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화 〉 @45. 모험도. 몬스터 아일랜드
* * *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조금 바뀌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서있더니, 갑자기 무릎을 살짝 구브리고 허벅지를 모았다.
꼭 여자들이 오줌이 마려울 때라든지, 아니면... 발정이 났을 때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만!"
여자가 손을 내밀며 소리를 질렀다.
"응?"
하지만 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지마!"
여자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는 거지?"
여전히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만! 안 돼! 학!"
여자가 다리를 굽혔다.
허리도 왠지 앞으로 수그러들고 있었다.
"흐윽!"
"아학!"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짧은 머리의 여자만은 아니었다.
그녀 뒤에 서있던 여덟 명의 여자들이 내가 다가갈수록 무릎을 붙이고, 다리와 허리를 수그리기 시작했다.
"안 돼! 흐윽!"
여자는 입술을 깨물며 무언가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악!"
"흐응!"
"아아!"
다른 여자들의 모습은 훨씬 더 극적이었다.
대부분이 들고 있던 몽둥이를 지팡이처럼 손으로 꽉 쥔 채로, 자꾸만 수그러드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었다.
"흐윽! 테미르... 바스!"
그리고 한 여자가 그 이름을 내뱉었다.
어? 그거 오크의 이름이잖아?
"테미르.. 바스! 제왕의 힘이다... 학!"
그 이름을 내뱉은 여자가 가장 먼저 무너졌다.
그녀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다른 여자들도 하나씩 다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명백하게 내게 굴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쯤 되어서는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내쪽이다.
뭐지?
그저 발기한 음경을 봤다고 저런 모습이 된다는 거야?
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왠지 더는 다가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흐윽! 어째서?"
그 짧은 머리의 여자는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었다.
"네 녀석이... 그분의 힘을... 흐윽!"
그녀는 손에 쥔 몽둥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걸 두 손으로 꽉 잡은 채 자꾸만 수그러들려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했다.
"테미르 바스... 흐윽! 그분의 힘이... 어째서? 너 같은 인간에게?"
그녀는 자꾸만 고개도 아래로 떨어져 내리려는 모양이었다.
"테미르 바스를 알고 있나?"
그녀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다시 물어보았다.
"흐윽! 어렸을 때... 한 번 뵌 적이 있어... 큭!"
그녀는 힘겨워하면서도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주 먼 발치에서 뵈었던 것 뿐이지만... 흑! 흐으..."
하이에나 무리의 우두머리는 무척이나 아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뵙고 있을 뿐인데... 하아! 이렇게! 으윽! 몸이! 이상해져... 학!"
마침내 그녀는 자신을 사로잡은 그 미증유의 힘에 굴복해버렸다.
여자는 지팡이 삼아 쥐고있던 몽둥이를 손에서 놓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테미르 바스... 안 돼... 너 같은 인간 따위가 그런 힘을... 어째서?"
하지만 아직 정신만은 굴복할 수 없다는 듯,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고개를 들고 날 마주 보고 있었다.
"대체 테미르 바스의 힘이란 게 뭐지?"
대충 알 것도 같은데...
조금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
"크윽! 지금처럼 이렇게... 앞에 서는 것 만으로도... 학!"
아마도 여자를 발정나게 만드는 힘인 모양이다.
이런...
"그거 여자에게만 통용되는 거겠지?"
그녀들 뒤에 서있는 그 세 마리의 작은 수컷들이 당황해서 눈만 굴리고 서있을 뿐인 것을 보니 거의 틀림없이 그럴 거라 생각이 들었다.
"흑! 그래... 그래서. 이 섬은... 금남의... 하앙!"
여자가 알 수 없는 신음을 터트렸다.
"하윽! 하앙!"
"아앙!"
"흐윽!"
그리고 그녀 뒤에 꿇어앉아있는 여자들은 모두 각기 나름의 신음을 마구 내뱉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어느새 내 뒤를 따라온 나은이 어이없다는 듯 한 마디 했다.
"무슨 소리를 했는데, 여자들이 전부 발정이 나버린 거예요?"
"글쎄?"
"진짜 말도 안 되는 남자라니까... 하아..."
그리고 나은 또한 하이에나 여자들처럼 나즈막하게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요?"
