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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12. 성장해야 강해짐 (13/116)



〈 13화 〉12. 성장해야 강해짐

"차, 찾았다...! 여, 여기 계셨구나...!

햇빛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나는 블루블랙의  머리카락과 검은 옷가지에는 나뭇잎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지만, 미라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담장 너머.  멀리 보이는 알렌 메스티아의 모습을 단번에 알아보며 미라이는 지금이라도 뛰쳐나가 운명의 재회를 원했다.

암시장에서도 미라이의 아이템은 전혀 팔리지 않고 주변 상인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본인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막한 세상.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미라이의 마나는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특이한 계열의 마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나를 대표적인 속성으로 따지자면 이러했다.

불과 물. 바람과 대지. 이렇게 4대 원소이자 마법의 대표적인 마나이며.

그외에는 빛과 어둠이라 칭하는 속성이 있다.


4대 속성,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색다른 마나의 종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코델리아도 빛과 어둠. 그중에서도 빛의 마나를 지니고 있었기에 공간 마법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라이는 달랐다.

미라이는 어둠 계열의 속하지만, 어둠 계열이 아니었으며  마나는 참으로 특이하며 기이했다.


왜냐하면 마나가 의지를 지녔으며, 미라이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최상위권의 마나 특성이기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미라이는 자라온 가정환경 때문인지  누구에게서도 마나를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어둠의 마나는 빌런이 많아서 대부분 사람이 어둠의 마나를 지닌 사람을 곱게 보진 않았다.


미라이도 사람들의 그런 시선 때문에 이렇게 말을 더듬으며 점점 어두운 성격으로 자라왔었다.

"저, 정말 괜찮을까...?"
'멍청한...! 저런 남자를 뭐하러 좋아해?'
"그, 그래도... 내 아이템을 다 사줬으니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혼잣말을 하는 미친년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미라이는 자신의 마나와 대화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런 사례는 전에도 후에도 없을 아주, 매우 희귀한 사례.

'답답하다, 답답해. 미라이.  들어. 사람은 믿어서는 안 돼. 너도 잘 알잖아? 그냥 별것도 아닌. 평범하게 물건을 샀을 뿐이라고.'
"처, 처음이야...  물건... 몽땅 사 준 사람은...!"
'내가 사람이었으면 속이 터져 죽었을 거야, 미라이...'
"주, 죽는 거야, 르카네...?"
'죽기는 누가 죽겠니... 아무튼, 이제 어쩔 건데?'
"응? 뭐, 뭐가...?"


르카네는 답답했다.

자신의 주인이 이런 어리숙한 꼬마라는 사실에 울화통이 터지다 못해 이제는 익숙할 지경에 다다랐다.

언제나 어리숙하고 맹한 주인의 도움을 주고는 있다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미라이가 처음으로 자기 의견을 내며.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사하며 결국엔 이곳에 도달했다.


어떻게 보면 성장은 하긴 했는데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것도 아이템을  산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다니... 저 남자가 아직 어떤 남자인지도 모르는데.

이러다가 착취당하면서 멋대로 이용당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만 미라이가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니 내가 뭐라 할 수도 없고...


'미라이.'
"으, 응?  그래, 르카네?"
'저 녀석을 만나고 싶다면 도움을 줄 수는 있어. 내가 마나의 속성을 일시적으로 바꾸면 마법사로 입학할 수 있으니까.'
"그, 그렇게 해줄 수 있어?! 그, 그러면 나, 입학할래...!"
'그 대신에 저 남자를 지켜볼 거야. 어떤 남자인지는 알아야 하잖아.'
"고마워, 르카네...! 나, 열심히... 노력할게...!"
'일단 몰래 지켜보도록 할까.'


****

"존나게 피곤하구만."


매일 체력 수업의 피로를 레드 드래곤의 반지로 푼다고 해도 은근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래도 틀은 잡힌  같네. 하드웨어가 좋아서 그런가."


거울에 서린 김을 비누로 지우며 나는 내 몸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정도면 헬린이라고 할 수 있겠네."


예전에는 운동이 귀찮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아이템을 사용하며 매일같이 단련하니 이제는 제법 봐줄 만한 몸매가 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와꾸는 씹상타치며 몸도 이제는 씹상타치에다가 마나까지 성장하니 두려울 게 없구만...!"


그야말로 삼위일체.


얼굴, 몸, 지식까지. 이 정도면 히로인 공략은 존나게 쉽겠구나, 라는 자아도취도 잠시 끈적하게 달라붙은 땀을 씻어내려고 샤워기를 트는 알렌.

여름이라 시원한 물이 좋겠지만, 지친 몸을 보다 빨리 풀기 위해서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루센 녀석이 묘하게 나를 피하는 것 같은데... 아무 문제는 없겠지?'

