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첫날 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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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콜록콜록콜록”
기침하는 소리.
“크흐으으으윽…. 콜록콜록… 하아하아하아…”
숨을 내쉬는 소리.
그리고 아까 전부터 끊이지 않고 들려오던
쏴아아아아아~
물소리.
그리고 그리고
쿵쾅쿵쾅
심장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구의 심장소리?...
저의?...
여긴 어디일까요?
그리고 저는…
어두침침했던 눈 앞의 시야가 점점 돌아오면서…
다시 턱에서부터 물이 차 올라서 물 속으로…
물 속으로?...
드디어 정신이 다 돌아왔을 땐, 이미 저는 물 속이었고, 이번에는 숨을 참아 두지도 못하고, 입을 벌린 채 그대로 물 속에 잠겨버려서, 물이 다시 천장까지 차오르자 마자 곧바로 느껴지는 몸을 두드리는 세찬 충격에.
“끄으으윽… 끄르르르르르륽”
뱃속에 조금 남아있던 공기를 뱉어내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그저 그저 고통과 절망, 그리고 공포의 연속이었습니다.
온 몸의 세포를 비틀어 재끼는 지옥 같은 물고문과 함께, 잠깐 닿고만 있어도 여린 피부에 멍이 들것만 같은 거센 물줄기로, 온 몸이 구타당하는 느낌.
질식해서 공포와, 이럴 바에야 차라리 편해지고 싶다는 욕구.
하지만 저의 생사여탈권은 저한테 있는 것이 아니었고.
더 이상 숨을 참을 수 없게 되어버려 꼬르르륵 물을 마셔버리고, 들이마신 물 때문에 배가 가득 차 버려서 구토감이 느껴지고, 기도로 들어간 물 때문에 폐에 물이 차는게 느껴지고 나서야, 몸이 붕 뜨고, 눈앞이 캄캄해지고, 손 발의 감각이 없어지고,
그렇게 이제 죽는 건가 싶을 때쯤 되서야
물이 조금씩 조금씩 빠져서는, 딱 저의 코 위까지 빠져나가서, 저는 몽롱한 정신에 살고싶다는 본능 하나로 고개를 올려서 기침을 하며 숨을 몰아 쉬고, 항상 그 뒤로 몇번의 호흡을 다 마치기도 전에 거짓말처럼 다시 물이 차 올랐고, 그렇게 저는 또 물 속에 잠겨버렸습니다.
저의 피부를 구타하는 물줄기는 하나 둘 씩 늘어갔고,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면서 저의 피부를 벗겨낼 기세로 물을 쏘아댔고, 또 어떤 때는 민감하거나 약한 부위에 물줄기를 쏘아대기도 했습니다.
특히 다쳐버린 갈비뼈 부분에 물줄기가 쏘아질 때는 격통에 눈이 돌아가 기절해버릴 뻔했고, 아직까지도 민감한 사타구니의 그 부분에 딱 맞춰서 물줄기가 쏘아질 때는, 눈 앞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또 질식해서 의식을 잃을 것 같으면 또 귀신같이 물이 빠져나가서 숨을 쉴 수 있게 만들고, 또 어느정도 숨을 쉬고 나면 다시 물이 차 오르는 것이 반복되었습니다.
시작할 때는 겨우 발바닥에 하나였지만, 이제는 셀 수 없을 만큼늘어나서, 피부를 벗겨버릴 기세로 온 몸 구석구석을 쏘아 대며 뱀처럼 움직이는 물줄기들.
온 몸 구석구석, 사타구니나,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나, 겨드랑이, 갈비뼈의 움푹 들어간 틈새나, 쇄골, 얼굴 까지도.
이제와서 왜 이 행위를 세척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동차나 기계를 새척하는 것에는, 대상의 반응이나, 상태 따위 생각하지 않듯이, 그저 씻기는 것만을 생각한 행위.
도저히 사람한테 할 짓이 아니었지만.
저는 아마 더 이상 사람이 아닌거겠죠…
물에 넣어지자 마자 온 몸을 휘감는 물줄기에 온 몸의 뼈가 부러져 으스러져 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애써 참은 공기를 입 밖으로 내 뱉고, 격통에 물 속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꼬르륵 꼬르륵 물을 들이 마시고, 또 그것을 토해내고, 그러다가 눈 앞이 깜깜해지고, 또 정신을 차리면 다시 물이 턱 밑에서부터 차오르고 있고
끝에 가서는 거의 기절과 각성을 반복했습니다.
교도관님께 애원하고 싶어도, 목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고,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망스러워지는 시간들의 반복.
그리고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옥 같은 시간의 시작과 끝은 항상
“이걸로 행굼은 마치도록 하죠 256번. 다음은 세척을 진행하겠습니다.”
교도관님의 목소리.
그리고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밑으로 바닥으로 내려가는 물들.
목을 타고 내려가, 가슴을 지나,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맨살에 닿는 달콤한 공기가 너무도 반가웠고, 물 속에서 빠져나온 몸이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오늘따라 무겁게만 느껴지는 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
저절로 푹 숙여지는 고개.
어렴풋이 뜨여진 눈으로 보기엔 몸에 멍이 든 것 같진 않았지만, 마치 트럭에 치인듯 욱인욱신 아픈 몸.
다음… 다음은… 세척?... 이게 다 끝난 게 아니었다고요?...
