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첫날 교육
* * *
결국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157번까지.
눈 앞이 깜깜해지는 고통과, 위기들을 넘기고 나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혀와 목을 혹사시켜서 간신히, 정말 간신히 157번까지.
그리고 이번에는
“256번 목소리가 불명확 합니다, 또박또박 말하십시오, 또 자세가 좋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다시”
157번까지 다 끝나고 나서야… 차라리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차라리 그때그때 말을 해주지…. 왜 다 끝나고 나서…
눈 앞을 덮쳐오는 깊은 절망감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스물 여덟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 없이 배설하지 않습니다.”
잔뜩 쉰 목소리가 쉭쉭거리면서 좁은 방안에 작게 메아리 쳤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또박또박, 그리고 큰 소리로…
이런 말도 안되는 비인간적인 규칙들이 뺵뺵히 157번까지나.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가 작아서 다시.
도중에 자세가 풀려서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발음이 안좋아서 다시.
쓰러질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지는 전기 충격.
제 몸이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것에 신기함을 느낄 정도로 저는 한계에 한계까지 저의 몸을 혹사 시켰습니다.
말을 듣지 않아 휘청휘청 거리는 몸을 어떻게든 유지시키며, 숨을 들이 마시는 것마저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목을 어떻게든 쥐어 짜 내서, 간신히 처음부터 157번째까지.
그렇게 몇번을, 몇번을 반복했을까요?
이번 마저도 안된다면, 꼼짝없이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두배로 늘어나버릴 거다. 라는 생각이 한 3번은 들었을 때쯤에야.
“이상으로 수감자 규칙에 대한 교육을 종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영상과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밝은 클래식 음악이 바뀌는 것과 함께 영상이 다음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교도소 내에서 수감자가 취해야 할 수감자 자세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본 교육에 있어서 여러분들의 선배 수감자인 38호가 여러분들의 교육을 도와줄거에요. 38호는 해암 교도소에 수감된지 올해로 12년 된 모범수입니다. 그럼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38호의 한마디를 들어보도록 하죠.”
영상은 곧바로 전의 영상과 이어진 듯, 아까 전 화면의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여자는, 큰 화면으로 나와서, 전과 달리 그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이 봐줘야 30대 초반 정도의 젊은 여성.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 머리는 얼핏보기에도 살랑살랑 부드럽게 흔들리는 것이, 잘 관리 받은 태가 났고, 단정한 인상의 무표정한 얼굴. 그 입술 틈 사이로 내뱉는 숨결에 묘한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풍만한 가슴에, 잘빠진 잘록한 허리,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철저하게 관리된, 너무 마르지도, 너무 뚱뚱하지도 않은 딱 보기 좋은 적절한 몸매.
그리고 보기 싫어도 눈에 들어오는 바짝 선 가슴 돌기, 그리고 활짝 벌려진 허벅지 사이에서 움찔움찔 벌렁벌렁 거리면서 투명한 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성기까지.
12년… 12년을 이 안에서 보낸다면 저도 저렇게 되는 걸까요?...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저렇게 밑에 물이 고일 정도로…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또 저 나이대의 여성처럼 평범하고, 또 담담하고, 그리고 지나치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수감자 자세를 더 잘 배울 수 있도록 교제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디 잘 배워서, 사회에 아무런 쓸모도 없이 아무대서나 씹물을 질질 흘리는 더러운 성노예년 주제에 교도관님께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합시다.”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담담한 목소리로, 심지어 누가 시켜서 저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저는 그 끔찍한 광경에 압도당해서 아주 잠깐 자신이 처한 현실에 멍해져 버렸지만, 바로 1초 뒤에 욱신거리는 하복부의 고통 때문에 다시 돌아와 버렸습니다.
정신이 나가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고통을 이를 꽉 깨물어 꾹꾹 참았습니다. 입술 사이로 침이 줄줄 흐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지금 자신의 꼴이 어떻든지 간에, 지금 당장에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이 정신나간 교육이라는 것을 교도관님의 마음에 드는 태도와 자세로 받아야만 합니다. 숨을 깊게, 심호흡을 하고, 자세를 다잡았습니다.
