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62화 (62/62)

〈 62화 〉 이벤트 외전. 남겨진 사람들.

* * *

둘째날.

그이는 오늘 일을 쉬고, 우는 나를 달래면서, 온갖 연줄을 써서, 사방 팔방으로 변호사 사무소 알아봤다.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우리 딸 좀 살려 달라고. 그렇게 부탁하듯이.

하지만 어느 변호사도, 우리 딸 아이의 사건을 맡아준다고 하지 않았다.

전부다 다른 곳을 알아보라면서.

여기서 맡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또 어디서는, 질것이 뻔한 재판을 왜 하냐고, 살인자네 부모라는 욕도 들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 국선 변호사를 알아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건 맡으면 법원이랑 검찰에 밉보인다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딸은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돌아 오는 것은 따가운 시선과 목소리 뿐이었다.

우리는 이웃들이 우리를 알아볼까봐 도망치듯이 우리가 사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또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왔다.

셋째날.

집은 조용했다.

고작해야 사람이 한 명 없어진 것뿐인데, 소름 끼칠 만큼.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아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몸을 일으키고, 어제와 같이 아침을 차렸다.

그이는 눈에 띄게 말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손을 잡고,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거야 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만큼은 아직도 예전처럼 따뜻하고, 또 듬직해서, 이 무서운 적막을 조금은 견딜 수 있었다.

그이는 오늘도 변호사 사무실을 알아보러 나간다길래, 나도 같이 따라 나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어느 사무실을 가도, 어디로 전화를 걸어도, 얼마를 준다고 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얼핏 지나가다가 보인 티비에, 우리 딸의 얼굴이 나오고 있었고, 모두가 우리 딸을 사람을 죽인 살인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되어 가고 있었다.

아는 사람들을 건너건너 방송국 쪽에 연결을 해서,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결국 밤이 늦은 깜깜한 시간이 되어서야, 우리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솔직히.

방심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어렴풋이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맞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였다.

그이와 나는 아무 말없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항상 하던 대로, 7층을 누르고, 자연스럽게 문 닫힘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저 앞에서 젊어 보이는 아이 엄마랑, 초등학생쯤 되 보이는 남자 아이가 우다다다 뛰어오고 있길래, 문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남자 아이는 그 나이 대 아이들이 으레 그런 것처럼, 우다다다 뛰어와서 산만한 몸짓으로

“엄마 빨리와!”

그렇게 말했는데.

그 엄마도 총총 뛰어와서 감사합니다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입구에서 한번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흠칫 하고 멈춰 서서는, 한번 쓱, 엘리베이터에 찍혀 있는 층수를 확인하고는 뒤로 발을 빼고,

“어… 죄송한데 저희는 다음 꺼 탈게요…”

하면서 아이의 손을 꾸욱 잡고 아이를 엘리베이터 밖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나서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한 3초도 안되서 그대로 문이 닫혀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그리고 문이 닫힐 때, 하는 애기가 들려왔다.

“엄마 왜 그래?”

“쉿!. 너 저 아저씨 아줌마 보이면 조심해야 돼”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애기 엄마는 아이를 자신의 뒤에 두고, 명백히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무서워하고 있었던 걸까?

나로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저쪽은 이쪽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대체 누가? 어떻게?

멍 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왔다.

그이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하루 종일 잊히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 경계와 무서움이 섞인 눈빛이.

넷째날.

오늘은 아주 잠깐 피곤함을 빌려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그래봤자 몇시간이었지만.

분명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예상외로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저 풀리지 않는 피로감과, 답답함 뿐.

집 밖이 묘하게 소란스러웠다.

아파트 단지 안도.

거실로 나가서 창 밖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니까.

아파트 바로 밑 출입구에 인파가 몰려 있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이쪽을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찍고 있는 모습도.

내가 창가에 모습을 드러내니까 더욱 소란스러워지는 모습도.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 앉았다.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아까 전부터, 현관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으니까.

알람에 맞춰서 일어나서 상황을 살펴본 그이는 크게 화를 냈다.

저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싶을 정도로.

그이는 커튼을 치고, 경찰을 불러서 기자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경찰이 와도 기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취재권이다 어쩌다 하면서 손 댈 수 없다는 변명만 경찰한테서 돌아왔을 뿐.

밑에서 이쪽을 향해 쏟아지던 시선들 하나 하나에 산채로 물어 뜯기는 기분이 들었다.

여섯번째 날.

그이는 점점 더 쉽게 짜증내고, 예민해져 갔다.

어쩌면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외출을 하지 못 한지 이틀이나 되었다.

금방 관심이 식이서 가버릴 줄 알았던 기자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아직까지 아파트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었고, 경찰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어제 밤에 아주 살짝 현관 문을 열었다가, 계단에 앉아있던 기자가 나를 보고는 “어어어” 하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카메라를 들어 올리길래 재빨리 다시 문을 닫았었다.

오늘도 그렇다할 소득도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방송국 피디를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 그 기약 없는 약속만이 실낱 같은 우리의 희망이었다.

