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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45화 (45/62)

〈 45화 〉 일주일. 징벌방

* * *

아주 어렸던 유치원생 시절에.

목장 체험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재미있게 놀았었던 것 같은데.

저는 엄청 엄청 울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유치원 선생님도, 심지어 부모님도.

엉엉 우는 저를 꾸욱 안아 주고 토닥토닥 해 주면서 달래 주셨는데.

그때 왜 울었냐고 물어보는 말에.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멀쩡했는데, 저만 이상한 것 같았거든요.

제가 그 날 펑펑 울었던 이유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몸이 개조되어서.

좁은 곳에서 지내며

매일매일 우유를 만들어야만 하는 젖소가

불쌍해서 였습니다.

너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그래서 울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어떻게 비춰 보일까요?....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생각이란 것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느껴지는 것은 오직.

단단하고도 말랑한 형태의 딜도가 구멍을 헤집고, 할퀴고, 쑤시고, 지나가는 자극들 뿐.

이제는 퉁퉁 부어버린 것만 같은 클리토리스와,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뇌가 흐믈흐믈 녹아버릴 것 샅은 자극들 뿐.

더 이상 다물어지지 않아, 뻥 뚫린 구멍 사이로 물이 줄줄 흐르는 구멍들에, 딜도가 비벼지며 나는 소리.

찌걱찌걱.

질컥질컥.

그리고 동시에 애액이 뿜어져 나오면서.

푸슉… 푸슈슉…

하는 소리 까지.

무언가 커다란 것이 좁은 구멍을 헤집고 들어오는 자극에 숨을 들이 마시는 것 만으로도, 좁은 방 안을 가득 메꾸는,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로 농후한 여자 특유의 냄새가.

저를 절정 시켜 버렸습니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덧, 눈에는 안과에서나 보았던 눈을 감지 못하게 만드는 기구가 채워져 있어서, 더 이상 시선을 돌릴 수도 없었지만.

좁은 방 안.

그것보다 더 비좁은 우리 안.

바닥을 다 적시는 애액과, 침과, 눈물과, 콧물.

속절없이 달궈지기만 할 뿐, 도무지 차가워지지 않는 뜨거운 몸.

거울은 제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인해 뿌옇게 번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면 제 눈이 흐려진 걸까요?...

구멍이… 구멍이 찢어질것같이 아팠습니다.

쓰라립니다.

뱃속이 손톱에 할켜진듯이 욱신 거리고.

징징 울리고.

뜨거워서 녹아내릴 것 같은데.

또 엄청나게 차가워서 꽁꽁 얼어버릴 것 같고.

퉁퉁 부어 올라서는.

살이 찢어질 것 같고.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그런데도… 계속 좋아서…

좋은게 멈추지 않아서…

너무너무 아픈데도…

너무너무 힘든데도…

너무 좋아서…

계속 느껴버려서…

계속 가버려서….

클리토리스랑 젖꼭지도.

똑같이 퉁퉁 부어 올라서는.

이제는 닳아 없어질 것만 같은데.

그런데도 작은 돌기들의 자극이 하나하나 다 느껴져서는.

아픈데…

엄청나게 아픈데…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나올 정도로 아픈데…

그런데도 계속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이 좋아서…

그만 느끼고 싶은데도… 계속 느껴버리고..

어딘가 고장나 버릴 것 같은데도…

틀림없이 몸이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는데도…

계속 느껴버려서…

도가 지나칠 정도로 좋아서….

제 몸이 망가졌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것도.

아니…

더 이상 “인간” 의 몸으로 살아갈 수 없을 거라는.

예지에 가까운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는 무엇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요.

제발 그만…

그마안……

언제부터인가 생각 이란 것이 없어지고.

말 조차도 사라지고.

몽롱한 정신 속.

머리 속을 뒤흔드는 지나친 쾌감이 사람을 바보처럼 만들어서는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된 시점에.

또다른 자극이 늘었습니다.

좁은 방 안을 가득 울리는 진동.

그리고 소리.

자신의 목소리.

이제 더 이상 목소리 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하나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절대복종 합니다”

“둘 저는 해암 교도소의 수감원으로서 저를 살려주시는 국민들에게 봉사합니다.”

.

..

“다섯. 저는 수감자 규칙을 모두 숙지하며 철저하게 지킵니다.”

수감자 규칙을 큰 소리로 외치는 저의 목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려서는.

백지같이 새하얗게 표백되어가는 머리 속에. 하나씩. 하나씩 소리의 형태로 새겨지는 감각.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데…

아무 자극도 싫은데…

그런데 왜 자꾸만…

그저 그저 가고. 또 가버리고. 또또 가버리고.

참으려고 해도 가버리고.

그만 가고 싶어도 가버리고.

제발 그만 느끼고 싶은데도 또 느껴버리고.

아픈 와중에도 가버리고.

쓰린 와중에도 가버리고.

더는 지긋지긋한데도 또 가버리고.

이제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은데도 또또또 가버리고.

정말로 몸이 부숴져버릴 것만 같은데도 가버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데… 더는 안될 것 같은데 또 가버리고.

너덜너덜한 구멍에 부르르 떨리는 진동이 닿아서 가버리고.

