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46화 (46/62)

〈 46화 〉 막간.

* * *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없이.

더 이상 아무런 느낌도 없이.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계속 절정에 몸부림 칠 뿐,

그것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저… 난 이대로 영원히 이렇게 있겠구나.

계속 이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데도, 계속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계속 이상태 이대로 박제되어서 영원히 계속.

더 이상, 절정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가 어떤 상태인 것인지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계속. 영원히.

그렇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도.

그러고도 한참 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징벌은.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돌연 갑작스럽게 끝나 버렸고.

이제 이틀.

이틀이 흘렀습니다.

징벌이 끝나고 난 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 채, 바닥에 널부러져 헐덕이는 저를 억지로 억지로 이동 준비를…

펑 열려서 영영 닫혀지지 않을 것 같은 엉덩이 구멍에 한가득 관장액을 집어 넣고.

저게 정말 제 몸에 들어가나? 싶을 만큼 커다란 딜도를 있는 힘껏 쑤셔 넣어서, 구멍을 막아버리고.

틀림없이 보여서는 안될 안쪽의 분홍색 속살 안쪽이 훤히 열려서 보이는 걸 또 커다란 딜도를 꾸역꾸역 쑤셔 넣어서 막아버리고.

안대에, 목줄에, 재갈에, 묘한 촉감의 불쾌한 팬티까지.

징벌을 받은 직후라 해서,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교도관님은.

“원래 징벌을 받을 때도 이렇게 스스로 징벌방까지 이동하게 해야 하지만, 처음이라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서 봐줬던 겁니다.”

라고 말하며 딱딱한 바닥에 엎어져 씰룩거리는 저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 차면서…

저는 오히려 교도관님의 구둣발에 밟혀가며, 그 전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교도관님의 자비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만약… 만약 다음에 저 스스로, 징벙발까지 와야 한다면… 저는 제대로 움직일 수나 있을까요?

의식이 없는 쪽이 훨씬 나을 게 분명 합니다.

그 뒤에 계속 된 징벌방에서 제가 원래 있던 256번방 까지의 이동은. 정말 기적과 다름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계에 한계까지 바닥나서, 더 이상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운 몸.

온 몸을 채찍에 전기 충격에, 관장에다가, 그 전까지 얼마나 가버렸는데도, 또 가버리는 지긋지긋한 이 몸뚱아리에. 이렇게나 느리면 다시 징벌방으로 돌아갈 거라는 협박까지 겹쳐져서.

차갑고 딱딱한 땅바닥을 벌레처럼 엉금엉금 기어서.

가슴살이 바닥에 쓸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런 걸 신경 쓰고 있을 겨를 따윈 없었습니다.

정말 조금씩 조금씩.

사람도 아니고 정말로 벌레가 되어버린 것이냐는 매도를 받으며.

이제 정말 힘들다거나

정말 미칠 것 같다거나

제발 그만 해 달라던가

너무 힘들다던가.

같은 의사 표현 조차도 하지 못한 채.

이상하게 변해버린 몸은,

주인의 바람과는 달리.

온 몸을 찌릿찌릿 적시는 쾌락이나.

화끈거리는 고통은.

또 이렇게나 생생하게, 뼈에 사무치게, 너무나 지나치게 잘 느껴지는데, 그 지나친 자극에서 잠깐이라도 도망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지금 당장에 쓰러져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힘든데, 몸을 짓누르는 지나친 피로감에, 눈을 한번 깜빡이는 순간에 잠들어버려도 좋을지언데…

그런데 제 몸은…

그저 벌레처럼.

명령받은 일을 할 뿐.

침과 눈물 콧물을 뚝뚝 바닥에 흩뿌리고, 땅바닥을 맨살로 쓸어내리며 이동하는 동안.

너무 민감해지다 못해, 이젠 제발 아예 없어졌으면 좋겠다 싶은,두 구멍을 가지고 노는 딜도들 덕에, 셀 수 없을 만큼 또 가버리고.

또 배, 다리, 발바닥, 어깨, 엉덩이, 허벅지, 심지어 그곳까지. 채찍이 닿을 수 있는 모든 부위에, 새빨갛다 못해 시퍼런색에 가까운 수많은 채찍 자국들이 새겨졌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내장을 태우는 듯한 찌릿함으로 온 몸을 억지로 일깨우는 전기 충격은 아예 멈추지 않았죠.

그렇게 오랜 시간.

정말로 오랜시간동안, 벌레처럼 꾸물꾸물 이동한 결과. 간신히 저의 좁은 방 안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것 같은 256번 방은.

여전히 끔찍하고.

침대도, 책장도, 세면대도, 가구는 커녕 아예 변기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으면서.

저 하나 누우면 가득 차 버리는, 그런 좁고 어두 컴컴한 공간 이었지만.

사람을 짐승 보다 못한 무언가로 취급하는 듯했던, 좁고 갑갑했던 철제 우리.

