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22화 (22/62)

〈 22화 〉 첫날 이동

* * *

“음… 이번 이동에서 256번의 태도를 보고, 어떤 징벌을 줄지 정하도록 하죠, 보아하니 256번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어떻습니까? 싫으면 지금 당장 징벌방으로 이동하도록 하죠. 어떤가요? 징벌방으로 이동할까요?”

징벌방?...

귀에 울리는 무시무시한 단어.

징벌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습니다.

애초에 저에게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제대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 거 맞나요?”

끄덕끄덕

필사적으로, 저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징벌은 싫어…

징벌은 절대 안돼…

절대…

“음… 좋습니다 256번, 그럼 256번이 얼마나 잘 할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이동 전에 잠시 대기하도록 하십시오”

저는 벌써부터 벌벌 떨리는 손과 발에 힘을 꽉 주고, 최대한 자세를 바로 했습니다. 이러지 않으면 곧바로 그 징벌방이라는 곳에 끌려갈 것 같아서…

그리고 살짝 더 강해지는 진동.

땀방울이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점점 더 거세지는 콧바람 소리.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지는 몸.

아주 조금 끝에 닿아 있는 그 부분을 통해, 아랫배 전체가 벌벌 떨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뱃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장액또한 출렁출렁 진동을 더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56번의 이동을 시작하도록 하죠. 본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256번.”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묵직하지만 가볍게 끌리는 목줄.

저는 교도관님이 저의 목줄을 끄는 대로, 앞으로 기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가녀린 목에 채워진 갑갑하고 묵직한 목줄을 타고 저를 짐승처럼 잡아 끄는 교도관님의 리드줄 뿐.

부들거리는 왼쪽 팔을 앞으로, 그 뒤에 왼발을, 한손, 한발, 저의 상태 따위 신경도 써주지 않는 교도관님의 무심한 보폭에 맞춰서, 낑낑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저.

그리고 그렇게 골반이 움직여 질 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위치를 바꿔가면서, 저의 민감한 안쪽을 쿡쿡 찔러대면서 웅웅 진동하는 딜도들. 특히 움직일 때 마다 입구에 닿았다가 떨어져 나가는 그곳의 진동이, 아랫배 전체를 윙윙 울려오는 느낌을 주었고, 태어나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생경한 그 감각에, 한발, 한손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진동이 몸에서 열기를 뿜어내게 만들었습니다.

“흐으읍…. 흐…… 으흐……”

계속되는 자극 덕택에 몸이 느려지면 여지없이 당겨지는 목줄 덕에 넘어질뻔한 몸을 바로잡고, 다시 앞으로.

만약 여기서 넘어지거나 쓰러진다면 어떤 징벌을 받게 되는 걸까요?...

지금 당장에도 관장액으로 가득 찬 뱃속이 딜도의 진동으로 부글부글 끓으면서, 싸 하게 아픈 것을 참으면서 기어가고 있는데…

한발, 두발, 세발, 네발, 얼마 지나지 않아 말랑했던 바닥이 딱딱하고 매끈한 바닥으로 바뀌고, 주변을 감싸던 공기가 바뀌었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비록 눈이 가려진 채, 목줄에 끌려서, 마치 짐승처럼 네발로 기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드디어 그 좁고 끔찍했던 방 밖으로 나온 것일까요?

하지만 피부로 느껴진 아주 잠깐의 해방감은 불과 1초도 가지 않았습니다. 목줄에 이끌려 서둘러 다리를 움직일 때 마다, 벌써 2번이나 가버려서 민감할 대로 민감해진 그곳을 잠시도 쉬지 않고 자극하고 있어서…

잠깐… 아주 잠깐… 딜도의 위치가 순간적으로 너무 안쪽에 닿아버려서, 몸의 움직임이 그만 뚝 하고 멈춰 버렸습니다.

“읍…… 으으…….. 끄으으…”

저절로 푹 숙여지는 고개. 팽팽하게 당겨지는 목줄, 그리고 스멀 스멀,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밀려 올라오는 참을 수 없는 쾌감.

점점 팔에 힘이 풀려서 상체가 바닥으로 숙여지고, 그와 반대로 저도 모르게 들썩이는 엉덩이엔 힘이 잔뜩 들어가 위로 올라가서 마치 발정기의 고양이가 엉덩이를 툭툭 해달라는 듯한 야한 자세로 몸이 굳어버려서, 사람의 의지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극이 절정에 닿아 터지는 것 만을 기다리는 몸.

“으으읍…. 끄응…….”

하지만 아랫배에서 느껴지는 터질듯한 배설욕구와, 지금 당장에 몸이 넘어가버릴 것만 같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는 목줄을 손에 쥐고 있는 교도관님의 존재감에 저는 간신히 남아있는 이성을 쥐어 짜냈습니다.

