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첫날 이동
* * *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습니다.
그리고 쿵쾅쿵쾅 뛰는 심장과.
조금은 차가워진 맨살에 닿는 공기.
아니 제 몸이 뜨거워진 것이겠죠.
점점 더 격해지는 호흡.
그리고 그 호흡에 섞여 나오는 열감.
어떻게 해도 하반신의 자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몸의 가장 민감한 부분 안에서 조금도 약해지지도 않고, 계속되는 자극.
그리고 점점 새하얗게 물드는 머리 속.
진짜 더는…
더 이상은…
머리 속에 단단히 뿌리내려서 저의 이성과,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먹으며 쑥쑥 자라난 쾌락이라는 식물의 덩쿨이 저의 온 몸을 휘감으면서,
“…………………… 흐읍… 흐읏…….. 하…….”
허리가 들썩여지고, 엉덩이가 벌벌 떨리면서, 구멍 속에서 진동하는 딜도를 조였다 풀었다 반복하는 근육들.
그리고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자극이 한번에 펑 하고 터지면서. 머리 속이 새 하얗게 번지면서, 눈 앞이 깜깜해지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이를 악 물고 팔과 다리에 힘을 꽉 줘서 쓰러지는 것 만큼은 막았지만, 마치 강아지가 오줌을 지린 듯, 온 몸이 부들부들 거리는 것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흐……………아………………아아…..”
꽉 막힌 재갈 틈 새로 아주 조그맣게 새어 나오는 열기 섞인 신음소리.
멈추지 않고 너무도 노린 듯 핀 포인트로 좋아 지는 부분 만을 계속 자극하는 진동에 의해, 한동안 절정은 길게 계속되었습니다.
부들부들 간헐적으로 떨리는 허벅지.
어질어질한 머리.
붕 뜨는 듯한 기분과 그 후에 찾아오는 탈력감.
24시간, 365일, 저의 모든 것이 기록되고 관찰되는 이 좁은 방 안에서, 눈이 뜨여 있는 동안 항상 성적인 자극을 받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느끼는 제대로 된 절정.
그리고 그 여운에 빠질 시간조차 없이.
“256번… 지금 가버렸습니까?.... 제 명령도 없이? 게다가 제가 설명하고 있는 동안에??”
여태껏 잔뜩 쌓아 올려진 열기에 찬 물이 끼얹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거짓말처럼 머리 속에 멤도는 이름도 모를 여자의 목소리.
“사십 아홉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 절정하지 않습니다.”
아랫배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스멀스멀 등을 타고 머리까지 기어 올라오는 그 지옥같던 배설욕구와, 구멍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이, 지금의 감각이랑 겹쳐져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몸이 벌벌 떨리고, 눈 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포…
공포가 저에게 들이 치는, 언젠가 보았던 12월의 밤바다 같이 새까만 색깔의 공포.
다시 그 끔찍한 징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 생각 만으로도,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
죄송해요 죄송해요 교도관님 제발… 제발 징벌만은… 죄송해요
다급하게 내뱉어지는 사죄의 말들은 입 밖으로 튀어나가지 못하고 웅웅 거리는 작은 소리로 바뀌어 버리고,
“으읍……응……”
설상가상으로, 깊었던 절정의 여파와, 생각이라는 것을 지워버리는 공포의 영향으로 다리에서 힘이 풀려 무릎이 뚝 하고 땅에 떨어져버렸습니다.
들리는 것은 오직 저의 거친 숨소리와, 아직도 저의 민감한 곳을 자극하고 있는 진동소리 뿐.
“흐으………하……”
그것들을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았는 침묵.
그 속에서 그저…
그저….
저를 내려다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뿐.
눈이 가려져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그냥 알 수 있었습니다.
교도관님이 표정 없는 차가운 얼굴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을 확신한 순간, 온 몸을 뒤덮는 소름.
