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31화 (31/62)

〈 31화 〉 외전. 광애 (??)

* * *

이곳은 이럴 때를 대비하여, 지하 5층 깊이의 또 그 밑에 만들어진 연구소 특별동.

이곳의 설계 역시 선배가 했다지?

위쪽도 보안에는 각별히 신경 쓴 모양이지만, 이쪽 보안은 정말이지 답도 없는 수준이라고 하니… 여기까지 데려왔으니, 더 이상 선배는 도망칠 수 없을 것이다.

역시나 계획대로, 집에서 자다가 왔는지, 여기가 어딘지,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잠옷 차림의 선배는 오늘도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넋놓고 뺨을 통해 포근하게 올라오는 선배의 따뜻한 숨결을 멍하니 느끼기를 수 십 분,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선배를 느끼다 보니, 이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실험에 사용하기 위한 실험체의 밑준비.

그러니까… 먼저 입고 있던 옷을 벗긴다.

마치 사춘기 때로 돌아간 듯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떨리는 손으로, 새근새근 세상 모르고 딱딱한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선배의 얇은 잠옷 티셔츠를 잡아 벗겨낸다.

보기만 해도 말랑거리는 뽀얀 뱃살과, 조금 파여진 부끄러운 배꼽. 옅은 살가죽 밑으로 비춰 보이는 갈비뼈와, 아담한 가슴과 돌기.

상상했던, 아니 상상 그 이상의 아찔한 광경에 숨이 조금 거칠어 졌다.

입고 있던 옷은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폐기 상자 안에 넣어야 하지만… 잠깐 정도는 손에 들고, 얇은 천에 담긴 선배의 온기를 느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괜찮을거야… 그 그러니까…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아도…

“…..으으음… 흐으으으”

흐트러지게 힘빠지는 신음소리와 오물오물 거리는 입술.

선배의 잠꼬대에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선배의 티셔츠로 향하던 얼굴을 멈추고, 누가 볼세라 허둥지둥 티셔츠를 폐기 상자 안에 버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

어머… 선배… 조금 춥나보네?... 팔에 닭살이 돋았어

혹시 모르니까… 어디까지나 마취가 제대로 되어 있나? 알아보기 위해서… 아니.. 그래도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싶기도 하고…

그래 맞아… 어디까지나 확인을 위해서…

숨을 쉴 때 마다, 조그맣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선배의 말랑해 보이는 가슴을 한 손에 잡았다.

손바닥 안에 가득 차는 묵직하고도 부드러운 살의 감각.

그 너머로 느껴지는 내 손의 떨림과, 선배의 심장이 조그맣게 쿵쾅 거리는 진동.

선배가 이곳에서 잠들어 있어.

내가 가슴을 만져도 아무것도 못할 만큼 무방비하게…

맨손으로 가슴을 문지를 때 마다, 손에 걸리는 부끄러운 돌기의 감각이 미쳐버릴 것 같이 탐스럽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정말 자연스럽게 선배의 배꼽에 입술을 맞췄다.

그냥… 좀 추운가 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입술을 타고 느껴지는 온기와, 말랑한 살결.

샤워 한지 얼마 안됐는지 몸에서 새큼한 감귤과 우유가 섞인 바디 샤워 향기가 났다.

“으으으…”

무슨 꿈을 그렇게 꾸는지, 몸을 부스럭 부스럭 움직이며, 바라보니 푸스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선배.

음… 아무래도 마취는 잘 되어있는 것 같네…

무슨 짓을 해도 안깨어날 정도로…

선배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밑으로 보이는 살짝 튀어나온 허벅지살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허벅지까지 덮는 평범한 회색 반바지.

눈을 꾹 감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간다. 그 안쪽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속옷까지 같이…

손 끝에서 느껴지는 천옷의 부드러운 촉감과, 그 안쪽에서 말랑한 살의 촉감.

속옷이랑 바지를 같이 내리는데 무릎 부분에 걸려서 선배의 다리를 조금 움직였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평범한 회색 반바지에, 조금은 자극적인 까만색 속옷.

아… 이 속옷… 저번에 내가 사준건데…

선배랑 종종 같이 옷을 사러 나가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옷을 골라주기도 했었다.

속옷 까지도.

종종 내가 고른 옷을 입고 왔지만, 속옷까지는 오늘 내가 골라 준 속옷 입고 왔어요? 라고 물을 수도 없고 어떻게하나 싶었는데…

선배가 방금 전 까지 입고 있던 속옷…

아주 조~~~금은 욕심이 났지만…

이 시설 안에서 몰래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에 깔끔하게 포기 해야겠지?

여기 잠들어 계시는 누구가 워낙에 보안규정을 빡빡하게 만들어서…

이제는 눈 앞에 선배의 나신이 펼쳐져 있었다.

같이 샤워 하면서 몇 번 보기도 했지만…

항상 서로가 서로의 알몸을 보았지만.

지금은 내가 일방적으로 선배의 몸을 볼 수 있는 상황.

그 사소하면서도 큰 차이가 전에 없던 두근거림을 가져왔다.

이제는 선배의 몸을 소독된 수건으로 닦아줄 차례다.

실험 환경에 실험체를 넣기 전에, 이물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여기저기 구석구석, 안쪽까지 닦아야 한다.

어차피 안쪽에서 더러운 것들을 한번 더 거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으니까…

우선은 발가락부터. 조그맣하고 귀여운 발가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넣어가면서, 앙증맞게 나 있는 발톱의 틈 새 까지도.

수건 너머로 느껴지는 따뜻한 선배의 체온. 부드러운 살결.

