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35화 (35/62)

〈 35화 〉 일주일. 변화

* * *

저는 그때 교도관님의 눈을 보면서 깨달았습니다.

난 여자는 커녕… 같은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 말이죠.

값진…

아주아주아주 비싼 교훈이었죠.

몇일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멍이 든 아랫배가 엄청 욱신거리거든요…

"이것으로 아침 점호는 종료되었습니다. 수감자 여러분들 모두 오늘 하루도 교화 활동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아침 점호도 끝났군요, 256번. 지금부터 대기 자세 1번을 취하십시오”

대기자세 1번은.

바닥에 몸을 바짝 엎드려서, 머리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딱 붙인 뒤, 그 뒤에 손을 꽉지 껴서 올려 놓는 자세 입니다.

앞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등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반항이나 저항의 의지 따위 한번에 날려버리는 무방비하기 짝이 없는 복종의 자세.

하지만 벌써 일주일 째 였습니다.

몸은 기계적으로 움직였죠.

“네… 교도관님”

지긋지긋한 아침 점호가 끝난 후 곧바로 벽 너머로 들려오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벌써 일주일 동안 반복된 아침의 일상.

그리고 이 뒤에 무엇이 다가올지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몸이 굳어오면서, 숨이 조금은 차 오릅니다.

저는…

아니 제 몸은 교도관님의 손길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번째로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교도소 안의 생활에는 규칙과 일정이 있고, 저는 그러한 틀안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틀” 이라는 것이

사람을 성노예 로 만든다던지…

하는 이해도 안돼는 비인간적인 것들 이었지만요

그래도 적어도 규칙은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들어서

교도관님의 말에는 절대복종 할 것.

물론 명령에 복종한다고 해도, 힘들거나 아픈 게 없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약 명령을 어긴다면

그것보다 더 힘든 징벌이 반드시 정말로 반드시 약속처럼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교도소 안에서의 생활들.

사람을 세척 한다던가…

사람의 입에 호스를 쑤셔넣고 억지로 이상한 것들을 먹인다던가…

또… 또… 화장실 조차도…

모든 것이 정말로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것들 투성이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늬우치고 반성하고, 또 자신을 살려준 국민과, 국가의 은혜에 감사하며, 성노예로서 봉사해야 한다는 교화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찌됐든 이 미친 행위들에도 나름의 목적과, 규칙이 있다는 말이죠.

인권도 자유도 없이, 그저 그저 시키는 대로 복종하고… 또 그것 때문에 제가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저만 이상한 사람인 것 마냥.

마치 세상 사람 모두가 지구를 평평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만 둥글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 모든 경험이.

저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본디 죽어야 하는 목숨이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국가와 국민들이 저를 살려주었고, 저는 그 은혜에 감사하며 성노예로서 봉사해야 한다는 그 말도 안돼는 말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24시간 1분 1초도 끊임없이 계속 계속 밀려 들어오는 것이…

계속해서 그런 취급을 받다 보니까, 이제는 슬슬 정말로 그런 것처럼 느껴지는 게…

도무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틀차의 기초 교육이 모두 끝난 후.

오랜 시간 불편한 자세를 취했던 탓에 쥐가 나서 경련하는 팔다리로 저의 땀냄새로 가득한 좁은 방 한가운데에서 대기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저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음을 졸이며 교도관님이 하염없이 오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단지 대기 자세를… 무릎을 꿇고, 다리를 벌리고, 허리랑 가슴을 펴고, 손을 꽉지 껴서 머리 뒤에 붙이는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인데도,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이 가빠오며, 침이 질질 흐르고, 이마에서 흐른 땀이 턱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 거울 너머로 보였습니다.

10분?...

20분?...

30분?...

아니면 한시간?...

어쩌면 두시간?...

그 상태로 오랜 시간 대기하여만 했습니다.

팔이랑 다리가 저려서 감각이 없어질 만큼 오랜 시간을 시간 말이죠.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찔움찔 거릴 때 마다, 아무런 말 없이 날아오는 전기충격을 견디면서, 마치 주인이 오길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교도관님은 과연 언제쯤 오시나 하면서 마냥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한참 있다가 찾아오신 교도관님에게 저의 다음 일정을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은 의사 면담이 있습니다. 입소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간단하게 검사랑, 후속조치랑, 어디 아픈 곳이 있으면, 가서 봐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그 뒤로 곧바로 시작되는 이동 준비.