그리고 조금 커다란 박스가 아닌가 싶을 만한 크기의 징벌방.

메아리 치던 자신의 비명소리.

좁은 징벌방의 벽에 튀던 쇠창살 틈 새로 날아간 애액.

윙윙 울리는 진동 소리.

이제 더 이상 자신은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 256번방이 저의 집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삐걱삐걱 거리던 몸을 어떻게든 기어서, 정말 간신히 방에 돌아오고 난 뒤에도.

저에게 쉬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말로 몸이 부숴져 버릴 것만 같은데.

온 몸의 모든 부분이 손대면 파삭파삭 먼지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하지만 아프다고 말 하는 것도.

그러한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교도관님이 물어보지 않은 질문에 말을 하는 것도.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말을 하는 것도.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수감자 규칙 위반.

수감자에게 금지된 행위는 하면 안되니까…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으니까….

벌을…. 벌은 싫으니까…

그러니까…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교도관님은 징벌이 끝났으면, 원래 일과에 복귀를 해야 한다면서.대기 자세를 취한 채, 교육 방송을 시청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징벌을 받다가 나왔는데….

정말 죽어버릴 것 같은데…

게다가 교육 방송이란 건… 틀림없이 제대로 된 “교육” 이 아닐건데…

아니에요….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명령하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래야 해요…

그게 256번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대기 자세 4번.

무릎을 꿇고.

교도관님이 저의 벌렁거리는 발정난 보지를 잘 보실 수 있으시게 다리를 활짝 벌린 후.

저항의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손을 머리 위에 올려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슴을 앞으로 치켜 세우는 자세.

틀림없이 수많은 대기 자세들 중에서는 다리가 저리지만, 그래도 쉬운 자세에 속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저에게는 절대 가능할 거 같지 않아서…

그럼에도, 교도관님께 명령을 받으면 반드시 복종해야 되는 거니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과 발 끝을 꾸물꾸물.

그 이상 몸을 움직일 기력 같은 건 더 이상 남아있지도 않는데…

또 또 또 징벌. 징벌방. 같은 소름끼치는 단어가 들리니까…

후들후들,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일으켜 세워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전기충격을 맞고.

목이 조여지고.

그런데도 몸은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이대로 포기할까 하다가도.

다시 징벌. 이라는 단어에 일어나서.

결국엔 자세를 만드는 데 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물론 몇 초 버티지 못하고 다시 쓰러졌지만.

그리고 그 상태에서 교육 방송이 시작되고.

그 뒤부터는…

몸의 어딘가가 망가진 것 마냥.

마치 인형을 조종하던 얇은 실이 뚜두둑 끊어진 것처럼.

깜빡 깜빡. 눈 앞이 흐릿해지더니.

지지지지지지직

지나치게 불쾌한 소리와 함께, 내장을 태우는 것 같은 전기 충격에 다시 눈이 뜨이고.

또 잠깐 꿈틀거리다가, 다시 의식이 흐려지고.

또다시 전기충격에 깨어났다가, 얼마 안가 또 기절하고.

결국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땅바닥에 엎어진 채, 피부가 검게 거슬리는 듯한 전기 충격에 꿈틀 거리다가. 다시 기절하다가, 또 깨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눈을 뜨면 느껴지는 것은.

축 늘어져 탈진한 몸과.

그런 저를 괴롭히는 전기충격.

그리고 귀를 간지럽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

차라리 계속 기절 해 있으면 좋으련만…

문득. 이곳에서 눈을 뜨고 있을 때, 좋았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조금만 쉬었으면…

조금만 잤으면…

아니면 이대로 영영 쉬어도…

결국 저는 그날의, 취침 점호 때 까지 저의 다리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취침 점호 때 또한, 정말 간신히. 교도관님의 도움을 받아서…

교도관님에게 발로 차이고, 채찍으로 얻어 맞고, 이대로 다시 징벌방에 쳐 넣을거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정말 힘겹게, 취침 점호를 끝낼 수 있었죠.

교도관님께서 퇴실 하기 전 지나가듯이.

“오늘의 교육 태도는 정말 형편 없군요 256번. 이대로 라면…. 다시 징벌방에 가게 될 겁니다.”

라고 하신 말씀에.

저는 목이 다 쉰 걸걸한 목소리로.

있는 힘을 다 쥐어 짜 내서.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제성함니다 겨도관님…. 더…. 잘 할게요….”

같은 말을 내 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조금은 쉬게 해주세요” 같은 부탁이나.

“지금 당장에도 죽을 거 같은데, 뭘 더 시키려고 그러는거에요?” 같은 푸념 또한.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정말 있는 그대로 죄송할 뿐.

그리고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

그날 밤은 결국. 다시 징벌방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 라는 그 교도관님의 한마디 덕택에, 하루 종일 밤을 설쳤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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