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19화 (19/62)

〈 19화 〉 첫날 분노

* * *

“자… 다음은 이겁니다…”

하면서 다시 무언가를 꺼내는 교도관님.

그렇게 교도관님의 손에 들린 그것은

지금 당장에 저의 안에 들어가 있는 그… 그…. 그… 디… 딜도랑… 거진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그것보다 조금 더 작고, 그리고 살짝 더 길쭉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굳이 그 흉측한 것을 한 손에 들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바닥의 거울을 통해 잘 보이는 것을, 굳이 또 또 또 저의 머리맡까지 들고 와서는, 바닥을 보고 있는 저의 머리채를 또

교도관님이 잡기 전에 이번에는 제가 먼저 고개를 들어서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보나마나 그렇게 만들게 뻔하고, 머리채가 잡아 뜯기는 감각은 결코 좋은 느낌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름 교도관님이 해야 할 행동을 제 딴에는 줄여주겠다고 한 그 작은…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저에게는 태풍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걸 왜 저는 알지 못했던 걸까요….

앞을 바라봐서 거울에 비친 교도관님의 표정은 처음에는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에 주름을 잔뜩 찌푸리며, 저를 내려다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 소리.

저는 이때서야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256번… 지금… 누구 허락 받고 고개를 든거죠?....”

“아.. 저… 교… 교도관님…… 펴… 편하게 해드리려고….”

저는 교도관님의 앞에서 아까 전에 했던 저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 없었습니다. 여기 안에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데도 교도관님의 허락이 필요하단 사실이 너무도 뒤늦게 떠올라 버려서…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을 스치는 “징벌” 이라는 단어도…

“하… 그래서 제 명령도 없이 마음대로 움직인 건가요?.... 256번?....”

전에 본적 없을 정도로 딱딱하고 차가운 표정의 교도관님.

“교… 교도관님.. 죄송… 죄송해요… 잘못했어… 끄아아아아아악!”

사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시작된 전기충격과 질식의 고통에 순식간에 몸이 바닥으로 엎어져 버렸습니다.

“끄으으윽… 끄아아아아앗…. 흐윽… 흐으으윽…”

터질 것 같이 조여오는 목을 붙잡고 거품 낀 목소리를 내쉬는 저.

그리고 이런 상황 속 유일하게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딱 한사람 교도관님은.

“하… 내가 그렇게나 우스워 보입니까 256번? 아직 교육이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그 뜻을 곱씹듯이 낮음 음정으로 또박또박 바닥을 구르고 있는 저를 향해 내뱉지만.

“끄으으으으으… 흐아.. 수… 숨… 숨이… 크허허허헉…. 끄으윽… 아…파… 아파요… 교도관니이임.. 제바알…”

저는 머리가 새하얗다 못해 까맣게 타오르는 고통 속에 허덕이며 교도관님의 구두를 붙잡고 벌레처럼 애원할 뿐, 교도관님이 정확히 어떤 말을 하는지, 그리고 또 제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교도관님은 자신의 구두를 붙잡는 저의 손을 잘근잘근 밟아버리며, 다른 한 발을 들어서, 아래위로 격하게 헐떡이는 저의 아랫배를 차버렸습니다.

“으으으읍…. !!!!!!”

지나친 고통에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멈춰버리고, 느껴지는 것은 오직 고통. 고통하나 뿐인 그 감각.

푸슉… 푸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축축해진 아랫도리.

교도관님의 구두를 붙잡던 손이 아랫배로 향했지만.

다시 날아오는 발길질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흐으으으읍….”

세상이 새하애지면서, 정신이 붕 뜨는 감각.

지금 당장에 숨을 쉬고 싶어도, 한줄기의 공기도 통하지 않지만, 숨이 턱 하고 막혀버리는 느낌.

극심한 고통에 저는 벌레처럼 미친듯이 꿈틀꿈틀 거리며 본능적으로 방의 구석, 그러니까 교도관님과 조금이라도 떨어진 곳을 찾아 기었습니다.

점점 숨을 막아오는 목줄에 눈 앞이 흐릿해 졌지만, 간신히 방의 벽에 살이 닿을 때쯤,

다시 날아오는 발길질.

바닥을 기어서 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방비한 옆구리를 차였습니다.

“아…. 으아아아아…”

우당탕탕 힘 없이 바닥을 구르는 몸은, 등을 바닥에 기댄 채 멈췄습니다.

슬슬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온 몸이 무겁고

눈 앞이 까매지고

끝없이 괴로웠습니다.

저 위로 저를 내려다보면서 뭐라뭐라 소리 치는 교도관님의 모습이 보이지만 흐릿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독하게도

“………..규칙……… 징벌…………..”

이라는 몇몇 단어만 귀에 들어올 뿐.

그러면서 이번에는 저의 머리를 걷어 차는 교도관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코를 박았는지 코에서 뜨거운 액체가 아래로 흐르는 느낌이 났지만, 감각이 저~ 멀리 붕 뜬 느낌이라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점점 더 까맣게 번지는 의식 속에서.

하복부에서 짜릿하게 느껴지는 온 몸이 부숴지는 듯한 감각.

