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16화 (16/62)

〈 16화 〉 첫날 첫 징벌

* * *

그렇게 몇번을, 몇번을, 몇번을 다시 하고 또 하고 또 또 또 또

미칠 것 같은 반복들 토악질이 올라오는 배설 욕구를 꾹꾹 참아가면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인간적인 내용의 교육들이 계속되고, 또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정신없이 교육인지 세뇌인지 모를 무언가가 한참동안 진행되는 사이, 갑자기 영상이 뚝 하고 멈추더니 교도관님의 목소리가 좁은 방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256번 대기 자세 8번으로 대기하십시오”

하는 목소리.

대기 자세의 종류는 10가지가 넘어갔지만, 8번이 무엇인지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한 자세당 적어도 3번씩은 다시 하기를 시켜져서, 게다가 그 자세들을 설명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나 끔찍해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기억하게 되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명령을 거부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도…

일어서서,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굽히는 이상한 자세.

1분 유지하는 것도 힘들고, 또 온 몸 구석구석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런 지나치게 수치스러운 자세.

저는 생각할 틈도 없이, 교도관님의 명령에 순순히 복종했습니다.

몇 번이고 쥐가 난 연약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며, 허벅지 근육이 미칠듯이 땡겨오고, 벌벌 떨고있는 종아리가 끊어질 것만 같이 아렸습니다만, 저는 어떻게든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랐습니다.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사방이 거울처럼 되어버린 좁은 방.

눈을 어디로 돌려도,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눈물 콧물로 잔뜩 망가진 새빨간 얼굴에, 어디 변태도 하지 않을 법한 외설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앞을 보아도, 고개를 아래로, 옆으로 돌려도, 이게 현실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마냥…

좁은 방 안을 메우고 있는 헉헉 거리는 숨소리와, 아픔에 받힌 신음소리. 그리고 찌든 땀냄새.

한계에 다달은 체력과 인내심은 잠시도 버티지 못하고 몸을 바닥으로 끌어당겼고, 그때마다 목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짜릿하다 못해 뜨거운 전기 충격이 저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렇게 한번… 두번… 세번… 네번…

네번 이후부터는 숫자를 세는 것을 그만둬서 몇 번을 반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면 갈수록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져서, 몇번이고 바닥에 쓰러져 몸을 좀먹는 전기 충격에 짐승 같은 비명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치다가 금방이라도 부숴질 듯 후들거리는 몸으로 온 몸 구석구석이 숨김 없이 다 드러나는 지나치게 외설스러운 자세를 취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몇 번이고 계속.

자신의 모습이 숨김 없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사방이 거울로 막힌 좁은 방 안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시간 속에.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눈 앞이 깜깜해질 것 같은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뒤…

아니 실제로는 고작해야 몇 분 정도 였던 걸까요?....

여태동안 늘 그래왔듯.

아무런 예고도 전조도 없이, 좁은 방을 가득 울리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256번 대기 자세 5번”

짧고, 명확하고 냉담한 목소리.

무방비한 상태로 그 목소리에 노출된 저는 깜짝놀라 몸을 흠칫 한번 크게 떨었습니다.

대기자세 5번…

그러니까…

이마를 바닥에 붙여 바싹 엎드린 채, 손을 등 뒤로 교차시키고… 그리고… 그리고… 교육받은 대로 엉덩이를 높이 드는 자세… 지나치게 무방비하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자세…

만약에 진짜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무릎 꿇고 한번만 해달라고 부탁을 해도,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자세를 취하는데에, 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더는 부끄러움이고… 뭐고 간에… 당장에 미쳐버릴 것만 같은 배설 욕구가 저의 이성을 벌레처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세를 취하고 나서 찾아온 약간의 침묵.

아니 침묵은 아니었습니다. 전혀 조용하지 않았으니.

바닥에 이마를 딱 붙인 무방비한 자세로 신음소리와 함께 헐떡이는 저의 숨소리로 가득했던 좁은 방 안에 작게 울리는 저 이외의 다른 사람이 내는 목소리.

"지금부터 본 교도관은 256호의 내실 안으로 입실 하겠습니다.”

하는 목소리와 함께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저는 이곳에 끌려오고 나서 처음으로 교도관님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으앗… 으아아.. 교도관님… 제발…. 제발 마개 좀…. 제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오…. 잘못했어요… 제발… 제가 다 잘못했어요…. 화장실… 화장실 가게 해 주세요….”

복받치는 설움에 격하게 떨리는 어깨.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저절로 튀어나오는 간원의 말까지.

하지만 교도관님은 아무런 말도 없이 저의 뒤로 터덜터덜 걸어가서, 저의 맨엉덩이를 구둣발로 쓱 밀어 차버렸습니다.

