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32화 (32/62)

〈 32화 〉 외전. 광애 (??)

* * *

박하나의 심리학에 있어서의 메이져 필드는, 극한상태에 놓인 인간의 심리 분석이다.

실제로 저번에 발표한 논문이, 전쟁 혹은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의 심리는 어떻게 변화하고, 또한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에 대한 논문이었는데, 그 논문이 엄청 히트를 쳐서,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의 국방부 같은 곳에서도 러브콜이 왔을 정도지.

그렇다 보니까.

실험 계획 000012566호.

극도로 폐쇄된 상태 안에서의 인간 관찰.

인간의 촉각, 시각, 후각, 청각, 미각, 등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자극을 철저하게 차단한 뒤, 인간의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안.

이런 게 나오기도 하는거지.

차라리 몸을 전부다 약품 같은 걸로 녹여버리고, 뇌만 남겨서 방치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

자기 심장 소리도 안들려, 배가 꼬르륵 거리는 소리도 안들려

자기 사지가 붙어 있는지, 자기가 똑바로 세워져 있는지, 거꾸로 세워져 있는지.

여긴 어딘지, 아니 애초에 자신이 살아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마음이.

하루, 이틀, 일주일, 보름, 한달, 반년, 일년, 이년, 십년, 이십년, 오십년, 백년…..

그 오랜 시간동안 그렇게 방치되면, 인간은 과연 어떻게 되는걸까?...

알고싶지 않니?

이 실험을 위해서 일부로 연구소 아래에 특별동을 만들고

특별동 지하를 아~~~주 깊게 팠어.

얼마나 팟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인류가 팔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일걸?

그정도쯤 되면, 지진이 일어나도, 해일이 몰려도, 폭풍이 몰아쳐도, 화산이 터져도, 눈보라가 일어도, 폭탄이 터져도, 아니 핵폭탄이 터져도, 아무런 영향이 없을거거든.

뭐 지구가 두 쪽 나는 건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 다음에 실험체를 2중 큐브 안에다가 넣는거야.

아 그래! 그 전에 잠깐!

너 혹시 Phx1012534Daon.NO23 라고 들어봤어?

응응, 못들어본 게 당연하지… 그걸 알면 너가 이 실험의 실험체가 되줘야 하는데 히히…

대체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엄청 길다 그치?...

연구자들 사이에선 통칭 NO.23번 용액.

혹은 그 특수한 성질 덕분에 현자의 젤이라고 불러.

애기를 들어보니까, 화학 실험을 하던 도중에 실수로 우연히 만들어진 용액인데, 불쌍하게도 이 용액을 만든 화학자는 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구…

아무튼

인간이 만든 가장 비싼 액체인 이 NO.23은 몇 가지 특징이 있어.

첫째론 엄~~~~~청 비싸단거?...

진짜로 농담 아니라 같은 무게 다이아 보다 비싸다?...

너네 실험 예산 따는 거 얼마나 힘든일인지 알아?...

엉?

그렇게 비싼 건 말이야…

진짜 위에 빌고 빌어야지 사준다고!!...

하여간에 비싼 것들은 죄다 재밌어 보이는 것들뿐이야… 힝…

내가 지원 많이 준다는 말에 낚여서……….

크흠크흠 아무튼 간에

두번째론 말이야.

침투하는 성질이 있단 말이야.

액체는 원래 물질에 스며드는 성질이 있잖아?

젖는다 라는 게 그런 식으로 되는거구.

그런데 NO.23은 그 정도가 심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엄청나게 빨리 물질을 뒤덮어버려서, 또 엄청나게 빨리 물질의 세포 구조까지 꾸욱 껴안아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물이라고 한다면, 종이는 쉽게 젖어도, 금속은 젖지 않잖아?

그런데 그런 단단한 금속을 젖게 만드는 거지.

왜 그런지 알아보니까, 침투력이 다른 액체들 보다 극단적으로 좋다고 하더라고.

음… 그러니까, 고양이 같은 애들이 어둡고 좁은 곳을 좋아해서, 작은 구멍이 있으면 그곳에 모여 들어가는 것처럼.

이 NO.23은 세포 단위의 틈새만 있으면 거길 비집고 들어가버린다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NO.23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유지성이야.

그렇게 세포단위로 침식해서 들어간 이후에는, 그 세포 구조가 절대로 변하지 않아.

