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6화
@47. 커플 치한
승희는 여전히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핫!"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는데, 다리를 어루만지던 여자의 손이 좀 더 깊숙하게 올라왔다.
승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손길이 자신의 사타구니 옆을 어루만지는 느낌에 머리가 아득해졌다.
"흑! 거기는... 하아! 안 돼... 안 돼요."
승희는 그 여자의 손길이 무척이나 교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틀림없이 음부 바로 곁을 어루만지고 있었지만, 결코 그곳에까지 닿지는 않았다.
그리고 승희는 은연중에 그녀의 손길이 그곳까지 와주기를 바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흑! 싫어..."
난처해진 승희는 거의 울 것 같은 심정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싫다고 하는 말이 무얼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어머나? 설마 울고 있는 건가요?"
승희의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마구 어루만지던 그녀가 살짝 멈칫하더니, 승희의 머리를 잡고 뒤로 돌렸다.
승희는 이번엔 조금도 저항하지 않고, 그 여자의 손길이 이끄는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자신에게 다가섰을 때,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입술을 허락했다.
그녀의 입술이 너무나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사실에 승희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입술 사이를 밀고 들어오는 낯선 여인의 혀에,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열었다.
키스는 달콤했다.
어째서 자신이 그 여자의 혀를 입안에서 느끼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승희는 그 순간의 짜릿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두 여자가 키스를 나누는 동안 그 여자의 손길은 여전히 승희의 아래를 부드럽게 자극하고 있었다.
'아아... 조금만 더 깊숙히... 아!'
그리고 그녀의 손길이 스스로의 비밀스러운 곳에까지 닿아주기를 바라고 있는 자신을 깨달은 승희는 소스라치게 몰라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흐응? 아쉬워라."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숨을 불어넣듯 가까이 들려오자,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승희 양의 첫 키스를 받지 못해서 말이에요."
그녀는 마치 남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했다.
"지난주에 장 의원님과 한 키스가 처음이었던 거죠? 물론 연기할 때 말고 말이에요."
그녀는 다시 한 손으로 승희의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너무나 능글맞게 말했다.
"대체. 핫! 무슨 말이에요? 나 그런 사람 몰라요. 장 의원이 대체 누구에요!"
승희는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하지 않자, 자기도 장 의원과의 관계를 부인하겠다 생각했다.
그러면 스스로 말하겠지.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장우석 의원과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니까 대체 그 사람이 누구냐고... 흐윽!"
승희가 다시 앙칼지게 되묻는 순간, 그 여자의 손끝이 승희의 음부에 닿았다.
승희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감각에 잠깐 말을 잃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흐읏! 안 돼!"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승희는 이제 자신의 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사실 그녀는 성욕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승희는 자위라는 것도 몇 번 해본 적이 없었고, 딱히 성적인 관계에 대한 대단한 바램 따위도 없었다.
어려서부터 그녀가 원했던 것은 멋진 남자와의 로맨틱한 사랑 따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성공하는 것이었고, 언젠가 누군가를 사귀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에 부합된다는 조건 하에서 그럴 것이었다.
더군다나 여자와의 관계는 승희가 꿈에서도 원하는 종류의 것이 결코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승희는 이 낯선 여자의 손끝이 자신의 음부에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나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마치....
"하읏! 하지... 하지 말아요. 흑!"
여자의 손길은 너무나 교묘하게 승희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그녀의 음부를 아주 스치듯이 지나가며 굉장히 작은 자극만을 주었을 뿐이다.
하지만 승희는 그것만으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체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흑! 이러면 안 되요. 핫!"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 몸이 이렇게나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나... 굉장히 음란한 몸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남자가 아니라 여자를 좋아했던 거야?
어느새 승희의 의문은 이 여자의 정체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바뀌었다.
"흐읏! 싫어! 하앗! 좋아! 아!"
그리고 뒤를 이어 튀어나온 자신의 속내에 대한 단어에 승희는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안 돼..."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이 낯선 매력적인 여자의 손에 자신이 점점 더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매력적인?
승희는 다시 한 번 당황했다.
틀림없이 자신을 협박하고, 무례하게 추행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매력적이라 생각한다고?
어째서?
"흑! 안 돼!"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른 여자를...
어떤 면에서 동성애자라는 딱지는 불륜보다 훨씬 더 나쁘다.
미국도 아니고 이 보수적인 나라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모든 커리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아니면 그걸 밝히고 웃음을 주는 역할이나 얻는다든지...
"흐읏! 안 돼요. 하앙!"
승희는 거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내어보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콧소리가 잔뜩 섞여있어서 누가 들어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싫어요? 내가?"
그녀가 다시 한 번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말했고, 승희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라 느끼고 다시 몸을 떨었다.
"안 되요. 이러면... 흑!"
그녀는 여전히 손길을 멈추지 않았고, 승희는 어떻게라도 저항하려 해보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여자는 더 말을 꺼내는 대신 승희의 음부를 조금 더 강하게 자극해왔다.
"하아! 하아!"
승희는 그녀의 손가락이 이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자신의 안으로 들어갈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좋아하고 있으면서..."
그녀가 놀리듯 말했다.
"흑! 진짜 안 되는데..."
승희는 미칠 것 같았다. 그녀의 이성은 이 망측한 행위를 끝내야 한다 외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여자의 손이 고개를 잡아 돌렸을 때,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스르르 감아버렸다.
다시 한 번 승희는 그녀의 입술과 혀를 느끼고, 이번에는 조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을 느껴버렸다.