“수감자 자세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으며… 만약 자세가 바르지 못한 경우 패널티를 주게 되며, 이후에도 자세가 좋지 못하면, 자세 교정을 위한 특별 교육을 받게 됩니다…. 수감자 여러분은 본 영상을 보면서 설명과 함께 해당 자세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몇 마디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자세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진행되고, 본격적인 자세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휴식 자세 1 입니다. 바닥에 배를 대고 누워서 팔과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손바닥에 쫙 펴서 바닥에 붙여서, 교도관님께 반항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이때 손가락을 움직이면 교도관님께 반항의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간주되어 패널티를 받습니다. 또한 항상 교도관님께 38호의 더럽고 냄새나는 보지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 다리를 활짝 벌려야 합니다.
듣기에도 거북한 자기비하 발언을 담담히 입에 담으면서 영상 속 여자는 완벽한 휴식 자세를 취했고, 저도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간신히 뒤따라 움직여 화면 속 여성을 따라했습니다.
할 수 있는 힘껏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바닥에 딱 붙여서
“이대로 10분을 유지합니다.”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숨을 쉬고 내쉴 때 마다 바닥에 배가 눌러져서, 자세는 아까보다 편해졌지만 고통은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흘러가는 시간.
바닥에 딱 붙은 손가락이 벌벌 떨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아니 벌벌 떨리고 있는 건 손가락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온 몸이 도저히 저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벌벌 떨리는 맨 살에 땀으로 흠뻑 젖은 바닥의 미끌미끌한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숨을 쉬고, 내쉬는 것 만으로도 느껴지는 끔찍한 복통과 배설욕구.
“으으으…. 으아아아..”
이를 너무 앙 다물어서 이빨이 으드득 으드득 갈리는 느낌과, 침이 줄줄 새어 나오는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고통 섞인 신음소리.
10분…
10분..
10분.
정체모를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하나도 알 수 없는 방 안에서 혼자, 창문 하나 달려있지 않아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조차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혼자서 지옥 같은 고통을 참으며 10분.
지금 제 모습을 교도관님도 보고 있겠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혹시나 살려달라고… 구해달라고…. 이건 너무 하다고 빌면…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을까요?.... 과연 누가 도와주러 올까요?...
밖에서 저는 이런 벌을 받아도 싼 흉악한 범죄자가 되어 있을건데…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하잖아요….
아파요, 아픕니다. 너무너무 아파요… 제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걸까요…
눈물이 벅차 올라서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띵동!
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유난히 경쾌한 벨소리.
10분이 다 지난걸까요?
그 뒤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256번, 자세가 불량합니다. 다리를 벌리고, 손가락을 바닥에 딱 붙이도록 하세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교도관님의 목소리 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설명.
“휴식 자세 1 입니다. 바닥에 배를 대고 누워서 팔과 다리를 최대한 벌리고, 손바닥을 쫙 펴서 바닥에 붙여서, 교도관님께 반항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이때 손가락을 움직이면 교도관님께 반항의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간주되어 패널티를 받습니다. 또한 항상 교도관님께 38호의 더럽고 냄새나는 보지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 다리를 활짝 벌려야 합니다.
똑바로 하지 않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겠지요…
저는 지금 이상으로 다리를 더 벌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을 땀으로 미끈한 바닥에 딱 고정시키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습니다.
그렇게 10분.
교도관님이 저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또 10분.
저의 성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또 10분…
“휴식 자세 2 입니다. 등을 대고 누워서, 손등을 활짝 펴고, 바닥에 붙이고, 팔과 다리를 벌려야 합니다. 만약 교도관님이 38호의 벌렁거리는 보지를 발로 밟으셔도 손가락 하나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38호 같이 멍청하고 더러운 씹보지년을 위해 교도관님께서 패널티를 주셔야 합니다.”
“휴식 자세 5 입니다. 앉아서, 다리를 벌린 채, 팔을 어깨만큼 벌려서, 등뒤로, 손으로 바닥을 잡아, 손가락을 바닥에 붙여야 합니다. 교도관님께서 38호의 냄새나고 벌렁거리는 보지를 잘 보실 수 있도록 합니다”
휴식 자세는 5번까지 있었습니다.
