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5화 〉 @46. 여동생의 남자 친구가 절륜하다고 하니 자꾸 눈이 간다. (365/377)

〈 365화 〉 @46. 여동생의 남자 친구가 절륜하다고 하니 자꾸 눈이 간다.

* * *

섬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며칠 뒤에 나은이 내게 작은 요청을 해왔다.

"오빠. 오늘 저녁에 혹시 시간 좀 내줄 수 있어요?"

"응? 물론 있지. 무슨 일 있어?"

"사실은 오늘 언니네 집에 좀 가려고요."

"언니네?"

"네. 언니가 오늘 혼자 있다고 심심하다고 얼굴이나 보자네요. 같이 가줄 수 있어요?"

"뭐 안 될 거야 없지."

앞으로도 연인의 관계로 잘 지내보기로 합의를 보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한 요청은 평범한 연인들 사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는 요청이다.

굳이 거절할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나은이한테 언니가 있는 것도 몰랐네."

이래서야 연인으로서는 빵점이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잖아요."

나은의 미소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까?

그날 퇴근하고 나은과 함께 그녀의 언니가 살고 있는 신도시로 향했다.

"우리 언니는 음... 오빠랑 나이가 비슷해요. 한 살 어리구나... 그리고 형부는 오빠보다 세 살 많겠다."

조수석에 앉은 나은이 내게 언니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하는 일은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요. 취미는 운동이고요."

나은과 같은 취미를 가진 모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우선 달리기를 하고, 일이 끝나고 나면 휘트니스 센터로 가서 몸을 풀고나서야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다행히 남편도 비슷한 성향인 모양이다.

남편이 바쁜 날을 제외하면 함께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을 정도로 사이가 좋은 모양이다.

아직 아이는 없는데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슬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언니랑은 사이가 굉장히 좋은가 보네?"

언니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맞아요. 동생이랑은 꽤 자주 다투는 편인데, 언니랑은 그런 적 한 번도 없어요."

나은에게는 언니는 물론이고 여동생도 한 명 있었다.

어쩌다보니 딸만 셋을 낳고 나서 부모님은 더이상 아이를 그만 갖기로 했던 모양이다.

"언니랑은 별의별 이야기를 다하는 사이에요.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생리했을 때에나, 처음 자위한 거라든지. 둘 다 남자 친구 없을 때에는 어떤 자위기구가 나은지 논쟁도 하구. 히히..."

말을 해놓고 쑥스러운지 나은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여하튼 그래서 언니의 취향 같은 거는 전부 알고 있어요."

"언니의 취향?"

"몸이 단단하고 남자다운 사람을 좋아해요. 형부가 잘생긴 건 아닌데, 굉장히 남자답거든요. 취향이 한결 같더니 결국 그런 사람이랑 결혼하더라구요."

"잘 됐네."

"그죠? 그렇다고 전부 만족스러운 건 아닌 모양이에요."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딱히 불만은 아닌데, 완전히 만족하는 건 아닌 거 있잖아요. 세상에 완벽한 상대가 어디 있어요. 오빠만 빼놓고."

나은은 슬쩍 날 띄워주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여자들에게라면 몰라도 나은에게만은 내게 여자가 잔뜩 있는 것이 결코 불만이 되지 않으니, 그리 말한다고 해도...

잠깐 사이에 나은의 화술에 넘어갈 뻔했다.

아무렴. 세상에 완벽한 상대란 것이 어디 있을까?

"예전에 만나던 남자 친구들이랑 비교를 하면 이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또 조금 못하고 그런 거죠.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잘 한 거 같아요. 언니 말로는 제일 사랑한데요."

결국은 그런 거지.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제일 아닌가?

그렇게 나은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언니! 우리 왔어."

언니의 집 현관 앞에서 나은은 벨을 누르고는 큰 소리로 언니를 불렀다.

아마도 언니를 만나는 것이 즐거웠던지, 목소리가 신이 나 있었다.

"어서와! 그렇지 않아도 올 때 된거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어."

현관문을 열어주는 여자는 나은과는 인상이 꽤 달랐다.

키가 나은보다 반뺨 정도 작은 편이고, 상당히 슬림한 체형이다.

하지만 가슴은 꽤 있는 편 같다.

그리고 동생보다 조금 더 미인이었다.

나은도 굉장한 미인은 아니지만, 제법 이쁜 편이니 아마 유전자가 좋은 집안인 모양이다.

