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54화 (54/62)

〈 54화 〉 외전. 박아름

* * *

띵동

호출음이 들렸다.

누군가가 들어온다는 신호.

“선생님, 216번 면담입니다.”

뭐야 벌써?

라고 하기엔 언제 이렇게 시간이 좀 지나 있었네

숨을 한번 크게 내 쉬면서 저번에 봤던 드라마를 생각했어. 맞아.얕보이면 안되지만, 친절하게. 응.

“들어오세요.”

살짝 간격을 두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지.

그러더니, 드르륵 드르륵 바퀴 끄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라.

처음에는 휠체어 인가 싶었어.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을 휠체어에 태워서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렸는데 말이야.

문을 똑똑 두드리고는, 드르륵 거리는 바퀴 소리와 함께 들어 온 걸 봤을 때는 정말로 한동안 말이 좀 안나오더라…

우선, 단단한 철제 프레임으로 되어 있고, 바퀴가 달려 있었으니까. 일단 휠체어가 맞았어.

그런데, 왜 수감자로 보이는 사람이. 저렇게 있는 걸까…

발, 발목, 종아리, 허벅지, 가슴 아래, 가슴 위, 목, 머리, 팔, 손목, 심지어 손가락이랑 발가락은 조그마한 구속구들로 칭칭 감겨 있는데, 그 촘촘하고 두터워 보이는 의료용 구속 벨트들로 얼마나 살을 쎄게 조였으면 사이사이로 살이 꾸욱 눌러져서 튀어 나오는 게 보였어. 게다가 엄청 커 보이는 재갈까지 물고 있어서, 침이 질질 내려가서 벨트 사이로 솟은 가슴에 뚝뚝 흐르는 게… 대학교 다닐 때 남자친구랑 같이 봤던, 비현실적인 싸구려 포르노를 보는 느낌이었어. 왠지 모를 불쾌감이라고 할까?

게다가 그제서야 깨달았는데, 촘촘히 조여진 벨트들 틈 새로 보이는 살색들이

아… 이 사람… 알몸이구나… 싶더라고.

벨트 사이로 볼륨감 있는 맨 가슴이 한 눈에 보였거든.

멍 하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뒷전으로. 정간호사님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휠체어를 뒤에서 밀고 들어와 책상 바로 밑 바닥에 있는 홈에 바퀴를 딱 끼우더니, 휠체어 바퀴를 그곳에 고정시키고, 내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나가 버렸어.

절대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더라.

그리고 그 뒤를 바짝 붙어서 따라오던 사람은.

출근 첫날 복도에서 마주쳐서, 나한테 길을 가르쳐 줬던, 그 귀엽고도 사람 좋은 언니였던. 정유미 교도관이

그 때랑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로 느릿느릿 걸어오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아 박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전에 봤죠?”

하면서 태연하게 웃으면서 나한테 말을 거는거야.

바로 앞에서 수감자가, 사람이, 휠체어에 태워져서, 저렇게 꽁꽁 묶인 상태로, 눈동자를 저렇게나 떨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바쁘게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데.

어쩜 저렇게 태평하게…

무언가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그제서야 들었어.

면접을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여기 오는 과정이나, 이상할 정도로 보안에 집착했던 교육이라던지, 수상한 시설들, 마치 말 못하는 맹수를 관리하는 방법처럼 쓰여져 있었던 매뉴얼들.

근 일주일 정도 동안 겪었던 모든 일들이 톱니 바퀴처럼 끼리리릭 돌아서는, 드디어 제 자리를 맞춰서 부품이 돌아가는 느낌.

맞아.

이곳은 이상했어.

왜 내가 지금까지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이상한 거 투성이었어.

특히나 지금 눈 앞에서 싱글 생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뽀얀 피부의 이쁘장한 교도관은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온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어서…

우두두 소름이 돋았어.

“아 안녕하세요… 정유미 교도관님…”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

나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받아주면서 재빨리 눈을 굴리면서 환자를 살펴봤어.

