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23화 (23/62)

〈 23화 〉 첫날 세척

* * *

“……흐으읍………. 끄……. 끄으으으으…. 하아하아… 흐아아아으으…”

재갈을 뚫고 나오는, 사람의 말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짐승 같은, 낮고, 꽉 막힌, 그리고 어딘가 야한 여자의 울먹이는 목소리.

“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

뚜벅 거리는 구두소리와 함께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인기척이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가까이 들리는 딸랑딸랑 거리는 종소리.

저의 것 보다 몇배는 강도가 강한 것 같은, 주변을 모두 집어삼켜버릴 것 같이 커다란 진동 소리는 마치 트럭의 엔진소리와 같았습니다.

“으으… 흐으으아아…..”

저랑 마찬가지로, 어지간해선 속삭이는 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을 재갈이 물려져 있을 여자는 속으로는 얼마나 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인지, 입 밖으로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커지는 인기척.

숨이 막힐 것 같은 땀냄새 그리고 여자 특유의 냄새.

특히 바로 옆을 지나갈 때는, 후끈거리는 열기 또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와 같은 여성이겠죠?...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저 말고 다른 수감자를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이런 형태로…

아무래도 저보다 이동속도가 느린 듯,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제서야

“좋습니다 계속해서 이동하죠”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다시 목줄에 끌려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절대 멈추지 않는 진동에 몇번이나 가버리고, 한번은 바닥에 쓰러져서 몇분동안이나 채찍질에 신음하다가, 징벌이라는 단어에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게 되었고, 다시 짐승처럼 목줄에 끌려서 네발로 기어다니며, 몸의 가장 민감한 곳 안에서 계속되는 진동과, 터질 것 같은 배설욕구, 그리고 채찍의 공포에 떨기를 반복했습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연속 절정과, 한계에 다달은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는 덕에, 눈 앞이 어질어질 하고, 온 몸이 욱신거리면서 아프고, 더 이상 진짜 더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고, 차라리 징벌을 당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 속을 스치다가, 날아올 채찍이 무서워서 다시 팔을 앞으로 쭉 뻗어서 손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

드디어 바닥의 감촉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딱딱하고 매끈한 바닥이 아닌, 제 방의 바닥과 비슷하게 말랑한 고무 같은 바닥과, 어딘가 병원에서 맡아본 듯한 소독약 냄새.

맨 살을 감싸고 느껴지는 공기가 조금은 습하고, 차가워진 것을 느끼며, 저를 안쪽으로 잡아 끄는 목줄에 순순히 따라서,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한 뒤.

“세척실 이동 완료하였습니다. 256번. 이동 수고하셨습니다."

철저하게 사무적인 목소리로, 목줄에 묶여 짐승처럼 끌려다니던 끔찍한 시간의 끝이 고해졌습니다.

이동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 걸까요?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모양 이꼴로 기어갔건 걸까요?

그리고 또… 몇번이나 가버린 걸까요?...

한계에 다달은 와중에, 몽롱한 정신 속, 격렬한 자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온 육체에,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는 힌트 따윈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정말로 궁금하지도 않았죠…

그저 단지 지옥같이 괴롭고 견디기 힘든 이 시간이, 그저 그저 1분 1초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랐을 뿐.

“흐읍…. 흐으으…. 끄으으으으”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땀으로 흠뻑 젖은, 한계까지 쥐어짜내 탈진 직전까지 온 몸뚱아리.

부들부들 사정없이 떨리는 무릎과 팔.

얇은 천 하나 없이 직접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

꽤나 먼 거리를 이동한 것 같은데도, 바람 한줄기, 온도의 변화 한번 느껴보지 못한 것에 깊은 허무함과, 정체모를 오싹함까지…

저는 얌전히…

정확히는 지금 당장이라도 풀려버릴 것 같은 팔 다리를 간신히 유지하면서, 바람이 닿기만 해도 가버릴 수 있을 만큼 극도로 예민해져버린 그곳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온 몸을 쥐어 짜내며, 저~ 위에서 교도관님의 명령이 내려오길 기다렸습니다.

“으으으……. 읍…… 끄… 으으으”

제… 제발… 진동 좀 꺼주세요…

저에게 인간으로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권리 따윈 박탈당했다는 마냥, 제가 어떤 말을 내 뱉어도,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신음소리만 꽉 막힌 재갈 틈 사이로 새어 나올 뿐.

