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동화 속 이야기들은 모두 죽었습니다-1화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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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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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범인이지? 순순히 자백하세요! 현장에 당신 피랑 지문이 남아 있어! 여기 흉기에도 지문이 찍혀있단 말이야! 아무리 발뺌해도 이미 늦었어!”

제 앞의 험상궂은 형사가 철제 책상을 탕탕 치며 저를 매섭게 압박해왔습니다.

이곳은 어느 경찰서의 취조실.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 무거운 수갑에 손목이 뒤로 묶인 채 철제 의자에 앉혀진 저.

저는 김미희 올해 20살 대학 새내기.

지독하게 공부해서 합격한 대입시험. 기대보다 더 오른 성적에 원하는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을 지원해 보았더니 무사 합격.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캠퍼스에 입성하였으나 쏟아지는 과제에 절망하는 그저 그런 대학교 1학년

학기 초에는 길을 잃어서 지각까지 했던 캠퍼스 지리에도 이제는 익숙해졌고, 학점 잘 퍼주는 교수님들 이름도, 밥 잘 사주는 선배님들 얼굴도 다 기억했습니다.

요즘 들어 티비만 틀면 흉흉한 살인사건 뉴스만 하루 종일 나오지만 이때 까지만 하더라도 저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요.

오늘도 평소처럼 정수리가 많이 눈물나는 교수님의 수업을 지겹도록 듣다가 내가 자기 수업만 듣는 줄 아나 보지 싶을 만큼 내뱉어대는 레포트들에 절망하면서 교수님을 살해하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학교를 빠져날 때쯤

안온했던 제 일상에 이변이 찾아왔습니다.

학교 정문 앞을 빠져 나가려는데 마침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덩치 큰 남성이 불쑥 튀어나와 저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김미희씨 되시죠? 함께 가 주셔야 겠습니다.”

“네? 누구신데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하면서 지갑을 꺼내 보인 것은 경찰 공무원증

“김미희씨 xx동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아직 학생 분이시니까, 순순히 서까지 동행해 주신다면 수갑은 채우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며 정문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검은 벤을 가리키는 남자.

xx동 살인 사건은 요즘 티비만 틀면 나오는 아주아주 잔혹한 그 연쇄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심야 시간. 여자. 아이들. 그것도 모자라 집까지 침입해 온 가족들을 고문하고 잔인하게 살해한다는 그 사건…

지나치다가 우연히 본 특집 뉴스에서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딸을 고문해서 죽였다던가…

근데 그 사건의 용의자가 나라고?

“네? 제가요? 사람 잘 못 보셨겠죠? 저 아니에요...”

“김미희씨 자세한 이야기는 서에 가서 하시죠”

“저는 할 애기 없어요 돌아가주세요 저 아니에요”

순간 잘 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물론 저도 xx동에 살긴 하지만.

저는 범죄와는 연이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착하게 살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나쁘게 살지도 않은? 태어나서 해본 가장 나쁜 일이라고는 친구들 이랑 놀러 가는데 돈이 없어서 엄마 지갑에 있던 돈을 훔친 것 정도?

그것도 걸려서 엄청 혼났었는데...

제가 눈을 깜빡이며 큰소리로 부정하자 그 남자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더니만

“여기 제압해! “

제가 뭐라고 더 말을 이을 틈도 없이 주변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사방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순식간에 저를 땅바닥에 눕히고 제 팔을 잡아 뒤로 돌려서 수갑을 채웠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저 아니라고요! 이거 놓으세요! 사람 살려!”

형사는 담담하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며 발버둥 치는 저의 팔다리를 한쪽씩 잡고 들어서 억지로 검은색 벤에 던져 넣었습니다. 물론 학교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눈에 모였지만 또 다른 남자가 자신의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공무 수행 중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하며 본인의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주위를 물렸기에 사람들은 멀뚱멀뚱 구경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 곳에는 저희 과 선배나, 동기도 있었는데 그들 모두 멍하니 지켜볼 뿐.

오히려 누군가는 휴대폰을 들고 동영상을 촬영하기 까지…

게다가 저 치마 입고 있었는데…

어찌됐든 그런 연유로 수갑이 채원진 채 벤에 던져져서 가지고 있던 가방을 억지로 탈탈 털어가서 휴대폰과 지갑을 그 자리에서 압수당하고 이 경찰서의 취조실에 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벌벌 떨고있는 저에게, 저의 취조를 담당하는 형사는 밤에 자다가도 꿈에 나올 것 같이 잔인한 사진들을 저에게 억지로 보여주며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의 자백을 강요했습니다.

“이미 모든 증거가 김미희씨를 향하고 있어! 아무리 발뺌해도 소용없다고! 봐! 여기 흉기에 지문! 김미희씨꺼랑 일치하지? 여기 있는 혈흔도! 깔끔하게 인정하세요! 왜 그랬는지만 말해!”

저는 끝에 끝까지 부정했습니다.