혹시… 내가 착각할 수도 있잖아?

아무리 여기 사람들이 이상한 거라고 해도, 어쩜 모르니까…

우선 눈에 보이는 건, 촘촘히 몸에 둘러져 있는 벨트들 사이로 볼록 튀어나와 있는 가슴이었어.

유두를 중심으로, 시퍼렇다 못해 보라색으로 보일 정도로 멍이 들어서는, 무언가로 꼬집었는지, 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회복이 빠른 부위라, 어지간해서는 저렇게까지 흔적이 남기가 힘든데 대체 어떻게 저렇게 된걸까.

복부 쪽에도 멍이 가득하고, 통증에 민감한 허벅지도 시퍼렇게 물 들어 있어, 거기까지 살펴보고 나서야 난 알 수 있었어.

아 이건 명백히 잘 아는 사람이 한 짓이라고.

저기 쇄골 쪽에 남아 있는 쇄골 쪽에서 보이는 쭈욱 가로로 긁힌 상처를 제외하고, 몸에 남아있는 모든 흔적들은 모두 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들 수 있는지, 어디를 건드리면 몸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하지 않고도 더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 어디를 어떻게 건드리면 몸을 영영 못쓰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런 지식들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끝에, 사람을 철저하게 괴롭힌 흔적들이었어.

그것들을 보면서,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지.

명백한 학대와, 고문들.

사람 좋게 싱글생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정유미 교도관의 시선도 같이 느껴졌어.

“어때요 박선생님. 일은 좀 할만해요?”

“음… 잘 모르겠네요…”

“처음은 다 그렇죠 뭐, 저는 처음 왔을 때 실수를…….”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 머리 속이 엄청 어지러워서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고. 자기가 가는 길도 아닌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 길을 찾아주고, 열심히 해라고 응원까지 해주던 사람이, 과연 이런 짓을 했을까? 정말로 모르는 게 아닐까? 그러기에는 흔적이 너무 적나라해서 모를리가 없을 정도인데.

나는 건성건성 정유미 교도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적당히 대꾸했어, 여기서 너무 이상하게 굴면 안될 거 같았거든, 눈으로는 싱글싱글 웃으며 환자 의자에 앉아 나한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정유미 교도관을 보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지금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이 이름도 모르는 216번 수감자를 살폈지.

혹시 모르잖아? 그러니까 여기 온지 얼마 안됬으니까, 혹시 범행 중에 이렇게 다쳤을 수도 있고, 무언가 사고가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확실하게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거든, 저 휠체어 다리 부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확실히 하자고, 봐봐 정유미 교도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잖아.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수감자의 무릎을 손 끝으로 살짝 만졌어.

원래라면 라텍스 장갑을 껴야 하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럴 생각도 들지 않더라.

손 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그 사람의 몸이 흠칫 거리면서 떨리는 게 그대로 느껴졌어.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한 손으로 다리를 벌렸지.

원래 그러라고 만들어진 것처럼, 아주 부드럽게 휠체어의 관절 부분이 움직이면서 다리가 벌려지더라 그런데, 굳이 많이 벌릴 필요도 없었어, 아주 조금 보였던 걸로 충분했어.

질구가 닫히지도 못한 채 뻐끔거리고 있고, 그 주변 색이, 새파랗다 못해, 완전히 보라색으로 물들여져 있었어. 안쪽 허벅지 색도 마찬가지로, 게다가 성기 전체가 퉁퉁 부어 있고, 특히나 음핵도 대체 무슨 짓을 한건지, 빨갛게 부어 올라 있었어.

정말로 명확한 성폭력의 흔적이었지. 그것도 최근의.

그걸 눈으로 본 순간.

더 이상 앞에서 같은 나이 대 여자들끼리 잘 지내보자는 정유미 교도관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더라.

머리 속의 이성이 소리 쳤어.

무언가 이상해.

무언가 잘못됐어.

라고.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어.

일단은 이 사람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접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저기 정유미 교도관님?”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안좋던데 왜 그래요?”