"어서오세요. 반가워요. 가은이에요."

그녀는 꽤 남자처럼 시원한 성격인 모양인지, 날 보자 기분좋게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보통의 여자들이라면 처음 내 얼굴을 보면 흠칫 놀라고는 하는데, 가은의 얼굴엔 그런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반갑습니다. 영웅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에 아주 한 상을 가득 차려놓았다.

"전부 직접 하신 건가봐요."

얼핏 보기에도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요리들을 그렇게 차려놓은 것을 보면 나은의 언니도 나은처럼 요리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네. 오랜만에 나은이도 온다고 했고, 영웅 씨도 오신다고 해서 한 번 해봤어요."

"언니 요리 솜씨가 나보다 훨씬 나요. 먹어보면 언니한테 반할걸요."

자매라서 그런지 외모를 제외하고는 닮은 면이 꽤 많아보였다.

"같은 회사에 다니신다구요?"

"네. 같은 팀에 있습니다."

가은이 차려놓은 음식들을 먹으며, 우리는 평범한 대화를 나누며 술도 비워갔다.

나은 못지 않게 술을 좋아한다고 하더니, 아주 시원하게 잔을 비우는 가은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 어디까지 갔어?"

그리고 적당히 취기가 오르자, 가은은 은근히 노골적인 질문도 꺼리지 않았다.

"보면 몰라? 갈 데까지 다 같지. 푸흐흐."

나은도 만만치 않았다.

자매가 서로 감추는 것이 없다더니 정말인 모양이다.

"그지? 둘이 들어올 때 보니까 딱 알겠더라. 막 깨가 쏟아지더라고."

"당연한 거 아냐? 안해봤으면 아주 후회할 뻔 했다고."

나은이 내 가슴에 기대서 얼굴을 부비대며 말했다.

"야야! 진짜 누구는 낭군 없나?"

"내가 말은 못 해서 그렇지 우리 오빠가 얼마나 잘하는지... 아! 답답하다."

"그리 좋냐? 아주 여기 이불 깔아줄까?"

"그것도 나쁘지 않지. 뭐. 그지 오빠!"

나은이 내 뺨에 살짝 입술을 맞췄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우리 그이 있을 때 부를 걸 그랬다."

"지금이라도 불러."

"됐네. 흥! 니들끼리 아주 께나 볶아라."

"근데 언니는 여전히 깨가 쏟아져? 지금도?"

"그럼. 당연한 거 아냐?"

"밤에도 만족하고?"

"당연히 만족하니까 같이 살지. 딴 건 몰라도 그게 안 맞으면 같이 못 산다. 너. 그니까 영웅씨처럼 잘 맞는 남자 만난 거 아주 다행인줄 알아."

"맞다니까. 진짜로... 아! 이건 어떻게 말도 못하고 내가 진짜."

"그만 자랑해라. 나도 이제 영웅씨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으니까. 근데 그렇게 좋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보면 남자인 내가 살짝 화끈거릴 정도였다.

"응. 미친다니까. 우리 오빠를 한 번 써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년이 못 하는 말이 없어. 참! 있잖아. 내 친구 도아. 너 알지?"

"응? 도아 언니? 알지. 그 언니가 왜?"

"걔가 작년에 결혼했잖아. 그런데 요즘 아주 죽을 맛인가 봐."

"무슨 일 있어?"

"남편이랑 잠자리가 너무 안 맞는데. 볼 때마다 얼마나 투덜거리는지."

"그렇게 안 맞으면 차라리 남자 친구를 만들라고 하지."

"그게 말이 되니? 결혼하고 겨우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그럼 결혼하고 3년 쯤 지나면 만들어도 되고?"

"누가 그렇다니? 그렇게 안 맞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헤어지면 되지."

"그러게?"

"근데 남편이 또 그거 빼고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서. 잘생기고 집안도 괜찮고, 인품도 좋은 거야."

"헤어지기는 아까운 거구나?"

"뭐. 말로는 사랑한데. 그래서 더 죽겠단다."

"흐응?"

나은은 꽤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언니 친구 중에 도아 언니라고 있거든요. 굉장히 이쁘고 몸도 좋아요. 남편이 뭐하는 사람이라고 했었지?"

"대기업 연구원인가봐."

"참 아쉽겠다."

나은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그렇게 여자들의 수다가 계속되었다.

