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막간
* * *
“이 장치는 앞으로 징벌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사항이 없으면 항상 삽입된 상태로 생활하게 되실겁니다. 징벌은 전처럼 조건을 다 채우면 자동으로 끝이 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으으으…”
조건?...
저번 징벌…
그땐 그러니까… 몇일을 그 상태로 그렇게…
그러니까 이번에도….
몽롱한 정신 속, 축축하게 젖어오는 아래와, 선명하게 싹트는 공포.
“256번. 그럼 남은 교육 열심히 받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256번을 남기고 방을 나가는 교도관님.
멀어지는 발 소리에, 혼자 남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머리 속. 그리고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 앞일에,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공포는 이제 온 몸을 잠식해서, 이빨이 덜덜덜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좁은 방.
그리고 그 뒤로, 잠깐의 쉴 틈도 없이, 지긋지긋한 교육은 다시 시작되었고, 그것과 동시에 징벌 또한 시작 되었습니다.
처음은…
처음은 그래요…
사실은 견딜만했어요.
일단 어떻게든 아랫배에 힘을 줘서, 구멍을 조이기만 하면 되는 거라….
숨을 쉬는 거를 어떻게든 조절하면서 힘을 주면…
그래도 견딜만 했으니까요…
자면서도 외울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교육들.
악몽에 나올 것만 같이, 한없이 천박하고 외설스러운 자세를 취한 채.
조금이라도 교육에서 한눈을 팔면, 곧바로 징벌과 매도가 쏟아지는 끔찍한 시간들.
그리고 교육이 앞으로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아랫배에 힘을 꽉 줘서, 구멍을 있는 힘껏 조이고 있는 와중에, 주먹보다 작은 말랑한 공이 꾹꾹 여린 살결에 조여져서는 부르르 진동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옅게 떨리는 온 몸.
몽롱한 정신.
온기나, 편안함이나, 좋은 것들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끔찍하고 아픈 것들은 살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어서…
영원히 깨지 않는 악몽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칠칠 맞게 헤 벌려진 입술 사이로, 미쳐 삼키지 못한 침이 질질 흘러 턱을 타고 천천히 밑으로 흐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유난히 느리게만 가는 것 같은 시간 속.
“으으… 아아… 아아아아앗… 흐으읏… 끄으으으으으….”
윙윙 울리는 진동 소리.
벌벌 떨리는 다리.
그리고 물이 진동하는 소리까지.
“흐으으읍… 끄으으으읏… 하아… 하아… 흐아아앗… 흐으으으으읏!”
딱 1초.
딱 한번.
정말정말정말 딱 0.1초만 진동이 계속되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좋을 것 같은데.
가게 만 해 준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정해진 우주의 법칙처럼 딱 절정에 다다르기 99.9999퍼센트에서 멈추는 진동.
그리고 그 잠깐의 힘이 풀린 틈새를 타고, 지지직 여린 살에 흐르는 전기 충격과, 아주 조금씩 쎄 하게 차가워지는 것 같은 뱃속. 또다시 안쪽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망가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서둘러 숨을 후욱 들이 마시고는, 아랫배에 힘을 꾹꾹 넣었습니다.
그리고 간신히 진정된 후에, 이번에는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줄을 타고 온 몸에 흐르는 전기 충격과, 귀를 때리는 것 같은 매도에.
다시 또 힘이 스르르 풀려버리면…
여린 속살들을 비집고 그 안에서 꾹꾹 존재감을 과시하던 물컹한 징벌 기구에서 내장을 안쪽에서 일그러뜨리는 듯한 전기 충격이 또…
뱃속과 온 몸을 유린하는 전기 충격 사이에도 본능적으로 구멍을 꾹꾹 조이면서, 다시 또 흐트러진 자세를 되돌리면, 이번에는 아주 조금 더 강해진 진동이.
같은 수순이 끈임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어느새 몸으로 느껴질 만큼, 진동도 점점 커지고, 절정에 이르는 시간도 점점 짧아져서는…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목소리가… 목소리가,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데, 대체 저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몸은 미치도록 뜨거운데… 아랫배는 차갑고.