비참한 현실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저의 뒤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저의 마개를 툭툭 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끄아아앗… 흐으으… 교도관님 제… 흐앗… 흐아앗… 아파… 아파요… 끄아앗… 흐앗…. 교도관님 제발… 흐앗…”

물 한 방울 샐 틈없이 구멍을 가득 메꾸고 있는 흉악하게 거대한 마개가 바깥의 자극에 맞춰서 흔들릴 때 마다, 저절로 입 밖을 튀어나오는 고통 섞인 신음소리.

마치 사람의 고통이 유희 거리인 것 마냥 장난스럽게 툭툭.

“끄아악… 흐앗… 흐어어엇.. 교도관니이임… 제발…. 흐앗!”

발 끝에 마개가 닿기만 해도 허리를 아래 위로 펄떡펄떡 거리는 저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한참 동안 교도관님은 구두 끝으로 저의 마개를 툭툭 건드리다가, 냉정한 목소리로 명령했습니다.

“256번 대기 자세 8번, 천천히 움직이세요”

“흐아앗… 네 넷.. 교도관님…”

제 명령을 듣지 않고 멋대로 후들후들 거리는 온 몸.

심장이 두근거릴 때 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묵직한 아랫배.

미쳐버릴 것만 같은 배설욕구.

지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에 철퍼덕 누워서 편해지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늘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언 같은 예감에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주저 없이 따랐습니다.

손을 머리 위로 꽉지를 끼고, 다리를 활짝 벌린 그대로 무릎을 굽혀서 고개를 앞으로.

아까 전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쓰러졌다 다시 하기를 반복한 그 자세였습니다.

미친듯이 벌벌 떨려오는 허벅지랑 종아리.

온 몸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하나도 숨기지 못하는 변태 같은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저의 엉덩이 밑에 까만색 양둥이를 하나 놓는 교도관님. 그리고 꽉지 낀 손가락 까지 벌벌 떨면서 교도관님의 눈치만 살피는 저와, 그런 저의 모습 따윈 곁눈조차 주지 않고, 무심한 눈으로 손에 든 휴대폰 같은 기기를 보며 말하는 교도관님

“징벌이 시작된지…. 6시간 12분이 지났네요, 256번 제대로 반성 했나요?

드디어 6시간.

캄캄하고 기나긴 터널 같았던 이 지옥 같은 시간에 드디어 끝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었습니다.

아직 6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절망감도 함께.

저는 눈 앞에 보이는 저의 유일한 희망인 교도관님께 서러움을 가득 담은 눈동자를 써서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네.. 네! 교도관님.. 반성했어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화장실… 화장실 가게 해 주세요…”

“256번은 무엇을 잘못했죠?”

교도관님은 그런 저에게 여전히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시선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같은 기계에 고정시킨 채, 물었습니다.

“흐아아앗… 끄으으… 교…교도관님… 흐으읏… 허 허락 없이 오줌 싼거 잘못했…어요… 끄으으으…. 다… 다시는… 안그럴게에.. 끄으읏.. 요오오오…”

“하… 법정에서는 그렇게나 잘못한 것도 없고, 반성할 것도 없다고 하시더니, 여기서는 또 솔직하시네요?”

귀에 쏙쏙 박혀 들어오는 교도관님의 비꼬는 말투.

“그거 아십니까? 256번의 피해자분 유족분들의 열람 신청이 통과되어 있더군요. 지금 256번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들을 유족분들이 보시고 계실 겁니다. 그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해 버린다면, 유가족분들은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

하지만 저는 정말… 정말로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는 걸요…. 정말로 억울한걸요… 그렇지만 제 입 밖으로는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으아아아… 아아.. 잘못…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화장실 좀… 제발…. 끄으윽…”

변태 같은 자세로 고개를 필사적으로 좌우로 흔들며, 잔뜩 쉰 목소리로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는 저의 추한 저의 모습이 눈 앞에 비춰져 보였습니다.

“역시 256번 같은 흉악한 범죄자에게는 이런 벌이 어울리는 것 같군요. 법정에서는 그렇게나 거짓말만 치더니만 여기 온지 하루도 안돼서… 정말 어이없지 않습니까? 256번?”

검지손가락 끝으로 저의 허리를 쓱 쓸어내리는 교도관님의 손길.느릿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의 궤적에 따라 피부에서 소름이 우두두 돋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손은 저의 몸에 짝 달라붙어 있는 두꺼운 고무 같은 촉감의 팬티 위에서 멈췄고, 맨살에 짝 달라붙어있었던 고무가 지지직 하고 뜯어져 나가는 끈적한 감각과 함께, 아무리 해도 제 손으로는 벗을 수 없었던 그것은 교도관님의 손에 의해 몸에서 자그마치 6시간 14분 만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끄으으으으…. 으으으아아아…. 잘못했어요… 화장실… 화장시이일 가게 해 주세요… 배가… 배가 너무 아파요…. 끄으으읏….”

