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5. 도박하는 여자는 좋다. (17/116)



〈 17화 〉15. 도박하는 여자는 좋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돈이다.


아무리 메스티아 후작 가문이 고명한 학자 가문이자 재력이 드높다고 해도 결국에는 끝이 있는 법.

하물며 학생에 불과한 알렌이 지금껏 모은 돈과 용돈은 암시장의 아이템과 히로인들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아이템을 구매하니 수중에 남아있는 돈은 불과 은화 일곱 닢.

그렇다면 알렌은 남은 은화 일곱 닢으로 무엇을 할까?

"도박이지, 씨이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카지노의 분위기는 시끌벅적하며 다양한 종족이 모여 여기저기 탄식과 기쁨. 절망과 환희를 번갈아 들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은 어른의 영역이면서도 동시에 학생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카지노 측에서는 서민들도 편히 즐길 수 있게 낮에는 아주 건전한 운영을 약속했고, 돈이 없는 학생이나 도박에 탕진 당해 빚을 갚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의외로 건전한 카지노 운영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미적지근한 도박에는 관심은 없었다.

보다 더 깊은. 그러면서도 목숨을 위협받으며 한 번의 승리로 거금을 쥐어질 수 있어야 했다.

'그래도 군자금이 있어야 하니... 일단은 애새끼들 상대로 놀아볼까? 잘만하면 돈줄도 만날  있으려나?'

어른의 카지노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군자금이 금화 서른 닢을 지니며, 또 입장료는 금화 다섯 닢이니 조건이니까.

알렌은 환전소로 향해 남은 은화를 모조리 칩으로 바꾸고는 미리 정한 도박판을 향해 걸어가 자리에 착석했다.

'역시. 초반에 돈을 불리려면 이거지.'

룰렛.

1에서 36까지의 숫자가 적힌 룰렛에 자신이 건 색깔, 로우, 하이 넘버. 스트레이트 벳, 스플릿 벳, 트리플 벳이 있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그런 원래 규칙보다는 더 간단하게 룰을 개정했다.

간략하게 하자면...

색깔, 홀짝, 로우와 하이 넘버. 그리고 스트레이트 벳에서 트리플 벳. 그리고 카지노 넘버까지. 어떻게 보면 도박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해보라는 카지노의 비열한 전략이라고 할 수가 있다.


총 다섯 가지의 베팅.

그중에서도 알렌은 군자금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바로 색깔과 로우 하이 넘버에 베팅을 한 것이다.


"자, 베팅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딜러의 순박한 목소리가 끝나기 전에 인종들은 재빠르게 베팅하며 돌아가는 룰렛의 이미지가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며 굴러가는  구슬의 소리도 느려지며 모두가 침을 삼킨다.


그렇게 느리게 도는 룰렛이 멈추며 쇠 구슬의 소리도 멈추자 룰렛 주변에 있던 학생과 다양한 인종이 탄성과 절규의 목소리가 터트리며 나는 조용히 웃는다.


****

'소소한 돈벌이라고는 해도  정도밖에 벌지 못했나...'

어느새 손에 잡힐 듯한 칩은 두 손으로도 잡지 못할 정도로 많이 쓸어담았다.


그렇다고 해도 어디 까지나 여흥. 이렇게 칩이 많다고 해도 환전을 한다면 고작 은화 오싶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뭐, 운이 좋다면 운이 좋다고 할 수가 있겠지. 불과 은화 일곱 닢으로 오십 닢 정도의 거금을 손에 넣었으니 말이다.


물론 은화의 가치가 낮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은화 오십 닢이면 일반 가정이 넉 달 정도는 일하지 않고 세끼를 챙겨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물론 내게는 푼돈이나 다름 없지만서도.'


그렇게 여러 도박을 경험하며 다른 도박을 하려고 돌아다니려는 그때였다.


"너, 오늘 처음 왔는데 잘하더라? 나랑 같이 안 놀래?"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먹이를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

'시발년. 돈을 따면 네년이 왜  나올까 걱정도 했다.'

파멜라 쉴버나스.

도박을 좋아하며 마나의 특성도 도박에 가까운 흑과 백을 가졌으며 도박에 관한 마법을 부리는 그야말로 도박에 미쳐서 머리가 많이 이상해진 도박 중독 년.