그것 때문에 얕게 숨을 들이키자, 폐 속으로 들어오는 농후한 암컷의 향기에 또 가버리고.

구멍 속으로 딜도가 비집고 들어와 회전하는 자극에 또 가버리고.

클리토리스가 부르르 진동하며, 천천히 돌아가는 돌기의 자극에 또 가버리고.

허벅지에 애액이 부슈슉 튀어서 그게 다리로 흐르는 감각에 또 가버리고.

“…………………아………………………………………………………………….으으……………………………………………………………..끄……………………………………………………………………………………………아아………………………………………………………………….으………………………………………………………………………………………………………………..그………………………………………………아………………………………………………………………………..흐으………………………………………………………으으…………………………………………………………………..아………………………………………………………………………………………………………………………………………………………………………………………………………………………………………………………………………………………………………………………………………………………………………………………………………………………………”

사람.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하고, 아이를 만든다던가.

단지 피와 살과 뼈로 이루어진 동물 이라던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던가, 악하다던가.

그런 것들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은 어떤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헌신적인 부모님의 사랑은 물론 필요하겠죠.

자라온 환경 또한 중요할 거에요.

거기에 여태껏 받아온 교육은 물론.

어쩌면 그 사회의 문화 라던가.

혹시 종교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노래.

혹은 싫어하는 계절.

친한 친구.

이 셀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이 한 사람을 이루는 요소 라고 생각 했을 때.

해암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의 저와.

이곳에 와서 변해버린 저.

256번은.

어떻게 변해버린 걸까요?...

본래 제가 가지고 있던 상식들. 교육들.

다른 남자에게 알몸을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던가.

화장실은 부끄러운거니까, 가능한 독립된 공간에서 해야 한다던가.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 라던가.

만약 하기 싫다면, 안된다고, 싫다고, 거부 표현을 확실히 해야 한다던가.

여태껏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상식이, 교육들이.

해암 교도소의 256번은.

옷을 입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던가…

다른 사람, 설령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도… 몸을 가리는 행위조차 용서되지 않는다던가…

화장실은 항상 교도관님의 허락을 받고.

교도관님이 보는 앞에서.

배설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같은 말까지 같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던가…

섹스는… 성적 접촉은…

사랑하는 사람은 커녕…

거의 다 기계가…

게다가 그러한 접촉에.

아니요. 라던가.

싫어요. 라던가.

부정의 말을 입에 담는 것은, 결코 허락되지 않는다던가…

식사는 즐겁고 건강한 거라던가.

씻는다는 건 중요하고 행복한 거라던가.

20년 동안 교육받아 왔던 모든 것들이.

20년 동안 쌓아왔던 모든 상식들이.

20년 동안 받아왔던 모든 사랑들이.

전부다….

전부다….

여태껏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까만 색으로 덧칠 되어서.

그 모든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다른 것들로 바뀌어갔습니다.

그곳은 여자에게 있어서 소중한 곳이니까, 절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에서.

교도관님이 언제든 명령한다면, 땅바닥에 개같이 엎드려서, 자신의 손으로 엉덩이를 활짝 벌려 냄새나고 더러운 보지를 보여드려야만 한다.

로.

모든 사람에게는 자유가 있다.

에서.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여서는 안된다.

로.

당연한 상식을.

당연하지 않은 것들로.

세뇌와 가까운 교육을 통해.

집요하게. 끈질기게.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이.

원래 자신이 틀렸었다는 듯이.

너가 원래 잘못됐었다는 듯이.

이게 진짜 맞는 거라는 듯이.

여태껏 저를 이루고 있었던 모든 것들을 끔찍한 고통이나, 도가 지나칠 정도의 쾌락을 통해, 새 하얗게 표백 시켜 버린 후.

성노예로서 봉사하는 자세 라던가.

교도관님에게 향한 절대복종 이라던가.

그런 정체모를 새까만 것들로 가득 채워져 버려서.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전과는 너무도 많은 것이 달라져 버려서.

이제는 생각하는 것 보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 더 편한 거 같아서…

김미희. 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아…

더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그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는 안되겠다. 이제 정말로 죽을 거 같다. 진짜로 이대로는 미쳐버릴거야. 같은 수준을 넘어서.

몸이 부숴진다던가.

정신이 망가진다던가.

도 넘어서.

그저 아무런 감정도 생각도 없이, 0과 1로 이루어진 기계처럼.

가고 있다와, 가고 있는데 또 가고 있다, 라는 두가지의 기능만 가진 기계마냥.

그저 미친듯이 침과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기계적으로 애액을 뿜어대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가고 있는데 멈추지 않고 또 가고, 민감한 가운데에 또 가버리고, 미칠 것 같은데도 또 가버리고, 정말로 아픈데도 또 가버리고.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없이.

더 이상 아무런 느낌도 없이.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계속 절정에 몸부림 칠 뿐,

그것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저… 난 이대로 영원히 이렇게 있겠구나.

계속 이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데도, 계속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계속 이상태 이대로 박제되어서 영원히 계속.

더 이상, 절정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가 어떤 상태인 것인지 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계속. 영원히.

그렇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도.

그러고도 한참 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징벌은.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돌연 갑작스럽게 끝나 버렸고.

이제 이틀.

이틀이 흘렀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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