수빈도 내 뒤로 다가왔다.
아마도 이 상황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녀일 것이다.
"내가 테미르 바스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군."
"테미르 바스라면... 아까 그 황금용과 함께 있던 괴물 말이죠?"
나은이 물었다.
"아하! 그랬구나!"
수빈은 내 짧은 말로 상당히 많은 것을 이해한 모양이다.
"뭔데?"
나은이 수빈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저 여자들은 아저씨가 그 괴물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무슨 힘?"
"보면 알잖아요? 여자들이 보기만해도 자지러지게 만드는 거. 아까 거기 그렇게 쓰여 있었잖아요. 음란왕."
"아! 음란왕! 흐응!"
나은은 그 호칭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면 이제 따먹으면 되네요."
그녀는 내게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 요구하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히려 당황한 것은 내쪽이다.
"여자들이 전부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나은이 말하지 않아도 나도 그 하이에나 귀를 달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에서 그녀들이 힘겨워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응..."
"학!"
"하악!"
여자들은 모두 똑같이 무릎을 꿇고 허리를 잔뜩 숙여 상체를 바닥에 엎드린 채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흐윽! 그만... 제발... 물러나 줘! 학!"
그리고 우두머리는 여전히 저항의 의지를 보였다.
"내게서 멀어지면 괜찮아지는 건가?"
"흑! 그래.. 아! 제발! 부탁이야! 물러나 줘. 더는 버틸 수 없어."
여자의 눈동자가 마구 떨리고 있었다.
"음... 그러면..."
난 그녀의 요청과는 달리 앞으로 걸어갔다.
여자의 눈에 절망감이 서렸다.
"제발..."
그리고 난 애원하고 있는 여자의 몸을 두 손으로 잡아 들어올려 어깨에 얹었다.
신장이 180cm를 훌쩍 넘는 여자치고는 그다지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우선은 너로 만족하기로 할까?"
그리고 엎드려 헐떡이는 여자들을 두고 뒤로 돌아섰다.
"학! 하아..."
"흐응!"
여자들의 신음 소리를 뒤로하고 난 그녀들에게 멀어져갔다.
"누나!"
"셀마!"
그리고 세 명의 수컷 하이에나들이 함께 소리를 질렀다.
"학! 오지마!"
여자가 억지로 힘을 짜내 소리질렀다.
"흐윽! 안 돼! 너희는."
"누나!"
"멈춰!"
"죽여버린다!"
"오지마! 명령이야! 하악! 다른... 흐윽! 모두를 챙겨. 흐윽! 우리는... 이자한테 저항할 수 없어! 하앙!"
여자가 수컷들을 따라오지 말라고 명령이라는 말까지 사용해서인지, 그 녀석들은 바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누나!"
"괜찮아. 살아만 있으면 하아... 다시 만날 수 있어... 흐으..."
"크윽! 안 돼!"
"죽으면 안 돼!"
"제발! 테미르... 바스... 흑!"
"내가 돌아오지 못하면... 흐으... 셰케르에게 뒤를 맡긴다. 학! 잊지 말고 전해! 셰케르다! 하악!"
꼭 누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처럼 말하고 있어...
"응? 왜 한 명만 데려가요?"
내 뒤를 따라오는 나은이 서운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무 많으니까 정신이 없어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없을 거 같아서."
아무래도 오늘은 이 여자와 테미르 바스라는 그 오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내 여자들을 전부 데리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갔다.
"그래도 하나는 너무 적은데..."
돌아가는 길에 나은은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흑! 흐윽! 안 돼!"
내 어깨에 올려진 여자는 끊임없이 헐떡이고 있었다.
"제발 날 놔줘... 학!"
"잠깐만요."
얼마나 걸어갔을까? 갑자기 나은이 날 멈춰세웠다.
"응? 왜?"
"잠깐 내려놔봐요."
나은이 뭔가 생각한 게 있는 모양이다.
난 그 짧은 머리의 여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여자는 몸에 기운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지 그저 헐떡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나은은 갑자기 짧은 머리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뭐해?"
"이쪽이 더 어울려서요."
여자의 옷을 전부 벗겨버린 나은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어울린다고?"
"전리품이잖아요?"
나은은 무척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발가벗은 여자의 몸은 꽤 보기 좋았다.
