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19. 계획이 틀어졌다. (22/116)



〈 22화 〉19. 계획이 틀어졌다.

"쉽지 않네..."

혼잣말하며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홍차... 아니지. 홍차는 아니고. 그러면 어떤 사죄를 해야 할까...'

 놓아 울던 성인 여성의 울음을 목격하고 울린 장본인으로서 나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 모두 조용히 하도록..."

그때. 문을 열고 힘이 없는 목소리를 내는 코델리아. 그리고 그 뒤를 따르며 쭈뼛거리는 몸짓으로 들어오는 어느  소녀.

"오늘은 새로운 편입생이 있다. 자, 소개하... 도록."

말끔히 말을 하던 코델리아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고개를 돌리고서는 팔짱을 끼며 편입생을 보았다.

'아, 안녕하세.. 요. 저, 저, 저는...! 미라이 미레이라고 합니다...! 아, 앞으로 잘 부탁해... 요!!"

말을 심히 더듬으며 떨리는 목소리.

'아니, 시발 뭐야?  쟤가 여기에 있어?!'

코델리아의 생각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는 교단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미라이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다.

웅성거리는 학생들을 조용 시키는 코델리아는 빈자리에 앉으라고 미라이에게 말한다.

"자, 잘 부탁합니다...!"
"어. 아, 나도 잘 부탁해..."

하필이면 비어있는 내 옆자리로 오다니! 내 옆에 말고도 빈 자리는 상당히 많은데!

'시발... 설마 못 알아보겠지?'

"그, 그때는 정말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물건으.... 흐읍?"
"쉿...! 조용...!"

누가  얘기를 들을까 다급하게 미라이의 입을 막으며 조용히 하라고 하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코델리아는 교실을 나오며 다음 수업이 없었고, 또 오늘 해야  일을 미리 처리해뒀기에 자신만의 아공간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후... 너무 부자연스러웠나..."

짤막한 한숨.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 코델리아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며 얼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껏 처음으로 느끼며 경험하고 몸에 새겨진 쾌락에 눈을 뜬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점차 굳게 닫힌 마음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분은 좋았다... 그러나 숨이 막히며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는 무서웠다.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며 오로지 살고 싶다는 강한 생존 욕구가 일어났었다.

억지로 기도까지 쑤셔 넣었던 그 감각.

무서웠지만... 짜릿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부끄러워...!"

아공간을 열어 자신보다 큰 인형을 가져와 껴안은 코델리아는 인형에 얼굴을 파묻고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주인님 앞에서... 아, 아니. 제자 앞에서 너무... 하아..."

커다란 인형을 한 손으로 겨우 안으며 코델리아는 연신 한숨을 내쉬다가 제자 앞에서 울었다는 사실에 더욱 부끄러워하려는 그때. 갑자기 무언가 번뜩였다.

"잠깐만... 오늘은 알렌이 웃지를 않던데... 설마 죄책감을 가진 걸까?"

문득 드는 생각에 코델리아는 얼굴은 생기가 돌며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아무리 개망나니에 개차반 같은 주... 아니, 제자라고 해도 최소한의 양심은 남아있는 모양이네."

조금 전의 있었던 일을 완벽하게 잊어버렸는지 이제는 알렌을 어떻게 갖고 놀아야 수만 가지의 수를 정리하는 코델리아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터트리며 기뻐한다.

****

조회가 끝나고 급식 녀석들은 새로 온 미라이에게 찝쩍대기 위해 몰려들었으나 다행히도 코델리아가 나가고 곧바로 1교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이 수업을 진행하면서 미라이에게 방과 후에 만나자는 쪽지를 건넸다.

그렇게 천근만근 같은 지옥에 버금가는 고행을 끝으로 나와 미라이는 아카데미 내에 있는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 도대체 아카데미에는 무슨 일로..."
"저, 저, 그, 그렇게 물으셔도... 히익...!"
"아, 아니. 내가 뭘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물어보는 건데 왜 그렇게 겁을... 하아..."

슬슬 대가리가 아파졌다.

시발. 도대체가 스토리의 흐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물론 변화는 좋다. 내가 살아남는다는 변화는 더욱. 그러나 미라이가 아카데미에 들어온 건 내게 있어 불행이었다.

"저, 저기... 그때 아이템을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어? 아, 그래..."

여기서는 조심해야 했다.

미라이의 기분이 이보다 더 낮아진다면 당연히 내게 불행한 일이 찾아올 것. 아니, 이미 찾아왔던가 시발...

"일단은 암... 아이템을 샀던 일과 장소에 대해서는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고. 알았지?"
"네...! 우리 둘의 비밀...!"
"그래..."

여러모로 안심되질 않는다.

어떤 이유든 뭐든 미라이가 아카데미에 굴러 들어온 점.

이건 어떤 스토리에서도 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암시장을 드나드는 걸  미라이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딱 봐도 존나 불안하니까'

미라이의 히로인에 속하지는 않았다.

게임사에서 만든 귀여우면서도 얼빵하고 쓸모없는 아이템을 파는 암상인에 불과한 캐릭터였으니까.

그러나 아카데미에 들어온다면 말이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나. 그것도  옆자리에서 수업을 받는다면 분명히 나를 향해 불행이 찾아올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난관을 돌파해야 할까? 아직 코델리아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일까지 벌어지다니.

'미치겠구만, 씨발...'

"일단은 헤어지자. 그리고 비밀은 꼭 지켜야 한다? 알았지?"

여기서 고민해봤자 마땅한 답이 나오질 않아 일단은 헤어지자고 말하는 인사하며 떠나는 알렌.

"아, 네..! 고, 고생하셨습니다...!"
"동급생인데 90도 인사는 무슨... 편하게 해, 편하게. 그럼 난 갈게."

알렌이 떠나는 뒷모습을 눈에 각인하는 미라이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필시 수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라이. 얼른 돌아가자. 가서 씻고 저녁 먹어야지.'
"아, 응..."

미라이의 보호자 격인 르카네의 말을 듣고 대답은 했지만...

알렌이 기숙사로 돌아갈 때까지 미라이는 그저 멍하니 알렌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으며 자기 또래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점심을 먹는 것도. 다른 이에게는 아주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미라이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본 설렘과 감동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행동을 하게, 아니.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알렌에게 그저 감사와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며 흔들리는 마음의 물결을...

그리고 요동치는 마음을 알아챈 르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