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48화 (48/62)

〈 48화 〉 막간

* * *

"지금부터 본 교도관은256호의 내실 안으로 입실 하겠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벌써 수십번은 들은 그 목소리.

그 목소리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몸.

그리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

바닥을 울리는 딱딱한 구두소리가,바닥에 딱 붙어있는 이마에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질 때 마다.

되살아나는 기억.

불과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웅웅 맴도는 목소리.

“스물 여덟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 배설하지 않습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지옥 같은 배변욕구.

온 몸에서 비오 듯 쏟아지는 식은 땀.

그리고 언제까지도 끝나지 않는…

거칠어지는 숨.

공포에 잠식되어서 미쳐버릴 것 같지만…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미쳐버리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몸.

더 이상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위를 자신의 손으로 벌려서 보여줘야 한다는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은 일말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그저.

피부가 꽁꽁 얼어 붙을 것만 같은 공포.

공포 뿐.

“256번…본 교도관의 명령 없는 배설 행위는 규칙 위반인 걸 잘 아실거면서…저번에 받았던 징벌이 부족했던 걸까요?….”

등 뒤에서 들리는 차가운 목소리.

단어 한마디 한마디 마다,핏줄이 얼어붙는 느낌.

잘못했다고.

그렇지만 제 몸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제 잘못이 아니지 않냐고.

그래도 잘못했다고.

제발 징벌 만큼은 용서해 달라고.

그것 말고는 뭐든지 다 할 테니까…

벌리라고 하면 벌리고,싸라고 하면 싸고,맞으라고 하면 맞고,짖으라고 하면 짖을테니.

제발 징벌만큼은…

그렇게 애원하고,부탁하고,매달리고 싶지만.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제가 입을 열어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은,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허락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저 바닥에 이마를 딱 붙이고 입을 꽉 다문 채,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하아…똥이나 질질 흘리면서도 씹구멍 벌렁거리는 것 좀 보세요…누가256번을 같은 인간으로 보겠습니까?...”

“이젠 똥오줌도 제대로 못 가리고,구멍도 못 조이고, 256번을 어디다가 쓰면 좋을까요?이걸 갖다 버리지도 못하고 정말….”

지금 이 시간에도 엉덩이골 사이로 뚝뚝 떨어지는 끈적한 건더기.

더 이상…도저히…부정할 수 없는 교도관님의 말.

교도관님은 저를 이유 없이 매도하고 계신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실을 말하고 계실 뿐.

“………..으으으으….으으으….우으으으…”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서러움 섞인 울음 소리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이 낮게 우는 소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아니 생각을 해 보세요 어떻게 사람이,똥오줌도 못가려서 이렇게 질질 싸는 겁니까?이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요?아직도 본인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대답해 보세요256번.”

그렇게 한마디 한마디,사람을 바닥의 저 밑까지 짓누르는 말들을 내뱉는 교도관님.

굳이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아도 제 등에 내리쬐는 뜨거운 시선.

그 눈빛을 통해,저는 교도관님이 저에게서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알았습니다.

“저 저는....사람이…아니에요…저….저는…”

오열을 억지로 집어 삼키며 띄엄띄엄 더듬거리는 목소리.

마치 중대한 비밀을 고백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저 스스로에 대한 체념이었을까요?

눈을 꾸욱 감은 채.

조용한 공기.

바닥에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불규칙하게 헉헉거리는 숨소리.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성노예…해암 교도소의256번 입니다…”

그리고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한글자 한글자 힘을 줘서….

제가 무엇인지.

어떤 존재인지.

교도관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해암 교도소의 죄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성노예….

그것이 바로 저.

256번.

“하…그래도 징벌방에서의 교육이 나름 잘 들었던 모양이군요.”

여전히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

하지만 아주 작은 만족감이 섞여 있는 것에,아주 작은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땀으로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 끝으로,두툼한 살을 꼬집듯이 꽈악 잡아서 벌리고 있는 엉덩이 사이에 날아 들어오는 딱딱한 구둣발.

“하아…씨발…그래도 어떻게 사람이 애기 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똥을 질질 쌀 수 가 있는 것이죠?...”

교도관님은 경멸에 찬 따가운 목소리와 함께,정말 역겨운 것을 다룬다는 발길로,저의 민감한 살 사이로 딱딱한 가죽 구두를 아래 위로 쓱쓱 움직이더니.그 구두를 저의 머리맡에 턱 놓고.명령했습니다.

“하아…그래도 정리는 해야겠죠?...여태동안256번이 싸질러 놓은 것들 전부 다…”

설마…설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거는 너무…

너무 잔인하잖아요…

너무 더럽고…

끔찍하고…

어떻게 그런 걸…

“전부 다 핥아서 정리하세요.”

