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 첫날 교육
* * *
“착각하는 것 같은데… 256번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그저 해암 교도소의 수감원일 뿐이죠… 256번은 담당 교도관인 제가 벌리라면 벌리고, 싸라면 싸고, 벗으라면 벗는… 아 벗지는 못하겠네요… 어차피 알몸이니까 어찌됐든 256번은 성노예가 된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
저의 대답을 촉구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말을 내뱉을 때 마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아랫배가 딱딱한 신발에 의해 꾹꾹 눌러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척추를 타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끔찍한 고통.
지금도 간신히 비명을 지르는 것을 참고 있는데…
“흐아아앗… 으으아아아.. 네… 네에…. 아… 알겠어요…. 끄으으으읏… 교도관님…..”
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교도관님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부터는 대답을 또박또박 하도록 하세요 256번.”
교도관님은 아랫배를 꾹꾹 누르고 있던 구두의 밑창으로 저의 뺨을 툭 치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비명을 참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나 힘든데…
“자 질의응답 시간은 다음에도 있으니 그때를 기대하도록 하고… 슬슬 기초 교육을 시작하죠, 기초 교육은 시청각 자료로 이루어지며, 교육 내용은 해암 교도소에서 생활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상식들을 가르칩니다. 뭐 영상에서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니까, 256번이 아무리 멍청하더라도 그정도는 할 수 있겠죠.”
교도관님은 멍.청.하.더.라.도 라는 말을 일부로 뚝뚝 끊어서, 그 음절을 발음할 때 마다, 저의 뺨을 신발로 툭툭 쳤습니다.
“자 휴식은 끝났습니다 256번. 대기 자세 2번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대기자세 2번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서 꽉지를 끼고 머리 위에 손을 올리는 자세입니다. 천천히 움직이십시오”
교도관님은 저의 허리를 툭툭 발로 차며 명령하였고,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그 대기자세 1번인지, 2번인지 3번인지,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서, 꽉지를 끼고 머리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끄으으윽.. 하아하아하아…. 히이이잇….”
몸을 조금,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뱃속에 가득찬 액체들이 출렁출렁 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만. 애처로울 정도로 경련하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며, 어떻게든 명령받은 자세를 취하는데 성공한 저의 머리맡 위에서 들려오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본 교도관은 지금부터 256번방의 내실에서 퇴실하도록 하겠습니다. 256번 명심하십시오. 교육 내용 중에도 있을건데 해암 교도소에서 수감자에게 자유란 것은 없습니다. 365일 24시간 256번의 모든 것은 감시 녹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없더라도 허튼 짓 하지 마십시오.”
교도관님은 저의 머리채를 위로 잡아 끌어, 저의 눈 앞에 휴대폰 모양의 기계를 흔들며 보여주었고, 그걸 보고 공포에 흔들리는 저의 눈동자를 보고는 만족한 교도관님은, 우악스러운 손길로 다시 저의 이마를 바닥에 쳐 박고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발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고, 이 좁은 방 안에 저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자유는 없다…
365일 24시간 모든 것이 감시 녹화되고 있다…
단지 그 말 들만이 귓가에 맴돌 뿐…
방 안에 혼자 남았는데도 교도관님이 지정한 자세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바닥에 이마를 붙인 채, 부들부들 경련하는 몸의 떨림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숨을 쉬고 내뱉을 때 마다 커다란 마개에 막혀 욱신거리는 항문과 요도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제정신으로 있는 것조차 힘들게 만드는 이 지옥 같은 배설욕구에, 대기 자세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정말로 저의 모든 것이 감시되고 있다면…
지금 이 장면도 교도관님은 보고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만약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만약 명령 없이 자세를 바꾸었다고 벌을 준다면…
전기 충격?...
목줄에 목이 졸리는 걸까요?