머리를 감으며 문득 루센 녀석의 행적에 의아함이 들었다.


원래라면 내가 검을 택하면 루센 녀석도 검을 택하는데, 희한하게도 루센은 마법을 택한 것이 어째 불안했다.

"내가 빙의 돼서 진행되는 미래를 바꿔서 그런 건가? 그런 것치고는 딱히 크게 바꾼 적은 없는데."

그렇다고 해서 루센과의 거리가 멀어지게 할 수는 없다.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이곳 떡타지 게임의 주인공은 루센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친하다는 거리를 유지하며 다가오는 히로인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루센의 존재가 절실했다.


'지금까지 히로인이라고는 코델리아랑 아네스, 그리고 공략하고 있는 크리스틴 선생과 비비안밖에 없구나.'

비비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선생. 것보다 메인 히로인이 너무 늦게 나오는데... 아니면 루센과 거리가 있어서 그런가?

아, 대가리 아프네. 씻고 생각하든가 해야지.

****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상하긴 해. 거의 한 달이 지나갔는데 메인 히로인은커녕 다른 히로인을 본 적이 없는데...?"


샤워를 마치고 비밀 공간으로 들어온 알렌은 메인 이벤트와 서브 이벤트. 그리고 모든 히로인의 신상을 적은 노트를 펼치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상한데... 뭔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비비안 말고는 학생 히로인을 본 적이 없다는 건?"


어차피 악역영애 따가리 1은 히로인으로 안 치니까 그렇다고 쳐도 나머지 히로인이 안 보이다니...


"루센과 안 친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알렌의 모든 CG가 죽는 것밖에 없다며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분명 어느 댓글 하나가 퐉! 하고 떠올랐다.


"DLC가 출시된다고 그랬는데... 아니야. 아직 출시되기 전에 뒤졌는데 그건 아니겠지?"

분명 알렌에 관한 DLC가 나온다는 댓글이... 아니 자세히 생각하니 추측하는 댓글이 있었는데...


"미치겠네, 야발."


애초에 좋은 머리도 아니었으니 일단은 노트를 덮었다.

"단련이나 해야지. 계속 생각하다간 스트레스만 쌓이겠네."

알렌은 레드 드래곤의 반지를 끼고는 팔굽혀펴기를, 흔히들 말하는 푸쉬 업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체력 회복을 위해 반지를 낀 거지만, 알렌은 달랐다.


내제된 마나를 운용하며 몸을 강화하며 그와 동시에 체력과 회복을 병행하는 중이었다.

물론 마나를 운용하며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폐인이 되겠지만, 레드 드래곤의 반지 덕분에 그럴 일은 없었다.


그래도 단점이라고 한다면 내 모든 마나가 불의 마력으로 바뀐다는 점.

어차피 마법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다양하게 배울 바에는 차라리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나으니까.

무엇보다 불의 마나는 공격 마법에 적합하니 앞으로 있을 던전이나 미궁, 후에 나타나는 단체를 상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


물론 서포터 마법은 다른 히로인에게 배우게 하거나 아니면 용병을 고용해도 되니깐.

어느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무념이  알렌은 몸에서는 비처럼 쏟아지는 땀.

"후우....! 존나 덥구만."

덥다는 말과 함께 계속 푸쉬 업을 하는 알렌의 몸에서 서서히 열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흐르는 땀도, 흘러내린 땀도 제법 빠른 속도로 증발하기 시작한다.

'미친놈이네... 뭐하는 녀석이지?'

한편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르카네는 뜨거운 증기가 피어나는 알렌을 보며, 인간이라면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껏 봤던 인간 중에서 이렇게 뜨거운 마나가 요동치면서 공간을 일그러뜨리게 하는 열기는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괜히 미라이가 관심을 뒀다가는 큰일이라도 나는 게 아닐까? 아직은 제어하는 방법을 모르는  같은데... 저주라도 내려야 하나?"

미라이에게서 산 쓸모없는 저주 아이템을 한곳에 모아둔 것이 실수였던 걸까.


알렌의 실수 덕에 르카네는 이렇게 마나가 깃든 아이템을 자신의 눈과 이어놓고는 그 안에서 알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었다.

물론 미라이 몰래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르카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알렌은 단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딸깍

그렇게 단련에 집중하던 알렌이 비밀 공간의 문이 열리며 어느샌가 푸쉬 업을 멈추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취하며 다시금 푸쉬 업을 했다.

'비밀 공간에 들어올 사람은 너밖에 없지. 그렇지 코델리아?'

자존심 강하던 그녀가 이곳에 왜 왔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만나러 온 것.

그렇다고 해서 기회가 왔다고 발정이  개새끼처럼 좋다면서 들이댈 수는 없는 법이다.

'아쉬운 놈은 내가 아니니까. 그렇지? 아쉬운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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