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24화 (24/62)

〈 24화 〉 첫날 세척

* * *

미쳐버릴 것 같은 답답한 현실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가.. 배가 아픈데… 터질 것 같이 배가 아픈데… 그런데.. 싸고 있는데… 배가 아픈 게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끄으아아아아아아…”

말라버린 입술 틈 새로 흘러나오는 고통스러운 비명.

그렇게나 꾹꾹 참았는데… 정말 어떻게든 꾹꾹 참았는데… 엄청… 엄청 힘들었는데… 그런데 결국…

서러워… 힘들어… 아파… 죽을 거 같아…

저는 대체 어떻게 배변활동 조차도 편하게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걸까요?...

“하아하아하아… 끄으으….”

대답은 서러운 눈물과 함께, 씻겨져 내려가, 남은 것은 어두컴컴한 저 천장 뿐이었습니다.

서러움과, 정신 나갈 것 같은 답답함 속에서 입 속에 담겨진 이 플라스틱 튜브가 어느정도 부풀어 올라서, 뱃속이 조금은 편해짐과 비례적으로 점점 커져가는 끔찍한 불쾌감에, 문득 생각나는 것이 하나.

예전에 어디선가 본 글이었죠.

바퀴벌레를 비닐 봉투에 넣어서, 비닐장갑을 낀 채로, 비닐 봉투안에서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를 손으로 푸쉭 해버리면 그 기분이 어떨 것 같냐구.

그리고 지금 전 말 할 수 있죠.

자신의 몸 속에서 나오는 그… 더러운 분비물이… 플라스틱 비닐 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입 속에 물려져 있는 기분은 어떨 것 같냐구…

게다가 더 최악인 건,

이 준비 자세 8번 이란 자세는…

얼굴을 밑에 두고, 몸을 위로 거꾸로 세우는 그런 자세다 보니까.

자신의 몸이, 자신의 눈을 통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장점 하나 없는 그런 끔찍한 자세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두조각 나버릴 만큼 고통스럽게 삐걱거리는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고, 부들부들 떨리는 허벅지와 무릎을 스스로의 손으로 지탱해서, 그… 그… 교도관님이 잘 볼 수 있게끔 다리를 벌려야 할 뿐더러…

그중 가장 최악인 것은

바로 눈 앞에, 저의 그…

힘을 줄 때 마다 꿀렁거리는 얼룩덜룩 멍든 아랫배나…

물에 젖어 번들번들 물을 아래로 뚝뚝 흘리면서 벌름벌름 거리는 그곳이나.

또 힘을 줄 때 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저의 뒤에 들어가 있는 호스의 모습이나,

호스에서 연결된 투명한 튜브가 저의 입속까지 연결되어 있는 그 끔찍한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는 사실이.

저를 두번째로 미치게 만들고 있었고,

또 왜 두번째인가 하면은, 첫번째는 아무리 힘을 줘도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 미칠 것 같은 배설 욕구와, 그것을 말없이 담담히 지켜보고 있는 교도관님,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저의 처지와, 애초에 배설이란 행위 자체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조차 이모양이면……… 게다가 입 속에 물려진 플라스틱 백이 꽤나 무거워진 시점에서야 알았는데, 살이 시리도록 끔찍하게도 이 튜브… 제가 어느정도 쎄게 힘을 주지 않는 한… 나오지 않게 되어있는 모양인게…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낑낑 거리면서… 이런 자세로… 다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해야지만 간신히…

눈 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두침침한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아서.

“256번은 아무래도 자기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요.”

아무리 싫어도 현실을 깨닫게 만드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음… 이건 여기까지만 하고… 세척을 진행해볼까요?.... 물론… 다음 배설 명령이 나올 때까지 256번은… 아시죠?...”

저의 뒤에 들어가 있는 호스를 손 끝으로 툭툭 치면서 사람의 애간장을 자극하는 교도관님.

그리고.

눈물 콧물에, 꾹꾹 뱃속 내용물을 내보내기 위해 용을 써서 빨개진 얼굴을 절레절레 흔들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 안돼요… 끄으으으으응… 빨리… 빨리 쌀게요… 교도관님 제발….”

교도관님께 애원의 말을 내뱉고 있는 저.

하지만 교도관님은 그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꿀렁꿀렁 거리고 있는 저의 아랫배에 보란듯이 자신의 구둣발을 올려놓더니, 그대로 쑤욱 하고 밀어버렸습니다. 그 발길에 저항할 의지도, 저항할 체력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렇게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리는 저의 몸.