이대로 이대로… 가버리면… 징벌을…. 으으으….

그리고 손을 바닥에 더듬더듬 거려서, 조금 떨어져 있는 교도관님의 딱딱한 구두가 손에 잡히자, 곧바로 몸을 움직여서 딱딱한 가죽 구두에 저의 얼굴을 비볐습니다.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표현

교도관님은 이런 저를 보면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왜 그러십니까 256번?... 설마 또 가고 싶습니까?”

“…………으으………….. 끄………….”

입 속도 모자라 목구멍까지 가득 메우고 있는 재갈에 막혀서, 인간의 말 한마디 뱉을 수 없는 입술 밖으로, 대답 대신 낑낑 거리는 신음 소리만이 세어 나왔습니다.

허락 없이 가버리면 징벌….

그러니까 제발… 으으윽……

교도관님의 다리를 붙잡고, 구두에 뺨을 비비면서, 아무 말없이 행동으로 절정을 부탁하는 저.

그저 벌레같이, 부끄러움 모르는 짐승처럼, 생리적으로 차오르는 절정을 조를 뿐, 남아있는 이성이라곤 그저 징벌만큼은 피하고 싶다. 라는 생각 뿐이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몽롱한 열기는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파도처럼 몸을 적시며, 점점 꼭대기까지 차오르고 있었기에, 더 이상 저에게 존엄이고, 인간이고, 그런 고상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편하게 절정을 맞이할 수 있으면… 아니, 일단 징벌만 피할 수 있으면…

교도관님은 이런 저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하아… 그래도 허락을 받으려고 애쓰기는 하네요 256번… 징벌이 무섭긴 무서운가보죠?... 뭐 256번 같이 하루 종일 발정난 음란한 년이 잠깐이라도 절정을 참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이동중에 절정하는 것을 허락해 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곧바로 더 강해지는 진동.

팽팽한 목줄이 위로 잡아당겨지는 힘에 부들부들 거리면서 팔로 지탱되어 다시 위로 올라가는 상체.

“하지만, 명령 없이 이동을 멈추는 것은 규칙 위반입니다. 256번, 계속 이동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강하게 당겨지는 목줄.

저항할 수 없는 그 힘에 저는 부들부들 거리는 팔을 뻗어, 한걸음, 뒷발을 움직여서 두걸음, 다시 또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으으읍…. 흐…. 흐으으……….”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구멍 속에 있던 딜도가 미세하게 움직이면서, 민감한 곳 안의 여린 속살이 아주 잠깐 진동에 닿아버렸고, 그 잠깐의 작은 자극에 의해서, 마치 전기가 통하듯, 온 몸 구석구석까지 쾌락의 파도가 들이 닥쳐왔습니다.

점점 뜨거워졌다가, 열기가 절정에 다다르자, 순간 멍해지면서 새하얗게 물들여지는 머리 속.

그리고 같이 찾아오는, 온 몸의 근육이 멋대로 경련하다가, 쭈욱 탈진하는 감각.

차오르는 열기에, 숨이 벅차오르고, 목 밖으로 앓는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이 멈추지 않는 몸. 다리에 힘이 쫙 들어가고, 아래위로 멋대로 움직이는 허리.

“…..으읍…끄으으으….. 흐아…..”

깊은 절정의 파도에 휩쓸려 정신없이 허우적거리는 것도 잠시, 현실을 일깨워주듯 앞으로 당겨지는 목줄.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거센 힘에, 몸이 넘어가버릴 뻔한 저는, 절정으로 벌벌 떨리는 팔을 어떻게든 쭉 뻗어서, 힘겹게 다시 한발자국, 그리고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움직여서 다시 두발자국.

이를 꽉 다물고, 죽을 힘을 다해서, 아직 절정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말로 짐승이라도 된 것 마냥, 짐승 같은 목소리를 흘리며,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다시 기어가기 시작하는 저.

교도관님의 보폭에는 저의 대한 배려 따윈 없었기에, 후들거리는 팔과 다리에 최대한 힘을 주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였고, 또 그 움직임이 몸에 무리가 되었는지…

잠깐도 멈추지 않는 진동.

그리고 근육이 움직일 때 마다 따라서 움직여지는, 몸의 가장 민감한 곳 안에 자리 잡은 딜도.

더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속살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연속 절정의 파도에 공포까지 느껴졌습니다.

이미 가고 있는데도…. 이렇게 쉽게?... 또… 또…. 또……

싫어… 안돼… 안돼….. 더 더는….

“흐으으아아아아아아아….”

찌릿 하면서 정전기처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감각.

잔뜩 예민해진 곳 안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자극이 도무지 그치지 않아서, 도무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 속이 새하얗게 물들어버리고, 몸이 붕 뜨는 감각과 함께, 눈 앞이 어질어질 하다가…

정신을 차린 것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따갑다 못해, 불타는 듯 뜨거운 고통 때문이었습니다.