나은의 말처럼 사이가 무척 좋은지, 두 사람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날 배려해줘서 계속해서 날 이야기에 끌어들이고,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 나은의 언니가 꽤 미인이라는 점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나은이 시원시원한 얼굴인데 비해, 가은은 얼굴이 아주 자그마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미인상이었다.

만약 두 자매를 놓고 어느쪽이냐 묻는다면 아마 가은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참. 언니. 오늘 여기서 자고간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나은이 선언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방에 이불 깔아놨어. 거기서 자."

"그래. 오빠. 피곤한데 먼저 들어가서 누워있을래요? 나 언니랑 좀 더 놀다가 들어갈게."

"그럴까?"

"그러면 저기 욕실에서 씻으시고, 우리 그이 옷인데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가은이 잘 때 자라고 편안한 반바지와 셔츠를 챙겨주었다.

그녀의 남편도 체격이 있는 편이라 대충 입을만할 것 같았다.

"그럼 염치 없게 신세 좀 지겠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우리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들르세요."

"그럴까? 우리?"

나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때? 영웅씨?"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두 사람은 좀 더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키가 굉장히 크다. 네가 말한 거 보다 더 크고, 남자답다. 너랑 잘 어울려."

"그지? 근데 있잖아. 오빠 들어가서 하는 말인데, 그건 진짜 크다."

"그거?"

"에이. 알면서. 이따만해."

나은이 씩 웃으며 두 손으로 크기를 어림 잡아 표현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크니?"

"진짜라니까. 내가 언니한테 거짓말 하는 거 봤어?"

"진짜야?"

가은도 나은이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인지 늦게서야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큰 게 어떻게 들어가?"

"다 안 들어가지. 다 들어가면 죽어."

"그러겠다. 그래도 아프지 않아? 그렇게나 크면?"

"처음엔 아팠지. 근데 한 번 길들여지니까 미칠 거 같다니까. 아까 오빠가 옆에 있어서 말은 안 했는데, 그거 하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 같다니까."

"그래? 그정도야?"

"응. 그리고 오빠가 좀 그게 강해서 말이지. 하루에 너댓 번은 아무 것도 아니야."

"뭐. 젊을 때는 그렇지. 나도 그래본 적 있다. 뭐."

"젊을 때는 그런게 아니라 매번 그렇고 여덟 번도 한다."

"말도 안돼. 너 저 사람 만나고 아주 허풍만 늘었구나?"

"허풍이면 내가 성을 간다."

"기집애. 여튼 그렇게 크고, 잘 한단 말이지?"

"그니까 있잖아..."

나은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신이 나서 자랑하기 시작했다.

꿀꺽!

가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은은 슬쩍 미소짓고 있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한 번 쯤은 경험할만 하다니까."

"그러겠다."

나은이 그렇게 과장을 하는 성격은 아닌 걸 아는 가은은 점점 동생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너 굉장히 밝아졌다. 한동안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그지? 전부 오빠 만나서 그런 거야."

"그렇게 좋아?"

"응! 엄청나게."

"그렇게 좋아하다가 영웅씨 혹시 다른 여자라도 생기면 어쩌니? 네 말대로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가은은 동생을 장난스럽게 놀려보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다른 여자가 있든, 말든 무조건 달라 붙어야지."

"너어... 진짜..."

가은은 동생이 진심으로 사랑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진짜 언니는 어떤데? 요즘도 잠자리는 즐거워?"

"뭐. 나름."

아까와는 살짝 대답이 바뀌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니고. 오래 같이 있다보니까. 다들 그런 거지 뭐."

"그래? 벌써? 진짜 그냥 그런가보다."

"아냐. 그정도는. 그냥 적당하다는 거지."

"안타까워라. 진짜 우리 오빠 나눠 쓰자고 할 수도 없고."

"기집애가 진짜. 아까부터 계속... 너 그러다가 언니가 정만 나눠쓰자고 하면 어쩔래?"

나은의 도발에 넘어간 가은이 기어이 그말을 하고야 말았다.

"뭐. 딴 사람이라면 몰라도 언니라면 한 번 쯤은 빌려줄 수 있지. 뭐."

"뭐야! 얘!"

그리고 자매는 까르르 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종류의 것이었다.

"이제. 자자. 피곤하겠다. 너도."

"괜찮아. 자면 되지. 근데 언니."

"응?"

"나. 조금 있다가 방에 들어가서 방문 다 안 닫을 거니까, 궁금하면 구경해도 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