바닥에 호스가 닿는 감각이 엉덩이를 통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쓰러지는 와중에 교도관님이 손수 물려주신 배변 팩이 입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팩을 입으로 꾹 물어버리기까지…

할 수만 있다면 그대로 바닥에 누워서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저를 내려다보는 교도관님의 시선이 저를 이 말랑한 바닥에서 일으켜 세워서…

다시 준비자세 8번을…

마치 벌레가 꼬물꼬물 거리는 것처럼,

몇번을 실패해가면서, 그리고 그렇게 실패할 때 마다 엉덩이에 채찍질을 당하면서…

“시간이 길진 않습니다 256번. 지금부터 빨리 배변 마무리하십시오.”

“네… 네에…. 교도관님…. 끄으으으윽…”

그 뒤로 제 입에 물려진 배변 팩을 가득 채우기 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저는 그때 동안 수시로

전기 충격을 당하거나.

“256번. 아까 전엔 금방 한다고 안했나요?”

“끄으으으… 으아…. 흐읏… 끄으으으으으… 제성… 제성해여어어…”

아니면 또 엉덩이나 아랫배에 채찍을 맞거나.

“끄으으윽… 그만! 그마아안! 아파! 아파요 교도관님! 똥도 제대로 못싸서 제성해여어…. 끄으으으”

또 아니면 이번에는 아랫배를 꽝 하고 차여서 몸이 붕 떠 밀려나기까지…

“끄으으으으윽… 흐으으으윽… 교도관님… 다… 다 쌋어요… 진짜 다 쌋어요… 흐으으…”

“256번. 교도관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금지 사항입니다. 아직 배변 팩이 가득 차지 않았네요.”

그리고 아예 동시에, 아랫배를 밟힌 채로, 전기 충격을 받으면서, 온 몸에 채찍질을 당하기까지…

“끄으으.. 제성.. 제성해여… 으아아아악… 흐아아… 제대로… 제대제 쌀 테니까… 끄아아아아악… 거짓말.. 거짓말 안할게요! 끄아아아아악 그만… 그만…. 끄으으으으으…”

기다란 호스가 뒤에서 빠져나가는 끔찍한 느낌까지… 결국 그렇게까지하고 나서야지만 간신히 비인간적의 극치를 달리는 배변시간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쥐가 나서 경련하는 팔 다리와, 욱신거리는 온 몸을 간신히 수습하여,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이마를 바닥에 붙인 후, 손을 등 뒤로 교차시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수감자 대기 자세 5번 말이죠.

이 와중에 은근슬쩍 교도관님의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엉덩이를 위로 올리는 저 자신이 정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한심했지만,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픈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길고도, 또 끔찍하게 힘들었던 배변 시간이 끝난 후, 왜 하필 샤워도 아니고, 세척인지, 어감이 이상하긴 해도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을 수 있다는 아주 조그마한 기대가 빼꼼히 고개를 들고 있었고, 그에 힘입어 저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탈진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교도관님이 나간 세척실 바닥에 홀로 이 부끄러운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저.

바닥에 이마를 딱 붙이고 있어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교도관님이 나가기 전, 저의 손목과, 발목에 두꺼운 무언가를 채우고 나가셨고, 저는 그 뒤로 계속 방치되다 싶이 하염없이 교도관님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며 벌벌 떨고 있었고, 몸을 조금씩 움직일 때 마다 손목과 발목에서 잘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쇠사슬 같은 것으로 묶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는 손가락 하나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는 마치 잘 조련된 서커스의 원숭이나, 사자 같은 저의 처지에 눈 앞이 깜깜해지는 절망감을 느끼며, 감히 자세를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묵묵히, 숨을 쉬고 내쉴 때 마다 온 몸이 욱신거리는 고통을 느끼며, 얌전히 기다리길… 얼마나 지났을까요?

10분?...

30분?...

어쩌면 한시간?...

어질어질 했던 시야가 진정되고, 벌벌 떨리던 몸의 경련이 조금은 잦아 들었을 무렵.

이번에도 또, 전과 다름없이,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방 안에 울려 퍼지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256번. 대기 자세 16번.”

대기 자세 16번은… 그러니까….

순간적으로 자세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지만, 그 철저했던 교육과, 더럽게 훌륭했던 선생님 때문인지, 정말 다행이도 한 3초의 텀을 두고 자세가 기억이 났습니다.