피부에 닿는 모든 공기가 끔찍하게 달콤하고…
내뱉는 숨이 뜨겁고....
전신이 부숴질 것 같이 더럽게 아픈데, 명령 받은 자세가 아니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데…
입에서 칠칠 맞게 흘러나온 침이 턱을 타고 또르르 내려가 실선을 만들고, 그게 쇄골의 움푹 튀어나온 곳에 고여 있다가, 슬그머니 내려가, 볼록한 가슴을 타고 내려가서는, 아주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를 타고 흘러 다른 끈적한 물과 만나 허벅지와 움푹 파여진 엉덩이골을 타고 뚝뚝 끈적한 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려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구멍 속의 민감한 속살들에게서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탱탱한 감촉의 징벌 기구.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 공을 꽉꽉 깨물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게…
갈 것 같은데… 갈 것 같은데… 가고 싶은데.. 정말로 갈 것 같은데… 진짜 딱 1초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가고 싶은데… 갈 수 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괴로워… 그만 느끼고 싶어… 진짜 좀.. 그만… 그만…
하루 종일 온 몸의 신경이 그곳에 집중되어 버려서는 마치 침이랑 물만 질질 흘리는 바보 인형이 되어버린 것 마냥, 하루 종일 멍하니…
교육이 다 끝나고, 오늘의 교육 태도가 매우 불량하다면서, 교도관님이 매도 섞인 약간의 훈육을 내려 주실 때도.
256번의 위치가 얼마나 밑바닥에 있는지 똑똑히 알려주는 취침 점호 시간 때도.
심지어 딴짓 못하게 사지가 꽁꽁 묶이고, 안대에 재갈까지 씌워진 후, 잠을 자야 할 때도.
그저 24시간 내내 멍 하게…
조금이라도 졸아서 아랫배에 힘이 빠져 버리면, 잔인하리 만큼 여리고 민감한 속살 속에서 푸슈슉 피어 오르는 전기 충격과, 아랫배가 몽근하게 차가워지는 냉기에 화들짝 잠이 달아나 버려서, 다시 또 밤새 끙끙거리며, 두 구멍을 조이느라…
결국 제대로 된 잠을 자기는커녕…
상태는 심각해지기만 해서…
점점, 점점, 점점, 가지 못하는 횟수가 중첩 될 때 마다.
점점, 점점, 점점, 이성이 날아가 버리고.
온 몸이 답답하고.
죽을 것만 같이 괴롭고.
뜨거운데도 또 차갑고.
어지럽고.
지긋지긋 하고…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정신은 멀쩡한게…
밤새 축 늘어져서, 온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을 질질 흘리는데… 엉덩이 밑이 끈적한 물로 축축히 젖어버렸습니다.
잠깐 정신이 끊어졌다가, 다시 전기 충격에 돌아오기를 한참을 반복하고…
결국 밤 내내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꿈틀꿈틀 물만 쏟아내다가…
다시 또 아침이 밝았습니다.
징벌 기구를 몸에 삽입한 지 간신히 하루가 지났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요?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야 할까요?
더 이상 몸에 남은 힘도 없는데…
아침 점호는 256번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이제 진짜… 진짜… 한계인데… 더는 못 버티겠는데…
그래도 교도관님이 명령하시니까…
움직여야 합니다…
교도관님의 명령에는 절대복종 해야 하니까요…
.
..
…
….
…..
……
“흐으읏… 하아… 하아… 끄으으으… 흐읏……. 하아하아….”
입술 사이를 비집고 삐져 나오는 열기 띈 숨소리, 그 안에 섞인 아픈 소리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울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허벅지랑 종아리에 붙어있는 살을 부들부들 떨리게 만드는 진동 소리도 같이 웅웅….
벌벌 떨리는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헤 벌려진 입술 사이로 침이 실선을 그리며 내려가서 가슴을 타고 주르륵 흐르고,
허벅지 사이로, 물이 방울방울 쏟아져 내려오고.
이 좁은 방 안이…
방 안이..
이렇게나 더웠었나요?
이렇게나 뜨거웠나요?