더 이상… 흐으으… 더 더 가버리면….. 아….. 아….. 아아아… 차… 참아야….. 하는데…. 더는 가는 거 싫어.. 싫어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민감해진 안쪽 깊숙한 곳에 한번씩 쿡쿡 닿았다가 떨어지는 그 미세한 진동이, 뱃속을 가득 채우고, 밖으로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는 액체들이 진동에 찰랑찰랑 떨려 오면서, 하반신 전체가 벌벌 떨려오는 이 감각이.

온몸 전체가 부들부들 떨려오는 느낌을.

골반을 타고, 척추를 통해, 머리 속에 직접 전해지는 듯한 이 몽롱한 느낌을.

머리 속을 멍하게 만들고, 온 몸에서 힘을 앗아가는 이 한없이 기분 좋은 이 느낌을.

주먹을 꽉 쥐어봐도, 고개를 좌우로 돌려봐도, 이를 앙 다물어 보아도, 무슨 짓을 해도, 어떤 생각을 해도, 단 1분도, 아니 단 1초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흐으으…. 으….”

발정난 개마냥 추하게 허리가 위아래로 떨리는 것도.

턱이 빠져나갈만큼, 입 속 가득 메워진 재갈 밖으로 열기 띈 신음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도.

도저히 멈추지 않았습니다.

머리 속이 온통 기분 좋은 느낌으로 가득 차서, 지금 가버리면 더더더 힘들어 지는 걸 알면서도, 조금도 참지 못하고, 밀려오는 쾌락을, 밀어내지 못한 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결국 또 참지 못하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이르러서는…

절정이…

한없이 기분 좋은 그 느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또 다음 자극이 밀려와서는…

“으으읍… 끄으….. 크……. 읏….”

또 또 또 덜컥 무릎이랑 팔에 힘이 풀리는 것을 간신히 다잡고, 거친 숨을 진정시키려는 와중에 또…

“흐읏….. 큽…… 으으……”

사람을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 같은 그런 자극이, 단 1초도, 잠깐도, 잠시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쉬고 싶어… 1분만… 아니 10초만… 그만… 그만 가고 싶어…

“으….. 읍……”

진동을 멈춰 달라고 부탁해도, 저의 목소리는 교도관님께 닿지 않았고, 저는 그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몇번이나, 몇번이나…

이렇게 가버리는 와중에도 가슴이 바닥에 닿아버릴 것 같이 몸이 내려와 있지만, 어떻게든 팔과 다리만큼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것은, 그 이후에 날아올 징벌이 그만큼 무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눈 앞이 어질어질, 빙글빙글 돌아가는 현기증.

그리고 한번 더… 한번 더…. 한번…. 더 가기 바로 직전에, 지독하게 저를 괴롭히던 진동은 바로 그 순간 뚝 하고 멈춰 버렸습니다.

“256번, 자세가 많이 흐트러졌네요, 대기 자세 11번, 똑바로 하세요”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뒤이어서 날아오는 바람 가르는 소리.

휘이이익.

그리고 작렬하는 등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이미 제 몸에 욱신거리지 않는 부위는 없었고, 채찍이 닿지 않은 피부 또한 없었기에, 채찍으로 어디를 맞아도 피부가 찢겨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흐으으윽……… 끄으….”

순간 숨이 턱 하고 멈춰버리는 극심한 통증에 몽롱한 정신을 다잡고, 있는 힘 없는 힘 끌어다 써서, 부들부들 떨리는 팔다리를 간신히 움직여 꼼지락 꼼지락 꼴사나운 모양의 자세를 취하는 저.

자세를 취하고 불과 2초도 지나지 않아 팔과 다리가 빠질듯이 아프고, 온 몸이 경련하듯 벌벌 떨려왔습니다.

“이동 절차가 끝났으니, 지금부터 이동할 때 착용하셨던 결박 도구들을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맨 처음은 재갈이 입 밖을 빠져나갔고, 그리고 다음은 안대였습니다.

턱뼈가 뚝하고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둔한 아픔에 한참동안 눈도 뜨지 못하고 입을 헤 벌린 채, 강아지처럼 바닥에 침을 뚝뚝 흘리며 숨을 허덕이다가, 교도관님의 장갑 낀 손이, 저의 등줄기 위에 닿는, 그 끔찍한 감각에 눈이 번쩍 뜨여버렸습니다.