또 아니면 1시간……
그런 끔찍한 일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저는 그 상태로 그러니까 알몸에 엎드려서 바닥에 이마를 갖다 붙이고, 양 손으로 꽉지를 껴서 머리 위에 올려 둔 그 무방비한 자세 그대로 그 기초 교육이라는 것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확히 얼마나 기다렸던 걸까요?
방 안에 변기도 없는 마당에, 시계는 당연히 없고, 시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한 창문 하나 없는 좁은 방. 애초에 바닥에 이마를 딱 붙이고 있어서 땅바닥 이외에는 무언가를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이대로 방치당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몸을 몸을 벌벌 떨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치 아침 점호를 했을 때와 같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띠링 하는 효과음이 좁은 방에 메아리 치더니, 여자 아나운서의 안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무지 무시하려 해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귀가 멍멍해지는 커다란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상쾌한 음악.
“지금부터 해암 교도소의 기초 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육 대상인 수감자는 대기 자세 4번을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4번 자세는 무릎을 꿇고 다리를 벌린 채 손을 머리 위에 올리는 자세입니다 256번. 지금 당장 시행하세요.”
그리고 잇따라서 들려오는 교도관님의 목소리.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명령 받은 자세를 취했습니다.
무릎을 꿇은 채로, 다리를 벌리고, 손을 머리 위로…
몸을 일으켜 세워서 바라본 정면에는 마치 영화관의 프로젝터처럼 벽 한 켠에 영상이 틀어져 있었고, 해암 교도소 기초 교육이라는 큼지막한 글씨와, 그리고 영상의 한쪽 구석에는 지금의 저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알몸의 여자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너무도 무표정한 얼굴.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긴 머리카락에, 풍만한 가슴과 그에 대비되는 잘록한 허리,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와, 있는 힘껏 벌려진 다리 사이로 보이는 털 하나없이 제모된 그곳.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과는 다르게, 그곳에서 줄줄 새어 나오고 있는 찐득한 하얀 애액까지도…. 처음에는 그 자세 그대로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사진이 아닐까? 하고 생각 했는데, 숨을 내쉴 때 마다 가슴팍이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는 것이 보여서 동영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더군다나 화면 속에 보이는 저 여자랑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감으로 알아차린 저는 더 늦기 전에 어깨 넓이 정도로만 벌렸었던 다리를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벌려서 화면 속 여자와 최대한 같은 자세를 취했습니다.
“좋습니다. 256번. 교육 중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징벌을 받게 될 겁니다. 저는 항상 256번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을 테니, 성실하게 교육을 받도록 하십시오”
귀가 아플 정도로 좁은 방을 가득 울려대는 교도관님의 목소리와 함께 띠링 하는 효과음이 나더니 영상이 다음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해암 교도소에 입소하게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해암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의 안전과 …”
로 시작되는 영상.
해암 교도소에서는 오자 마자 처음보는 남자 앞에서 옷이 벗겨지고, 성노예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환영인 모양입니다.
이어서 이어지는 설명들
“해암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모두 민간 사회와 철저하게 격리되어 수감자는 앞으로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해암 교도소의 평균 수감 기간은 현재 28.7년이며, 탈옥한 수감자는 현재까지 0명입니다. 해암 교도소에서는 최신 이론에 입각한 교화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감자들의 모든 것은 국가와 해암 교도소의 소유물이며, 수감자들은 해암 교도소의 교화 정책에 따라, 성노예로서 국가에 봉사해야 합니다.”
상쾌한 목소리와 커다란 자막과 함께 각종 그래프가 슝슝 지나갔습니다.
평균 수감 기간 28.7년…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 지옥 같은 곳에 28년 동안이나 갇혀 있다는….
게다가 탈옥자가 0명…
더군다나 또 또 또 그 성노예…
지나치게 상쾌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음습한 단어.