아랫배가… 묵직하게 아파서는… 더는 견딜 수 없는데…
그런데도 자극은 끝나지 않아서…
더 이상 몸에 남은 힘도 없는데…
그만… 그만… 제발… 아니 한번만… 그만… 흐읏… 더는 싫은데… 뜨거… 뜨거어어어… 그만.. 그만… 아파… 아파아.. 너무 아파… 배 아파…
256번은 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죠?
그저 세상이 멍 하게 느껴져서는…
마치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아무 생각도 없이, 아랫 부분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닮은 고통에 끊임없이 짓눌리면서…
그저 그저… 멍하니…
서서히… 서서히… 저라는 존재가 작아져 가는 느낌…
그리고 그 위로 미칠 것 같은 공포와…. 또 아주아주 작은 희망이…
희망이…
교도관님이 생각 났습니다…
빨리 교도관님이 256번의 징벌을 끝내주시길…
그저 바라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멍~하니 그저 멍~하니.
마치 외부의 자극에 둔하게 반응하는 신경초처럼.
들어오는 명령에 따라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그저 멍하니…
그러다가 아랫배가 너무 떨려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버려서.
갑자기 어질어질 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져버려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극이 계속되어서.
미쳐버릴 것 같고.
죽어버리고 싶고.
더는 느끼기 싫은데, 계속 느껴버리고.
가고 싶은데 가지도 못하고.
살이 아플 정도로 벌벌 떨리는데도, 이런데도 계속 느끼고 있는 256번의 몸이 증오스러울 정도로 원망스러워서.
“흐으… 흐으으… 끄으으읏…. 하아하아… 끄흐흐흐흣…”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힘을 꾹꾹 주던 아랫배에서 잠깐 힘을 풀린 사이.
툭…
바닥에서 툭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몸이 쓰러진 걸까요?...
아… 근데… 뭐지?...
왠지 조금 편해진 거 같기도…
마치 녹슨 로보트처럼 끼기긱…
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움직여서 바닥을 바라보았습니다.
몽롱한 시야 속 보이는 새하얀 바닥.
그 위에 256번의 체액으로 고여버린 작은 물 웅덩이.
그리고 그 위에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춰버린…
주먹보다 조금 작은 검정색 공.
틀림없이 256번의 뱃속에 들어있어야 할 징벌 기구가… 왜 바닥에 있는 걸까요?...
생각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저 멍~해서…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려서.
256번이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게… 왜 바닥에…
제 몸 안에 있어야 할 게 왜?...
그리고 뒤 늦게 들려오는 교도관님의 목소리가.
“256번 지금 즉시 대기 자세 6번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라는 무미건조한 명령에.
256번은 그저 멍한 눈을 두번 느리게 깜빡 깜빡거리고는, 느릿느릿 무거운 몸을 움직여서, 자신의 체액으로 웅덩이진 바닥에 이마를 딱 붙이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이나 헛손질을 하다가 간신히 엉덩이를 붙잡고 지금도 끈적한 물이 질질 흐르고 있는 구멍을 벌리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주저도, 머뭇거림도, 부끄러움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담담하게…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지도 모른 채.
그저 눈을 꾸욱 감고.
뜨거운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땀줄기를 느끼면서.
하반신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진동과, 그에 맞춰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견뎠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흐으읏… 흐아아…. 하아… 하아…. 끄으으으읏….”
어딘가 아픈 강아지가 낑낑 거리는 것 같은 256번의 신음 소리도 같이…
얼마나 더?...
얼마나 더 이대로 있어야 하는 걸까요?
대체 언제쯤 끝나는 걸까요?
그래도 교도관님이 오시면 멈춰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대체 언제쯤…
언제쯤….
“흐으으읏… 하아아… 흐앗… 흐으으으으으… 아아아…..으으….”
“우으으으으… 그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으으으으….”
“하아…. 흐읏… 흐으으으으으으…. 하아아아… 우우우우우… 우우…”
“끄으으읏… 으으읏… 끄아아…. 하아하아…하아… 흐으으으읏…. 끄으으으읏…”
“히이이이이… 후우우우우우… 끄으으으으… 으아…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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