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23. 한 푼 줍쇼. (28/116)



〈 28화 〉23. 한 푼 줍쇼.

파멜라의 손에 이끌려 도달한 장소는 다름 아닌...

"카페네요?"
"왜? 카페 싫어해?"
"아뇨. 오히려 좋아하죠."

놀랍게도 도박 비스무리한 장소가 아닌 카페에 오다니... 조금 의외네.

그래. 힘도 없는데 당이라도 채워야지.

"나는 이거 마셔야지~ 후배는 뭐 마실래?"
"저는 그린티 라떼요."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돌아와 나를 보며 웃는 파멜라가 왠지 섬뜩했다.

"저번에는 왜 혼자 돌아갔어?"
"뭐, 처음 가보는 곳이고. 익숙하지가 않아서요."
"그으래애~? 그런데 다오스가 우리 후배 언제 또 오냐고 물어보던데?"
"다오스? 그건 누구죠?"
"저번에 봤던 딜러야. 기억 안 나?"

'아, 그 씨발새끼? 기억은 나지. 이름은 까먹었지만. 근데 저번에는 오지 말라고 했던 새끼가 갑자기 왜 그러지.'

"아,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사람이 왜 저를?"
"우리 후배랑 카드 게임이든 뭐든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하... 개새끼가 사람을 호구로 보네?'

"파멜라 선배. 그... 다오스? 라는 사람 실력은 어때요?"
"한 번 붙어보게~?"

도박 이야기가 나오자 파멜라가 야시시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갸웃하고는 새하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헤으응~ 역시 너도 나랑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구나~?"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말에 알렌은 의아했지만 일단 넘어갔다. 지금은 정보를 캐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 말이다.

"다오스는 어느 정도 게임을 할 줄 아는 딜러야. 물론 나보다는 못하지만."

'당연하겠지.  세계관에서 파멜라보다 도박을 잘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물론 게임에서는 템빨이나 운빨로 겨우겨우  정도로 힘든 년이지만 그만큼 보람찼었지.'

"그래요? 그러면 제가 이길 수 있을까요? 다오스라는 딜러에게?"
"아니. 무리지~ 처음에는 재능있는 후배를 발견해서 기분이 좋은데 괜히 손이 잘리면 마음이 아프잖아~ 안 그래~?"

섬뜩한 말을 웃으면서 말하다니. 역시나 미친년답다.

"그날의  실력으로는 다오스를 이기기는 힘들다. 이 말이네요."
"그렇지~ 아, 왔다!"

내가 딜러 시팔 새끼한테 못 이긴다는 말을 단언하는 파멜라는 점원이 가져온 생크림이 잔뜩 들어간 딸기 라떼를 마시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파멜라 선배."
"으응! 왜 불러~?"
"파멜라 선배가 제게 게임을 가르쳐 주신다면 다오스에게 이길 수 있습니까?"

생크림 딸기 라떼를 마시면 파멜라가 빨대에서 입을 떼며 나를 보았다.

"흐으응~ 물론 나한테 배우면 이길 수는 있지. 근데 후배야. 나는 몸값이 엄청 비싼데 가능하겠어?"
"귀여운 후배한테 공짜로 가르쳐 주시면  될까요? 아직 학생이라 돈도 없는데."
"응? 우리 고명한 후작 가의 차남께서 돈이 없다는 말을 하시다니. 이게 후작 가의 조크?"
"아버지가 허투로 쓰지 말라 하셔서요. 대부분 돈은 저택에서 관리하거든요."

파멜라는 '그래?' 라는 말과 함께 다시 생크림 딸기 라떼를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물론 저도 유명하고 어여쁜 파멜라 선배에게 공짜로 가르침을 받으려고 한  아니죠."
"우리 귀여운 후배는 내게  주려고 그러니~?"
"돈을 드리죠."
"아까는 후작께서 관리하신다고 했잖아?"
"도박에서 따는 돈의 70%를 드리도록 할게요."
"무슨 자신감이야?  내가 겨우 푼돈이나 받고 너를 가르쳐야 하니?"

슬슬 파멜라의 늘어지던 말투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여기서 쇼부쳐야 하겠네.'

상대적으로 낮은  보여주고 후에 큰 걸로 유도하는 교섭이 통할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파멜라를 동시에 공략하면서 내게 꼽을 준 그 새끼의 울부짖는 면상을 보고 싶으니까.

"아니면 좋은 아이템을. 어디에 있는지 알려 드릴까요?"
"우리 귀여운 후배는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있다고 생각하니~? 세상 전부. 내가 가지지 못한 아이템은 없는데~?"
"설마요. 우리 어여쁜 선배는  하나. 가지지 못한 아이템이 있으시잖아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

'쉽게 안 넘어오네.'