새 하얗게 물든 시야에 점점 빛이 돌아오면서, 눈 앞에 보인 것은 오래된 수영장에서나 볼 법한 초록색 고무 벽이었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전에 교도관님의 손이 평소의 그 감정 없는 기계 같은 빠릿빠릿한 손놀림과는 달리, 유난히 애태우는 듯한 느릿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천천히, 등부터, 허리를 쓸어내려, 엉덩이골을 사이를 지나,

찌지지지지직

하는 테이프가 떨어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저의 사타구니에 찰싹 달라붙어서, 저의 민감한 안쪽으로 계속 파고들던 딜도를 막고 있던 그 끔찍한 팬티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구멍의 바깥쪽으로 스르륵 삐져 나오는 딜도의 움직임에 민감한 속살이 스쳐져서 허리가 저절로 움찔거렸습니다.

“흐으으으으윽…..”

단지… 단지 이정도의 자극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해버리는 저 자신.

아주 오랜만에 자유로워진 것만 같은 입에서 새어나오는, 잔뜩 쉬어서 갈라진 추한 목소리.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침 방울.

그리고.. 그리고… 또 하반신 쪽에서 뚝뚝 떨어지는 다른 물방울 소리가…

머리 속을 아득하게 만들어버려서… 교도관님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시선을 적나라하게 느끼면서 한번 더…….

“끄으으으으으… 끄으으응….”

마치 낑낑 거리는 강아지 소리를 내면서…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피부에서 떨어질 때 마다, 소독약 냄새에 섞여서 조금씩 조금씩 번지기 시작한 시큼한 여자 냄새가, 맨엉덩이가 전부 다 드러날 때쯤 되자, 소독약 냄새를 몰아내고, 주변을 가득 메워버렸습니다.

“아… 냄새… 얼마나 질질 싼겁니까. 256번…”

철퍼덕 거리는 잔뜩 젖은 소리.

저의 머리맡에 무성의하게 던져지는 잔뜩 젖은 까만색 천.

그리고 방울방울 허연색 진득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게 느껴지는 엉덩이.

가뜩이나 새빨간 얼굴이 더더욱 달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무렇게나 무성의한 손길로 한손으로 저의 엉덩이를 벌려서, 민감한 곳 깊숙이 들어가 있는 까만색 딜도를 한번에 쑥 빼내다가,

“으으으익…. 흐으윽….”

끈적하고, 단단한 감촉의, 조금은 말랑한 딜도는, 쑥 빠져나오다가, 손가락 한마디 정도를 안에 남기고 멈추더니, 다시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서 질벽의 민감한 주름들을 쓸어내리며 자극을 가하다가, 안쪽에서 살살 돌아가기까지…

“으… 끄으으으….. 흐아앗… 하아….”

그렇게 계속되는 자극에 숨이 점점 차오르고, 열기가 꾹꾹 머리 위에 쌓여서, 점점, 점점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더는 참을 수 없어질 때쯤.

뚝. 하고.

매정하게 딜도는 저의 몸에서 한번에 쑥 하고 뽑혀 빠져나가버렸습니다.

“하아… 하아… 하아… 흐으으으으으으….”

그 칼 같은 타이밍에 입에서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아쉬운 목소리.

“256번… 이동도 다 끝났는데… 더 이상 본 교도관의 명령 없이 절정하는 것은 금지 사항입니다.”

“흐으으… 흐으…. 하아하아… 네… 교도과니임…. 으…”

심하게 아린 턱 덕택에 멍청하게 발음이 줄줄 새어 나갔지만, 어떻게든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256번 그럼 지금부터 배설 준비를 하도록 하죠. 알고있죠? 256번. 흘리지 마십시오.”

까칠한 콘크리트 벽같이 딱딱한 그 말이 차마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뒤쪽 깊숙히 들어가 있던 딜도가 쑤우우욱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으으윽…. 으으…”

그리고 교도관님은 그런 제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도 여김없이, 작업이 한번에 끝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쑤욱, 한번에 빠져나가는 줄 알았는데, 또 바로 입구에서 멈춰가지고는, 천천히 다시 들어가면서, 또 살살 돌아가기까지.

그 과정에서 참지 못하고 새어나온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다가, 더는 새어나가지 말라고, 이를 꽉 물고, 구멍을 꽉 조일 때 마다, 더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딜도의 감촉과, 그걸 아무렇게나 가지고 놀고 있는 교도관님의 손길이…

“끄으으으으으…. 흐으으…”

입술 밖으로 저절로 새어 나오는 앓는 소리.

지나치게 생소한 감각.

저절로 딱딱하게 굳는 온 몸.

그리고 이 자극을 계기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배설 욕구.