쿵쾅쿵쾅

심장이 뛰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기 혹시 정간호사님한테 가셔서 데스크에 있는 제 가방에서 노트북 좀 가져와 달라고 하실 수 있나요? 제가 일할 때 꼭 필요해서요 부탁할게요.”

말하면서 숨이 조금 가빠지고.

“네?... 음… 원래 규정상 수감자랑 단 둘이 두는 건 안되는데…”

“제가 그게 없으면 일을 못해서 그래요… 그렇다고 지금 여길 나갈수도 없고…”

손끝이 떨려오는 걸 진정시켰지.

“음…. 그러어어엄….”

과연 속아 넘어갈까?...

미소를 띈 채로 보이는 약간의 머뭇거림.

그 찰나의 순간 동안

내가 지금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지 실감이 들더라.

그리고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

아주 잠깐 동안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봤어.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태연한 척을 했지.

그리고 정유미 교도관은 무언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이쪽을 들여다 보다가

뜬금없이

“유미 언니 라고 불러봐요!”

라고 하는 거야. 순간 당황해서.

“네?...”

이상한 목소리가 버렸지만.

“자 빨리 빨리!”

다행이도 정유미 교도관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더라, 그러니까 이렇게 장난을 치는 거겠지?

“유미 언니?”

정신을 차리고 띄엄띄엄.

정유미 교도관은 나한테서 언니라는 말을 들으니까 환하게 웃었어. 그제서야 나는 아주 조금 평정을 되찾을 수가 있었지. 아 이사람은 정말로 모르는구나 싶어서.

“좋아요! 그렇게나 불안해하는 게 뭔가 싶었는데…

덜컥…

그래도 조금 이상하게 보이긴 했나봐

“노트북이 없어서였구나 우리 박선생! 언니가 가져다 줄게요. 대신에…”

정유미 교도관은 곁눈길로 휠체어에 꽁꽁 묶여 있는 여자를 쳐다보며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자 여기 디바이스에 권한은 이미 줬으니까… 음… 자… 조금이라도 수감자가 이상하게 굴면…”

내 책상 위에 있던 디바이스를 쏙 집어 가서 이것저것 조작 하다가

“여기 이 버튼을 눌러서… 수감자를 제압하도록 하세요! 알았죠?”

나한테 화면을 보여주며 당부했어.

마치 어린 아이한테, 부엌의 가스레인지 불을 사용할 때, 조심하라고 타이르는 것처럼.

“네 알겠어요”

“꼭이에요,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움직이거나,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거나, 발버둥을 치거나,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곧바로 눌러요!”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목소리로.

자기 바로 옆에 알몸으로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정도로 꽁꽁 묶여있는 여자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말해서.

“네”

나는 그게 더 무서웠어.

그 뒤로도 몇번이나 더 신신 당부하더니 정유미 교도관은 끝까지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면서 방을 나갔어.

그리고 문이 닫히자 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

“저기요… 저기요… 괜찮아요? 제 말 들려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고, 손으로 맨 어깨를 감싸 만지면서, 눈을 맞추며 물었어.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움찔하면서 놀라던 사람이, 내 목소리 하나에 눈물을 주르르륵 흘렸어. 손 끝으로 덜덜 떨리는 어깨의 오돌토돌한 상처 자국이 전해져 왔지.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게 묶여있는데, 머리도 벨트로 고정되어 있고, 말도 못하는 상태.

하지만.

누가 그러는데, 눈은 마음의 창이라더라.

“제 말이 이해가 되면 눈을 두 번 깜빡이세요.”

느리게 깜빡 깜빡.

“지금부터 제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맞으면 두번 틀리면 한번 이해 했어요?”

깜빡 깜빡.

의사 소통도 가능했어.

“이곳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때렸어요?”

깜빡… 깜빡…

“성폭행은?”

“깜빡… 깜빡…

생각했던 게… 다 맞았어.