교도관님께서 저의 소중한 그 부분을 구둣발로 차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끄아아아악…”

짧은 단말마가 터지고 그 뒤에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아무래도 숨을… 숨을 쉴 수 있게 된 모양이었습니다. 아니, 교도관님께서 제가 숨을 쉬는 것을 허락해 주신 것이겠죠.

“하아하아하아 잘못… 잘못했어… 끄아악…”

그 뒤를 이어서 곧바로 날아온 발길질에 옆구리를 얻어 맞았고

“끄아아아악… 잘못했어요 교도관님… 제발… 흐아아아악!”

그리고 그 뒤에, 아주 잠깐 숨을 쉬느라 멈췄던 전기 충격과, 질식이 재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찌릿한 정도였다가, 가면 갈수록 점점 피부가 얼얼하게 불타오르는 느낌이 나기 시작하면서, 가녀린 목에 압도적인 무게감을 자랑하는 목줄도 그와 같은 속도로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목을 조여왔습니다.

“256번!... 당신이…. 제 명령을…. ~~~ 지금 ~~~~ 징벌 ~~~”

의식이 드믄드믄 끊기는 것인지, 아니면 아까 머리를 차인 것에 대한 후유증 인것인지, 교도관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본능적으로

“크으으으윽.. 제성… 제성해...여어…”

를 입에 담으면서 교도관님을 향해 더듬더듬 손을 뻗을 뿐.

하지만 저의 손은 또 교도관님의 구두에 밟혀서는

이번에는 누워있는 저에게 무차별로 발길질이 가해졌습니다.

얼굴도, 옆구리도, 가슴도, 배도, 허리도, 등도, 허벅지도, 엉덩이도, 교도관님의 매서운 발길질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어디서 배워온 것 마냥.

사람의 어디를 때리면 가장 고통스러운지 잘 아는 것 마냥.

발을 높이 들어서, 그때그때 보이는 급소에, 딱딱한 구두 앞 굽으로 정확하게.

“256번! ~~~ ~~~~~ ~~~~~ 제가 당신을! ~~~~~”

귀에서 들리는 삐~~ 하는 이명.

어느새 벽까지 밀려난 저는 본능적으로 양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잔뜩 웅크린채로 교도관님의 무차별적인 발길질에 노출되었습니다.

온 몸의 욱신거리는 느낌이 아주 조금 덜어지고, 눈 앞이 깜깜해지기 시작하면, 또 귀신같이 전기충격과 질식이 아주 잠깐 멈추고, 옆구리를 차일 때 무언가 잘못되었는지, 숨을 내쉴 때 마다 갈비뼈가 아파왔지만, 저를 향한 교도관님의 노도 섞인 구둣발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고작… 고작해야 교도관님이 손을 대기 전에 먼저 고개를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작해야, 교도관님 허락 없이 고개를 움직였다는 이유로.

어차피 내가 안움직여도 자기가 움직일 거면서…

자동차에 치인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온 몸이 부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피해도 날아오는 발길질은 피할 수 없고.

무엇을 해도, 교도관님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저를 아프게 만드는 것도, 그리고 그런 저의 아픔을 멈춰주는 것도 교도관님이란 이 끔찍한 현실.

마치 깜빡깜빡 점멸하는 수명 다한 전구처럼

숨이 막혀서 의식이 끊어질 때쯤 되면 온 몸의 고통이 아주 조금 나아지고, 교도관님 한테 숨을 쉬는 것을 허락받았을 때는 갈비뼈가 욱식욱신 거리고, 그리고 전기 충격과 질식이 다시 시작 될 때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교도관님의 분노가 풀리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부디 제가 죽어버리기 전에 말이죠

그렇게 얼마나 폭력의 폭풍 속에서 처절하게 헤엄쳤을까요?

찢어진 입술과 코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목에도 선명한 멍자국이 들어 있고, 가슴에도 구두 자국이 큼지막하게 남아, 그 자국을 따라 멍이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배가 가장 심각했는데, 살색은 온데간데 없이 푸르딩딩한 색깔로 가득했고, 배 밑의 사타구니의 그곳도 발길질을 피해갈 수 없었는지, 아니면 잘못 맞았던 것인지, 조금 부어 보였습니다.

소리도, 울음도, 없이 그저 몸을 얕게 얕게 떨면서 구석에 웅크려 있는 저.

더이상 비명을 지를 기력조차 없는 걸까요? 아니면 그런 걸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요?

그리고 씩씩 거리는 숨을 흘리며 땀을 뻘뻘 흘리는 교도관님.

어느새 정복의 상의는 벗어 던지고 팔을 걷어붙인 채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저와, 벅찬 숨을 들이 내쉬는 교도관님.

“다시는… 다시는 저의 명령 없이 행동하지 마십시오 256번… 이번 한번은 이걸로 징벌을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분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숨을 고르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교도관님.

저는 교도관님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화가 났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부숴질 것 같이 욱신거리는 온 몸이 억지로 대답을 바깥으로 비집어 냈을 뿐.

“네… 교도관님…”

쌔액쌔액 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저의 입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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