여태동안 2중 3중으로 꾹꾹 봉인되어 왔던 이성을 파먹는 끔찍한 배설욕구가, 절대 스스로는 벗을 수 없었던 팬티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폭발해서, 무의식적으로 배에 힘을 꽉 주어 무거운 뱃속에 가득 찬 내용물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 애썼지만, 저의 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흉악한 마개들은 단 1센치도 뒤로 밀려나오지 않았습니다.

힘든 자세에 부들거리는 온몸

엉덩이를 타고 척추를 통해 머리까지 솟구쳐 오르는 배설욕구

심장이 쿵쾅쿵쾅 뛸 때 마다, 구멍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 느낌.

발목에서 느껴지는 온 몸의 땀이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감각.

마개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조금 사라지면서, 이제 정말로 이 지옥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 희망감에, 저의 구멍이 아주 미세하게 조였다 풀었다 수축을 반복하기 시작해,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흉악한 크기의 마개를 꾹꾹 조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256번은 본 교도관의 명령 없이 배설을 하여서, 징벌을 받았습니다. 맞습니까?”

교도관님은 손에 든 휴대폰 같은 기계를 바라보며 물었고

“흐으읏.. 네… 넷… 맞아요! 교도관님… 교도관님 허락… 없이.. 끄으읏… 오.. 오… 오줌 싸서… 제송해여어…. 흐으읏… 화장실… 화장실 가게 해… 주세여어…”

저는 잔뜩 쉰 목소리로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혀가 풀린 멍청한 발음으로 대답했습니다.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거나, 버틴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당장 화장실에 갈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기세로 저는 교도관님께 부탁했습니다.

“정말로 제대로 반성한게 맞나요 256번? 혹시나 반성이 부족하다면, 징벌 시간을 좀 더 늘려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활활 타다못해, 새까맣게 썩고있는 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나치게 느긋한 목소리의 교도관님.

금방이라도 다시 저를 이대로 내버려두고 방 밖으로 나가버릴 듯한 태도에 재촉당한 저는

“네… 네! 교도관님! 반성! 반성했어요! 진짜로 잘못했어요 교도관님… 다 다시는 교도관님 허락 없이 오줌을 싸지 않겠습니다! 잘못했어요! 제발 제발!”

저는 남은 힘을 필사적으로 쥐어짜서 교도관님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습니다. 256번. 아무래도 충분히 반성한 것 같네요. 처음 받는 징벌을 얌전히 잘 받았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상을 하나 드리도록 하죠.”

도저히 주체하지 못하고 벌벌 떨리는 저의 엉덩이 밑에 어느샌가 까만색 양둥이를 탁 하고 놓은 교도관님.

“해암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평소, 배설시에 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호스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이번에는 특별히 한번에 가도록 하죠.”

저는 처음엔 교도관님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몰려오는 충격에 부르르 떨리는 몸.

아무리 둘러봐도, 침대는커녕, 창문도, 변기도 하나 없는 좁은 방.

“네?... 끄아앗.. 교… 교도관님… 화장실… 화장실은?....”

“하… 256번… 당신은 범죄자 주제에 화장실을 바라나요? 모든 해암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교도관의 명령 하에, 그 자리에서 배설해야 합니다. 애초에 이 교도소 안에 당신들 같은 흉악 범죄자를 위한 화장실은 존재하지 않아요. 아직도 주제파악이 안됩니까?”

교도관님은 헛웃음을 한번 치더니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설명했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저에게 인권이라던가, 존엄이라던가, 자유라던가, 하는 단어는 모두 교도관님의 명령 이란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담담한 목소리.

“오기 전에 보니까, 지금 당장에 기록을 열람하고 있으신 분들이 유가족분들 포함해서 100명이 넘어가더군요, 당신의 모든 행동들이 24시간 365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런 더러운 모습도 말이죠.”

교도관님은 저의 등 뒤에서 아주 조금 느슨해진 요도 마개 끝 손잡이를 장갑 낀 손으로 잡아 살살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맞춰서 푸슉 푸슈슉 새어 나오는 노란 물줄기.

바닥에 놓인 양둥이로 액체가 떨어지는 적나라한 소리.

“이제 배설을 허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56번. 살아있을 가치도 없는 흉악 범죄자인 당신이 배설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유가족분들과, 국가에게 감사하도록 하십시오.”

