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28-1. 이제는 꿈 속에서 까지 따먹힘.
알렌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세안을 마치고는 홀로 등교.
이후 점심 전까지 잠을 청하다가 이내 점심이 되면 대식가처럼 학생 식당에 있는 모든 요리를 시키며 모조리 흡입.
그리고 오후에는 체력 단련과 더불어 크리스틴과 비비안의 호감도를 올리며 점심 시간에 채운 칼로리를 모조리 소비.
모든 수업이 끝나며 파멜라에게 게임 기술을 하드하게 받으며 다시 비밀 공간으로 돌아오면 코델리아의 시중을 들거나 아니면 밤일을 한다.
가끔은 코델리아 본인의 일이 있어 들리지는 않았던 하루가 있으나 그럴 때는 희한하게도 아네스가 있어 스트레스 및 힐링 받으며 지친 심신을 회복.
그렇게 비밀 공간에서 옷을 벗고 가벼운 샤워로 피로를 씻어내며 기숙사로 돌아가 잠을 잔다.
'시발... 게임에서 무조건 굴렸는데... 안 좋은 거였구나...'
시계 바늘은 어느새 열두 시를 가리키며 푹신한 침대에 누운 알렌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 서서히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잠을 잔다.
그렇게 코델리아의 노예가 된 시간은 나흘. 그리고 해방될 수 있는 시간은 사흘.
'염병... 이러다 몸이 남아나질 않겠네... 자고, 먹고, 단련하고, 대갈빡 깨지고, 시중 들고, 섹스하고, 씻고, 잠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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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또 자각몽인가?"
무의식의 공간을 자각한 알렌이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것보다 여기는 또 어디야? 동굴 안쪽인가? 아, 존나게 어둡네... 목소리가 울리는 걸로 보아 동굴 같기도 한데.. 아닌가?'
알렌의 자각몽은 다른 사람과 사뭇 다르다.
왜냐하면....
[용캐 의식을 잃지 않았구나. 정신력 하나 만큼은 칭찬해주지]
몸을 짓누르는 목소리와 함께 알렌의 시야를 가둔 어둠이 사라진다.
"뭐야? 이번에는 내 바램대로 나오는 건가?"
알렌의 눈 앞에 보이는 여성 한 명. 아니, 여성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기운에 알렌은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 친다.
[감이 좋구나. 아니지. 이리로 오도록 해라]
"당신, 누군데 명령질 입니까?"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친 애송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조근조근한 목소리임에도 뿜어져 나오는 힘은 여간내기가 아니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죠. 그래서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본좌의 앞에서 당당히 서 있으려는 부질없는 발악. 칭찬하마]
찬란한 보석이 박힌 금으로 된 의자에 앉은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는 손가락을 까닥하자 애써 버티던 알렌의 몸이 허공에 뜨며 곧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의 발밑에 납작 엎드린 채, 아니. 알렌은 본능적, 원초적인 공포에 쉽게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저항하지 마라. 한낱 먼지가 고귀한 본좌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경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좌절하지 마라]
"크으윽...!! 누, 누가 좌절했다는 거야...!?"
[본좌는 네게 말을 허용하지 않았다]
또 다시 두 배가 되는 중압감과 동시에 목이 조여들었다.
"케엑! 케에켁!!?"
[소용 없다. 내 마나이니 내 마나로...]
콰지직!!!
"허억...! 허억...! 목대가리 잘리는 줄 알았네... 시파...!"
[그래. 본좌의 반지를 착용하고 있으니 당연히 내 마나를 상쇄할 수 있군. 칭찬하마, 작은 필멸자여]
사래가 걸린 듯 연신 기침하며 하마터면 교살당할 뻔한 알렌은 목부분을 매만진 채로 붉게 타오르는 어린 소녀의 중압감에 저항하며 간신히 일어서지만...
[일어서라고는 하지 않았다]
간신히 일어선 알렌을 거부하는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는 이번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알렌의 무릎에다가 새하얀 맨발을 올린다.
[본좌가 만든 반지를 꽤 멋대로 사용하는 모양이더구나. 그래서 특별히 허락하도록 하마]
'시이이잉이바아아아아!!! 뭐야 이 애새끼? 진짜 그 빨갱이 도마뱀이 맞는 거야?!'
[본좌를 우롱하는 말투하며 귀여워서 길들일 맛이 나겠구나. 이런 즐거움은 근 800년 만에 처음이다]
"존나게 오래 사셨... 크으...!?"