그렇게 한참동안 가지고 놀아지다가, 마지막은, 다른 쪽 손바닥으로 저의 민감한 그곳을 마치 그.. 화장실에서 뒷처리를 할 때처럼 쓰으윽 하고 노골적으로 쓸어 올리면서, 질척거리는 젖은 소리와 함께, 딜도가 쑤욱 하고 빠져나왔고, 그것에 맞춰 몇 방울 액체가 뚝뚝 엉덩이를 타고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것도 제대로 못 참습니까? 256번?... 대체 화장실 교육을 어떻게 받은 건지… 더럽게 진짜…”

이번에도 빠짐없이 날아오는 매도와 폭설.

“으으으윽…. 제…. 제성…해여어어…. 교도관니임… 끄으으으으…”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어떻게든 온 몸을 배배 꼬면서, 뱃속의 내용물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꾹꾹 눌러 담는데 온 힘을 쏟으면서, 침이 뚝뚝 흐르는 입술로는 잔뜩 갈라진 목소리와, 질질 새는 발음으로 사죄의 말을 내뱉고 있었습니다.

그놈의 징벌이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비참하게…

그리고 그런 생각을 계속할 여유도 없이 곧바로 다음에는, 또 지긋지긋한 기계를 조작해서, 로봇청소기 같은 로봇의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낸 교도관님은, 이번에도 굳이 저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 올려서 그것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딱히 보고싶지도,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은데…

한쪽은 얇고 기다란 플라스틱 같은 호스… 그리고 또 다른 한쪽에는 마치 수액주사 같은 얇고 긴 투명한 고무관이 비어있는 커다란 사이즈의 투명한 의료용 백이 연결되어 있어 있는 이상한 검은색 기구.

“이게 원래 평상시 해암 교도소의 수감자들이 사용하는 배변 도구입니다. 보시면 호스 부분을 삽입해서 이쪽의 백으로 배출하는 구조로 되어있죠. 수감자들이 배설 시 쾌감을 느끼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서, 이러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뭐 자세한 건 해보면 알 테니까 시작하죠.”

이쪽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 하나 만으로도 벅찬데, 이러쿵 저러쿵 늘어지는 끔찍한 설명에서 제대로 머리 속으로 들어온 단어 라고는, 쾌감 이라던지, 통제 라던지, 그런 말 밖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저는 교도관님이 저한테 자신이 한 말을 다시 말해보라고 시킬까봐, 몽롱하고 어질어질한 정신 속에서도, 온 몸을 베베 꼬면서,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며, 교도관님이 하신 말씀에 반응했습니다.

“네… 교도관니임….”

“좋습니다 256번,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 자세 8번을 취하십시오.”

준비자세 8번… 8번은 그러니까…

등을 기대고 누워서…

몸을 접어서, 허리를 세우고, 발을 어깨까지 내린 다음에…

손으로 다리를 잡는…

엄청 엄청 부끄럽고 변태 같은 자세…

였습니다.

특히 저의… 보지랑… 똥구멍이… 교도관님에게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그런 자세…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쥐가 나서 벌벌 떨리는 몸을 어기적 어기적 움직여서 교도관님이 보는 앞에서 자세를 취했습니다.

처음에는 허리가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꼴사납게 굴러 버렸지만, 그것을 본 교도관님이 자세가 완성될 때까지 채찍으로 저의 몸을 때리는 바람에, 저는 고통에 벌벌 떨면서, 어떻게든 자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등을 바닥에 붙인 채, 몸을 접어서 허리를 세우고, 다리를 최대한 벌려서 얼굴 쪽으로 내린 후, 다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저의 팔로 고정하는 자세.

밑에서부터 곧바로 애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저의 성기와, 벌름벌름거리고 있는 항문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자세가 완성되자 마자, 위에서부터 엉덩이골 사이로 떨어지는 차갑고 미끌미끌한 액체,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곧바로, 한번에 쑥 하고, 항문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 조금은 딱딱하고, 살짝은 물렁한, 기다란 검은 호스.

“끄으으… 으으……. 흐으…”

바로 눈 앞에서, 천천히 항문 속으로 호스가 밀려 들어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공 같은 부분 3개를 꾸욱, 꾸욱, 꾸욱 집어 먹는 것 까지.

“삽입이 완료되었군요. 256번. 입을 벌리세요.”

이미 교도관님 앞에서는 제 손으로 직접 그곳까지 벌려서 보여줬었습니다. 그러니까 입을 벌리라는 명령 정도는 순순히… 아니 제가 지금 무슨 생각을…

그리고 교도관님은 벌려진 저의 입속으로 호스와 연결된 투명한 백을 밀어 넣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배설을 허가하겠습니다. 256번.”

드디어… 드디어….

