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4화 〉 @47. 커플 치한 (374/377)

〈 374화 〉 @47. 커플 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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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가요?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진실한 사랑이라 여기고 있죠. 적어도 장 의원님께서는 말이죠."

가벼운 웃음을 띄우고 수다를 떠는 스즈메의 모습은, 마치 동네 사람들의 불륜을 미주알 고주알 떠드는 오지랍 넓은 이웃 부인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사실은 적어도 이 나라를 일주일은 뒤흔들만큼 대단한 일이었다.

"두 분은 대략 한 달 정도 전부터 가벼운 만남을 갖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아주 차근 차근 가까워졌고요. 지난 번 만남에서 장의원께서 고백을 하셨고, 승희 양이 받아들이셨답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장면이었겠지요. 두 선남 선녀가 자신들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상대에 대한 이끌림을 참지 못하고 사랑을 인정하고 말았을 테니까요."

가정형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난 어쩐지 그녀가 그런 모습까지도 직접 지켜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내가 지닌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생각하면 그녀나 안나에게도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을 수 있다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오늘이 두 사람이 약속한 첫 날이 되겠죠."

"장 의원이라는 사람 참 나쁘네요. 하필이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와서 사랑하는 사람과 첫날을 맞이한다니요."

나은은 납득하지 못한다는 듯 질문했다.

"그렇지 않아요. 제안을 한 쪽은 승희 양이었으니까요."

"어째서요?"

"장 의원 가족분께서 이곳을 예약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승희 양이 자신도 이날 이곳에서 머물겠다 한 거죠.

장 의원께서 따로 시간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고, 장 의원께서 워낙 알려지신 분이라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었죠.

또 한편으로는 장 의원의 사모님께 미안해서라고 말했지만, 아마도 사실은 오히려 장 의원이 자신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아하!"

나은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던 모양이다.

"승희 양은 조금전에 도착하셨고, 장 의원은 일정 때문에 조금 늦어지실 모양입니다."

"그럼 스즈메 씨는 오빠가 그 승희 양과 무슨 일이라도 벌이기를 바라신다는 거네요?"

나은은 점점 신이 나는 모양이다.

"감히 제가 그런 요청을 드릴 수 있겠어요? 그저 그런 분들이 방문하시는데, 어쩌다 그런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주책맞게도 떠들고 싶었는데, 워낙에 중대차한 일이라 아무한테나 말할 수 없어 영웅 님을 떠올린 것 뿐이랍니다."

나은의 질문에 스즈메는 능청스럽게 부인했지만, 난 어쩐지 그녀에게서 퀘스트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만약에 정말 오빠가 승희 양이라는 배우와 무슨 일이라도 벌여서 문제가 커지면 어쩌죠?승희 양은 몰라도 그런 권력자에게 원한이라도 사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아주 당연한 질문이었다.

"힘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 겁이 많답니다. 그렇게 미래가 창창하신 분께서 아무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게 될 위험한 짓을 하겠어요?"

"흐응..."

나은은 반쯤은 납득을 했지만, 여전히 꺼림칙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라면 틀림없이 권력자라 할만하다.

더군다나 청와대에도 있었다 하니 더욱 그런 모양이다.

"걱정하실 건 없어요. 제가 비록 작은 여관을 운영하는 속좁은 여인네에 불과하지만, 누구라도 영웅 님께 해를 끼치지 못하게 할 정도의 요령은 있답니다."

스즈메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국회의원에 재벌가가 얽힌 문제도 스스로 충분히 막아줄 수 있다니 듣기에 따라서는 광오한 말이었다.

"정말이세요?"

나은은 스즈메의 확답을 받고 싶어했다.

내가 아름다운 여인, 그것도 달리 남자가 있는 여자를 범하는 것에 그렇게나 흥분하는 나은이었지만, 이번 일만은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물론 내게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 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나은이니 그런 우려는 당연하다.

"알겠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즈메가 다시 확신을 주기 전에 내가 말을 마쳤다.

"부디 영웅 님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여주인은 나와 눈빛을 교환하고, 내가 마음에 있어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를 했다.

"나도 그러면 좋겠군요."

"나도요!"

나은은 이런 흥미로운 사건에 끼어들 수 있게 된 것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참! 한 가지 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네."

"장 의원 님의 사모님도 굉장한 미인이시랍니다. 젊은 시절부터 유명하셨어요. 만일 명성 그룹 회장님의 혈육이 아니셨다면 연예계에서 활동을 하셨어도 제법 명성을 얻으셨을 거예요."

스즈메는 내게 2중 빼앗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아하!"

그리고 나은의 흥미는 더욱 커져버렸다.

"저녁 식사 준비가 되었습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그때 밖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쯤 승희 양도 식사를 하실 때가 되었을 겁니다. 두 분 식사 마치시고 잠시 휴식하시다가 온천에 나가보시면, 아마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스즈메는 아마 계획도 세워 놓은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스즈메 씨의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머나! 호의라니요. 정말로 수다를 조금 떨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스즈메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고, 레이나가 미인 주방장과 귀여운 미나미 양과 함께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 식사는 여전히 훌륭했다.

하지만 나은은 벌써 잔뜩 흥분해서 주방장의 설명도 듣는 듯 마는 듯 귓가로 흘리고 있었다.

저녁을 마치고 나은과 잠시 산책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물론 그녀는 정원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고 있었다.

"이 사람이에요."

나은이 자신의 휴대폰을 내게 넘겨주며 말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엔 은은하게 미소를 띄우고 있는 여인의 얼굴이 떠 있었다.

"승희라는 여자?"

"네. 굉장히 이쁘지 않아요?"

