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47화 (47/62)

〈 47화 〉 막간

* * *

그리고 오늘.

징벌방에서 나온지2일차.

어제와 똑같은 명령.

어제와 똑같은 자세.

어제와 똑같은 교육영상.

정신과 육체,모두 한계에 한계까지 쥐어 짜내졌던,징벌방의 후유증은,당연한 말이지만 고작 하루만에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니,아마,앞으로 저에게 남은 모든 날들 동안 평생의 후유증으로 남을 게 분명하겠죠.

하지만 적어도.어제처럼 툭 하면 기절해서,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자신의 타액으로 흠뻑 젖은 땅바닥에 엎어져서,내장을 불태우는 듯한 전기 충격에 벌레처럼 꿈틀거리지는 않는 수준 까지는,회복 되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자꾸만 꼬꾸라지는 몸.

헤 하고 벌려진 입에서 질질 흐르는 침.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수면부족과 피로로 멍~한 머리 속,웅웅 울리는 목소리.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벌렁 거리며 칠칠맞게 물을 질질 흘리는 그곳.

교육이란 이름의 뇌세척은.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제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제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

저는 어떤 마음을 품어야 하는지.

항상 교도관님이 명령하는 자세를 취해야 하며,교도관님이 누우라고 하면 눕고,서라고 하면 서고,엎드려라고 하면 엎드리고,벌리라고 하면 벌려야 한다던지.

365일24시간 눈을 뜨고,눈을 감을 때까지,언제,어디서나,어떠한 때,어떠한 상태에 있더라도,교도관님의 명령에 절대복종 할 것.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네 교도관님”이라는 말 뿐이며, “싫어요”라던가, “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물론이고,반항도,저항도,거부도,부정도,심지어 교도관님의 명령에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던지.

저는 사회에서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해서,원래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하지만,국가와 국민들의 온정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고,평생을 사회에서 격리당한 채로,국민과 국가에게 봉사하는 성노예로서 일생을 다 해야 한다던지.

도저히 인간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범한 저를 살려주신 국민과 국가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그런 저를 교육해 주시고,관리해 주시며,또 통제해 주시는,교도관님께 특별히 더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제가 피해를 끼쳐드린 피해자 분들과,그 유족분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매일매일 훌륭한 성노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던가…

사람의 근본을 뒤흔드는 듯한 말을 정말 가볍게도,정말 아무렇지도 않게,그리고 끝도 없이,같은 내용에 단어만 바뀌면서,계속해서,반복되며,진행되었습니다.

그 상태로 몇 분을.

몇 시간을.

몇 번이나 쓰러지면서.

쓰러질 때 마다 전기충격으로 벌벌 떨리는 몸을 일으키면서.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침을 뚝뚝 흘리면서.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눈을 조금이라도 돌리면,곧바로 매도와 함께 전기 충격이 날아오는 지옥 같은 시간들.

굳이 이런 의미 없는 교육을 더 하지 않아도.

저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할 의지도,힘도,기력도,생각 조차도.

이젠 제가 원래 누구였는지 조차…

더 이상 생각하기도 조차 싫은데…

굳이 또 이렇게 까지…

비참함은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늘어났습니다.

화면 속.저랑 같은 음란한 포즈로,말도 안되는 말들을 무표정하게 읽어대는 알몸의 여자.

살집이 골고루 붙은 탄탄한 몸,풍만한 가슴.

바짝 선 유두와,클리토리스.

그리고 엉덩이 골 아래로 줄줄 흐르는 물.

그 모습에서 눈을 돌리지도,귀를 닫지도 못한 채,계속 빤히.

화면 속 여자와 똑같은 자세에…

똑같이,끈적한 애액이 엉덩이 골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불쾌한 느낌을 참으면서…

그렇게 온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바닥에 조그마한 물 웅덩이가 맺혔을 쯔음에,교육은 일단 일단락되었고.

매일 한번씩 돌아오는 배식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기에 한도 끝도 없이 무서워지면서.

하지만 배가 너무 고파서…항상 고파서…조금 이라도 입에 무언가가 들어오기를 바랬기 때문에…

위장 속으로 커다란 튜브가 목구멍 속에 쑤셔 넣어져서,그 토할 것 같은 냄새와,끔찍한 질감의 기름 죽 같은 무언가가 입도 거치지 않고,질식 할 때 까지,억지로 쑤셔 넣어지는 그 행위가.

아주 조금은…

정말로 아주 아주 조금은.기대가 되었습니다.