머리 속 아주 작게 남아 남아 있던 이성이 뚝 하고 끊어지면서, 여태껏 살아가면서 사회에서 배워왔던 당연한 상식들이나, 남들에게 사랑받았던 기억들, 저 자신의 근간을 이루던 아주아주 중요한 것들이, 극심한 공포에 밀려나면서, 저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번 자각시켰습니다.
성노예…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성노예.
짖으라면 짖고, 구르라면 구르고, 벌리라면 벌리는 그런…
교도관님의 손가락 하나에 모든 것이 달린 하찮은 벌레 같은 그런…
해암 교도소의 수감자인 256번.
지나친 공포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쇼크에 빠져버린 저는 더 이상 눈에 뵈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격렬하게 벌벌 떨리는 팔을 뻗어서 바닥을 더듬거리다가, 무언가 딱딱한 것이 손에 잡혔습니다. 아마 교도관님의 구두겠죠. 제가 찾던 것입니다.
저는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양 손으로 교도관님의 발목을 더듬더듬 붙잡고, 몸을 엉금엉금 기어서, 교도관님의 구두에 얼굴을 비볐습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교도관님 규칙… 어겨서 죄송해요… 제발… 제발 징벌만은….
“……으….으읍…..”
한치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자극에 본능적으로 다시 허리를 들썩거리면서, 교도관님의 발치에 엎드려 마치 벌레처럼 구두에 얼굴을 비비는 자신.
제발… 제발… 제바아알…
제발 징벌만은…
제발… 이렇게 반성하고 있잖아요…
제발 어떻게든 징벌만… 징벌만큼은…
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쿵쾅쿵쾅 뛰는 심장.
점점 가빠오는 호흡.
벌벌 떨리는 허벅지.
뜨겁고, 몽롱하고, 하염없이 기분 좋은 느낌이 척추를 타고 쭉 올라와서는.
온 몸의 욱신거림도,
숨을 내쉴 때 마다 아련하게 아파오는 갈비뼈도,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전신의 근육도,
탈수 증세로 어질어질한 이 감각도,
모든 감각이 머리 속에서 뒤섞여서, 점점 점점 쾌락으로 받아 들여지기 시작해서.
이미 한번 가 버려서, 민감할대로 민감해진 그곳에서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두번째 절정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고,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아니, 저항할 의지조차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죠, 그저 있는 그대로 쾌락이 머리 속을 가득 휘저어서는…
공포로 몸을 벌벌 떨면서, 교도관님께 무언으로 벌레처럼 애원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허리가 들썩이고, 숨이 거칠어지더니, 꼬물꼬물 엉덩이가 허리 위로 올라오고, 그게 저도 모르게 아래 위로 튕겨지면서, 두번째 절정을 맞이했습니다.
“으아아아…. 하아…. 흐으으으으으…”
꽉 막힌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야릇한 신음소리.
“흐으으…. 아아아아아아…”
이게 정말로 제 입에서 나오는 소리 인걸까요?
마치 사람이 아닌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면서, 어느새 저는 교도관님의 구두에 얼굴을 비비는 것을 멈추고, 마치 고양이처럼 엎드려서, 절정의 여운에 적셔졌습니다.
두번째 절정의 끝
온 몸이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
극심한 탈력감에 몽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체력이 쭉 빠져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바닥을 기어서, 다시 교도관님의 다리를 잡았습니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딜도의 진동.
그리고 위에서 느껴지는 교도관님의 차가운 시선.
“으아아… 아… 흐으으으…. 끄읍…”
입 속을 가득 메우고 재갈을 비집고 저절로 흘러나오는 열기 띈 신음소리. 그리고 방 안을 가득 울리는 딜도의 진동소리.
교도관님은, 징벌의 공포에 벌벌 떨다가, 교도관님의 발치에서 절정을 맞이해 버린 저의 추태를 보며,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 침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요?