NO.23이 세포의 변형이나 파괴를 막아버려서,

영원히 늙지도, 변하지도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현자의 젤” 이라고 불리는 거야.

불로 불사의 영약 말이야.

그 밖에 자잘한 성질들은,

열에 약하다던가

무색 무미 무취라던가

액체 안에 산소가 포함 되어 있어서 숨을 쉴 수 있다던가

압력을 받으면 끈적한 젤로 변한다던가 같은 것들이 있지.

내가 왜 이 설명을 했는지 알겠어?

내가 아까 2중 큐브 안에다가 실험체를 넣는다고 했지?

안쪽 큐브 안에는 실험체와 같이 NO.23을 부어 넣는거야.

마치 드럼통에다가 사람을 집어넣고 아스팔트를 부어서 바다에 담궈 버리는 것처럼 하는거지.

게다가 NO.23의 특성상 바깥에서 압력을 조금 가해준다면, 그대로 젤리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실험체는 손가락 하나는 커녕, 눈꺼풀 조차 들어올리지 못할걸?

NO.23이 입 속으로 침투해서, 성대까지 침투해 버리면, 성대를 울려서 소리도 못내.

NO.23이 기도를 통해 폐까지 침투해서, 직접 산소를 유지시킬 테니까, 호흡도 못해.

NO.23이 질 속으로 침투해서, 항상 질 속을 항상 그대로 유지시킬 테니까, 생리도 못해.

NO.23이 항문과 방관 같은 기관도 침식할 테니까, 배설도 못해.

NO.23이 귀랑 코 입 속으로 들어가서, 두개골을 타고, 뇌막을 건너서, 뇌까지 침투될 테니, 굳이 항정신성 약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실험체는 미쳐버리지도 못해.

이렇게 NO.23의 성질을 이용한다면, 실험체는 영구적으로 유지가 가능하게 되는거야.

온 몸의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압력을 가해주는 건 잊지 말아야겠지?

또한 NO.23의 온도도, 실험체의 체온에 맞게끔 항상 조절을 해주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마치 공기에 막혀버린 것처럼.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을걸?

실험체는 자신이 왜 못 움직이는지, 지금 어떠한 상태가 되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거야.

이미 입으로, 코로, 귀로, 항문으로, 질로, 몸에 나있는 조그마한 구멍 하나하나를 통해, 몸 속 내장 깊숙해, 혈액 한 방울, 두뇌까지도 NO.23에 의해서 강제로 범해지고, 억지로 유지당하는 거지.

그 다음 바깥 쪽 큐브 안에는 관측 장비와 컨트롤 장비를 설치 하는거야.

맞아, 혹시나 싶으니까 영양분은 피부로 흡수하게 하자구.

온도 유지 장치 라던가.

각종 카메라들이나, 각종 신체 관측 장비들.

뇌파 탐지기나, 근신호 탐지기 등등.

그리고 관측 장비의 연결은 유선으로 하는거야.

해킹 위험 같은 것도 있으니까.

구멍 바로 위의 특별 연구소까지.

만약에 유선 장비가 고장난다?...

그럼 관측은 더 이상 안되겠지만

영양 공급은 자동으로 되어 있게끔 만들어서 어떻게든 지구가 끝날 때까지 실험체는 그대로 계속 살아있을거야.

누구하나 봐 주는 사람도 없이 말이야…

게다가 깊~게 팟던 구멍 속을 메울때는 말이야, 시멘트처럼 고온에는 액체지만 고체로 굳으면 아주아주 딱딱하고 무거워져서, 인류의 기술로는 뚫을 수 없는 특수 소재로 막아서 굳혀버리면, 그땐 정말로 탈출은 커녕, 꺼내주고 싶어도, 꺼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거지.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촉감도

아무런 시야도

아무런 맛도

아무런 온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거야.

바깥의 소리도, 자신의 심장 소리도, 내장이 꾸르륵 거리는 소리도, 배꼽시계가 울리는 소리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어떻게 서 있는지, 사지는 붙어 있는건지, 몸을 아무리 움직여 봐도,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신이 죽어 있는지, 살아 있는지, 알 수가 없는거지.

자 그 상태로 1시간. 2시간. 3시간. 6시간. 12시간. 24시간.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2주일, 한달, 세달, 반년, 일년, 십년, 이십년, 삼십년, 오십년, 백년. 이백년, 오백년, 천년,

영원히 그 상태 그대로 인거야.

