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6화 (6/62)

〈 6화 〉 첫날 첫 징벌

* * *

"좋습니다. 이걸로 기상일과는 모두 끝났습니다 256번. 이제는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교화 활동을 시작할 건데… 256번은 교화 활동 대신에, 기초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전에… 256번은 어제 중대한 규칙을 위반하였습니다. 입감 첫날에는 규정상 징벌을 줄 수 없지만, 두번째 날부터는 징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규칙 위반은 반드시 징벌을 받아야 힙니다.”

“네?... 징벌?... 중대한 규칙 위반 이라니요?...”

저는 제 등 뒤에 있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대충 예상이 갔습니다.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그 어떠한 경우라도 수감자는 담당 교도관의 허가 없는 배설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어긴다면 징벌대상입니다.”

“네?... 그… 그런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게다가… 제가 언제…”

아까 전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성노예 라느니, 배설을 허가 받아야 한다느니 그런 비 인간적인…

“어제 입감 절차를 진행할 때, 256번은 처벌을 받는 도중에 담당 교도관의 허가 없이 방뇨를 하였습니다. 기억나지 않습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규칙을 몰랐다 하더라도, 규칙은 규칙이고, 징벌은 징벌입니다.”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 잊을 수 없었죠.

어제 저는 전기충격의 극심한 고통에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부들거리며 저도 모르게 실례를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뭔가요… 제가 그렇게 된 것은 전부다 이 남자 때문에…

저는 치밀어 오르는 억울함에 그만 소리쳤습니다.

“말도 안돼요! 그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하지만 그 직후에 저의 목소리는 켁켁 거리는 꽉 막힌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갑자기 차고 있던 목줄이 제 목을 부숴트릴 듯이 조여서 숨을 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도관을 향한 반항적인 발언 또한 규칙 위반입니다. 256번. 주제를 아세요… 저도 사실 이렇게 하기 싫단 말입니다. 이렇게 목을 조르는 것 만으로도 씹물을 질질 흘리는 발정난 버러지 같은 미친 살인마년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얼마나 역겨운지 아십니까?”

그는 질식의 고통에 목을 붙잡고 추하게 몸부림치는 저의 머리를 구둣발로 꾸욱꾸욱 밟으면서, 아주 냉정한 목소리로 한글자 한글자 뚝뚝 끊으며 저를 잡아먹을 듯이 말했습니다.

“수 숨이.. 막혀요… 케엑… 켁… 수 숨이…”

“참고로 이런 종류의 전기 충격과, 호흡 제한은, 패널티의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명심해 두십시오 256번.”

“잘못.. 켁.. 잘못… 수… 숨이…”

“대답은?”

“… 켁.. 케엑 잘못…했…어요 교도관니임”

저는 그의 발에 밟혀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다가 질식의 공포 속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고, 간신히 남아있는 힘을 다 짜내어 대답했고, 그는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저는 간신히 다시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256번 준비 자세로 대기하십시오”

켈록 켈록 기침하며, 바닥에 엎어져 목을 잡고 가쁜 숨을 내쉬고 있던 저에게 들려온 그 냉정한 목소리에, 저는 곧바로 다시 엉덩이를 위로 치켜 들고, 다리를 벌리고, 양 손으로 있는 힘껏 엉덩이를 벌렸습니다. 더 이상 그러한 동작을 취하는 것에 머뭇거림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마를 바닥에 갖다 붙이고 있었기에,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찌됐든 그가 제 주변에서 움직였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후 그는 저에게

“고개를 들어서 정면을 바라보도록 하세요”

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렇게 그의 명령에 따라 바라본 앞에는 아까 전 점호할 때와 똑같이 저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 보였습니다.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높이 올린 채, 양 손으로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저의 모습이 생생하게…

직접 눈으로 보니, 자기 손으로, 자신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벌려서 보여주는 이자세가 얼마나 음란해 보이는 지, 그리고 자신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그 비참함에 눈물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 뒤에 서 있는 그의 옆에는 세로로 높고 둥글게 생긴 로봇청소기 같이 생긴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 로봇에 달린 패널을 능숙한 손길로 조작하더니, 그 기계 안에서 검은 색 호스 같은 것을 빼내는 교도관.