정말로…?

진짜로?...

아니 어떻게 그걸….

말이 되나요?

정말 잘못 들은 거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도무지 힘을 줘도 닫히지 않는 구멍 안에서 꿀렁꿀렁 무언가가 새어 나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엉덩이골을 타고 흐르는 불쾌한 감촉.

하지만 생각도 하기 전에.

교도관님이 내린 명령의 진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제가 그 말에 감정을 가지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제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은.

“네 교도관님…”

이란 대답 뿐.

바닥에 쳐 박혀 있던 고개를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교도관님의 구두를 보았습니다.

특징 없는 두툼한 까만색 구두.

그리고 구두 윗등에 묻어 있는 허연색 건더기들.

끔찍한 냄새.

바로 위에서 교도관님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감히 고개를 들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 앞에 놓여진 교도관님의 구두는 당장에 입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어서,자세를 바꿔도 된다는 명령을 들은 적은 없으니,벌벌 떨리는 상체를 가슴으로 지탱하면서,얼굴을 쭉 뻗어서…

제일 먼저 입술이 구두에 밑부분에 닿았습니다.

뒤 이어 따라오는 코를 찌르는 악취.

그리고 고개를 움직여서 조금 더 입술을 위로 올리니 닿아 버리는 끈적한 질감.

“으으윽…우우욱….”

아무 것도 속에 들은 게 없는데…

내장이 뒤집어져 그대로 입 밖에 튀어 나올 것 같은 끔찍한 구토감.

하지만 여기서 또 무언가를 구멍 밖으로 뱉어낸다면,그것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 건 틀림없이 저 일것입니다.

그것도 입으로 뱉어낸 것을 다시 입 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는 식으로…

아니 애초에 저것도..

제…제…뒤에서 나온 건데…..

생각하면 안됩니다.

생각하면…

주어진 명령에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그저 따를 뿐.

눈을 꾸욱 감고.

입을 벌렸습니다.

그리고 혀를 쭉 내밀어서.

혀 끝이….닿았습니다…

질척질척 물겅한 질감.

이 끔찍한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을 만큼 정말로 정말로 지옥의 찌꺼기 같은 정체모를 맛.

마치,더운 여름 시장통 구석 하수구에 잔뜩 버려진 고기 찌꺼기들 썩은 것으로 만든 것 같은…

비리고,시고,쓰고,짜고,눅눅하고,그리고 쓸데없이 따뜻하고.

“으에엑…으으으윽…우욱…”

목구멍 바깥 쪽으로 신물이 올라오는 걸 어떻게든 꾹꾹 참아면서…

그제서야 저는 새삼스럽게 실감했습니다.

이게…이 허연 건더기가..

그러니까 저 구두에 묻은 게..

제가 방금 핥은 게…

제….제….그….

그거….그….똥….인것이죠..

저는 제 똥을 핥아 먹으라고 명령 받았고…

그리고 저는 그걸 해야만 하는거고…

그런 생각들이 스치는 와중에.

몽롱한 머리 속에 가득 들어차는 것들은.

먹어야만 합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먹을 수 있을까요?...

이걸 다 먹으면…징벌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과연 제가 이걸 먹을 수 있을까요?...

반드시 주어진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징벌을 받게 생겼는데…

절대 징벌만큼은…징벌방 만큼은…

설령…설령…

제가 싼 똥을…제가 먹게 될 지라도….

징벌방 만큼은…피해야 합니다…

같은 것들 뿐.

싫다 라던가.

못한다 라던가.

할 수 없다 라던가.

같은 부정적인 말들은 머리 속에 스치지도 않는 게…

더더욱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서…

사람?...

저는…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야…

생각…생각을 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떻게든 입을 벌려서…

혀를 움직여서..

구두를 핥아서..

그걸 입 속으로…

입 속으로…

그리고 목을 움직여서

꿀꺽…

“케흐흐흑…쿨럭쿨럭…쿨럭…크으으읏…끄…..”

뭔가를 느끼기도 전에.제일 먼저 몸이 반응했습니다.

그것도 저의 멍청한 머리로 상상했던 바로 그 최악의 방법으로 말이죠.

그 뒤에 휩쓸려 몰려오는 끔찍한 자극들.

코를 넘어서,머리 속을 휘젓는 것 같은 악취.

눈으로 보이는,질질 흐르는 침과,위액에 섞여 내뱉어진 신물들,그리고 그것들과 석여버린 건더기들.

저의 모든 것을 역겨움으로 지배하는 듯한,입 속에 조금 남아있는 아주 조그마한 파편.

아…이 광경은…틀림없이 오늘 밤…꿈에 나올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오늘 밤 꿈은 틀림없이 악몽 이겠죠.