다리를 어깨만큼 벌리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꽉지를 끼는 간단한 자세지만, 그대로 드러나는 굴곡진 겨드랑이부터, 말랑한 배나, 부끄러운 그곳까지, 몸의 이런 저러한 급소를 하나도 가리지 못하는 무방비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자세.

전 주섬주섬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는 팔다리와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워서 명령 받은 자세를 취했고, 드디어 처음으로 볼 수 있게 된 세척실을 보고 처음으로 느낀 감상은, 저의 방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옛날 드라마에서 봤던 수술실 같은 사방이 초록색으로 꽉 막힌 공간. 한눈에 봐도 제가 원래 있던 방보다 좁아 보이는 넓이. 그리고 역시 창문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는 살풍경한 모습 속 유일하게 보이는 것이라고는, 벽의 모서리 부분에서부터 뻗어 나온 쇠사슬이, 저의 손목과 발목에 채워져 있는 도저히 저의 손으로는 풀 수 없을 것 같이 두꺼운 벨트에 연결되어 있는 것뿐.

자세를 고정시킨 채, 눈을 여기저기 돌려가며 바쁘게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와중에

“그럼 지금부터 세척을 시작하죠 256번. 몸에서 힘을 빼고, 대기하십시오.”

그리고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에서 시끄러운 진동소리가 들리면서, 쇠사슬에 연결되어 있던 두꺼운 가죽 벨트가 조금씩 조금씩 아래 위로 잡아당겨지고, 사방에 막혀 있던 초록색 벽이… 벽이 점점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 눈으로 보였습니다.

웅웅 거리는 낮은 진동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천장부터 시작해서 바닥을 제외한 벽들이 조금씩 조금씩 저를 짓누르려고 좁아지는 느낌.

왠지 모르게 좁아지는 공간만큼 산소가 빠져나가서 질식되어버릴 것만 같은 느낌. 초록색 벽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는 방의 밝기에 막연한 공포가 느껴져서,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쿵쿵 뛰는 심장 소리와, 챠르르륵 거리는 쇠사슬 소리, 그리고 낮게 웅웅 거리는 진동과 함께 점점 다가오는 벽.

어느새 천장이 머리 위까지 내려오고, 팔다리는 X자로 팽팽하게 당겨져서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누울 수도 있을 만큼 넓었던 방이, 이제는 완전히 좁혀져서, 바로 가슴 앞쪽까지 다가와 답답하게 사방을 꽉 막아버리고 있었습니다.

쇠사슬에 묶여 있는 몸을 비틀비틀 움직여 보니 가슴과 엉덩이 끝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벽이 피부에 닿는 감촉.

사방이 밀폐된 깜깜하고 좁은 공간 속, 팔다리가 묶여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저한테, 발바닥부터 차가운 물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흐아아아앗….!”

시린 온도에 깜짝 놀라서 새어나오는 비명.

어디서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가운 물은 천천히 발바닥을 지나 발목, 정강이, 무릎, 허벅지… 잠깐도 멈춤 없이 조금씩 조금씩 위로 차올랐고, 저는 그 차가움에 고개를 위로 제쳐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차가운 물이 몸을 타고 점점 위로 올라올 때 마다, 격해지는 호흡.

눈 앞에 바로 벽이 가로막고있는 어두컴컴한 좁은 방, 물은 어느새 가슴팍까지 차오르고 있었고, 묶여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쇼크 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세척이라고 했으니까… 뭔지는 몰라도 씻을 수 있을 것 같다 는 그 작은 희망 때문에, 숨을 후우후우 몰아 쉬면서 물이 차오르는 공포를 견디고 있었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물이 가슴을 넘어서 쇄골 위, 어깨, 목까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지자,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관통하는 불길한 공포감에 몸을 비틀고 마치 단말마처럼 소리를 질렀지만,

“잠깐! 그만! 멈춰! 멈춰주세요! 교도관님 제발!! 물 멈춰 주세…. 크흐흡… 어푸…. 그만! 어푸… 쿨럭쿨럭…”

좁은 방 속에서 메아리치는 저의 목소리가 교도관님께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물은 벌써 목을 넘어 입술까지 차 올랐고, 저는 허우적 허우적, 물을 몇모금 마셔버리고 기침을 하다가, 결국 고개를 위로 올려 마지막 숨을 크게 들이 마쉰 후, 머리 끝까지 물 속에 완전히 잠겨 버렸습니다.