“256번. 지금부터 256번이 받을 징벌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징벌은 수감자가 저지른 규칙위반에 따라, 그 자리에서 행해지거나, 위반 사항이 무거울 때 징벌방에서 행해집니다. 이번 경우에는 특별히 처음이니 가볍게 방 안에서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저는 다가올 고통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혹시나 또 다른 핑계가 잡힐까 봐, 필사적으로 이 수치스러운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아니 그의 말이 이어질 때 마다,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벌리면서 그가 저의 성기와 항문을 더 잘 볼 수 있게끔, 엉덩이를 슬금슬금 뒤로 빼기까지 하면서…

“네 교도관님…”

“좋습니다 256번 징계를 시작하기에 앞서 256번은 본인이 징계를 받는 이유를 설명하십시오.”

허락 없이 배설을 하였다는 너무도 비인간적인 이유.

게다가 그렇게 된 과정도, 전기충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싸버린 것인데…

하지만 입으로는

“저 저는….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배.. 배설을 하였습니다…”

더듬더듬 저는 그가 시키는 대로 말했습니다.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256번, 수감자는 배설 같은 고풍스러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오줌을 싸버렸다고 말하십시오. 다시.”

“저는 교도관님의 허락 없이 오줌을 싸 버렸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청나게 수치스러운 자세로, 뒤에 있는 남자 교도관에게 저의 은밀한 구멍들을 제 손으로 벌려 보여주며, 그의 허락 없이 오줌을 싸 버렸다는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바로 앞에서 비춰 보였습니다.

“좋습니다. 256번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복창하십시오.”

“저는 교도관님의 배설 명령없이 오줌을 싸버리는 수감자 규칙 위반을 저질렀습니다.”

저는 그런 규칙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애초에 너무도 비인간적인 규칙에, 이 교도소에서 저는 정말로 모든 인권이 박탈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다가올 고통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저는 선창하는 그의 말에 따라, 그의 말을 복창했습니다.

“저의 잘못에 대해 반성할 수 있도록 벌을 주시는 교도관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

저는 벌을 받으면서도, 감사해야 한다는 그 생각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저 256번 수감자는 교도관님이 주시는 징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까지의 복창이 끝나자 그는

“잘했습니다. 256번 이번에는 다시 한번 아까 했던 말을 복창하십시오.”

라고 명령했고 저는 그의 명령에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불합리한 문장들을 억지로 쥐어 짜 내서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 저는… 교도관님의”

“말을 더듬지 않습니다 256번 다시!”

“저는 교도관님의 배설 명령 없이 오줌을 싸버리는 규칙 위반을 저질렀습니다. 저의 잘못에 대해…. 늬우칠 수 있도록”

“거기 늬우칠이 아니라 반성할 수 있도록 입니다. 아까 했던 말도 기억 못할만큼 멍청한 겁니까? 256번. 다시 하십시오”

이런 느낌으로, 중간 중간 말을 더듬거나, 말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단어를 틀리면 그는 저에게 다시 하도록 명령하였고, 그것도 모자라 중간부터는

“지금부터 한번 틀릴 때 마다 엉덩이를 한대씩 때리겠습니다. 똑바로 하십시오. 256번”

“네 교도관님… 저는 교도관님의 명령에 따라”

찰싹.

그는 팔을 높이 들어 커다란 손으로 저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쳤습니다.

“꺄아아악!”

“목소리가 작습니다. 다시!”

또 이런 식으로

그렇게 몇 번을 반복 했을까요…

처음에는 문장을 다 외우지 못하고 버벅인다며 엉덩이를 맞고, 나중에는 목소리가 작다면서… 그리고 또 나중에는 거울에 비친 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교도관님의 배설 명령없이 오줌을 싸버리는 규칙 위반을 저질렀습니다. 저의 잘못에 대해 반성할 수 있도록 벌을 주시는 교도관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 256번 수감자는 교도관님이 주시는 징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새빨갛게 손바닥 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높이 올린 채, 침까지 흘리며 엉엉 울면서, 양손으로 엉덩이를 활짝 벌리고 있는 수치스러운 자세와 함께,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좁은 방 안에 저의 목소리에 메아리가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징벌을 달게 받겠다는 저의 모습이 제 눈에 비춰 보였습니다.

그는 그제서야 만족을 했는지 드디어

“잘했습니다. 256번 지금부터 징벌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징벌을 통해 다시는 규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반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