손가락 하나도 못 움직이는 채로,

호흡도 자신이 하지 못하는 채로,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채로,

말 그대로 지구가 두쪽날 때까지 영원히 말이야…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과연?...

시간은 오전 8시 12분.

드디어 선배를 새장에 가뒀다.

쇠사슬을 온 몸에 칭칭 두번 세번씩 감고, 자물쇠를 덕지덕지 붙여서, 까만색 암막 커튼을 씌운 선배와 나만을 위한 새장.

각종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해서 인화되어 비춰 보이는 선배의 잠들어 있는 모습이 벽 한켠을 가득 메꿨다.

여자 치고도 작은 신장.

갈비뼈가 드러나 보이는 마른 몸.

딱 보기 좋을 정도로 적당히 발달된 가슴.

쑥 들어간 허리와, 살짝 살집이 붙어있는 골반.

애기 같이 고운 손과 발.

말랑해 보이는 허벅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

목 덜미 쪽에 있는 작은 점 하나.

전체적으로 또렷한 이목구비에,

골든 리트리버 같은 강아지 같이 축 내려간 눈매의 귀여운 얼굴.

마치 진짜로 눈 앞에 선배가 있는 것처럼 너무 생생해서, 살짝 놀랐다.

눈썹의 털 하나하나, 멍하니 조금 벌어진 입술의 살짝 까진 각질에, 심지어 부끄러운 곳의 짧은 털 하나하나 까지 아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와서

엄청나게 화질 좋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카메라들이 영상을 인화 하는데는, 연산에 시간이 조금 걸려서, 이곳에 비춰지는 선배의 모습은 정확히 선배의 1초전 모습이다.

마치 우리가 항상 보는 태양의 모습이 8분 걸리는 것처럼.

선배는 실제로 이곳에 없지.

이곳 지하 깊숙한 곳에…

이제는 더 이상 손을 잡을 수도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가 태양에 가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선배는 봐.

여기에 있다고.

앞으로 여기에 영원히 있을거야.

설령 내가 없어져도 선배는 이곳에 영원히 존재할거야…

그리고 이 선배는 내꺼야…

오전 8시 16분.

화면 밑에 보이는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있는 선배의 데이터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흔들리던 뇌파가, 얼마 안가서 사정없이 떨리고, 몸을 움직이려고 뇌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전기 신호가 엄청나게 활발해 지면서, 호흡이 거칠어 지는지 산소 포화도가 낮아진다.

선배가 깨어났다.

깨어나 보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움직여지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서

패닉을 일으키고 있는걸까?

수치상으로 엄청나게 당황한 것이 눈에 보인다.

“아하하… 귀여워 선배…”

입가에 자연스럽게 걸리는 미소.

여태동안 꾹꾹 참았는데…

이젠 괜찮지 않을까?...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거 같은데…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이제… 이제 진짜로 영원히 선배는 내꺼니까…

선배가 골라줬던 속옷이 질척질척 젖어 오는 게 느껴졌다.

이 실험실 안에도 보안용 카메라는 있지만…

징계정도는 받지 뭐…

“하아… 이제는 더… 못참겠어… 선배… 선배에…”

아아… 선배는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눈이 뜨여지지 않는다.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데 팔이?...

아니 것보다 몸이?...

아무것도 안 느껴져…

아무 것도… 안 보여…

뭐야 이거?... 어떻게 된거야?...

“…………..”

목소리를 내 보려고 해도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뭐지? 뭐지? 뭐야? 무슨 일이야? 뭔데? 어떻게 된건데? 무슨 일인데? 왜? 어째서? 대체 왜?

숨… 숨도 안 쉬어져…

무언가에 콱 막힌듯이 아무 것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대체 뭐야… 무슨 일이야…

뭐지? 약물? 마약? 납치라도 당한건가?...

그런 것 치곤 너무 조용한데?...

마약이라고 하기에도 잘 모르겠어?…

대체 무슨 반응이지?...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초조해지면 초조해질수록, 패닉에 빠지면, 패닉에 빠질수록, 온 몸에 산소가 필요해지지만.

숨을 쉴 수가 없어…

하지만 벌써 몇 분째 숨을 쉬고 있지 않지만, 질식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대체 뭐지?...

나… 숨도 안쉬고 있는데…

설마…. 설마?....

가장 최악의 예상이 머리 속을 스쳤다.