질문에 대답할수록, 점점 더 미칠 것 같이 불안해 지더라.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

혹시…

“혹시… 정유미 교도관이 그랬어요?”

차라리 아니길 바랐는데…

깜빡…

아니길 바랐는데…

깜빡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게, 정유미 교도관 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까 전 까지만 해도 내 걱정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리 죄수라고 할 지라도 사람을 이렇게 때리고, 게다가 성폭행까지 하는 건 불법이야.

그런데 이런 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어.

게다가 생각해 본다면… 정유미 교도관이랑, 정간호사랑은 한패겠지.

과연 어디까지 엮여 있는 걸까?

쿵쾅쿵쾅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이 꽉막힌 작은 울음 소리도.

“진정해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쉬… 쉬… 지금 많이 아프죠? 잠깐만… 어….”

맞아 일단은 사람이 먼저야.

진통제 없나?

어떻게 해야 하지?

아 맞아 혹시?

문득 정유미 교도관이 나한테 들려준 디바이스를 찾아봤어.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수감자 관리 통제용 디바이스 라고 했잖아?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더 대단한 거더라고…

배가 얼마나 고픈지.

먹은 것이 어느 소화기관을 지나고 있는지.

칼로리를 얼마나 섭취했는지.

칼로리가 얼마나 흡수되었는지.

몸속에 어떤 약물이 들어갔는지.

그 약물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몸의 어디에 손상을 입었는지.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근육이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신경이 반응하고 있는지.

뇌에서 어떤 호르몬이 나오고 있는지.

어떤 성적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지금 현재의 신체가 어떠한 물질들로 만들어져 있는지 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방대한 데이터들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기는 모든 기록들이.

이 작은 기계안에 고스란히 다 기록이 되어서.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었어.

만약… 만약에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고 버튼 몇개만 누르면, 이 자리에서 근육으로 가는 신경을 자극시켜서 어떤 운동을 시킬 수도 있겠지.

아니면, 신경계를 조작해서 극심한 추위를 느끼게 만들거나.

호르몬을 조작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거나, 증오하게 만들 수도 있을거야.

어쩌면, 이 자리에서 심장을 멈춰버릴 수도 있을거고… 다시 소생시킬 수도 있겠지.

그리고 정말로 어쩌면… 마음만 먹는다면, 그럴 의지만 있다면.

이만큼 정밀한 기록과 측정이 있으면.

이 사람이랑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온 몸에 소름이 우다다다 돋았어.

비명을 질러버릴 것만 같은 걸 간신히 참았지.

다리가 벌벌 떨리더라.

그리고 앞의 사람을 봤어.

입이 재갈로 막혀서 우는 것도 제대로 못하고, 눈동자만 데구르르 움직여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아까 슬쩍 봤는데, 체온도 엄청나게 높고, 질 안쪽으로 무언가 날카로운 거에 베여서 생긴 상처들도 많고, 성기 주변에 있는 핏줄들도 다 터져있고, 성감 신경이나 통증 신경도 전부다 제멋대로에, 요도나 항문도 엉망으로 다쳐서는, 그리고 무엇보다, 갈비뼈가 부러져서는 폐에 닿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이 사람 지금 엄청나게 아플거야.

애초에 이렇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고.

아… 이 사람 이렇게 묶어두면 안되는데

어떻하지? 어떻하지?...

맞아.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우선은 통증을 줄이고…

다음에는 체온을 내리는거야…

이대로는 위험해.

비명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을 간신히 억누르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이리 저리 화면을 돌려서 어떻게든 통증을 줄여 주려고, 뇌에서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만드려고 하는 순간에.

덜컥.

하고 문이 열리면서 정유미 교도관이 들어오고.

그대로 눈이 마주쳐 버렸어.

“나 왔어! 박선생…..”

그 천진무구한 목소리에.

심장이 멈춰버리는 것 같았어.

어떤 말을 해야 하지?

어떻게 말 해야 하지?

뭐라고 설명하지?

난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머리 속을 멤도는 수많은 생각들.

하.. 난 좃됐구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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