저항하거나,반항할 의사 따윈 이제 더 이상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도,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벌을 주겠다는 말을 빼먹지 않는 교도관님께 순순히 교도관님에게 저의 온 몸을 맡겨서,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일 틈도 없이 두꺼운 벨트에 온 몸이 꽁꽁 묶여버리고,구역질 나게 기다란 튜브가 억지로 벌려진 입 속에 쑤셔 넣어지진 후,코가 집게로 막혀서는.

벨트에 꽁꽁 묶인 온 몸을 미친 듯이 바둥거려도,벨트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뿐.

아무것도 삼키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뱃 속을 자꾸만 채우는 느낌.

웅웅 거리는 펌프 소리.

숨이 꼴까닥 넘어가면서.

눈 앞이 캄캄해지고.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정말로 죽을 거 같은데.

정말정말 숨막혀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

그런데도 끝나지 않고.

이제 정말 한계인데도.

더는 죽을 것 같은데도.

그래도 끝나지 않아서.

그대로 머리가 멍~해 지다가.

눈 앞이 깜깜해지고.

그러다가 툭 하고 눈 앞이 깜빡 했다가.

입 밖으로 내장이 쑥 하고 튀어나오는 끔찍한 감각과 함께.

“콜록 콜록 콜록 으에에엑 콜록 콜록”

위 속으로 들어갔던 끈적한 죽들이 위액과 섞여서 입 밖으로 토해져 나오고.

“256번.항상 말하지 않습니까. 256번 같은 흉악한 범죄자가 국민 여러분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먹을 것을 남기면 안되는거라고.당장 먹어 치우세요.”

제가 뱉어 낸 토사물 위로 제 얼굴을 구둣발로 밟으며 명령하는 교도관님과.

그 상태로 혀를 움직여서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나오는 그 끔찍한 허연 것들을 입 속으로 밀어 넣는 저.

항상 있던 일이었습니다.

흐르는 눈물도.

헐떡이는 숨도.

계속해서 솟아 오르는 구역질을 억지로 집어 삼키는 것도.

혀를 움직여서 바닥에 뱉어낸 저의 토사물들을 쓰르릅 마셔대는 것도.

매일매일 항상 있었던 일 이었습니다.

매일매일 구역질 나고.

매일매일 아프고.

매일매일 괴롭고.

매일매일 갑갑하고.

매일매일 미칠 것 같고.

그런 나날들.

그리고 그런 비참함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익숙해지기는 커녕,더 심해질 뿐.

심지어…심지어…

배식 후 다시 시작된 교육 시간.

똑같은 자세.

똑같은 영상.

똑같은 여자.

똑같은 말들.

그리고 똑같은 시간.

더 심해지는 구역질.

더 심해지는 고통.

더 심해지는 괴로움.

더 심해지는 갑갑함.

심지어,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이상한 목소리의 환청이 들리는것 같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심해지는 비참함.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예고도 없이.

한참동안 어깨로 숨을 들이 쉬면서,멍하니 영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엉덩이 구멍에서 무언가가 아무런 저항도 없이 스르르 흘러나와,엉덩이골 사이로 무언가 끈적한 것이 주르르륵 흘러서 땅바닥으로 철펄철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양 옆에 달려있는 거울을 통해 보이는,왈칵 열려있는 엉덩이 구멍을 타고…주르륵 흘러내리는 조금 묽은 하얀색의 질척한 건더기.

그리고 지독한 냄새.

굳이 고개를 아래로 돌려서 바라보니

엉덩이살을 타고 내려와 허벅지를 타고 뚝뚝 흐르는 건더기들…

구멍이….구멍이 닫히지 않아서….

계속 뽁 하고 열려있어서…

아무리 힘을 줘도 닫혀지지 않아서…

그래서…그래서…

그게 그대로…

“흐윽….흐으으윽…끄으읍…으으으으으….흐으으으윽….”

여기서 일어나서,눈을 감을 때까지,항상 계속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몸 속 깊은 곳까지 찌르르르 파고 들어서,눈과 코를 향해 쏟아지는 그 비참함에.

울음이…

울음 소리가…

입술 밖으로 삐져 나왔습니다.

“끄아아아아아아..으으윽…흑…시러…시러어어..으아아아아아….끄흡…흐으읍..으아아..으허허허허헝…”

서럽디 서러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오열.

이제는 정말로 교도관님 말 대로,화장실도 못 가리는 그런 구제불능인 몸이 되어버려서.