“이…미친 년이!!!!씨발!장난하나!”

그리고 저 분노에 찬 목소리와.

뒤 이어 그대로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발길질 까지.

퍽!

퍽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제 머리에서.

삐~~

귀에서 이명이 들리면서.

눈 앞이 새까맣게 변하더니.

다음 순간에 눈을 떴을 때는.

머리가 지근지근 밟혀서 저의 토사물에 얼굴이 깔아 뭉개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바지에…튀겼지..않습니까…더럽게…씨발…..씨발….씨발….”

그 뒤로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폭력은 계속 되었습니다.

압도적인 충격에 무너져 쓰러져 버린 몸.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발.

저항할 생각도,기력도 없이 그저 무기력하게.

“윽….으윽…..끗….”

마치 축구공을 차는 것 마냥.

딱딱한 구두로 있는 힘껏 뒷통수를 걷어 차여서는.

푹신한 바닥에,퍽 하는 소리와 함께,이마가 쎄게 부딪히고는 다시 반동으로 얼굴이 위로 튀어 올라오면.

또 다시 구두에 차여서…

파도 치듯 반복되는 폭력.

머리가 어질어질 합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가,다시 밝아졌다가를 반복하고.

귀에서 나는 삐~~~소리가 점점 더 커지면서.

점차 감각이 둔해지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불연듯 하반신에서 축축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씨발!씨발!씨발!씨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몽롱한 머리 속,짧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대로…만약 이대로 간다면…이제는 정말로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적어도…머리가 망가져서 바보가 되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그러면…정말로 좋을건데…

정말로…편해 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저의 바람대로,발길질은 멈추지 않아서.

어느덧 눈 앞이 보이지 않게 되고.

세상이 뜨거워지고.

더 이상 눈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게 되고.

그리고…그리고…

파지지지지지지직.

내장을 태우는 듯한 끔찍한 아픔과.

보이지 않는 손이,심장을 꾸욱 잡아,그대로 쥐어 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슴에서부터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 저릿저릿한 감각.

파르르르릇 벌벌 떨리는 몸.

억지로 떠지는 눈.

흐릿한 시야.

“언제까지 엎어져 있을 겁니까256번….하아…빨리 바닥에 흘린 것들 정리하세요…”

“아… 으아아아…으으으으…”

눈물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로…

편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빨리!”

다 무너진 몸을 억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전기 충격.

저는 어쩔 수 없이 명령을 수행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저는 그걸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니까.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살려주시는 성노예니까요…

눈 앞이 깜깜하고.

온 몸이 무거워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고.

숨도 잘 안쉬어지고.

귀에서 삐 소리는 계속 나고.

손끝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묘하게 주변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인데.

그런데….

제 머리 속을 맴도는 교도관님의 명령만큼은 확실해서.

이미 벌려져 있는 입을 오물조물 움직여서.

숨을 크게 들이 마십니다.

그러면 공기와 함께 끔찍한 것들이 입 속으로 밀려 들어와서.

침을 삼키는 것 같이 꿀꺽 하면,그것들이 배 속으로 들어가서는…

다시 콜록 거리고…

그리고 다시…

다시 뱉어내고.

또 다시 밀어 넣고.

솔직히 이제 더이상 맛이나 향이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스스로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본능이 자꾸만 거부하는 것인지,입에 들어가는 족족 다시 토해내고,또 그것을 다시 후르륵 마셔대고,또 토해내고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더러운 벌레처럼 자신의 토사물로 온 몸이 범벅이 된 채 꿈틀거리며 그것을 다시 입 속으로 밀어 넣는 저.

그리고

"빨리 하세요 시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재촉하는 교도관님.

아주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는 기색이 보인다면 곧바로 온 몸을 덮치는 전기 충격.

저의 머리를 토사물 속으로 꾹꾹 짓밟아 밀어 넣는 무거운 구두

사람의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매도 또한 그치지 않고…

"하 씨발...존나 더럽네...그렇게나 맛있습니까?미친년 같으니..."

"씨발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압니까? 256번같은 더러운 년 먹이기에는 과분한 겁니다.한방울도 남김없이 싹다 먹으세요. "

"하 씨발...아주 그냥 소리까지 내면서...맛있습니까?하...어이가 없네... 256번이 그러고 있는 모습을 지금 몇명이 보고 있는 줄 압니까?어쩌면 모르죠256번 부모님도 지금 보고 계실지도..."

교도관님의 그 말에,사방을 가로 막는 벽들 구석구석에서 새삼스럽게 시선들이 느껴졌습니다.

얼굴도 알 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낳아주고,길러주신 부모님.

하지만,그렇다고 해서,지금 하고 있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명령에 복종해야만 합니다.