징벌 때 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독하게 저를 괴롭혀 왔던 이 배설 욕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 나오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이곳은 원래 있던 저의 방도 아니니까… 아마 카메라 같은 것도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지레짐작하고 안심한 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배변 욕구에 몸을 맡기고 엉덩이에서 힘을 쭉 뺏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말씀해 드리겠습니다만, 256번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은 24시간 365일, 기록,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십시오. 그건 이동시간 때나,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으으웅?....”

응?... 그 그러니까… 지금 이 모습도…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고?.... 것보다 아까 이동할 때도?...

스멀스멀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몸을 갉아먹는 듯한 미칠듯한 수치심, 그리고… 불안감…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틀림없이 배에 힘을 뺏는데, 왜 속이 하나도 편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요?...

혹시나 싶어서 낑낑거리며 힘을 줘보니까…

눈 앞에 보이는 투명한 고무관에서 액체가 조금씩 조금씩 밀려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힘을 있는 힘껏 꽈악 줄 때 마다 아주 조금씩.

“끄으으으으…. 으으….. 하아하아… 으으으으으”

게다가 투명한 고무관 속의 액체가, 줄을 따라서, 저의 입 속에 물려져 있는 투명 백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으으읍… 끄으으으으…. 으으으으”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서 거부의 의사를 표현해 보았지만, 저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고, 본능에 따라 꾹꾹 힘이 들어가 버리는 아랫배를 통해, 저의 몸 속에서 나온 액체는 결국 저의 입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끄으으으으으… 끄으으으…”

비록 입 안에 물려져 있는 팩 속으로 들어가는 거긴 한데… 그래도… 그래도… 생리적인 거부감에 저절로 튀어나오는 갈라진 비명…

아무리 끙끙 힘을 줘봐도 해소되지 않는, 이성을 좀먹는 끔찍한 배변 욕구.

“끄으….. 교… 교도과니임?.... 으으으으… 답답… 답답해요… 끄으으으으으…”

저는 이 사태를 해결해 줄 유일한 인물인 교도관님을 불러 보았지만, 그는 이런 저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처음이라 살짝은 세게 조였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256번?... 해암 교도소 수감자들의 배변 활동은 원래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설마 256번 같은 인권도 없는 범죄자가 편하게 배변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나요?”

여태동안 얼마나, 어떻게 참았는데…

그런데 편하게 내보내는 것조차 할 수 없다니…

서러움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습니다.

“끄으으으으으으… 으으으으으으…”

다리를 들썩들썩 거리면서, 있는 힘을 다 써서 끙끙 뱃속의 내용물을 밀어내 보아도, 액체가 나오는 속도는 아주 살짝 빨라졌을 뿐, 시원한 느낌 따윈 단 하나도 들지 않았고, 혈압이 올라서 오히려 어질어질한 느낌 뿐 이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입 속에서 백이 부풀어 오르는 불쾌감은 덤이고, 액체가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눈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힘을 줄 때 마다 움찔움찔 거리는 아랫배의 모양까지…

느껴지는 감각은 정말이지 토가 나올만큼 끔찍한데, 무언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려고…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배변 욕구가 아랫배를 쾅쾅 두드릴 때 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들부들 떨리는 발가락.

힘을 줘봤자 아무것도 좋을 것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미칠 것만 같은 답답함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 버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부풀어 오르는 입 속의 투명 백.

그러니까… 이게 보통.. 인건가요?... 평소?...

아까 교도관님이 말했던 것을 되짚어 봅니다.

평소에 이렇게 해야 한다고?...

“끄으으으으으으으…”

그리고 위에서 이런 저의 모습을 담담히 지켜보면서, 한 손에 든 스마트폰 같은 기계를 쳐다보고 있는 교도관님의 차가운 표정.

미쳐버릴 것 같은 답답한 현실에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배가.. 배가 아픈데… 터질 것 같이 배가 아픈데… 그런데.. 싸고 있는데… 배가 아픈 게 나아지지가 않습니다…

“끄으아아아아아아…”

말라버린 입술 틈 새로 흘러나오는 고통스러운 비명.

그렇게나 꾹꾹 참았는데… 정말 어떻게든 꾹꾹 참았는데… 엄청… 엄청 힘들었는데… 그런데 결국…

서러워… 힘들어… 아파… 죽을 거 같아…

저는 대체 어떻게 배변활동 조차도 편하게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걸까요?...

“하아하아하아… 끄으으….”

대답은 서러운 눈물과 함께, 씻겨져 내려가, 남은 것은 어두컴컴한 저 천장 뿐이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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