그렇게 오열하는 가운데에,온 몸을 벌벌 떨면서,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데도,교도관님이 명령하신 자세 만큼은 또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허벅지를 타고 다리로 뚝뚝 떨어지는 묽은 건더기의 감촉이 더할나위 없이 불쾌해서…

비참함이…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싶을 정도의 비참함이.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는 게 낫겠지만,그런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그 더러운 사실에.

그리고…그리고…

몸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가.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배설을 해버렸다는 공포가…

규칙 위반.

징벌.

규칙을 위반한 수감자는 반드시 징벌을.

징벌방.

다시 떠오르는 그 지옥들이…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저의 처지가,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구멍이 더 이상 닫히지 않게 되어버리면 어쩌지,같은 생각이나,정말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게 아닐까?같은 게 아니라.

그저 그저 징벌이…

온 몸이 벌벌 떨려올 정도로 다가올 징벌이 두려운 것이…

그 사실이…

저를 가장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한참동안 재생되던 동영상이 픽 하고 멈추면서,뒤이어 좁은 방 안을 메아리 치는,피부를 울리는 차가운 목소리.

“256번 지금 뭐하는 겁니까?...하아….”

그 한숨 하나에

그 목소리 한마디에.

꽁꽁 얼어 붙는 몸

쿵쾅쿵쾅 뛰기 시작하는 가슴.

“대기 자세6번으로 대기 하세요.”

곧이어 떨어진 명령.그리고 그 명령이 귀에 듣자 마자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반응하는 몸.

좀벌레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아무런 저항의 의사도 없다는 표시로.이마를 바닥에 딱 붙이고.

다리를 살짝 벌린 후,냄새나는 엉덩이를 최대한 들어 올리고.

저의 발정난보지 구멍과,냄새나는 똥구멍을 교도관님께서,잘 보실 수 있으시게 양 손으로 있는 힘껏 활짝 벌리는 자세.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손가락이 새 하얗게 될 정도로.엉덩이에 손가락 모양의 멍이 남을 정도로,교도관님이 저의 더러운 구멍들을 한눈에 잘 보실 수 있으시게끔,있는 힘껏 벌려야 한다는 것.

명령을 받은 그 순간에,억지로 꾸역꾸역 멋대로 머리 속에 입력 되졌던 지식들이 자동으로 재생되었고,저는 그에 맞춰,있는 힘껏 냄새나고,더러운 엉덩이를,교도관님이 보시기 좋으시게끔 벌렸습니다.

아무리 힘을 써도 다물어지지 않는 엉덩이 구멍 안에서,꿀렁꿀렁 빠져 나오는 허연 건더기.

끈적한 질감이 엉덩이골을 그대로 타고 내려와서.

똑같이 왈칵 열린 채,종일 물을 질질 흘리며,도무지 닫히지 않는 분홍색 구멍을 한번 쓰윽 훑고 내려가서는,허벅지로 뚝뚝.

그 끈적한 건더기들이 몸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길 마다,소름이 우두두 돋을 정도로,불쾌한 질감.

이 이상 더 창피할 일도.

이제 더 이상 비참해질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깊은 바다 밑에는,그 밑에 깔린 모래 속이 있듯이.

그 바닥에는 더더욱 깊은 절벽이.

비참함이라는 차가운 감정에도 똑같이…

저의 모든 것이.

여자로서의 모든 것이.

인간으로서 모든 것이.

이미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몸이 망가져 버린 것이 눈에 보이니까…

그대로 느껴지니까…

또 그것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하니까…

대체 왜 제가.

제 탓도 아닌데.

저를 이렇게 만든 교도관님의 잘못이 아닐까요?

아닙니다….아마 저의 잘못이겠죠..

맞아요…모두 저의 잘못이에요…

그러니까 벌도….

벌도….

싫어…제발 싫어…다시는…싫어…싫어…싫어…싫어…징벌은 안돼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내 잘못도 아니잖아 싫어…싫어…더는 싫어…싫어…나보고 어쩌라고 싫어…싫어…싫어…싫어…제발 싫어…싫어…싫어…징벌은 싫어…싫어…싫어…싫어…다시 징벌방은 싫어…싫어…죽여줘 싫어…징벌 만큼은 안돼 싫어…싫어…징벌 만큼은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징벌방은 싫어…진짜 내 잘못도 아니잖아 싫어…싫어…싫어…싫어…차라리 죽여줬으면 싫어…싫어…싫다고 싫어…싫어…징벌은 싫어….다시는…징벌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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