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10. 용용 (11/116)



〈 11화 〉10. 용용

"저주 상인을 만날 줄이야. 그래도 물건은 다 사줬으니까 저주는 안 걸리겠지?"

알렌 메스티아는 자신만의 공간, 보건실이 아닌 아카데미의 숨겨진 공간에 홀로 혼잣말하며 오늘 샀던 아이템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었다.

"씨발. 이건 해도해도 진짜... 아이템 진짜... 단 한 가지도 쓸모있는 게 없네."

미라이에게서 산 아이템을 아무리 감정해도 쓸데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알렌이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애써 부정하면서 일단 쓰레기통이 아닌 보류 중인 아이템을 치부하며 다른 곳에 놔뒀다.

"쓸... 데가 있겠지. 씨발... 내 돈."

효과가 있는 아이템이라면 거금도 아깝지 않지만, 이렇게 부정적인 저주가 걸린 쓸모없는 아이템이라면 거금이 아깝고 무엇보다. 처분하기도 엄청나게 힘들었다.

저주가 걸린 아이템을 소유한 자는 꽤 무거운 엄벌을 받기도 하고,  미라이의 저주 아이템은 의지를 지녔기에 자칫하다간 먹힐 수가 있다.

그나마 알렌의 순수 마나가 높아서 먹힐 일은 없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미라이의 감정에 따라 저주 아이템의 성능이 버프 먹을  있으니까.

"하... 암시장 씨발. 아무리 그래도 미라이를 상인 등록한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애써 떨쳐내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존나게 빡쳤다.

"후... 진정하자. 우선은..."

알렌은 정신을 차리며 일단은 붉은 마나가 연기처럼 일렁이는 반지를 보자 방금 전만 해도 개지랄을 떨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에 끼운다.

"그래도 꽉 채워진 걸 보면 기분은 존나게 좋네."

'레드 드래곤의 반지'

예속의 초커도 물론 좋은 아이템이지만, 레드 드래곤의 반지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무려 레드 드래곤이 만든 반지.

장착한 소유자에게 드래곤과 같은 체력과 헤츨링에 버금가는 회복력, 불속성 마법을 최상위급으로 올려주는 능력까지.

레드 드래곤의 반지링만 착용한다면 작은 용의 화신이라 불릴 만큼 모든 능력치가 전체적으로 상승한다.

그러나 능력치가 좋은 아이템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우선은 성격이 흉폭해진다는 점. 그리고 착용한다면 화염계통의 마법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점. 또 마나의 수치가 게임상으로는 5만이 되야 하는 점까지.

여러모로 까탈스러운 아이템인 건 분명해도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왜냐하면 알렌의 순수 마나는 겨우 2만이었고 나는 게임에서 행하는 마나 수련법을 계속해서. 틈이 날 때마다 계속 행했기에 지금의 마나는 못해도 5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마나의 순수량을 보통 사람과 코델리아. 그리고 나와 최강의 종족인 드래곤의 마나를 따져보자면.

보통 사람의 순수 마나는 고작해야 1천을 넘기지 못하고, 세기의 천재라 불리는 코델리아의 순수 마나도  4만이라는 점. 그리고 나는 5만 언저리  되는 것 같고.

그리고 이 반지를 제작한 레드 드래곤의 순수 마나량은 무려 25만.

뭐, 종족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 마법사의 순수 마나가 2만 정도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니까.

'나는 최소  태어난 헤츨링과 비슷한 정도겠네.'

"아우... 싸우나 온 것처럼 편안하네~ 쌰발."

생각을 하던 도중 레드 드래곤 반지가 내 피로를 덜어내주고 싶었는지 저절로 옵션이 발동이 되었다.

오늘 낮에 받았던 수업의 피로가 싸그리 내려가는 이 기분... 다른 여자의 섹스도 기분이 좋지만, 이게 더 좋았다.

"아으으으~~! 피로가 싸아악 풀리네."

온몸의 피로가 사라진 알렌이 기지개를  채로 머리속을 정리했다.

'반지가 있으니 체력적인 부분에서 걱정될 건 없고. 문제는 비비안인데...'

게임 스토리 상으로는 비비안의 공략은 최소 1학기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능하다.

아니, 최소한 어려운 히로인은 1학기가 넘어가야 공략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뒈지지 않기 위해 이곳저곳 다 찔러볼 생각이었고, 마냥 기다리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지금 해둬야 나중에 가서 편하니까.'

내 뒈지지 않기 위해 게임  다른 누군가를 망가뜨리는  일도 아니었고, 별로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전부 다 뒈지는 엔딩을 본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할 것이며. 누군가의 인생을 망친다고 해도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방해되는 것이 있더라면 모두를 불태...

"하, 씨발. 벌써부터 영향이 오네..."

손에 낀 레드 드래곤의 반지의 단점이 갑자기 머리속을 강타하며 반지를 뺐다.

"체력을 회복하는 정도로만 써야겠어. 자칫했다가는 병신되겄네."

다행히 알렌의 순수 마나가 높아서 정신을 잡아먹히지는 않았으나 다른 누군가가, 혹은 마나가 적은 종족이 이 반지를 낀다면...

"분신자살은 에바지. 씨이이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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