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51화 (51/62)

〈 51화 〉 막간

* * *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른 채.

그저 눈을 꾸욱 감고.

뜨거운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땀줄기를 느끼면서.

하반신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진동과, 그에 맞춰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견뎠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흐으읏… 흐아아…. 하아… 하아…. 끄으으으읏….”

어딘가 아픈 강아지가 낑낑 거리는 것 같은 256번의 신음 소리도 같이…

얼마나 더?...

얼마나 더 이대로 있어야 하는 걸까요?

대체 언제쯤 끝나는 걸까요?

그래도 교도관님이 오시면 멈춰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대체 언제쯤…

언제쯤….

“흐으으읏… 하아아… 흐앗… 흐으으으으으… 아아아…..으으….”

“우으으으으… 그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

“하아…. 흐읏… 흐으으으으으으…. 하아아아… 우우우우우… 우우…”

“끄으으읏… 으으읏… 끄아아…. 하아하아…하아… 흐으으으읏…. 끄으으으읏…”

“히이이이이… 후우우우우우… 끄으으으으… 으아… 아아아…”

사람이 아닌 돼지나 개가 낼 법한 낑낑거리는 256번의 아픈 목소리만이 좁은 방 안을 공허이 채우고 있을 때.

바닥에서 구둣소리가 전해져 왔습니다.

무겁고. 규칙적이고. 적당한 간격의. 발소리.

교도관님.

256번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려 왔던 교도관님.

“흐으읏… 흐아아아…. 아… 아아아아..”

무언가 맥이 풀려 버렸는지 입 밖으로 계속해서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발소리는 256번의 머리맡에 멈춰서 또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곳이 가장 어울린다는 것 마냥. 산발이 되어버린 256번의 머리 위에 교도관님의 구두가 올라왔습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

256번의 유일한 희망이 지금 이곳에 있었습니다.

256번은… 말 잘 들었는데…

한번도 반항 안했는데…

교도관님 명령도 다 잘 들었는데….

벌리라면 벌리고…

구르라면 구르고…

넣으라면 넣고…

박으라면 박고…

먹으라면 먹고…

싸라면 싸고…

전부 다..

전부 다 잘 했는데…

그러니까… 그러니까…

틀림없이 교도관님은 256번은 용서 해 주실 겁니다.

이렇게나 힘든데…

이렇게나 괴로운데…

이렇게나 죽을 것 같은데…

이렇게나 고통스러운데…

말도 잘 들었는데…

그러니까… 교도관님은 분명 256번을 용서 해 주실거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하지만… 하지만…

신은 항상 변덕쟁이에…

심술쟁이에…

신이 256번에게 허락한 공기는 더 없을 정도로 잔인해서…

“256번… 자꾸 귀찮게 이럴 겁니까?...”

방금 전까지 알 수 없는 기대에 달아오르던 온 몸이 꽁꽁 얼어버리는 교도관님의 서늘한 목소리에.

“아… 아아아아?… 으끄으으으으…”

멍청한 신음 소리를 흘리면서.

“교육 태도도 엉망이고, 행동도 굼뜨고, 침이나 질질 흘리면서, 종일 하는 거라고는 하루종일 발정나서 멍청하게 물이나 질질 흘리는 거 밖에 없나요?"

“아… 아아아아… 잘못… 잘못해써여어… 쟐모해쎠여어어어… 으아아아 쟐못해… 으으으읏…”

256번을 교도관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 몸을 벌벌 떨어대며 그저 그저 교도관님의 용서를 구하는 인형처럼.

그런 순간조차 냄새나는 엉덩이가 진동에 떨려 바보같이 씰룩거리는 게 멈추지 않아서

숨겨지는 것 하나 없이 적나라한 물튀기는 소리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도 숨기지 못하고, 교도관님에게…

“말이랑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지 않습니까 256번? 아무래도 반성하는 태도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만?"

반성… 반성… 반성… 반성… 반성하는 태도…

256번이 어떻게 하면 교도관님께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까요?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256번은 꼴사납게 온 몸을 벌벌 떨면서도, 손가락 끝에 온 힘을 주어 물이 질질 흐르는 엉덩이를 한계까지 벌리며 애원했습니다.

"아니에여... 아니에여... 잘못 쟐모해써여! 반성하고 이써여어... 그 그러니까 제발... 더 더 더 반성 할테니까... 겨도관님 말도 더 잘 들을 테니까...”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움직여 가며, 풀린 발음으로 숨쉬듯 자연스럽고도 또 땅바닥을 기며 비참하게 교도관님께 자비를 구하는 것이 오직 256번에게 허락된 모든 것 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단 한번만 이라도

제발 딱 한번만 이라도..