이제 내일부터 그이는 다시 회사에 가야 하는데, 일단 그이 말로는 회사에 휴가를 더 내보겠다고 하는데, 나는 집 앞에 기자가 저렇게나 많아서는 밖을 나갈 수 있을지 부터가 걱정이 됐다.

남편도 상황이 많이 답답하고, 나도 걱정됐는지, 앞에 기자들도 무서운데, 혹시 괜찮으면 내 동생네 집에 가서 잠깐동안만 있으면 안될까 하고 물어왔다. 동생한테 전화를 해 보니까 흔쾌히 허락해 줘서, 내일 그이가 출근 할 때 동생 집에 가기로 했다.

일곱번째 날.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현관문을 열었다.

나가기 전 경찰을 불러볼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경찰을 불러서 해결 된 일이 하나도 없었단걸 생각해보면,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일부로 아침 이른 시간에 나갔지만, 기자들은 잠도 자지 않는지 집 앞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이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 밀기 전에, 내 손을 잡고 비상 계단을 단숨에 뛰어 내려갔다.

기자들도 같이 뛰어왔다.

어떻게든 그 승냥이 같은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은 건 정말 천운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보았을 때 보다 사람도 별로 없었으니까 도망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이의 차를 타고 도착한 동생의 집 앞에는 다행이도 기자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를 쳐다보는 알 수 없는 눈들의 시선도.

나는 오늘따라 유독 지쳐보이는 그이를 꼬옥 안아주고, 나중에 보자고 인사하고 동생 집으로 들어갔다.

마침 동생은 집에 있었고, 제부는 일을 하러 나가 있었다.

이럴 때 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고,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 아빠가 말했던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동생은, 배달로 피자를 시켜 먹고 낮잠을 잤고, 그 노곤한 분위기에 못 이겨 나도 같이 잠들어 버렸다.

꿈을 꿨다.

마법같이 나른한 공기가 흐르는 오후 시간.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칠칠 맞게 양말을 아무대나 벗어 두고, 소파에 누워서는 교수님 과제가 너무하다고 툴툴거리는 딸.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고 그 애가 누워있는 소파에 비집고 앉아서 티비를 봤다.

아이는 꼬물꼬물 내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리고 폰을 만졌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내가 자기 베개나 되는 냥, 항상 자기 누울 때 내 몸을 배고 누웠다.

이제는 무겁다고 나오라고 해도 듣지도 않지.

조금 있으면 그이가 퇴근할 시간이니까, 저녁을 어떻게 할까 물어보니까. 딸은 웃으면서 자기는 간만에 생선이 먹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딸이 나를 올려다보며 싱긋 웃는 그 모습이.

그 사랑스러운 얼굴이.

겹쳐 보였다.

수갑에 묶여서, 경찰들의 손에 들려, 짐승처럼 끌려 가던 때, 세상 서럽게 울고 있던 그때 그 얼굴과.

그리고 그때와 달리 꿈에서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그래서 꿈에서 깼다.

악몽이었다.

일어나자 마자 울음이 쏟아졌다.

옆에서 자고 있던 동생이 일어나서 달래 주었지만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끔찍한.

끔찍한 꿈이었다.

여덟번째 날.

그이는 회사에 일이 있다고 어제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도 전화를 해 보니까 밤을 꼴딱 세운 모양이라, 힘내라고 밖에 말 해주지 못했다.

제부하고는 어제 인사를 나눴다. 한참 울어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제부는 얼마든지 있다 가도 된다고 말 했는데, 웃는 얼굴이 영 어색해 보였다.

하긴 내가 있으면 많이 불편하겠지.

오후에 동생이 잠깐 우리 집을 보러 갔다 왔는데, 아직 아파트 앞에 기자들이 깔려 있어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일전에 말했던 방송국 피디와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마침 그 피디는 시사 프로그램 피디였고, 그는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주었다. 피디는 묘하게 친절했다.

그는 만약 내가 한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면, 본인이 특집 방송을 써 줄 수 있다고도 말하면서, 일단 방송국 안에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실낱 같은 희망이 아주 조금 보이는 기분이었다.

아홉번째 날.

그이는 어제도 돌아오지 않았다.

방송국 피디는 바쁜 모양인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동생은 집 안에서 죽치고 있는 내가 여간 답답했는지 나를 꼬셔서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어제부터 입맛도 없고 그럴 기분도 아니라서 거절했다.

그이는 저녁이 되어서 돌아왔다.

한층 더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물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휴가를 얻어왔다는 말을 할 뿐.

제부도 저녁에 돌아와서 우리는 간만에 가족들끼리 술을 마셨다.

도저히 그럴 기분은 아니었지만, 끈질기게 권유해 오는 동생이랑, 제부의 어색한 얼굴이 눈에 걸려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열번째 날.

술에 잔뜩 취했어도, 쉽게 잠에 들지 못한 나는, 거실에 깔린 이불 속에서 허덕이다가 아침을 맞았다. 그이는 새벽에 일어나서, 법원이랑 경찰을 돌아다닐 거라고 먼저 나가버렸다.