머리 끝에서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이 머리 위로 물이 차오르는 만큼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스멀스멀 밀려오는 공포.

맨살을 타고 느껴지는 물의 차가운 온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단단하게 묶여 있는 손발.

코 앞에서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 벽들.

그 속에서 천장 끝까지 차오른 물.

아직은 어떻게든 숨을 참고 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 머리 속을 공포로 좀먹고

머리에 피가 쏠리는 느낌과 함께 점점 조여오는 질식의 압박.

어느덧 천장 끝까지 물이 다 차오르고, 남은 숨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발바닥이 주먹 같은 무언가에 거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충격에 그만 참고있던 숨을 뱉어버렸습니다.

꾹 감고 있었던 눈을 떠서 아래를 바라보니, 물 속은 먼지 하나 없이 투명하게 바닥까지 보였고, 목욕탕의 안마탕이나 냉탕에서 봤던 물줄기가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쏘아지고 있었습니다.

딱 보기에도 엄청난 위력의 물줄기.

몸이 위로 붕 떠버리고, 발바닥 사이사이에서 물줄기가 휘어져 나오는 모습에 저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발바닥을 누군가가 주먹으로 끊임없이 쳐대고 있는 느낌.

틀림없이 멍이 들어버릴 것 같은 강도로.

점점 몸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머리가 터져나갈 것처럼 지끈거리기 시작하고,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는 것이 느껴지면서, 그리고 결정타로

이번에는 배가 움푹 들어가버리면서, 내장이 진탕이 되어버리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끄으으으윽 꼬르르르으으으윽 끄르르르르르르르르르를”

눈을 감고 있어도 저의 코와 입에서 공기방울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더 이상은 한계였습니다.

머리 위로 물이 차오른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사지가 묶인 채로, 이렇게 좁은 공간 안에서, 차가운 물 속에서, 게다가 이런 물줄기를 몸에 맞으면서…

더는 숨을 참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더는 침착하게 있을 수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무서움.

물 속에 온몸이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잠겨 있는 질식과

사방이 벽으로 막혀서 제 몸의 사이즈에 딱 맞춰서 줄어든 좁은 방 안에 갇혀 있는 폐쇄의 공포.

맨 피부를 휘감고 느껴지는 차가운 물이 몸을 넘어서 심장까지 밀려 들어와 따뜻했던 심장을 차갑게 식혀버리는 듯한 오싹한 감각.

그리고 입 속으로 공기 대신 밀려오는 시린 물.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짠맛과, 조금 신맛.

심지어 입 속으로 들어오는 물조차, 맛이라는 게 느껴져서, 이것이 단순한 물이 아님을 깨달았고,

그 사실이 소름끼치게 공포스러웠습니다.

몸을 타고 들어와 폐를 억조이기 시작하는 공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포.

몸 속으로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물에, 몸이 딱딱하게 얼어버리는 듯한 공포.

온 몸을 비트는 질식의 고통에 미친듯이 발버둥쳐도, 변하는 현실 이라고는.

등 뒤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한 거센 물줄기 뿐.

“꼬르르르르르륵 그르르르르르르르를”

저는 미친듯이 허우적 거리며 이 안에 있는 모든 물을 다 마셔버릴 기세로 차가운 물을 들이켜 삼키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척 이란 이름의 물고문은 계속해서, 무방비하게 비어있는 오른쪽 옆구리에, 또 왼쪽 옆구리에 물줄기를 쏘아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좁은 방 안에 갇힌 채로 누군가에게 흠씬 얻어맞고 있는 느낌.

그리고 몽롱한 머리 속을 조여 들어오는 질식의 압박.

그리고 점점 몸이 붕 뜨면서, 몽롱해지는 의식. 깜깜해지는 눈앞.

이제… 이제 진짜로 편해질 수 있는 걸까요?...

아픈 건 더는 싫습니다…

비인간적인 처사를 당할 때 마다, 속에서 타오르는 억울함과, 그리고 하나 둘씩 쌓여가는 체념도.

세포 하나하나가 쥐어짜내지는 듯한 질식의 고통도.

지옥같이 괴로운 배변 욕구도.

온 몸이 불타는 듯한 전기 충격도.

그리고 그리고…

저를 가축이나 짐승 다루듯이 하는 지긋지긋한 교도관님의 명령과,

그리고 무엇보다 그걸 따라야만 하는 저의 처지도…

이젠 싫습니다.

이젠 그냥 편해지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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