"학! 하아! 하아악!"
키스가 끝나고 난 뒤 승희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여자를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좋아요?"
능글맞게 웃고 있는 그녀가 어쩐지 그렇게 밉지만은 않았다.
"싫어요. 이런 거. 하아! 하아!"
승희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몸은 아닌 거 같은데?"
승희는 능청스럽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여자가 어쩐지 사랑 놀이에 아주 능숙한 남자처럼 느껴졌다.
"흑! 싫어요. 누가 이런 걸 좋아한다구요! 흐으읏!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
"정말 알고 싶어요?"
승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승희 양을 아주 잔뜩 달아오르게 해서 우리 오빠한테 바칠려구요."
대체 무슨 소리야?
승희는 그녀의 말이 너무나도 뜬금없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자꾸만 그 사람이 보낸 여자라고만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장 의원은 자신이 생각했었던 그런 남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여자를 보내 지금 이렇게 희롱하고 있는 것은, 그저 그녀를 성노예로 만들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흐으읏!"
그리고 조금 난폭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자, 승희는 다시 한 번 아주 지독한 쾌감을 느꼈다.
"안 돼! 학! 흐읏!"
그리고 그 여자의 손길은 계속해서 그곳을 더듬고 있었다.
"아아... 몰라..."
한순간 승희는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 여자에게 그냥 몸을 맡겨버리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하아.. 하아... 그만... 그만해요."
승희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쥐어짜내서 최후의 저항을 시도해보았다.
"그렇게 싫어?"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손길을 멈추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승희였다.
"아!"
승희는 나지막히 신음을 내뱉으며 자신의 서운함을 밝히고야 말았다.
"사실은 좋은 거지?"
다시 그녀가 손을 뻗어 자신의 음부를 어루만지자 승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흣! 흐읏!"
승희는 이제 허락이라도 받았다는 모양으로 마음껏 자신의 몸을 희롱하고 있는 그녀의 손길을 달게 받아들였다.
여기까지 와서야 그녀는 자신의 이성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대체 무얼 하는 여자이고, 왜 이런 행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여자의 몸을 쾌락으로 물들이는 것에 아주 능숙하다는 것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흑! 흑! 흐읏! 하앙!"
여자의 손길에 굴복해버린 승희는 이제 마음껏 신음을 터트렸다.
"하아... 하아... 좋아..."
그리고 너무나도 솔직하게 자신이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밝힐 수도 있었다.
"흑! 조금만 안으로..."
그리고 승희는 이제 그녀에게 자신의 욕망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안으로 넣어줘요. 핫!"
승희는 스스로가 미친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녀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 안쪽으로 들어와 마구 휘저어 주었으면 하는 아주 지독한 욕망을 다스릴 수 없었다.
"안 돼. 승희 씨 처녀지? 처음은 오빠 거야. 내가 건드리면 안 되지."
"아! 안 돼!"
그녀의 말에 승희는 다시 자신의 목적을 퍼뜩 깨달았다.
그녀는 오늘 거래를 하러 왔다. 그녀가 팔 것은 자신의 몸, 그리고 처음이다.
아직 팔지도 않은 상품에 흠을 낼 수야 없다.
승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을 농락하는 이 여자가 그 남자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 여자는 그 남자의 사주를 받고 여기 온 것이다.
다행이다...
쾌감에 물들어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 승희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일 이 여자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부인이 보낸 것이었다면...
사실 승희는 아주 끔찍한 결말까지도 예상하고 있었다.
질투에 눈이 먼 여자라면 못 할 짓이 무어란 말인가?
몸을 망치는 것은 당연하고, 어쩌면 목숨까지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여자가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좋아. 차라리 즐겨주겠어.
"하읏!"
처음으로 승희는 만족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왜?"
하지만 여자의 손길이 그쯤에서 멈춰버렸을 때, 승희는 고개를 돌리며 항의하고 말았다.
"처녀를 빼앗아 갈 수는 없지만, 다른 즐거움은 줄 수 있거든."
그녀가 빙긋 웃었다.
승희는 그 여자가 자신의 뒤에서 떨어지며 앞으로 돌아가자 서운함과 동시에 어떤 기대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몸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들어올려 물 밖으로 꺼내놓고, 자신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자 깜짝 놀라면서도 저항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음부를 누군가에게 보여진다는 부끄러움보다, 그녀가 선사할 쾌감에의 기대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리라.
"아!"
그 여자가 물가에 걸터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는 승희의 앞에 주저앉자, 승희는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직감했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자신의 그곳에 입을 대자 승희는 감격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아앗!"
놀라운 일이었다.
자신의 그곳에 누군가의 혀가 닿는 것도 생각지 못한 일인데, 심지어 낯선 여자의 혀가 그곳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었다.
그순간 승희가 느끼고 있는 쾌감은, 지금까지 느꼈던 것과는 한 차원 다른 것이었다.
"흐읏!! 너무... 좋아."
승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여자의 머리를 잡고 깜짝 놀랐다.
설마 자신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당신... 핫! 아아... 저기요..."
그때 승희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이 머리에 떠올랐다.
"나은이라고 해. 아니면 언니라고 불러도 돼고."
그녀가 머리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이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두 여자가 앉아있는 곳은 너무나 개방된 곳이었다.
조금전처럼 물속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승희는 온천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눈에 볼 수 있게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괜찮아. 지금 아무도 못들어오게 막아놨으니까."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 승희는 다시 안심이 되었다.
이제 마음껏 이 쾌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