어른의 카지노에서도 자주 출입하며 무수하게 어른을 상대하며 그녀가 번 재물이 있다면 중견 상회를 그대로 사버릴 정도로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


무해할 것 같은 분홍 솜사탕의 색에 가까운 트윈테일. 꾸밈없이 다가오면 활발한 모습은 크리스틴 선생을 떠올리게 했으나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그저 외모와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으로 그녀를 파악했다며 뭣도 모르고 다가간다면 그야말로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파멜라 선배죠? 머리가 엄청 좋으시다고 하던데."
"어? 우리 아카데미 학생이었구나! 반가워 후배야!"


어느새 내 손을 잡으며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그보다 너, 게임 잘하던데! 나랑 같이 재미삼아 몇 판만 할래?"
"재미있겠네요! 그런데 이제 곧 저녁이 다 되기도 하고. 선약이 있어 먼저 돌아갈게요."
"괜찮아, 괜찮아! 내가 다 책임을 질 테니까 우리 후배는 나랑 같이 놀자! 응?"

'시발년. 존나게 가증스럽네?'


앞서 말한 것처럼 파멜라의 외모만 본다며 발랄한 강아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견과 다르게 그 속에 들어있는 파멜라의 본성은   정한 사냥감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간다는  하운드였다.

자신의 눈에 띈 사냥감은 모조리 다 털어먹는다.


그리고 자신의 마법으로 피의 맹약보다 더욱 진하며 더욱 위험한. 상대와 본인의 영혼을 거는 도박까지 하는... 그야말로 내가 겪은 히로인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미친년.


지금은 물러나는 편이 좋겠지.


"그러면 나중에 놀아요. 오늘은 선약이..."
"그래그래!! 그럼 선배가 좋은 곳에 데려다 줄게! 너도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파멜라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낚아채며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도달한 곳은 다름 아닌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어른의 카지노의 입구였다.


"여기는 재미있는 아저씨랑 아줌마들이 많아! 오늘은 귀여운 후배를 데리고 왔으니 같이 들어가도 되지!?"

가드로 보이는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준다.


'튕기면 이럴 거라 예상은 했는데 존나게 막무가내네.'

"오셨습니까, 아가씨. 그런데 같이 오신 손님은?"
"응! 내 후배야! 같이 놀려고 왔어!"
"아가씨는 벨록이 새로운 게임을 만드자는 회의가 있던데... 벌써 가셨군요."


파멜라는 나를 멋대로 끌고 오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즐거움을 쫓는 미친년이니까 다행인가? 나는 아직 관심이 덜해서 다행이구나.'


"반갑습니다. 저는 로열 카지노의 딜러 다오스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알렌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알렌 님. 허나 이곳은 고명한 학자들이 출입하기에는 조금 껄끄럽지 않나 싶습니다."

'이 새끼가 돌았나?'


엑스트라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머리는 아니다만, 그래도 이 자식의 이름을 들으니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이곳 로열 카지노에서도 파멜라 다음으로 도박을 잘하는 녀석.


물론 실제 성격이나 그런 건 몰라도 초면부터 가문을 언급하며 깔보는 시선과 말투가 어째 빡침이 차올랐다.

"맞는 말이죠. 저도 가벼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온 건데... 파멜라 선배에게 끌려와서 그만... 저기, 죄송한데 먼저 가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앞으로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믿겠습니다. 손님 같은 여린 분께서 이 카지노의 실체를 본다면 눈물을 흘릴지 모르니까요. 아니면 후회스러운 과거는 없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가령 도박에서 지고 꼴사납게 운다든가, 화낸다든가, 아니면 자신보다 낮은 신분을 지닌 인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애원하는 모습을 질리도록 봐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파멜라 선배에게 말씀  잘 전해주세요..."

나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들어온 문을 다시 나가며 오늘 벌었던 칩을 환전하며 로열 카지노를 빠져나왔다.

"씨이발놈이. 초면에 아가리 터는 실력이 장난 아니네?"

물론 원래 성격대로라면 한바탕 뒤집고 난리가 났을 테지만, 아쉽게도 레드 드래곤의 반지 때문에 난리를 피울 수도 없고.

어차피 돈줄이랑 잠깐 안면을 트기 위해 카지노에 들어온 거였으니까.

원래 목적은 달성했지만, 그 카지노 딜러 새끼...

"안 되겠네... 그 씨발놈. 아무리 생각해도 빙빙 돌려 말하는 아가리에 뭐라도 쑤셔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같아. 한 번 몰래 조져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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