어떻게 해서든지 무언가를 봐야 할 것 같은데 눈 앞은 그저 어둠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심지어, 지금 이 순간 쿵쾅쿵쾅 뛰고 있어야 할 심장 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절망에 빠진다.

나…. 죽은건가?... 진짜로?... 자다가 이렇게 죽어버린거야?.... 여긴 그럼 그… 사후세계?... 정말로?.... 지금 그러니까 몸은 없고 영혼 상태인건가?...

설마… 설마… 설마….

나… 사후 세계 같은 거 안믿었는데… 종교도 없는데…

진짜로 죽은거야? 정말로?...

아니라고 하기엔 심장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코나 입으로 호흡하고 있지 않은데도, 계속 죽지 않고 있고…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아무것도.

육체가 아예 사라져 버리고 정신만 남은 것 마냥…

육체가 아예 사라지고 정신만?...

그럼 계속 이대로?...

천국이나 지옥은 없는거야?...

윤회전생이나 그런건?...

계속 이대로 인거야?...

미쳐버릴 것 같이 몰려오는 공포.

틀림없이 눈물을 질질 흘리고 있을 건데, 그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싫어…

싫어….

싫어….

죽기 싫어…

싫어무서워너무싫어살려줘누가좀도와줘제발너무무서워살려줘도와줘엄마아빠제발살려주세요말잘들을게요제발살려줘죽기싫어죽기싫어이대로죽기싫단말이야제발너무무서워구해줘살려줘싫어무서워도와줘엄마아빠싫어무서워너무싫어살려줘누가좀도와줘제발너무무서워살려줘도와줘엄마아빠제발살려주세요말잘들을게요제발살려줘죽기싫어죽기싫어이대로죽기싫단말이야제발너무무서워구해줘살려줘싫어무서워도와줘엄마아빠싫어무서워너무싫어살려줘누가좀도와줘제발너무무서워살려줘도와줘엄마아빠제발살려주세요말잘들을게요제발살려줘죽기싫어죽기싫어이대로죽기싫단말이야제발너무무서워구해줘살려줘싫어무서워도와줘엄마아빠싫어무서워너무싫어살려줘누가좀도와줘제발너무무서워살려줘도와줘엄마아빠제발살려주세요말잘들을게요제발살려줘죽기싫어죽기싫어이대로죽기싫어제발싫어

“………………………………………………………………………………………………………………….………………………………………………………………………………………………………………….………………………………………………………………………………………………………………….…………………………………………………………………………………”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생각했다.

내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걸까?

죽고 난 뒤에 영혼이 있다면, 자신의 장례식을 보는 것 또한 나름 볼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후 세계가 이런 거 였다니…

이제와서 느낀건데 영혼은 화장실도 가지 않는 모양이다…

단 한번도 배설욕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숨도 쉬지 않는데…

숫자를 세어 보았다.

1경까지. 세다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이만큼 큰 숫자를 세는데 몇일이나 걸렸을 건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미쳐버릴 것 같은데…

미치지 않는다….

아니 이미 미친 거 아닐까?...

이번에는 소수를 세었다.

똑같이 1경까지.

난 아무래도 미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자극… 자극이 필요해… 아픈 거라도 좋아 제발… 자극… 만져줘… 소리를 들려줘… 뭔갈 먹여줘… 숨을 쉬게 해줘… 차갑게 해줘… 뜨겁게 해줘… 깜깜한 거 말고 다른 걸 좀 보여줘… 차라리 아프게 해줘… 제발… 제발…. 제발…. 이런 거 싫어… 제발… 자극… 자극해줘… 너무 아무것도 없잖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제발… 자극… 자극이 필요해… 아픈 거라도 좋아 제발… 자극… 만져줘… 소리를 들려줘… 뭔갈 먹여줘… 숨을 쉬게 해줘… 차갑게 해줘… 뜨겁게 해줘… 깜깜한 거 말고 다른 걸 좀 보여줘… 차라리 아프게 해줘… 제발… 제발…. 제발…. 이런 거 싫어… 제발… 자극… 자극해줘… 너무 아무것도 없잖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제발… 누가 좀 만져줘 어디라도 좋으니까 제발… 숨 좀 쉬게 해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 이틀? 일주일? 어쩌면 일년 일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미치지 못했다…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는데…

생각만큼은 또렷해서…

하나도 흐려지지 않아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정말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내 이름이 뭐였지?...

난… 누구지?...

여긴 어디?...

무서워…

아무것도 없어…

싫어…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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