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입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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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애초에 전 깨어 있는 걸까요?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를 내어 보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여 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몸이 무언가에 의해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가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터져나오는 울음.
울음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눈가에 축축히 번지는 눈물은 느껴졌습니다.
이 눈물만이 제가 지금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였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여긴 어디일까요?
설마 평생 이대로 방치되는 것일까요?
생각에 생각은 꼬리를 물고, 자신이 잠들어있는지, 깨어있는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시간 모를 시간동안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저의 귓속에 갑자기 직접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김미희씨 일어나십시오 도착했습니다. 만약 제 목소리가 들린다면 고개를 두 번 끄덕이세요”
틀림없이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였는데마치 마법처럼 목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느릿느릿 고개를 두 번 끄덕였습니다.
“이제 이송이 다 끝났으니 결박을 풀어드릴 텐데, 몸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결코 몸을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이해 하셨으면 고개를 두 번 끄덕이십시오.”
끄덕끄덕
머리 속에 집적 파고드는 것 같은 남자의 목소리.
다행이 이대로 방치되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숨쉬기조차 갑갑했던 몸이 조금씩 조금씩 가벼워지면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느꼈습니다. 진짜 어지간히 칭칭 묶어 두었던 모양인지, 저는 몸을 움직일 자유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편한 것임을, 그날 처음 깨달았습니다. 힘이 풀리면 풀리는 대로, 얌전히 저의 팔을 붙잡는 감촉을 받아들이며, 손이 뒤로 묶여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 이송 끝났습니다. 잘 참았어요. 이제 입감 절차를 밟을겁니다. 우선 입감 전에 검사를 해야 하니 검사실로 가시죠”
라는 목소리 그리고 그에 맞춰 내 양 어깨를 잡아 끄는 기척.
한발자국 걸으려다가 넘어질 뻔했습니다.
알고보니 발에 무언가가 채워져서는 저의 보폭을 방해하고 있던 것이었죠.
게다가 뭐라 말을 하려고 하니까 턱이 아픈 것이.. 아무래도 입 안에 무언가가 가득 물려 있어서 말을 못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세를 바로 잡을 틈도 없이 저의 어깨를 잡아 끄는 억센 손길에 저는 질질 끌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바로 잡고 앞도 보이지 않는 불안한 걸음걸이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족쇄에 묶여 제한된 보폭으로, 반쯤 끌려가다 싶이, 오르막, 내리막, 계단을 내려가고, 평지를 걷고, 계단을 올라가고
얼마나 걸었을까요?
것보다 지금 제가 제대로 걷고 있긴 한 걸까요?
애초에 이상한 것이, 불어오는 바람 한줄기 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주변의 소리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언제쯤 도착하냐고 물어보고 싶어도 입이 막혀 있으니 아무것도 묻지 못하였습니다.
다리가 아파 슬슬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쯤.
또 머리 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이제 도착 했습니다.”
하고 말하더니, 저를 어딘가의 의자에 앉히고
“지금부터 결박을 모두 풀어드리겠습니다. 만약 결박을 다 푼 뒤에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신다면 곧바로 다시 결박합니다. 이해 하셨으면 고개를 세번 끄덕이세요.”
끄덕 끄덕 끄덕
그러자 이번에는 제 얼굴을 더듬는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시야가 탁 트이더니 어둠 속에서만 잠겨 있던 눈이 갑자기 쏟아져 나온 밝은 빛에 잔뜩 찌푸려지고, 그 와중에 귀 속에서 무언가 기다랗고 커다란게 쑥 하고 빠지더니 마지막으로는 입 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 빠져나갔습니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첫번째 감상은. 눈이 매우 아프고, 다음으로는 턱이 빠질듯이 아팠습니다.
간신히 자유로워진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데 눈 앞의 책상에 앉아 있는 정복 차림의 남성이 말했습니다.
“김미희씨 본인 맞으시죠?”
하면서 주소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등을 물어보며 이어진 간단한 신원 조사.
그는 아까 전 깜깜한 어둠 속 목소리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그가 묻는 질문들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그렇게 간단한 신원 조사가 다 끝나니, 그는 저를 바라보며 자기소개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미희씨의 담당 교도관인 하진우 교도관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냥 교도관님 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그는 해암 교도소에서는 죄수의 철저한 관리를 위해 죄수 한 명당 담당 교도관을 한 명을 배치한다고 설명해 주며, 자신이 저의 담당 교도관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마세요. 금방 적응 하실거에요, 제 말만 잘 들으시면 다 괜찮습니다”
교도관이라면, 전부다 딱딱하게 험상궂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그는 20대 중반처럼 생긴 몽글몽글한 인상의 미남이었습니다. 약간 배우 박보x를 닮았나? 딱 우리 대학교에 한명쯤 있을법한 완전 잘생긴 과선배 같은 느낌.
하지만 그는 교도관. 잘생긴 과선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잘생긴 얼굴에서 미소를 지워 차가운 표정을 만들더니
“김미희씨는 이미 사회에서 사망 처리가 되셨습니다. 지금쯤 밖에서는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지 않을까요?... 김미희씨는 앞으로 수감 번호 256번으로서, 이곳 해암 교도소에 수감되시는 겁니다. 앞으로 김미희씨를 호칭하는 모든 호칭은 256번이며, 김미희씨의 원래 이름으로 불리는 일은. 지금 이후 일절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미희 라는 인간은 완벽하게 죽은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256번?”
“.... 네”
“좋습니다. 256번 그럼 지금부터 신체 검사를 할테니 입고 있는 의류를 모두 탈의해 주십시오.”
“... 네?! 지 지금 여기서요?”