[귀엽다고 해서 봐주지는 않는다. 마땅히 입을 잘못 놀린 아이에게는 벌을 줘야 다시는 망언을 하지 않겠지]
붉은 머리의 어린 소녀... 아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머리에 손자ㅂ... 아니, 두 개의 뿔이 있었으며 몸통보다 커다란 적색의 날개와 꼬리.
무엇보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붉으면서도 찬란히 빛나는 금색의 눈은 모든 것을 꿰뚫기라도 하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본좌의 이름을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몸에 새겨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새하얀 작은 다리로 내 턱을 들어올리는 빨갱이 도마뱀이 즐겁다면서 웃기 시작한다.
[눈? 혀? 아니면 등에 새기는 것이 어떠느냐?]
비싼 의자에서 일어난 레드 드래곤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알렌의 주위를 돌아다니며 어디에 새기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특별히 원하는 곳이 있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저는 몸에 그림 그리는 건 싫어하는데요...!"
[네 의사는 관심없다. 빨리 정하지 않는다면 새하얀 몸에 혈흔이 새겨질 것이야]
"시시시, 심장!!! 심장심장심장심장!!! 시발심장!!!"
새하얀 붉은 소녀의 길다란 손톱이 알렌의 눈에 다가가자 다급한 외침과 함께 심장에 새겨달라고 외친다.
[본좌는 관대하니 심장에 새겨주도록 하마]
몸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지자 알렌 겨우 일어나며 저린 무릎을 문지른다.
[자, 새겨야하니 옷을 벗도록]
"네, 네. 벗겠습니다."
심장에 새긴다는 말에 눈가에 들이민 손톱이 사라져서 다행이지만, 괜히 더 좇 된 게 아닌가 싶다.
알렌은 윗옷을 벗자 꽤 탄탄한 상반신을 본 레드 드래곤은 가볍게 칭찬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라고 한다.
[허약한 꼬마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구나 자, 그러면...]
알렌의 몸을 칭찬하던 레드 드래곤은 알렌의 왼쪽 가슴에 조그마한 손을 올리며 곧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아니, 녹아내릴 것만 같은 뜨거운 용암과도 같은 마나인데도 고통스럽지 않았다.
"으윽...! 윽...!"
[아픈 소리 내지 마라. 애초에 내 마나로 변환된 네놈의 몸이 내 마나를 아파할 리가 없겠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을 터인데]
"그냥 해봤습니다. 심심해서."
[따분한 걸 싫어하다니 잘됐구나. 앞으로는 즐거운 일이 가득할 터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끝났습니까?"
[예의가 없구나. 뭐, 그 점은 차차 고쳐 나가면 될 것이고. 자, 이제 본좌의 존함을 알겠느냐?]
레드 드래곤이 손을 때자 심장에는 활화산이 금방이라도 폭발하는 것처럼 뜨겁고 몸속이 모든 것이 용암으로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클로세로?"
[클로. 세로 님이다. 다시 말하도록]
"클로! 세로! 님!"
[묘하게 끊어 말하는 것이 반항하는 건가?]
"그럴 리가요. 시키는대로 했는데요?"
별 말이 없자 알렌은 윗옷을 집어 입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벗어라]
"네?"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고위 마법사일수록 영창도 하지 않고 무영창이나 어떠한 행동으로 마법을 사용하기는 하는데...
마법의 종족이라고 불릴 만큼 강대한 마력을 지닌 레드 드래곤 클로 세로가 손가락을 한 번 휘릭~! 하자 내 옷이 불타서 사라졌다...
'시발.. 그래도 털은 안 타서 다행이네...'
[알몸인데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으니 이것 참... 마음에 드는구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렌의 탄탄한 몸을, 거기다가 아랫도리를 보는 클로 세로가 감탄하듯이 말한다.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까?"
[태연하게 말대꾸나 하다니. 귀여운 녀석]
분명 상황 자체는 좋은데... 라고 생각하는 알렌.
그러나...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 클로 세로. 어린 모습으로 변한 소녀에게 세울 정도로 나는 발정난 개새끼가 아니었다.
[호오? 인간 대부분이 이런 모습의 유녀를 좋아하지 않았던가? 그새 취향이 바뀐 건가?]
"취향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잘 모르니까 옷이나 줘요."
[그러면 이런 나잇대의 여자가 취향이느냐?]
유녀의 모습에서 갑자기 알렌과 동갑으로 보이는 소녀로 자란 클로 세로.
"좋기는 좋은데... 겉은 동갑이고 알맹이는 할망구라는 건 조금..."
[어찌 됐든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니더냐? 그리고 아랫도리는 네 입과 다르게 솔직한 것 같다만]
'시발... 좇은 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