한번에 쑤욱 잡아당겨진 흉악한 크기의 오돌토돌한 요도 마개에 내장이 딸려 나오고, 속살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사… 감사 합니다… 교도관님… 오줌 싸게.. 해 주셔.. 흐이잇… 흐아아아앗! 으아아아아아아으아아아……”

6시간 동안이나 참아왔던, 아랫배가 터져버리는 듯한 공포까지 느껴졌던 막대한 양의 내용물들이 바닥을 뚫을 기세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무지 가만히 있지 못하는 엉덩이의 움직임에 따라서 여기 저기로 흩날리는 노란색 물줄기.

좁은 방을 가득 메꾸는 암모니아 냄새.

아랫배를 묵직하게 채우고 있던 무거운 것들이 빠져나가면서 그 해방감이 몸이 더더욱 부들부들 떨려왔습니다.

가장 저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눈을 어디로 돌려도.

고개를 어디로 움직여도.

알몸으로, 게다가 몸의 어느 곳 하나 가려지지 않는 변태 같은 이상한 자세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잔뜩 빨개진 얼굴로, 침이랑 콧물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허리를 흔들며, 좁은 방 안에서 다른 남자가 보는 앞에서, 까만 양둥이 안으로 오줌을 싸는 저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한참동안. 정말이지 한참동안 1분 넘게 계속되었던 방뇨는, 마지막에 쪼르륵 쪼르륵 거리는 소리와 부들거리는 허벅지를 타고 줄줄 내려오는 물줄기와 함께 끝이 났습니다.

“하아… 하아하아… 끄아앗…”

지금 제가 이러는 모습을 100명 넘게 지켜보고 있겠죠?...

제가 이렇게 고통받고 망가지고, 철저히 바닥에서 벌레처럼 구르는 이 모습을, 유가족들은 정말 기뻐하며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수치심에 열이 머리 위로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더럽게 많이도 싸지르는 군요 256번. 화장실 교육도 제대로 못받았는지, 양둥이 밖으로 빠져나오기까지… 하아…”

“끄으읏… 하아… 하아.. 하아…”

“256번. 혹시 김제철씨랑 한순옥씨를 아시나요?”

어깨 끝으로 숨을 쉬고 있는 저에게 물어보는 교도관님.

김제철… 한순옥….

그 이름들이 귀에 들어오자마자 몸이 흠칫 떨리고 덜컥 숨이 멎었습니다.

제가… 제가 어떻게 그 이름들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요…

저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사랑해준… 부모님의 이름…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법정에서 끌려가는 저를 보고 울고 있었지요…

갑자기 왜?.... 갑자기?....

교도관님은 아까랑 같은 장난스러운 손길로 저의 항문 마개를 살살 돌리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선심 쓰듯이 가르쳐준다는 마냥.

차라리… 아니 그냥… 몰랐으면 좋았을만한 내용을…

“아무래도 아는 모양이네요?... 하긴 256번이 아무리 싸이코패스 범죄자라도 부모님을 잊을 순 없겠죠?...”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설마…

설마…..

안돼….

안돼……..

구멍을 틀어막고 있던 흉악한 마개가 조금씩 조금씩 비틀어 움직여질 때 마다, 그 사이를 파고들어 새어 나오는 물줄기.

푸슉.. 푸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역한 냄새가 좁은 방을 채우고, 양둥이에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 부모님은 그래도 당신 같은 것도 딸이라고, 당신 모습을 보기 위해 열람 신청을 넣었던 모양이더군요”

“아… 아아아…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엄마… 아빠… 보지마…. 보지마….. 제발… 흐아아앗…. 제발….”

“아무래도 사정이 딱하잖아요? 그분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그래서 제가”

“아… 아아아…. 아… 안돼….”

“열람 신청을 허가했습니다. 아까 봤는데 지금도 256번의 모습을 보고 계실거에요”

그리고 그 말과 함께 쑥 뽑혀나가는 항문 마개.

속살이 뒤집어지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쓰라린 느낌과 함께.

푸슈슈슉… 쏴아아아아….

좁은 방 안을 가득 울리는 거센 물소리와, 냄새.

“끄아아아아앗…. 흐아아앗.. 까아아아아아악….. 하아하아.. 으아아앗 아아아… 아아아.. 안돼… 안… 끄아아앗……”

도저히… 안간힘을 써서 참아 보려고 해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흐아아악… 끄아아아앗… 흐아….. 아아아아아악…”

온 몸에서 힘이 풀리고 눈 앞이 아득하게 깜깜해져서…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뼈를 녹이는 듯한 전기충격과 함께 바닥을 구르고 있었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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