“네. 교도소 규정입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전 결혼했거든요. 256번의 알몸을 본다고 해도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랑스럽게 약지에 낀 반지를 보여주는 교도관.
“지… 진짜 벗나요?.. 어디 탈의실이나… 그런 건…”
“보안상의 이유로 256번은 담당 교도관인 제가 보는 앞에서 탈의를 해 주셔야 합니다. 만약 스스로 탈의를 해주시지 않는다면 시작부터 강제로 옷을 벗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엄한 표정으로 말했고, 그제서야 저는 그 말이 농담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신체 검사...
물론 병원에서 받아 본 적 있지요.
부끄러운 줄도 모른 채 속옷에 가운 하나만 입고 친구들이랑 떠들다가, 간호사 언니한테 혼난 적도 있습니다.
근데 여긴 병원도 아니고, 간호사도 없고, 난생 처음보는 남자들 뿐.
게다가 생판 처음보는...
하지만 이렇게 된 거 별 수가 있나요.. 저는 눈치를 살피면서 주섬주섬 입고 왔던 스타킹부터 벗기 시작했습니다.
제 맞은편의 담당 교도관이라는 사람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빛이 매우 부담스러웠습니다.
“다 벗은 의류는 여기 바구니 안에 넣으세요.”
하면서 책상 위에 바구니를 올려 놓는 교도관.
그렇게 내밀어진 플라스틱 바구니.
그리고 거기에 붙여진 하얀색 종이에 쓰여진 글씨는.
“소각용”
이란 단어 였습니다.
흠칫 떨리는 몸.
정말로… 정말로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단어.
저는 천천히 천천히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느릿한 손길로 풀어서, 와이셔츠를 벗고, 그 안에 입고 있던 하얀색 티셔츠도… 결국엔 벗어버리고, 마지막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머뭇 인터넷 쇼핑물에서 친구랑 같이 샀던 빨간색 체크 무늬 h치마의 지퍼도 내려서… 모든 옷들을 바구니 안에 담아 넣었습니다.
맨 피부에 닿는 공기가 차가웠지만,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추위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은 건, 학교에서 나올 때 대충 입고 나왔던 짝짝이가 맞지 않는 검은색의 어른스러운 팬티와 민트색 브레지어의 속옷 차림.
저는 이제 다 했다는 얼굴로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교도관을 바라보았으나, 그는 말없이 저를 바라 볼 뿐.
그 시선에 불길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 전부 다 벗어야 하나요?...”
“네 속옷까지 전부 다 벗으세요”
아 역시...
불길한 예감은 벗어나질 않습니다.
저는 머뭇머뭇 민트색 브레지어의 후크에 손을 갖다 대서 브라를 벗었습니다. 학교 갔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눕기 전에 벗는 거면 한손으로 3초만에 가능 행동을 1분도 넘는 시간을 들여서 느릿느릿 천천히…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한손으로 가슴을 최대한 가리고 바라본 제 맞은 편의 담당 교도관은 아까와 변함없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큰 한숨과 함께 검은색 팬티를 과감하게 다리 밑으로...
속옷까지 모두 벗어 바구니 안에 넣는 데 까지 약 5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사실은 더 걸렸을지도...
그렇게 저는 알몸이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몸을 움츠린 채, 팔과 다리로 중요 부위들을 가려 보았지만,
뚫어보듯 쳐다보는 시선이 아팠습니다.
그는 제가 옷을 다 벗고 알몸이 된 것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 하고는
“오래 걸리셨네요. 처음이라 봐주는 겁니다. 평소에 지병은 있나요?”
“아니요…”
“먹는 약은?”
“수술한 적은?”
“마지막으로 생리한 적은?”
등등 기본적인 것들을 묻기 시작했고, 저는 기억나는 대로 대답했습니다.
가슴과 그곳을 손으로 간신히 가린 채 알몸으로...
남자는 빳빳한 정복을 입고 있는데...
그는 한참 동안을 저의 건강 사항들을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차트를 끄적이더니, 저를 자리에 앉혀 혈압을 재고 피를 뽑았습니다.
맨 엉덩이에 닿는 의자의 가죽 시트에 그때부터 기분이 매우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곧 이어서 방 한쪽으로 데려가 시력 검사를 하고, 키와 몸무게를 재기까지.
체중계 위에 올라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차렷 자세를 취해야 했는데...
그는 제가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든 말든 담담히 수치를 보며 차트를 써내려 갈 뿐. 제 몸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저만 이렇게 과민반응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러다가.
“이제 기초적인 건 다 끝났으니까 마지막 검사로 넘어가죠 저기 벽에 양손 대고 엉덩이를 뒤로 빼도록 하세요 256번”
저는 주섬주섬 그가 시키는 대로 따랐습니다.
양 손을 벽에 대고 엉덩이를 뒤로...
엄청 부끄러운 자세였는데...
근데 여태동안 별일 없었으니까...
그는 저의 허리를 손가락으로 쓰다듬더니 자신의 손으로 다리를 더 벌리게 하고 허리를 숙이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제등에 닿았을 때는 깜짝 놀라 엉덩이가 움찔거렸습니다, 저는 밀려오는 수치심을 애써 죽이며 뒤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수술 장갑 같은 초록색 라텍스 장갑을 끼고, 어떤 액체를 장갑에 덕지덕지 뿌리고 있었습니다.
저건 뭘까요…? 소독제?...
“자 심호흡 하시고 힘 빼세요. 프리즌 브레이크 보셨나요? 미국 영화 같은데서도 나오죠?”
“네?... 네...”
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얼떨결에 대답하며, 그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심호흡 했습니다. 사실 그가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지 하나도 몰랐거든요. 새끼 손가락 하나가… 제 항문에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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