물고문에, 온 몸이 얻어맞는 듯한 고통에 허우적 거렸건만…
겨우 행굼?...
물방울이 얼굴에서 뚝뚝 떨어졌습니다.
아니, 물방울이 아닐지도 모르죠.
저는 추위 때문인지, 절망감 때문인지 온 몸을 벌벌 떨면서, 그저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렇게 물이 전부다 빠져나가고, 그 다음에 시작된 것은.
바닥에서 얇은 물줄기가, 비데나 분수에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세로, 저의 그곳에 핀포인트로 날아왔습니다.
여린 살에 구멍이 뚫리는 듯한 감각.
얼핏 얇아보이는 물줄기는 날카롭고 정확했습니다.
사지가 벌려진 채 묶여 있었기 때문에, 두꺼운 가죽 벨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고통.
물줄기는 저의 여린 살을 비집고 들어가서, 뺴꼼히 나 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주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위치를 조정했고, 저는 그 집요한 움직임을 느끼고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서 피해 보았지만, 제가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물줄기는 그대로 따라왔고, 좁은 입구를 헤집고 들어가 그 안까지 날카롭게 할퀴기 시작했습니다.
“끄으으으으… 으으으… 흐으… 우으으으으”
텅 빈 목에서 새어 나오는 작은 신음소리.
허리를 덜컹덜컹 움직여 보아도 그대로 따라오는 물줄기.
쓰라린 고통에 발가락이 저절로 움직여지고, 발에 힘이 들어가서 순간 발가락으로 몸을 들어 보았지만, 그럼에도 저의 구멍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쫓아오는 물줄기.
소름이 끼칠만큼 차가운 온도와, 살이 베여버릴 만큼 날카로운 수압, 예민한 구멍에 억지로 쏘아져서는 여린 속살을 비집고 들어가 그 안까지 물줄기가 닿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흐으으으으….. 끄아아아아아아…”
따갑다거나, 쓰리다거나를 뛰어넘어서 틀림없이 얼음 같이 차가운 물을 쏘아지고 있는데도, 뜨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뒤에서 느껴지는 물줄기.
엉덩이 골 사이로 파고 들어가더니…
허리를 들썩들썩 거리고 있는 저의 움직임에 맞춰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면서 찾아간 자리는
오늘 하루종일 혹사당한 저의 항문에…
“흐아아앗… 끄으으으으으으….”
여린 구멍을 비집고, 안쪽으로 밀려 들어오는 얇고 거센 물줄기.
앞뒤 구멍이 모조리 다 찢어져 버리는 듯한 뜨거운 격통.
제 몸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 있었는지, 묶여있는 와중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몇센치를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거리며 고압 물줄기의 생소하고도 견디기 힘든 자극에서 벗어나려 아무리 애써 보아도, 절대 피할 수 없는 뜨거운 냉기가 여린 구멍을 비집고 안쪽으로 점점 점점 깊숙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뱃속에 차가운 물이 점점 차오르는 더부룩한 감각.
본디 속에 있는 것을 내보내기만 하는 곳이, 반대로 밖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느껴지는 불쾌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격통.
아무리 발버둥쳐도 꼼짝도 하지 않는 팔과 다리.
사방이 코 앞에서 꽉 막힌 몸에 딱 맞는 좁고 컴컴한 방.
맨몸에 착 하고 휘감기는 냉기.
산소결핍으로 어질어질한 눈앞.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아래로 축 쳐진 고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통에 계속 움찔거리는 허리.
텅 빈 목을 울리면서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소리.
몸의 가장 민감한 부위가 칼로 도려내지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잠깐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느껴져서, 마치 산채로 해부당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모자라, 뒤를 이어서 연달아, 온 몸 구석구석을 강타하는, 벽에서 발사되는 물줄기들.
마치 구석구석 찌든 때를 벗겨내는 것 마냥.
두꺼운 철판 마저도 뚫어버릴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압력의 물줄기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허벅지, 팔, 등, 목덜미, 갈비뼈 사이사이 부터, 발뒤꿈치까지.
말 그대로 저는 “세척” 당하고 있었습니다.
으레, 그릇이나, 자동차가 그러듯.
저의 의사나, 제가 느끼는 고통 따윈 조금도 개의치 않고. 마치 무생물에게 하는 것처럼.
“끄으으으… 으으으으으으... 흐으으으…”
피부가 짓눌러지는 듯한 끔찍한 압력과 함께 제 몸 위를 이동하는 물줄기가 저의 배에 닿았을 때는 아예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온 몸 구석구석을 강타 당하는 끔찍한 고통은 단 1초도 사그러들지 않고, 물줄기들은 조금씩 조금씩 이동하며, 피부를 벗겨낼 기세로 쏘아졌습니다.
사방이 꽉 막힌 좁고 컴컴한 방 안에서 눈 앞이 안보일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끔찍한 물줄기들.
물줄기에 닿는 부위 하나 하나가 부러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단단하게 묶여버린 손발은 꿈쩍 조차 하지 않고,
고통을 호소하는 목은 다 쥐어짜내져서 쉭쉭거리는 바람소리만 흘릴 뿐.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몸을 조금 비트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조차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저를 괴롭히는 고압 물줄기는 끈쩍하게 저의 움직임을 따라와서는…
싫어..
아파…
그만…
제발 그만…
그마아아안!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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