터져나와버릴 것 같은 지옥 같이 끔찍한 배변 욕구에 지금 당장이라도 바닥에 엎어져서 무식하게 커다란 마개들을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저는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자세를 다잡았고 흘러나오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해암 교도소 수감자의 일과는 수감자 개인의 교화 상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우선 5시에 기상하여, 아침 점호를 끝낸 뒤, 식사와 검사를 포함한 기상 일과를 모두 종료한 후, 취침 시간 전까지 교화 활동을 하게 됩니다. 교화 활동 중에는 수감자 분들을 위한, 산책, 운동, 기술 교육, 세척 시간, 등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수감자의 교화의 정도에 따라 교도관의 임의로 휴식 시간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취침 시간은 오후 12시이며, 취침 점호와 검사를 끝내면 취침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침 5시부터… 밤 12시까지… 그… 교화 인지 뭔지를 받아야 하는 건가?... 그렇게나 오랫동안?.... 그래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도 산책이나 씻는 거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약간 안심이 되었습니다.
샤워가 아니라, 세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조금 걸리긴 했지만…
“해암 교도소 수감자는 365일 24시간 모든 것이 감시, 기록, 녹화 되며, 그 자료들은 교화를 위한 연구용으로 쓰이거나, 피해자 유족들에게 전달되어 수감자의 교화 상태를 확인해 드리기 위해 사용되거나, 세금을 납부해 주시는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로 공개됩니다. 자료의 보존 기간은….”
동영상 안에서는 저 말고 다른 수감자들로 보이는 알몸의 여성들이 저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쓱쓱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중에서는 저처럼 새빨간 얼굴로 엉엉 울고 있는 모습의 여성도 보였고. 그 뒤로 이름, 키, 나이, 몸무게, 신체의 사이즈, 등등의 데이터들이 나타났다 쓱쓱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절정 횟수 라던지… 배설 횟수… 개발 정도 라던지 도저히 눈으로 봐도 믿기 어려운 자료들 까지도…
그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알몸에… 이런 자세로… 이러고 있는 게 전부다 기록이 되고 있고… 그걸 다른 사람이 본다는… 그 그런 말 인건가요?..... 감시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외부로…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또다른 충격 이었습니다.
저는 충격에 등줄기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뒤로도 끔찍한 설명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법적으로 사망 처리되었다는 이야기 라던지, 과거의 교화 방법과 달리 최신 이론에 기반하여 시행되는 지금의 교화 방식에 따라 교도소 내에서 자살이나, 자해, 아니면 정신 이상을 호소하는 수감자들이 극적으로 줄었다던지 바뀐 교화 방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감자들이 늘었다 등등…
들으면 들을수록 끔찍한 내용들만 줄줄…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았을 법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줄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설명은 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요?
그저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머리 위에 두고 있을 뿐인데, 극심한 복통 때문인지, 아니면 자세가 힘들어서 인지,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려왔지만, 화면의 한 구석에 비춰 보이는 여자는 저와 똑같은 자세 그대로 처음과 같이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칼같이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손을 머리 위에 둔 채로, 담담히 앞을 바라보며, 가끔 눈을 깜빡이거나, 숨을 내쉴 때 그 풍만한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할 뿐, 아니 사실 잘 보면 한가지 달라진 점이 보이긴 합니다.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에서 적나라하게 보이는 그녀의 성기에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끈적한 애액이 엉덩이 골을 타고 바닥에 떨어져 조금씩 조금씩 고이기 시작한 것이 보였습니다.
표정은 놀랍게도 무표정 그 자체인데 말이죠.
정말 다행이도,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지옥 같은 해암 교도소에 대한 설명은 그 뒤로 더 길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초 교육은 앞으로 일주일간 진행되며, 수감자분은 이 시청각 자료를 통해, 교도소 내에서의 지켜야 할 규칙, 등 수감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이 이루어 질 것입니다. 담당 교도관님의 지도에 따라 성실히 교육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하면서
잔잔히 흐르던 배경 음악이 한차례 바뀌고, 화면이 잠깐 깜빡이더니, 이번에는 해암 교도소 수감자 규칙이라는 타이틀이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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