공기의 움직임 만으로도 움찔거리는, 극도로 예민해진 그곳 안에서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감을 증명하는 두 딜도들 때문에 느껴지는 얼얼한 고통과 함께, 그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껴지는 쾌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하아… 256번… 이 와중에 몇 번을 가버리는 건가요? 진짜… 256번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가버릴 수 있는 겁니까?... 정말 어이가 없이 변태 같은 몸이군요”
차갑게 내려 꽂히는 경멸하는 목소리.
그러고 나서야 간신히 저의 몸을 좀먹던 진동이 거둬졌습니다.
“끄으으… 하아…. 읍…..”
“대기 자세 11번을 취하십시오 256번. 교도관의 명령 없이 자세를 바꾸는 것도 규칙 위반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교도관님은 바닥에 엎드려 잔뜩 웅크려 있는 저를 가볍게 구둣발로 밀어서 뒤집어버리고는 저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말했습니다.
그 성의 없는 발길질에서, 정신차리라는 재촉이 느껴진 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을까요?
교도관님의 변함없는 그 목소리에 이성을 조금 되찾은 저는, 명령에 따라, 마치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비틀비틀거리면서 어떻게든 자세를 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간에 두세번 정도 미끄러져서 쓰러지긴 했지만요.
그렇게 자세를 취하자 다시 시작되는 진동.
“256번…. 교도관의 명령 없이 절정을 2번씩이나…. 게다가 명령 없이 자세도 바꿨지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재개된 자극에 허리가 풀려서 쓰러져버릴 뻔 했지만, 교도관님의 차가운 목소리에 간신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으읍…. 으으으으…..”
어떻게든 사죄의 말을 내뱉으려 해 보아도, 나오는 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짐승의 열기 띈 신음소리 뿐.
“규칙을 어긴 이상 징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 256번, 처음에 설명했지 않습니까?... 하지만 징벌을 주는 것은 교도관의 재량이라서 어떤 징벌을 줄지도, 교도관의 재량이죠”
징벌은 안돼..
징벌은 싫어…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지금 당장에 아랫배의 구멍들을 틀어 막고 있는 딜도의 진동을 통해 다시 되살아나는 그 끔찍한 고통의 시간들에, 저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면서 두려움에 떨었고, 교도관님은 극심한 공포로 인해 다시 쇼크에 빠지려는 저를 진정시키려는 듯, 교도관님은 마치 겁에 잔뜩 질린 소나, 말을 달래는 것 마냥, 장갑 낀 손으로 저의 등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저한테 속삭였습니다.
“음… 이번 이동에서 256번의 태도를 보고, 어떤 징벌을 줄지 정하도록 하죠, 보아하니 256번도 반성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어떻습니까? 싫으면 지금 당장 징벌방으로 이동하도록 하죠. 어떤가요? 징벌방으로 이동할까요?”
징벌방?...
귀에 울리는 무시무시한 단어.
징벌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습니다.
애초에 저에게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제대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 거 맞나요?”
끄덕끄덕
필사적으로, 저의 마음이 전해지기를…
징벌은 싫어…
징벌은 절대 안돼…
절대…
“음… 좋습니다 256번, 그럼 256번이 얼마나 잘 할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이동 전에 잠시 대기하도록 하십시오”
저는 벌써부터 벌벌 떨리는 손과 발에 힘을 꽉 주고, 최대한 자세를 바로 했습니다. 이러지 않으면 곧바로 그 징벌방이라는 곳에 끌려갈 것 같아서…
그리고 살짝 더 강해지는 진동.
땀방울이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점점 더 거세지는 콧바람 소리.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지는 몸.
아주 조금 끝에 닿아 있는 그 부분을 통해, 아랫배 전체가 벌벌 떨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뱃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관장액또한 출렁출렁 진동을 더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256번의 이동을 시작하도록 하죠. 본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256번.”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묵직하지만 가볍게 끌리는 목줄.
저는 교도관님이 저의 목줄을 끄는 대로, 앞으로 기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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