우리 가족은 아무리 바빠도 아침을 거르는 일이 없었는데, 아침도 먹지 않고.

방송국 피디는 오늘도 바쁜지, 일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봤는데, 답이 없었다.

오늘은 동생도 일이 있다고 나가버려서,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

벽의 하얀색 벽지부터, 날렵한 철제 프레임의 가구들까지. 모든 것이 낯선 조용한 집에 혼자 남아 있는 내 자신이 어색했다.

지금쯤 딸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밥도 잘먹고, 잠도 잘 자고 있다고, 그렇게 바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0일이 지났는데, 여태동안 내가 애한테 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

너무 미안해서.

또 울어버렸다.

그이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십일일째 날.

그 꿈을 꾸고 난 이후부터, 밥도, 잠도 오지 않았다.

점점 더 말라가는 나와, 오늘은 반드시 나를 끌고 나가겠다는 동생과 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아침에 기운 없이 씼고 있으니까,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병원이라도 같이 가자는 걸 거절했더니, 기분이 확 상했는지, 짜증을 부려서 종일 집 안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그이는 어제도 오늘도 연락이 잘 되지 않다고 오늘 늦은 밤에서야 연락이 왔다.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가게에서 데리러 가라고.

동생한테는 아무 말도 없이 그이를 데리러 나갔다.

그이는 술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었어도 여태껏 한번도 이런 일 없었는데.

술집은 동생네 집 근처였지만, 그이를 부축해서 동생네 집까지 가기는 혼자서는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있는 동생이나 제부한테 부탁하기는 눈치가 너무 보이고.

나는 남편을 부축해서, 근처의 모텔로 가기로 했다.

사실 바깥은 무서웠다.

가게 사람들 눈치도 보이고. 무엇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혹시나 누군가가 알아볼까봐.

누군가가 알아보고 그 무서운 눈으로 쳐다볼까봐.

마치, 만지면 전염되는 끔찍한 것을 보는 눈으로.

자기 뒤로 아이를 숨기며 이쪽을 경계하던 바로 그…

이렇게 그이의 한쪽 어깨를 붙들고 가까운 모텔로 향하는 길.

그이가 원망스러워졌다.

너무 무거워.

동생한테 짧게 오늘은 밖에서 자고 오겠다고 연락하고, 그이를 침대에 눕혔다.

그이는 술에 취하면 원래 말이 없었다.

술버릇 중에 그만한 버릇이 없다고 주변에서 다 좋아했다, 동생도 얼핏 지나가는 애기로, 술 마시면 입을 꾹 닫아버리는 남자라서, 내 결혼 상대로 안심했다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왠일로 나한테 할말이 있다고 해놓고, 입을 꾹 닫고 있더니,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나… 회사… 잘렸어….”

라고.

지난 사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말 한마디에 이해가 되었다.

그렇구나… 그이가… 엄청나게 고생했구나… 하고.

모텔 침대에, 갑갑한 양복을 벗지도 않고 누워있는 그이의 술에 취한 새빨간 얼굴이 많이 상해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술냄새가 잔뜩 나는 그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다.

그이와 관계를 가졌다.

십육일째 날.

그이와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그이는 오늘도 해가 뜨자 마자 나가버렸고, 나는 하릴없이 동생네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문 도어락 앞에 서서, 생각해보니 비밀번호를 모르는구나 싶어서 전화를 걸어 봤는데, 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말소리가 현관 앞까지 새어 나왔다.

화난 목소리.

동생과 제부의 목소리.

둘은 싸우고 있었다.

“대체 언제 나간다는거야? 오늘이 몇일 째인지 알아? 이러다가 우리 집에도 기자 오면 어떻게 할건데”

제부의 목소리.

언제는 제부도 괜찮다고 했다더니… 동생은 거짓말을 했던 모양이다.

“설마 우리한테까지 그러겠어? 오빠는 조카가 걱정되지도 않아? 미희 그럴 애 아니라는 거 다 알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 안해. 자기야 응? 게다가 미희가 안 그랬다는 증거도 없잖아.”

“오빠 가족이잖아… 설령 미희가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오빠랑 내 조카야”

난 여기까지 듣고 알 수 있었다.

동생의 목소리에서 확신이 사라졌다는 걸.

제부도, 동생도. 우리 딸이 사람을 죽였다고 믿기 시작했다.

언제는 미희는 그럴 애가 아니라고 하던데.

자기들도 믿고 있지 않았어.

난 그대로 돌아갔다.

갈 곳이 없어졌다.

십칠일째 날.

그이를 데리고 동생 집에서 나왔다.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냥. 우리 돈도 있는데, 굳이 동생네 집에 있는 거 보다, 그냥 이번 기회에 호텔에서 지내자. 라고 말했다.

그이는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눈치였지만, 내가 끌고 나와버렸다.

동생한테는 얼버무려서 설명했다.

그냥 우리가 불편해져서 나왔다고. 그렇게만.

그이와 관계를 가졌다.

그이가 무언가 달라진 것 같아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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