나은의 말처럼 무척 이쁜 여자였다. 하지만 미인이라기보다는 미소녀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았다.

스즈메에게 들었을 때에는 지독한 마성을 지닌 여자라는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사진에서 보여진 이미지는 꽤 달랐다.

세상 모든 더러움에 하나도 물들지 않은 것 같은 청초한 소녀.

만일 그녀가 어떤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아도 절대 믿지 못할 것 같은 그런 선량한 얼굴이었다.

"믿기지 않아요."

나은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렇게 순진해보이는 여자가 유부남에게 몸을 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니..."

"사람의 외모와 본성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잖아?"

"하기는... 여하튼 굉장히 이쁘네요."

나은은 혀를 내밀어 혀를 핥았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네. 엄청이요. 막... 괴롭혀주고 싶어요."

어쩐지 나은의 가학적인 성미가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그럼 그렇게 해."

"괴롭히라구요?"

"응. 이따가 온천에서 실컷 괴롭혀줘. 나는 천천히 들어갈게."

"네?"

나은은 아직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서 난 아주 짧막하게 그녀에게 할 일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오빠도 아니고 내가 그렇게 하면..."

자신이 없는 말투였지만, 난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아주 지독한 열정을 눈치챌 수 있었다.

"될까요?"

"안 될거라면 시키지도 않아."

"알았어요! 그럼 할게요."

나은은 의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스즈메 씨의 말이 맞았어요. 장 의원 부인도 미인이네요."

잠시 뒤에 나은은 그 의원과 의원의 가족에 대한 정보도 찾아내었다.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더 의욕이 넘치잖아?"

"헤헤... 좋으니까요."

나은이 쑥스럽게 웃었다.

"어때요? 이 여자도 괜찮죠? 스즈메 씨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러네. 둘 다 마음에 들어."

나은이 찾은 사진에는 장 의원과 부인 그리고 그들의 딸이 다정하게 앉아 미소짓고 있었다.

꽤나 부러움을 살만한 가족이었다. 30대 후반이라는 장 의원은 얼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미남이었고, 부인은 20대 중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무척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고, 그들의 자식도 꽤 귀여웠다.

소위 말하는 로얄 패밀이인가? 재벌집 딸에, 유력한 정치인의 결합이라...

"다행이네요."

나은은 내가 둘 다 노리기로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기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산책을 하며 조금 뒤에 벌일 범죄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나은이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들뜬 얼굴로 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쉬고 있는데, 레이나가 우리 방을 찾아왔다.

"지금 가시면 온천을 즐기시기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녀는 여주인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나은이 먼저 온천으로 향했다.

"그럼 천천히 오세요."

나은이 신이 나서 가버렸고, 난 레이나를 품에 안고 다정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꽤 괜찮은 곳이네."

승희는 온천장에 도착해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된 방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이날은 그녀에게도 무척 중요한 날이었다.

단지 그 남자에게 자신의 처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그녀도 기왕이라면 의미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비록 거래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언제까지나 기억될 첫 날을 비루한 모습으로 겪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커리어를 뒷받침해줄 대단한 스폰서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못지 않게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킬만한 상대를 찾는 것 또한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그 남자는 여러모로 합격점이었다.

비록 자신보다 나이는 꽤나 많지만, 그녀를 제대로 후원해줄 수 있는 남자라면 누가 되던 그 남자보다 어리기는 힘들 것이었다.

기껏해야 방송국의 나이 많은 고참 PD나 국장, 아니면 광고를 빵빵하게 쏴줄 수 있는 배나온 노인네 정도겠지.

그런 상대라면 죽어도 싫었다.

하지만 승희는 오늘의 이벤트에 대해서는 아무런 저항감이 없었다.

그건 그녀가 또래의 남자들을 어리게만 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오늘의 그 남자가 충분히 매력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가진 배경이나 커리어를 제외하고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반할만한 상대였다.

나이에 비해 훨씬 더 젊어보이고, 제법 미남이다.

그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에는 압도적인 여성표 덕분이라고 하던데, 아마도 맞는 말일 것이다.

물론 그가 지닌 능력이나 명성 따위를 더하면 무척이나 탐나는 사내이기도 하다.

어쩌면 10년 이나 20년 정도 뒤에는 대권에 도전할만한 사내라고 한다.

자신의 첫 상대가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었다면, 꽤나 그럴듯하지 않은가?

첫 경험이란 말이지...

승희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두렵기 보다는 오히려 기다려지고 있었다.

물론 섹스에 대한 기대는 아니다.

섹스를 통해 그 남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고, 그 남자에게 의미있는 여자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자신을 꽤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둘만 있을 때면, 그 남자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자신에게 보여준다.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사랑에 빠지면 여느 남자랑 다를 거 하나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오늘의 행사가 끝나면, 남자는 더더욱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줄 것이다.

그리고...

승희는 자신이 그려두었던 앞으로의 일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보았다.

만족스러웠다.

온천 탕안으로 들어가 앉으며 승희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 고풍스러운 여관도 마음에 들었다.

또래의 많은 여자들이 어두컴컴한 자취방이나, 의미도 없는 모텔에서의 첫 경험을 평생 기억해야하는 것에 비한다면, 이 멋지고 고급스러운 장소는 그녀의 첫경험을 기억하기에 더할 나위없는 곳으로 보였다.

'이제 겨우 첫 발이야. 너무 그렇게 들뜨지 마.'

하지만 스스로 자만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충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직 할 일이 많았고, 정말로 이제 겨우 첫 걸음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녀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온천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여자였다.

다행이다. 남자라면 불편해서 바로 나갈 생각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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