알렌은 이 게임을  클리어 한 씹폐인 새끼.

그렇기에 파멜라가 가지지 못한 단  가지의 아이템을, 유일하게 파멜라를 공략할  있는 호감도 아이템인...

"저주의 주사위. 갖고 싶지 않으세요?"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알고 있다니. 뭔가 이상하네 우리 특이한 후배는? 응?"

파멜라는 늘어지는 말투로 돌아왔지만, 눈은 그렇지 않았다.

공허하면서도 무언가를 갈망하는 탐욕적이며 물욕적인 눈.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든 높은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마저 태우며 얻으려는 눈동자는  무서웠다.

"가지고 싶으시죠?"
"불러."
"뭘요?"
"금액. 어이없는 금액이라도 사들일 테니까 금액을 제시해."
"대담하시네. 내가 파멜라 선배가 가진 모든 돈을 원한다면 살 거예요?"
"응. 살 거야. 아니면..."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주도권은 내게 있다.

"좋아요. 하지만 저한테 저주의 주사위는 없어요."
"너, 지금 나를 놀리는 거니?"
"방금도 말했다시피 저주의 주사위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죠."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있지?"
"뭣하면 계약하셔도 돼요. 파멜라 선배의 마나로. 그러면 확실하잖아요."

계약이라는 말을 듣자 파멜라는 흉흉하면서도 밝은 마나가 내 몸을 끈적하게 관찰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내 마나의 특성을 알고도 그렇게 말하는 거지? 그것도 몰랐다면 조금 섭섭한데."
"잘 알죠. 그러니 계약하죠."

파멜라와 계약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메리트가 없으니까.

진다면 그냥 계약에 묶여 영원한 노예가  테니까.

'이긴다고 해도 메리트는 딱히 없어. 그냥 내 만족을 위해서니까.'

자기 만족. 복수를 포기한다면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 한 번만 참으면 되니까.

그러나. 알렌은 그러지 않았다. 본래 갚아줄 것이 있다면, 자신을 업신여긴다면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남자.

이기면 스스로 만족할 뿐이고 도박에서 이겨 얻은 돈도 파멜라에게 넘어간다.

그래도 상관하지 않았다.

삼자가 본다면 병신이라 하겠지만 나름 알렌의 각오이기도 했다.

위험하지 않다면 본래의 힘을  수 없다.

가령 이틀 남은 여름방학 숙제나 클라이언트로부터 일주일 안에 만들어주세요, 라는 죄여오는 감각이 있어야 인간은 자신이 지닌 힘을 극대할  있다.

스스로를 벼랑에 내몰려야 제 힘이 발휘되는 알렌.

"나와의 계약. 어기면 죽음이야. 그걸 알고도 내게 딜을 하는 건가~?"
"물론이죠."

파멜라는 죽음이라고 말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노예다.

어길 시에는 계약자의 소유권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파멜라의 마나.

풀 방법은 절대로 없다.

"여태껏 당당한 사람은 많이 만나봤는데. 뭘 믿고 당당한 건지 모르겠어."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잖아요. 지면 나는 파멜라 선배의 노예가 되어 저주의 주사위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도 있고. 이기면 돈과 저주의 주사위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맞아. 내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굳이 계약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다 후작 가의 차남이 불행하게도 납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큰일이겠네요."
"무슨 자신감일까~? 정말로 내게 기술을 배우면 다오스를 이길 수 있을까? 그는 로열 카지노 내에서도 아주 유능한 딜러야."

빨대 끝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파멜라는 턱을 괴며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로열 카지노. 유일하게 어른만 즐기는 카지노 뒤편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해."
"그러니 좋은 거 아닙니까."
"뭐?"
"위험한 순간이야말로 힘을 발휘하기에는 최적이죠."

객관적으로 본다면 나도 비틀려져 있는지 모르겠다.

하이 리스크를 안고 승부에 나서다니. 이래서야 남자 버전 파멜라가 아닌가.

"우리 귀여운 후배는 승부를 좋아하는 후배구나~ 좋아. 그러면 내가 아는 모든 걸 알려줄게.  대신에 주사위에 대한 정보는 얻어낼 거야. 알았지."

생크림이 묻은 빨대의 끝으로  입술을 찌르는 파멜라는 마치 좋은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눈동자가 되어 소악마의 웃음이 심장에 직격으로  닿았다.

'아, 시발. 생각하니까 수업도 받고 체력도 단련하고 기술도 연마하면 하루가 빡셀텐데...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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