저는 그 수많은 시선들 앞에서,자신이 뱉어낸 토사물 위를 알몸으로 구르며,그것도 모자라 그것을 바닥에 얼굴을 붙여 후루룩 마셔 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를 수 없는 그런 존재로 보이겠죠.

교도관님은 딱히,저를 매도하고 계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사실을 말씀하고 계실 뿐.

그게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저.

제가 아직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맞아요…

생각..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해요.

몽롱한 기분.

우웅 거리는 머리 속.

벌벌 떨리는 손 발.

찐득하고 미지근한 액체가 온 몸의 피부 위를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

그리고 입 속에 밀려 들어오는 걸쭉한 액체들과,간간히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건더기들을 꿀꺽꿀꺽 넘겨 삼키다가.

다시 토하고.

또 먹고.

다시 토해내고.

다시 또 그걸 입 속으로 삼키고.

때때로 온 몸의 내장을 태우는 듯한 전기 충격을 받고,또 때때로는 머리를 발로 차이거나,엉덩이를 밟히거나,아니면 또…그곳을 차이거나,또 또…아랫배를 차이거나…

그러면 다시 또 토해내고.

다시 또 토해낸 것을 입 속으로 밀어 넣고를 반복하고.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이 몽롱하지만,만약 이런 꿈을 꾸고 있다면,이건 틀림없이 악몽이고,꿈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하지만,내장을 뒤집는 이 구역질과,벌벌 떨리는 온 몸,끈적한 질감은,지금 당장에 혀를 깨물고 싶어지는 이 비참함은,절대로 꿈이 아니라서…

열심히…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어느새 부터인가,징벌방에 대한 공포도 사라지고.

그저 명령에 복종하자는 생각으로.

몇번이나 토하고,그걸 다시 삼키고.

교도관님이 구두의 구두를 혀로 청소하고.

구두 밑창을 깨끗하게 빨고,핥고.

바지에 조금 튄 것 까지 청소하려다가,머리를 밟히고.

“하 씨발…내 옷에 손대지 마십시오256번.똥으로 가득 찬 하수구가,자기가 싼 똥을 그렇게나 맛있게 쳐먹는 당신 혀보다 차라리 깨끗할 겁니다.”

혐오가 가득 담긴 지독한 말들을 귀로 삼키며.

“이쪽은 이제 얼추 다 된 거 같으니까,뒤쪽에 것들도 치우십시오.”

신발 밑 창으로 뺨을 툭툭 쳐서 방향을 뒤로 돌리게 만드는 교도관님

엉덩이에서 그대로 흘러나와 바닥에 쌓여버린 희꺼무리한 건더기들.

그리고 그 속에 섞인 노란색 액체.

이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맞아..뒤쪽에 것들도 치워야지요…당연히..

제가 한 것들이니까…당연히 제가 치워야 합니다.

후르륵,후르릅

끄에에엑…끄에엑…

추잡한 소리와 함께.

여전히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몽롱한 정신.

깜빡이는 시야.

그리고 바닥에 쌓여있는 노랑 섞인 허연 건더기.

아찔해지는 눈 앞.

막막한 심정.

바닥을 핥고,빨고,토하고,다시 핥고,빨고,토하고,토한 것을 다시 먹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몽롱하고,진짜같지 않은 현실.

영겁과도 같이 기나긴 끔찍한 시간들.

온 몸에 찍히는 선명한 신발자국이 하나 둘 늘어가고.

이미 내장이 새 까맣게 타버린 것 같지만,전기 충격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수 백번 엉덩이가 걷어 차이고.

수 십번 머리가 짓밣히고.

그러다가 잠깐 눈 앞이 캄캄해면서,온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가,다시 흐릿한 시야가 돌아오고.

그렇게 어느덧 허옇고 노란 건더기가 쌓여 있던256번방…저의 집의 하얀 바닥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그게 제가 토하는 건더기에 다시 덮어지고,또 줄어들고.

과연 얼마나 반복했을까요?

시간을 짐작할 수 없는 끔찍한 시간들이,악몽처럼 쌓이고 쌓인 끝에.

바닥에 있던 모든 건더기들을 제가 싼 것들을…

국가와 국민 여러분들이256번에게 주신 귀한 음식을 간신히 다시 입 속으로 집어 삼켰습니다.

이렇게 아까운 걸 결코 남겨서는 안되죠…

설령 그게…그러니까..

아니에요 생각하면 안됩니다.

생각은 나쁜거에요.

저는..

256번은…

명령을…

교도관님이 주신 명령에…

복종했습니다.

교도관님이 칭찬도 해 주셨어요.

더러운 돼지같이 자기가 싼 똥을 핥아 먹는 것 하나는 잘 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

256번은 그 경멸 섞인 칭찬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며 마음 속 깊이 감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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