있는지, 무엇보다 알렌의 뛰어난 지식과 응용력. 또 한 클로 세로의 마나가 아니더라도 알렌의 마나는 웰턴을 압도할 정도로 그만큼 너무나 높았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웰턴은 강했으나, 어찌 한낱 인간이 드래곤이 손수 가르친 인간을 이길 수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상대가 안 좋았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까."
"소, 손대지 마라!"
"손? 그러면 불꽃으로 만져볼까?"
"히이익...!!!"

살려달라는 몸부림과 함께 교실 바닥을 다급하게 기어가며 내게서 멀어지려는 행동이 어째 우습기보다는 안쓰러웠다.

"새끼... 보기 좀 그러네. 그래도 할 건 해야 다음부터 안 깝치겠지."

기어가며 도망치는 웰턴의 머리끄덩이를 잡은 알렌은 싱긋 웃기 시작했다.

아주 상쾌한 웃음이었으나 웰턴에게 있어 악마의 미소나 다름없었기에 조금 전 위세 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으며 그저 허망한 눈과 떨리는 입술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쫄지 마, 쫄지 마.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냐?"
"미, 미안하다...! 내, 내가 주제를 모르고...! 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마! 원한다면 돈을!"
"나도 돈은 많아 새끼야."
"뭐, 뭐든 하마! 내, 내가 무엇을... 아니, 아니! 그저 네가 하는 말. 아니, 무리한 부탁도...!"

갑자기 기분 나쁘게 말이 빨라진 웰턴을 보니 진짜로... 너무 안쓰러웠다.

'시발. 이 정도로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는데. 어째 짠하네...'

"그래. 내가 선택지를 줄게. 첫 번째..."

웰턴의 표정을 보니 너무 불쌍해서 그냥 선택지를 주기로 했다.

1. 싸대기.
2. 노예 계약.

"자, 뭐로 할래?"
"일, 일, 일 번!  번째! 퍼스트!"
"그 대신에 다시는 깝치지 말라고 마나를 두를게. 그래도 괜찮지?"

화르르르륵!!!

알렌은 넓게 핀 손바닥에서 불꽃을 태우며 점점 커지기 시작하며 이윽고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불씨와 손바닥에 안착하여 이제는 머리보다 큰 커다란 불꽃이 웰턴의 눈에 들어왔다.

이건 보통 싸대기가 아니다. 맞으면 그냥 골로  싸대기다.

"자, 자, 잠깐! 미, 미안하다! 내, 내가 착각한 모양이다!! 두, 두, 두 번째!!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다!!"
"후회  하지? 첫 번째를 골랐다면 그냥 싸대기만 맞는 거야? 아주 뜨거운 싸대기를. 그런데 두 번째를 택하며 너는 평생 내 노예다?"
"아, 아르스나 가문은 선택을 번복하지 않는다! 그, 그러니 그 불꽃으이히히이이익...!!!"

화르르륵....!!!

"아니. 불꽃은 안 거둔다. 계약하는 도중에 무슨 개짓이라도 하면 내가 뒤지는데. 만약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은 없지. 그 대신에 다시는 생각이라는  못하게 만든다."
"아, 알았어...!"

웰턴의 목을 통과하는 손가락은 식도에 닿기 시작했으며 어려운 계약을 그대로 술식으로 변환시켜 새기는 알렌.

"앞으로 내게 거역하거나 내가 아는 녀석들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목에 새긴 술식이 불꽃을 뿜을 거다. 그것도 내부에서."
"어, 어..! 아, 앞으로는! 거역하지 않을게...!"
"내가 널 어떻게 믿고? 그리고 웬만하면 식도에 새긴 술식 건들지 마라. 내가 아니면 터진다?"
"저, 정말? 지, 진짜야?"
"내가 허술하게 새겼겠냐? 그리고 너도 잘 알잖아? 내 마나의 끝이 어딘지 안 보이잖아?"

그렇다. 웰턴도 방대한 마나의 끝을, 지옥의 업화처럼 타오르는 알렌이 몸에 잠든 마나의 양을 몰랐다.

실전 경험과 여러 훈련을 통해 상대방의 마나를 알아낼 수는 있었지만, 알렌은 달랐다.

마치 불꽃이 아니라... 용암 같았다.

거대한 산이 품고 있는 끊임없이 타오르는 용암.

"어이, 따까리."
"어? 어, 왜!?"
"첫 번째 명령이다. 교실 치워 씹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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