가죽 옷을 꽉 조이고 있어서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던 그녀의 가슴은 무척이나 공격적이었다.
지금 여기 모여있는 그 누구보다 훨씬 더 커다란 가슴이다.
하지만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녀의 길쭉한 다리였다.
그녀의 그 큰 키의 대부분은 늘씬한 다리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상체의 길이는 여느 여자와 그리 다름없었고, 허리 아래에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다리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수빈이 벌거벗은 짧은 머리 여자의 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흐음... 사람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네요. 그냥 귀만 조금 큰 게 다야."
어쩐지 수빈은 서운한 모양이다.
"사람이랑 비슷하면 다행이지. 사람이 아닌 모습을 한 여자랑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난 아주 흉측한 괴물하고도 했는데요. 뭐."
수빈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말을 들은 정미가 알듯말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다른 여자들은 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이다.
"아저씨 말이에요. 다들 아직도 이 남자가 인간으로 보여요?"
수빈이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여자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하고 있다는 표정이 되었다.
수빈은 보는 것 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하이에나 여인의 귀도 만져보고, 가슴에도 손을 대어보았다.
"가슴이 크다."
그 말을 하고 있을 때의 수빈의 얼굴에선 조금은 선망의 기색이 서려있었다.
그러고보면 수빈도 가슴에 약간은 컴플렉스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녀도 평균 수준의 가슴을 조금 넘어서는 가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수빈의 라이벌 격인 지연의 말도 안되는 가슴 때문에, 함께 벗겨놓으면 수빈의 몸은 때로 빈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악!"
그리고 수빈의 손길이 어떻게 느껴졌는지, 머리 짧은 여전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을 내뱉었다.
"흐음... 성감대도 비슷한 모양이네. 그냥 귀만 조금 다르고 사람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수빈은 다시 손을 내려 그녀의 아랫도리를 만졌다.
"하아앙!"
여자가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건 저항이라기보다, 그저 쾌감을 이기지 못해 떨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됐어요. 먹어도 별 탈 없을 거 같아요."
수빈의 판정이 끝났다.
"그래? 그럼..."
난 다시 짧은 머리의 여자를 들어올렸다.
"여기서 안 해요?"
나은이 다시 서운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씻어 먹어야지."
"아하! 하기는..."
다행히 나은도 내 말을 이해해주었다.
"흐윽! 흑!"
여자는 이미 거의 이성을 잃은 모양이다. 나은이 그녀의 옷을 벗기고 수빈이 그녀의 몸을 더듬는 동안에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런데 윤진이는 왜 그렇게 뾰루퉁한 얼굴이니? 설마 미끼가 될 기회를 놓쳐서 서운한 거야?"
돌아가는 길에 나은은 다시 윤진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윤진이 예전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 갔던 사실에 대한 악감정은 남아서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단지 그녀가 괴롭히기 좋은 상대일 뿐이다.
"그런 거 아니에요."
윤진의 목소리는 정말로 뾰루퉁했다.
"그럼?"
"주인님... 곁에 자꾸 늘어나요..."
"그게 뭐가 어때서?"
나은은 마냥 즐거울 뿐이다.
"어차피 지금도 한둘이 아닌데."
"한둘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까 열 명은 되었는데..."
"그래서 한 명만 잡아가는 거잖아?"
"한 명으로 만족하실 거 같아요? 그리고 저 여자들이 전부라는 보장이 있어요. 저여자들 마을에 여자가 몇 명이나 더 있을 줄 알고... 그리고 다들 이쁘던데..."
윤진의 말에 여자들이 잠시 발을 멈췄다.
"음... 하긴... 절대 하나로 만족할 사람이 아니지."
내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즐거워하던 나은도 마을 통째로라는 말에는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게 뭐가 어때서? 네가 신경쓸 게 아니잖아?"
정미가 윤진을 타박했다.
"노예가 너무 주제 넘는 행동 하면 안 돼. 윤진이 혼 좀 나야겠다."
평소라면 윤진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그녀였지만, 때로 그녀는 나은보다 훨씬 잔혹하게 괴롭히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쩐다."
갑자기 나은이 소리쳤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따먹으면 진짜 죽이겠다."
모두들 그녀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역시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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