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24. 스파게티 맛있다. 근데 다른 게 더 맛있음.
"힘들구만..."
파멜라와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도박을 잘하는 건 아는데... 존나 하드하구만..!"
내게 기술을 알려준다는 파멜라는 자리를 옮겨 자신의 소유인 건물로 들어가 로열 카지노의 게임과 규칙을 하나하나 새겨줬다.
새로운 지식과 더불어 게임을 알아가는 건 나쁘지 않았다만... 방식이 꽤 스마트하지 못했다.
게임 규칙을 한 번 알려주면 그대로 말해보거나 응용하라는 파멜라의 방식.
혹여나 틀리기라도 했다면 처음부터 다시, 라는 말과 하며 통과할 때까지 계속 달달히 외우고 시험에 통과를 하니 이제서야 기숙사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
"진이 빠지네, 진이 빠져. 어제도 기력 빨리고 오늘도 기력 빨리고. 이러다가 어이없게 죽는 건 아닐까..."
잠시 엎드린 채로 침대에 누워서 피로를 풀려는 알렌의 위장이 먹을 것을 넣으라며 아우성 친다.
"배고프다..."
움직이기는 싫었지만, 배고픈 건 더더욱 싫었다.
침대에서 억지로 일어나 식당으로 향하려던 알렌은 갑자기 발길을 돌려 비밀 공간으로 들어간다.
"응? 코델리아 누나가 왜 여기 있습니까?"
"있으면 안 되나?"
비밀 공간을 들어가자 코델리아는 의자에 앉아 복잡해 보이는 서류더미를 처리하며 안경을 고쳐 쓴다.
"안경. 어울리네요."
"시, 시끄러. 그보다 여긴 왜 왔어."
"그냥요. 배고파서 잠깐 뭐라도 먹을까 해서요."
"그런가. 잠시 기다리도록."
의자에서 일어난 코델리아가 갑자기 주방으로 향하며 재료를 꺼내어 다듬기 시작했다.
'뭐야? 요리도 할 줄 알았던가?'
일정하게 통통이며 재료를 채써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코델리아가 요리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그만 배고픔도 잊고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자, 다 됐다. 먹도록."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와서는 완성된 요리를 보여주는 코델리아.
"스파게티네요."
"불만이냐?"
"아뇨. 제가 좋아하는 요리라서요."
뜻밖이었다. 오븐 스파게티라니. 그것도 코델리아가 요리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랐다.
"맛있네요?"
"말투가 어째 의문으로 말하는 것 같아 조금 그렇지만... 이래봬도 요리는 꽤 한다."
요리에 대한 칭찬에 조금 부끄러웠는지. 코델리아는 애꿎은 안경을 여러 번 고쳐 쓰며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무마하려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데 더 없습니까? 배고픈데..."
"벌써 다 먹은 건가?"
"성장기니까요. 든든히 먹어둬야죠."
"그러면 잠깐 기다리도록 해라."
신기하게도 오늘의 코델리아는 어제의 코델리아와 전혀 달랐다.
어제는 내 기력을 흡수하는 흡혈귀 같았는데. 지금은 어쩔 수 없지... 하며 뭐든 들어주는 누나와 같았다.
그렇게 또 20분 갸랑을 기다리자 이번에 나온 요리는...
"스파게티?"
"이번에는 크림 스파게티다."
'아, 네. 그렇죠. 네."
맛있기는 한데 2연속 스파게티는 조금 그렇지 않나?
만약에 기껏 만든 요리가 맛이 없고, 요리를 만든 장본인이 내 옆에서 먹는 걸 지켜본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억지로 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알렌은 다르다.
맛이 없는 걸 왜 억지로 먹는 멍청한 짓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코델리아가 만든 스파게티는 상당히 맛있어서 이름있는 가게와 견줄 정도였다.
"잘 먹었습니다. 이제 배가 부르네요."
3인분에 가까운 크림 스파게티를 다 먹고 나서야 배가 좀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군."
"맛있었으니까요. 맛이 없었다면 저는 아예 안 먹어요."
칭찬아닌 칭찬을 들은 코델리아는 빈 접시를 주방으로 가져간다.
"무슨 일을 하시길래 테이블 위에 서류가 잔뜩 놓여 있어요?"
"마탑에서 보낸 논문을 살펴보는 중이야."
마탑이라... 아카데미 선생을 맡으면서도 마탑의 연구도 도우다니. 경이롭구만.
"제가 조금 도와드려요?"
"됐어. 내 일이야. 그러니 내가 알아서 해야지. 그리고 마무리만 하면 되니까."
소매를 걷어 올려 설거지를 끝낸 코델리아의 모습은 왠지 모를 모성애가 느껴졌다.
"그보다도 오늘 방과 후에는 파멜라와 어딜 갔다 온 거지?"
"네?"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는 순간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 코델리아.
"그냥. 놀았어요. 이것저것."
"파멜라는 조금 위험한 학생이야. 매번 직원 회의에서 특별 지도 반으로... 아니야. 굳이 할 얘기는 아니군."
'이건 처음 듣는데.'
파멜라가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는 있지만, 성적이 우수하고 무엇보다 가문의 뒷배가 강력해서 암묵적으로 건들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코델리아 누나가 걱정할 정도로 깊은 관계는 아닌데."
"거, 걱정은 무슨...! 그저... 아니. 걱정이 된다. 행여라도 무슨 몹쓸 짓을 당한 건 아닐까 심히 걱정 된다."
손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코델리아.
"파멜라는 조심해야 한다, 알렌. 그 아이의 마나는 이질적이면서도 동시에 공존되지 않아. 그러니 터무니없이 위험한 아이야."
'내가 파멜라를 공략해서 데려온다면 기절초풍하시겠네.'
"알았어요. 걱정 끼쳐드릴 일은 만들지 않을게요."
"그래. 착하다, 알렌."
내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럽고 작은 손길이 조금은 부끄럽다 못해 어색했다.
"크흠... 이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벌써 가려는 건가? 아직 시간이... 늦긴 늦었군."
"코델리아 누나의 바램대로 남아있을까요. 저는 상관 없는데."
조금은 주도권을 잡고 싶어 일단 말을 질러봤는데...
"좋아. 그러면 오늘은 갈아입지 말고 누나라고 부르도록 해. 계속."
"네?"
"자신이 한 말을 어길 셈인가? 내가 아는 알렌 메스티아는 그런 학생이 아니었을 터."
"아, 아뇨. 그러면 뭐부터 할까요."
옷깃을 여매는 붉은 리본이 눈앞에서 흘러내리자 곧이어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가슴이 내 머리를 압박하며 동시에 부드러운 감촉에 내 하반신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넥타이를 제끼며 교복 단추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례대로 푸는 코델리아의 손길.
곧이어 아래로 내려간 손은 벨트를 풀며 그와 동시에 이미 선 내 좇을 보며 귓가를 간지럽히듯 말한다.
"야한 아이네."
"성격이 많이 바뀌셨네요."
"누구 덕분에. 그러면 이쪽으로 돌아보렴."
의자를 돌려 코델리아를 마주보는 알렌.
그곳에는 안경을 쓰고 새침때는 표정의 거유 누나가 가슴을 드러낸 채로 팔을 활짝 벌리며 반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