도중에 몇번이나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특히 10분이 다 끝나서 띵동! 하는 소리가 다 들린 후에야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서, 몇번이고, 몇번이고, 그럴 때 마다 도저히 자기가 자기 입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어떻게 자기 입으로 저런 말을 자기 스스로한테 할 수 있는지, 정말이지 들을 때 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자세 설명들을 억지로 듣게 되는 것은 덤이었습니다.
“대기 자세 5 는 엎드려서 이마를 바닥에 붙인 후, 손을 등 뒤로 교차 시키는 자세 입니다. 이 때 엉덩이를 살짝 들어서 38호의 냄새나는 씹구멍과, 더러운 똥구멍을 교도관님이 잘 보실 수 있게 합니다.”
이정도는 약과고 아예…
“준비 자세 1 은 앉은 상태로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활짝 벌린 후, 양 손으로 38호의 벌렁거리는 씹구멍을 활짝 벌리는 자세이며, 이때 얼굴은 항상 앞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같은 대놓고 성적인 자세까지…
어느덧 화면 속에 보이는 여자. 아니 38호의 성기는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듯 벌렁거리며 뿜어져 나오는 애액으로 실타래가 주욱 하고 늘어지다 못해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벌벌 떨리는 몸을 다 잡아 느릿느릿 후들거리는 허리를 세워 앉았습니다. 온 몸에 찐득하게 묻어 있는 저의 땀. 여태껏 살면서 산부인과도 한번 안가봤고… 아직 성관계조차 한번도 못했는데… 애초에… 애초에… 저의 알몸을 보여준 남자는 어릴 때 아빠를 제외하고는 여기 교도관님이 난생 처음이고… 게다가 거 거길… 그렇게…. 제 손으로 벌려서….
숨을 한번 내쉬고, 눈을 한번 깜빡일 때 마다 머리 속을 스쳐지나가던 수많은 부정적인 상념들이, 무거운 머리 속을 새 하얗게 색칠하는 지독한 복통과 근육통에 씻겨져 나갔습니다.
결국 체념 섞인 작은 호흡을 한번.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저의 성기를 더듬더듬 잡아서 눈을 꾸욱 감고 벌렸습니다.
두꺼운 고무를 만지는 듯한 촉감.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여린 속살이 꿀렁이는 것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작게 벌렁거리는 구멍과, 그 밑에 뭉툭하게 튀어나온 마개의 모습까지.
억지로 억지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10분.
또 10분.
또.
다시 또.
성기가 제대로 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나, 다리가 제대로 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다시.
도중에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닥에 철퍼덕 쓰러지면 또 온 몸을 태워버리는 전기 충격이 날아왔고, 저는 부들부들 일어나 다시 또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성기가 교도관님께 잘 보이게끔 다리를 활짝 벌리고, 손가락으로 저의 성기를 벌려서…
그렇게 교육은 계속되었습니다.
도중에 탈수 증세 때문인제 머리가 어지러워져서 현기증 때문에 쓰러지면 아무런 지체 없이 카운트와 함께 전기 충격이 찾아왔고, 어떤 자세든 적어도 3번씩은 다시. 다시. 다시. 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몇 번은 진짜 진짜 못견디겠다 싶어서 격통에 보이지도 않는 교도관님께 부탁해보기도 했습니다.
“교도관님 제발…. 흐아아앗… 너무 끄읍… 너무 아파요… 죽을 거 같아요… 제발…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제가 다 잘못헸어요.. 제발…”
하지만.
“7 6 5 4”
제가 아무리 울면서 간원을 해도 숫자를 세는 저 차가운 목소리는 소리는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번을, 몇번을, 몇번을 다시 하고 또 하고 또 또 또 또
미칠 것 같은 반복들 토악질이 올라오는 배설 욕구를 꾹꾹 참아가면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근간을 뒤흔드는 비인간적인 내용의 교육들이 계속되고, 또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정신없이 교육인지 세뇌인지 모를 무언가가 한참동안 진행되는 사이, 갑자기 영상이 뚝 하고 멈추더니 교도관님의 목소리가 좁은 방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256번 대기 자세 8번으로 대기하십시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