선배의 가장 부끄럽고, 은밀한 곳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살집 좋게 부풀어 오른 부드러운 가슴에, 움푹 들어간 말끔하게제모된 겨드랑이, 말랑하게 살이 붙어 있는 팔뚝.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서 입 속까지 한번씩 훔쳐냈다.

중요한 부위들은, 특히나 더 세심하게, 몇번을 더 닦아내고 나서야 작업이 끝났다.

얼마나 집중했었는지 땀방울이 송글송글 흐르는 이마.

정말로 흥분한 것인지, 안그러면 그저 힘에 받혔을 뿐인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후우…

다음은 실험에 필요한 관측 장비를 몸에 삽입해야 한다.

사람 한명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신호들을 관찰해야 한다고 하면, 예전에는 정말로 많은 장비가 필요 했겠지만, 요즘은 과학 기술이 발전해서, 많이 편해졌다고 한다. 게다가 관측하는 것 뿐이라면, 생체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라서, 반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나?...

삽입하는 절차가 조금 그렇지만…

맞아… 삽입하는 절차가 말이야…

우선 처음 꺼는 그냥 평범하게 주사하면 된다고 한다.

정맥에 쑥 하고, 학교 다닐 때 수백번은 해봤으니까 쉽지.

그리고 두번째 꺼는…

구강복용…

그러니까… 입으로 먹여야 하는 알약 같은 형태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내가 선배랑 키스를 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거다.

일이라고 일!

절대로 평소부터, 저 말랑하고 자그마한 입술을 물고 핥고 빨고, 입 속에 넣어서 그 말랑한 감촉을 혀나 이빨로 확인해 보고 싶다거나 생각 해 왔던 건 아니었으니까…

선배의 상반신을 딱딱한 침대에서 일으켜 세워서. 마치 연인이 하는 것 마냥 허리랑 어깨를 감싸고, 한입 가득 물을 머금고, 알약을 입 속으로 집어 삼킨 뒤, 칠칠맞게 조금 벌려져 있는 선배의 입술을 이빨로 물어 억지로 벌리게 만들어서, 선배에게 물과 함께 먹였다.

입술끼리 닿는 말랑한 입술의 촉감.

얼굴로 느껴지는 선배의 콧바람.

내 입 속에 가득 들어있던 물이 선배의 입 속으로 넘어가는 감각.

중간에 뭔가 싫은 느낌이 들었는지, 고개를 돌리려는 것을 혀를 감아서 저지했다.

짧은 키스였다.

조금 더 혀를 써볼까도 했는데…

자고 있는 사람한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만뒀다.

입술을 떼고 나니까 목덜미를 타고 가슴까지 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여태껏 본 적 없는 한껏 야한 선배의 모습에 한번 더 짧게 입술을 부딪혔다.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선배의 체온.

이제 세번째 장치를 삽입할 차례.

다른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작은 알약처럼 되어 있지만.

이 장치는 여성용으로…

여성의 질 속에 넣어야 하는 장비다.

되도록 깊숙이.

할 수 있으면 아예 자궁 안에…

자극을 받아서 인지, 아니면 그저 추워서 그런 것인지, 나에게 몸을 기대고 있는 선배의 몸에 앙증맞게 서 있는 가슴의 돌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담한 선배의 허벅지도.

그리고 그 사이의…

일부로 조금 심술을 부려서 선배의 다리를 쫙 벌리게 만든 다음, 그대로 선배의 가장 은밀한 곳에 손을 뻗었다.

손 끝에 듬성듬성 느껴지는 짧게 서 있는 채모와, 그 너머 부드럽고 여린 살로 되어 있는 이음매. 안쪽의 속살을 만져보니 조금 촉촉하긴 해도, 그래도…

이대로 넣어버리기엔 선배가 조금 아파할지도 모르니까…

얌전히 품에 안겨있는 선배와 입술을 맞추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선배의 부드러운 가슴살에 손을 묻고, 또 다른 손으로는 선배의 허벅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어차피 마취되어 있으니까, 필요 없는 작업 이란 건 그제서야 생각이 났지만…

깊숙이 넣으면 넣을수록 좋다잖아?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나만 좋은 건 아니잖아… 선배도… 봐…

끈적하고 허연 물이 조금씩 조금씩 흐르기 시작하는 선배의 허벅지.

선배도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끈적한 손길은 꽤 오랫동안 계속됐다.

내 몸에 선배의 체향이 완전히 베일 때까지.

아마 선배가 깨어 있었다면, 몇번은 가버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집요하게…

마지막엔 손가락을 넣어서 알약을 아예 자궁구 안쪽까지 밀어 넣는데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않을 만큼…

모든 관측 장비의 삽입이 끝났다.

작동이 되는 것도 확인… 됐는데… 뭐지?

틀림없이 선배는 마취 중에 잠들어 있을건데…

왜 의식 상태가 각성 상태 인걸까?...

이거 만드는데 엄청 비쌌다고 하던데… 이런 오류가 다 있네…

“설마… 선배가 지금 깨어 있을 리도 없고 말이죠… 그렇죠 선배?...”

조금 과감하게 나와서, 장난 반, 선배의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꾸욱 꼬집었다.

봐… 역시 아무 반응 없잖아.

아무튼 이걸로 선배는 영원히 나의 것이 될거다.

선배의 심장 박동, 선배의 뇌파, 선배의 신경 전달 신호, 선배의 호흡 한숨 한숨, 그 모든 것이.

나만을 위한 노래가 될 것이다.

내가 잊어버린다면,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오직 나만을 위한 노래.

선배는 새장 속에 갇힌 파란새쯤 되려나?

아니면…

포르말린 속에 표본 박제된 파란새?

아…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거야…

선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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