“으읍…. 끄으으….”

그리고 곧바로 날아오는 두번째 충격.

휘이이익 짜아악.

땀에 흠뻑 젖은 맨 살에 달라붙는 채찍의 소리.

“으으읍… 으으”

그 고통에 재촉받아, 어느새 바닥에 붙어있던 팔과 다리를 비틀비틀 일으켜 세워서, 다시 비틀비틀 기어가기 시작하는 저.

다리를 움직일 때 마다 후끈후끈 뜨거운 엉덩이.

탈진 직전의 몸 곳곳에 쥐가 난 몸을 어떻게든 혹사 시켜서 채찍과 벌을 치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또 정말 다행인지 불행인지, 너무나 예민해져버린 그곳에서 느껴지는 진동 자극이 이젠 쾌락을 넘어, 고통으로 바뀌어버려서, 퉁퉁 부어오른 여린 살들 속으로 무언가가 밀려 들어와, 계속해서 때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정말 끔찍하게 아팟지만. 움직이는 것에 지장이 생기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저는 간신히 엉덩이로 날아오는 채찍질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교도관님이 목줄을 끄는 것에 따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빙빙빙빙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눈이 가려져 있어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저.

조금이라도 기어가는 속도가 느려지면 다시 채찍이 날아오고, 딜도의 진동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기어 다니다가, 한번은 갑자기 목줄이 짧게 잡히고.

“잠깐 대기하죠 256번.”

하는 목소리와 함께, 그 자세 그대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앞쪽에서부터 느껴지는 인기척,

가벼운 구두소리와 함께,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딸랑딸랑 울리는 작은 종소리까지.

“217번 이러다가 날이 세겠네요?... 저기 앞에 다른 수감자도 있는데 부끄럽지도 않나요? 좀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저 앞에서 작게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곧장 따라서 들려온 것은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채찍소리 였습니다.

“……흐으읍………. 끄……. 끄으으으으…. 하아하아… 흐아아아으으…”

재갈을 뚫고 나오는, 사람의 말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한 짐승 같은, 낮고, 꽉 막힌, 그리고 어딘가 야한 여자의 울먹이는 목소리.

“으으으으으… 끄으으으으으……”

뚜벅 거리는 구두소리와 함께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인기척이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가까이 들리는 딸랑딸랑 거리는 종소리.

저의 것 보다 몇배는 강도가 강한 것 같은, 주변을 모두 집어삼켜버릴 것 같이 커다란 진동 소리는 마치 트럭의 엔진소리와 같았습니다.

“으으… 흐으으아아…..”

저랑 마찬가지로, 어지간해선 속삭이는 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을 재갈이 물려져 있을 여자는 속으로는 얼마나 큰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인지, 입 밖으로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커지는 인기척.

숨이 막힐 것 같은 땀냄새 그리고 여자 특유의 냄새.

특히 바로 옆을 지나갈 때는, 후끈거리는 열기 또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와 같은 여성이겠죠?...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저 말고 다른 수감자를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이런 형태로…

아무래도 저보다 이동속도가 느린 듯,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제서야

“좋습니다 계속해서 이동하죠”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다시 목줄에 끌려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절대 멈추지 않는 진동에 몇번이나 가버리고, 한번은 바닥에 쓰러져서 몇분동안이나 채찍질에 신음하다가, 징벌이라는 단어에 억지로 억지로 일어나게 되었고, 다시 짐승처럼 목줄에 끌려서 네발로 기어다니며, 몸의 가장 민감한 곳 안에서 계속되는 진동과, 터질 것 같은 배설욕구, 그리고 채찍의 공포에 떨기를 반복했습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연속 절정과, 한계에 다달은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는 덕에, 눈 앞이 어질어질 하고, 온 몸이 욱신거리면서 아프고, 더 이상 진짜 더 이상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고, 차라리 징벌을 당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 속을 스치다가, 날아올 채찍이 무서워서 다시 팔을 앞으로 쭉 뻗어서 손바닥이 바닥에 닿을 때.

드디어 바닥의 감촉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딱딱하고 매끈한 바닥이 아닌, 제 방의 바닥과 비슷하게 말랑한 고무 같은 바닥과, 어딘가 병원에서 맡아본 듯한 소독약 냄새.

맨 살을 감싸고 느껴지는 공기가 조금은 습하고, 차가워진 것을 느끼며, 저를 안쪽으로 잡아 끄는 목줄에 순순히 따라서,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한 뒤.

“세척실 이동 완료하였습니다. 256번. 이동 수고하셨습니다."

철저하게 사무적인 목소리로, 목줄에 묶여 짐승처럼 끌려다니던 끔찍한 시간의 끝이 고해졌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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