배가 아플 때까지 관장을 당하고,

또 그 관장을 막기 위해 항문에 플러그가 박히고,

보지에 딜도가 쑤셔넣어지고,

또 그 위에 딜도가 구멍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의류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팬티가 엉덩이에 착 달라붙고,

안대에, 재갈에,

마지막엔 목줄에 리드줄이 찰칵 하고 이어져서는,

방을 나가서, 이동을 하는 것에서 조차, 인권도, 자유도 없을 뿐더러, 보안상의 이유라는 명목으로, 성적으로까지 고문까지 당해야만 하는 이런 지옥 같은 곳 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아프면 의사를 만날 수 있게는 해주는 구나… 하는 생각에, 아주 조금은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가축처럼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면서 기어가다가, 조금이라도 기어가는 속도가 느려지면 엉덩이와 등에 채찍을 맞으며, 바보 같은 신음소리를 재갈 너머로 흘리면서, 턱 밑으로 침을 뚝뚝 흘리고, 몇번이나 딜도의 진동에 가버리고 또 가버리는 바람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가슴이 바닥에 쓸리면서도 이를 꽉 깨물고 교도관님이 목줄을 잡아 끄는 쪽으로 어떻게든 기어가다가, 이번에는 벌벌 떨리는 무릎이 땅에 닿아서 또 전기충격을 맞고…

면담을 위해 의사 선생님이 있는 의무실에 도착했을 때 제 몸은.

제가 흘린 눈물 콧물에 침으로 새빨간 얼굴이 다 망가져서는,

몸은 물론 머리카락까지 땀에 흠뻑 젖은 채,

혹사당한 팔다리를 사시나무 떨 듯 벌벌 떨면서,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억지로 딜도를 물고있던 구멍에서, 질리지도 않는지 엉덩이골을 타고 흐르는 질척한 물이 왈칵왈칵 쏟아져 나오는게 느껴졌습니다.

당장에 뱃속을 막고 있던 플러그가 빠져나오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뱃속의 내용물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눈 앞은 빛 한점 없이 깜깜하게 막혀서, 저절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이 간절한 시선을 교도관님에게 보여줄 수도 없을 뿐더러,

턱이 아릴 정도로 꽉 막힌 입에선 말로 들리지 않는 짐승 같은 신음소리만 아주 작게 새어 나올 뿐.

그저 교도관님에게 명령 받은 대기자세로…

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후, 가슴을 내밀고, 다리를 활짝 벌린 상태로, 무릎을 직각에 가깝게 세운 후, 발 끝으로 서서 간신히 균형을 잡는 그런 자세로…

“자 다 도착했습니다 256번. 예약을 확인하고 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라는 태평한 말을 하는 교도관님의 명령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

척추 끝까지 치솟는 복통과.

가뜩이나 불편한 자세에, 아까 전까지 무리하게 혹사시킨 몸 여기 저기의 근육들이 내지르는 끔찍한 비명.

피부로 느껴지는 살짝 따뜻한 공기.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대화를 나누는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

“오늘 256번 면담 받으러 왔습니다.”

“어…. 안녕하세요 하교도관님! 오늘 예약 되어있으시네요. 선생님 안에 계시니까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감사합니다.”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려서, 금방이라도 쓰러져버릴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배 속이 터져버릴 것 같은데… 1초도 더 못 참고… 싸버릴 것 같은데…

교도관님에게 그 사실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 그런 짓들을 저질렀다가는 틀림 없이 또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기에…

그저 교도관님의 명령을 기다릴 뿐…

저는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어버린 걸까요…

“256번, 그러고 벌벌 떠는 꼴이 꼭 발정난 돼지 새끼 같네요, 그거 압니까 256번? 우리 집 강아지도 화장실을 가리는데, 256번은 똥오줌도 제대로 못가리나 봅니다?”

참지 못하고 아주 조금… 정말 몇 방울 새어 나왔을 뿐인데…

아주 오랜 시간동안 참은 거였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데…

“아… 진짜 더럽게… 금방 싸게 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으십시오.”

정말 1초 뒤, 정말 지금, 지금 당장에, 구멍에 힘이 풀려서 내용물이 쏟아져 나오려고 하는 구멍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굵은 배변 호스가 쑤욱 하고 뱃속 깊숙이 밀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256번, 지금부터 배변을 허가해 주도록 하죠, 선생님이 기다리시니까,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과 함께, 모든 준비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교도관님은 저의 눈을 막고 있던 안대를 벗겨주셨습니다.

눈이 아플 정도의 환한 빛이 잠깐.

그리고 그 뒤에 보인 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은 병원의 풍경이었습니다.

보건실에서 흔히 보는 키와 몸무게를 재는 장치.

벽 곳곳에 붙어있는 예방 접종 포스터들.

사람들이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잡지들.

구석에는 작게 커피와 차도 놓여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러한 의무실의 한 가운데에서 말도 안될만큼 부끄러운 자세를 취한 채, 볼일을….

게다가

의자에는 교도관님과 같은 정복을 차려 입은 여자가 앉아있어서,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하고 있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진 않지만…

아니 오히려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같은 여자면서 제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도 저렇게 무관심하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바로 앞에는 평범한 간호사복을 차려 입은 중년의 여성이, 접수대 너머로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이죠.

그리고 타일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투명한 배변 백에… 연결되어 있는 관이 저의 엉덩이에…

새삼스럽게 올라오는 수치심에 가뜩이나 새빨간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러한 저의 동요를 귀신 같이 알아차렸는지 교도관님은

“뭐하고 있습니까 256번, 지금 아니면, 다음 배변 허가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리고…

눈 앞이 깜깜해질 정도의 배변욕구…

애초에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있건 말건…

사람이 저를 보고 있건 말건…

더는… 더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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