정말로 제가 아니라고.

전 그 시간에 집에 있었고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다고 왜 거기서 내 지문과 피가 나왔는지도 전혀 모른다고.

하지만 형사는 이미 저를 범인으로 단정하는 말투로 더는 발뺌하지 말라고, 거짓말하면 더 큰 벌을 받는다고, 윽박 지르면서 끝내는 저의 부모님이나 친구까지 거론하며 저를 압박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수갑에 묶인 손목이 뻐근해 질 때쯤 취조는 일차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저는 형사에게 부탁해 감시하에 가족들과 짧은 연락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 나 어떻게 해?... 나 여기 경찰서야...”

“… 뉴스에 나오더라… 티비에서 봤다... 미희야 진짜... 너야? 너 아니지? 우리 딸이 그럴 리 없지?...”

20년동안 들었던 친숙한 가족의 목소리에 덜컥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엄마! 나 억울해! 나 어떻게 해?... 엄마아아... 엄마아아아아”

“우리 미희 정신 차려! 엄마가 변호사! 엄청 비싼 변호사 데리고 갈게! 정신 단단히 차려!”

“이제 시간 다 됐습니다.”

야속한 손길로 전화를 가져 가는 형사.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물기 가득한 목소리.

저는 4살짜리 어린 아이처럼 엄마를 부르며 자리에 쓰러져 오열했고, 아까까지 저를 취조하던 형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널부러진 저의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워서는 저를 차갑고 딱딱한 유치장 바닥에 던져 넣었습니다.

그 이후로 시간은 손살같이 흘러갔고, 아무리 부탁해 보아도, 부모님과의 면회는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저는 저를 취조하는 담당 형사와 함께 있었고, 그 시간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간을 취조실에 갇혀서 저를 범인으로 단정 짓고 있는 형사의 매도를 들어야 했습니다. 얼핏 형사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사건의 증거가 너무도 확실해서 변호사들 그 누구도 무죄를 주장하는 저를 변호하지 않는다는 말을 불쌍한 눈빛으로 들었을 땐, 정말로 절망감에 눈 앞이 깜깜해졌었지만, 저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전 당당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은 흘러 재판날이 찾아왔습니다.

약 한달만의 길고 길었던 취조들이 끝나고, 법정에 서서야 드디어 약 한달만에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태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너무도 수척해진 모습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대놓고 악의를 드러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유족들의 얼굴 또한 같이 봐야 했죠.

저를 죽일 년 쳐다보듯이 보는 그 악의적인 눈빛들…

법정에 변호인 없이 홀로 선 저는 무력했습니다.

이미 모든 증거가 저를 향하고 있으니 아무리 억울하다고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범행이 일어났던 시간, 집에 있었다는 건 알리바이가 되지 않았고, 현장에 제 혈흔과, 흉기에 묻은 저의 지문이, 너무도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이쯤 되면 누가 대놓고 저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완벽하게.

마지막 최종변론 때는

전 아무것도 몰라요 모두 조작이라고요 억울합니다. 라는 말을 울면서 해 보았지만

날아오는 것은 피해자 유족들의 욕설과 매도 뿐이었습니다.

뻔뻔 하다느니, 양심도 없나느니, 빨리 사형에 처해라느니…

방청석의 부모님의 얼굴 또한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저를 바라보면서 그 어떠한 말조차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얼마 동안 재판이 진행되었을 까요? 1시간?

재판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저에게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모든 인생이 이 재판에 걸려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저의 인생은 판사의 선고에 의해 끝이 났습니다.

"피고 김미희는 살인 7건, 특수 상해 2건 등등 사회적으로 매우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를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으며, 피고가 범인이 확실하다는 증거들이 이렇게나 명확한데도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하며 끝까지 죄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고는 양심의 가책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저희 사법부는 선량한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에 따라 저희는 갱생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흉악한 연쇄 살인마와, 일반 시민들을 분리해 놓아, 그들이 영원히 사회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따라서 본 법정에서는 피고 김미희에게 해암 교도소에서의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바 입니다.."

하면서 판사의 나무 망치가 땅땅땅 하고 세번 울렸습니다.

판사의 한마디 한마디가 저의 가슴 속에 깊이 박혀 들어왔습니다.

흉악한 범죄?...

반성하지 않아?...

뻔뻔하게 무죄를 주장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

영원히 사회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게다가… 해암 교도소...?

면회도 허용되지 않고,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한다는 그?...

검사석 뒤에서 들려오는 피해자 유족들의 환호와 박수소리.

그리고... 방청석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울부짖는 울음소리.

순간 순간… 머리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폭발해 버렸습니다.

“나 아니라고오오! 억울해! 억울해에에에!”

저는 판사석을 향해 뛰쳐나가, 판사의 옷자락이라도 잡아 보려 했지만

“뭐해 빨리 데려가세요!”