진짜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제발…

딱 한번만이면 충분하니까, 그러면 더는 말 안할 테니까…

한번만 가게 해 주셨으면….

“먈… 잘 드를테니까아… 제발 한번만 가게... 으으으읏?"

짝!

물과 살이 튀기는 찰진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올라오는.

아무런 쓸모 없이 물만 질질 흘려대는 보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고통.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이 화들짝 놀라 덜컥 거리는 몸.

“끄읏….…… 끄으……..”

아랫배를 울리는 격통과, 몽롱한 정신 속, 머리 속에 울리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징벌을 받는 중인데도 하라는 반성은 안하고, 발정나서 보지나 벌렁거리면서 가고 싶다고 빌빌거리는 꼴이 정말 볼만 하군요 256번…”

“우으…….. 끄……….

잘못했다고 말 해야 하는데…

발정나서 잘못했다고… 보지 안벌렁거릴테니까… 더 똑바로 반성할테니까… 잘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으………. 끄…………”

목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오직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 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끔찍하게 불길한 예감이.

“본 교도관이 256번 방으로 온 것은 256번과 놀아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256번이 징벌을 받는 도중에 자기 구멍하나도 간수하지 못해서 징벌 기구를 싸질렀기 때문에 내려온 것입니다.”

“으………. 끄으…..”

징벌… 징벌… 징벌… 징벌… 징벌… 징벌… 징벌…

그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 마자.

따닥. 따닥. 따닥. 따닥.

딱딱한 것 두개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256번의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

하지만 여전히 아랫배가 너무 아파서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자. 여기 새 징벌 기구를 넣어 드리죠.”

256번이 제 손으로 스스로 벌리고 있는 구멍 속에 쑤욱 들어오는 말랑하고 작은 무언가.

256의 가장 소중하고 비밀스러운 곳을 만지는 손길에 아무런 배려도, 주저도 없는 교도관님.

그리고 그걸 끝으로

“그럼 본 교도관은 퇴실하도록 하겠습니다. 256번.”

멀어지는 발소리 끝에.

작은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이.

그리고 노래하듯이.

“아… 징벌 기구를 다시 삽입하면, 징벌 시간은 리셋되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56번. 징벌을 성실히 받으세요.”

조곤조곤 그런 말을 남기고.

교도관님은 알몸으로 혼자 남겨져, 침과, 콧물과, 눈물을 질질 흘리며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허리를 들여 올려, 물이 질질 흐르는 엉덩이를 양 손으로 벌리고 있는 256번을 뒤로 한 채, 방을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동.

다시 시작되는 징벌.

다시 시작되는 지옥.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더욱 심해질 뿐.

원래 있던 징벌 기구는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라서, 뱃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더부룩함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 작은 크기였는지, 여전히 더부룩함은 남아 있지만 그렇게까지 부담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꽉 오므려지는 여린 속살에 짝 달라붙어서 질벽을 긁어대며 부르르 진동하기는 하면서, 256번이 생각 이란 걸 수 있는 여지를 남김 없이 뒤흔들어 버렸지만.

덕택에 256번은 지금이 무엇을 하는 시간이었는지.

256번은 방금 전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256번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저그저, 아무런 생각도, 사고도, 이해도, 없이. 교도관님의 목소리에 따라 시켜지는 대로 행동할 뿐.

더 이상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걸까요.

쾌감은 끝도 없이 높아져만 가서, 아픔이랑 구분되지 않고.

더 이상 생각을 하는 것도 지쳤습니다.

조금 지나고 나서야 교도관님이 더 큰 징벌 기구가 아니라, 더 작은 기구를 넣어 주셨는지 알 수 있었는데.

면적이 작아진 만큼, 더 큰 힘을 가지고 조여야지 얼얼하다 못해 내장이 불타는 것 같은 전기 충격이 멈추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르는 잔인하리 만큼 힘든 징벌 속에서, 거의 본능적으로 구멍을 조여가며, 마치 교도관님이 말로 조종하는 인형이 된 마냥,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또. 욱신욱신 떨려오던 아랫배가 다시 한번 편해진 것 같은 느낌이…

꽁꽁 얼어붙은 고개를 간신히 움직여 아래를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

허연 물에 범벅이 되어버린 까만색 징벌 기구가 256번의 체액으로 웅덩이진 바닥을 굴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