판사는 높은 단상 위에서 냉정한 눈으로 저를 흘겨보더니 뒤를 돌아 긴 법복을 휘날리며 빠른 걸음으로 법정 밖으로 나가버렸고, 저는 법원 경비원들의 손에 잡혀 질질 끌려 나갔습니다.

왜 저는 그때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울고 있던 부모님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요?...

이 때가 제가 부모님을 본 마지막 이었는데…

저를 끌고 가는 법원 경비원들의 손길에 안간힘을 가득 써 가며 힘껏 반행해 보았지만, 건장한 남성 두명의 힘은 차마 이기지 못하였고, 전 양팔을 붙잡힌 채 질질 끌려, 바로 옆 방에 넣어졌습니다.

하얀 콘크리트 벽에, 창문도 하나 없이, 의자와 책상 뿐인 방.

저는 억지로 의자에 앉혀져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발버둥 치지 못하게 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법원 경비원도, 제 뒤를 따라 들어와서는 저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는 법원 공무원도, 울고 있는 저를 배려해 주진 않았습니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일을 할 뿐.

눈 앞의 남자는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설명 해 주었습니다.

해운 교도소에서의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사실상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과 동등 하다는 것.

교도소는 국내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위치는 기밀이며, 죽을 때 까지 교도소 밖으로 나오지 못한 다는 것.

가족이나 변호사와의 면회 또한 허락되지 않는 다는 것.

저 자신이 아주아주 흉악한 범죄자 이기 때문에 법으로 보호받고 있던 모든 인권이 박탈된다는 것.

이런 저런 설명들과 함께 저에게 내밀어진 두 장의 서류.

그것은

유서와 재산분배서 였습니다.

제 앞의 법원 공무원은 담담히 설명했습니다. 해암 교도소에서의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순간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사망 처리가 된다고, 수감자에 대한 마지막 배려로서 유서와 재산분배서를 쓸 수 있게 해준다면서, 제가 아무리 서럽게 울고 있어도, 그는 자신의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유서를 눈앞에 두고도 가만히 한참을 울고 있는 저의 앞에 그만의 작은 배려였는지, 물 한 컵을 놓아주면서 제가 혼자서 처분할 수 있는 저의 재산 리스트를 보여주며

“그럼 저희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시간을 드릴테니까, 그때동안 이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만약 자해를 한다던가,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면, 곧바로 이송이 진행되니까 안하시는 게 좋아요. 혹시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씀하세요.”

그런 말을 하며 방을 빠져 나갔습니다.

저는 멍하니 앉아 남자가 뽑아준 재산 리스트를 바라보았습니다.

알바 하면서 모았던 돈.

제 명의로 가입되어 있는 각종 보험들.

그리고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이 저를 위해 모아둔 적금...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날짜를 보아 하니 불과 지난 달 까지도…

그 따뜻한 감정이 목 밖까지 치솟아서 저는 한참을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한번 터지기 시작한 눈물은 끝까지 그치지 않았지만 전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유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사랑하는 부모님께.”

그 한 줄 이상은 더는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죽음 같은 거… 생각 해 본 적도 없는데...

문 밖에서 노크를 한 번 하더니

“이제 10분 남았습니다.

하며 시간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한시간 준다고 했었나요?...

남은 삶이란 것이 당장 그것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펜이 움직였습니다.

나는 억울하다는 말과

부모님들은 건강하게 잘 살아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

있는 말없는 말들을 죄다 들이 부어서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 잡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종이 한 장에 담아 내기엔 10분은 너무도 짧았고, 시간이 다 되자 남자는 곧바로 문을 열고, 아직 쓰고 있던 유언장을 억지로 가져가버렸습니다.

그러고는 물 컵과 알약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더니, 다짜고짜 먹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게 뭔가요?”

“간단한 수면제입니다 미희씨. 얌전히 먹는 게 좋아요. 아니면 억지로 먹일 수도 있습니다.”

“이걸 먹으면 저는 어떻게 되는거죠?...”

“기밀 사항이라 자세하게 말하진 못하지만, 아마 미희씨가 이 약을 먹고 눈을 떴을 때는, 해암 교도소에 도착해 있을겁니다. 보안상의 이유로 의식이 있는 사람을 이송하지는 않으니 필요한 안전조치입니다. 게다가 미리 말해두는데 이 약을 안 먹고 간다고 해서 좋을 거 하나 없어요.”

“....”

저는 책상에 놓인 하얀 알약 한 알을 지긋이 바라보았습니다.

저걸 먹으면... 그 다음부터 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공포심에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제 앞의 남자 공무원.

저는 한참동안 그 약을 바라보다가, 알약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은 후 벌컥벌컥 물을 마셨습니다.

아무래도 독한 약이었던지 먹자 마자, 머리가 어질어질 하고,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면서,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이 약이 죽음에 이르는 독약이기를…

그냥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것이 다 꿈이었기를…

저는 분명 마지막에 그렇게 빌었습니다.

볼을 타고 아래로 뚝뚝 흐르는 눈물은 끝까지 멈추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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