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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7화 〉@45. 모험도. 몬스터 아일랜드 (357/377)



〈 357화 〉@45. 모험도. 몬스터 아일랜드

"착한 아이네.  남자가 하는 말이라면 무어라도 믿는구나?"
함께 모험을 떠난 뒤로 으젓하게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보라도 수빈의 말이 기꺼웠던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께 걸어갔다.

"언니는 안 그래요?"
수빈이 보라의 손을 잡고 함께 발걸음을 맞추며 말했다.


여전히 그녀는 보라의 영입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응. 안 그래. 난  나쁜 남자가 하는 말은 하나도 믿지 않아."
보라는 다정한 목소리로 날 비난하고 있었다.

"언제나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필요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지. 자기 욕망을 위해서라면 여기 있는 모두를 아주 끔찍하게 만들고도 기뻐할 사람이야."

음.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여자들에게 해왔던 행동 어느 하나라도, 그녀들을 위해서 였다고는 할 수 없다.

전부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들이었다.

"맞아요."
수빈도 보라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도 사랑하잖아요?"


"맞아. 사랑하지."
보라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럽고 가벼웠다.


그리고 그녀들이 말하고 있는 사랑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사랑하니까 믿어야죠."
수빈이 다시 한 번 내게 쐐기를 박았다.

"그렇지?"
보라가 다시 한 번 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다.
내가 아무리 거짓말쟁이에 멋대로라고 해도, 이 여인들은 내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라도 믿고, 불덩어리를 향해 뛰어드는 것도 꺼리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저게 뭐야?"


골짜기를 들어서서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 거대한 괴물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은이 탄성을 내뱉었다.


놀란 사람은 나은 뿐이 아니다.

이미 이곳엘 한 번 다녀간  여자를 빼고는 모두 그 거대한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높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거대한 동상이 이런 골짜기에 세워져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까 왔었던  사람도 그 거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동상을 바라보며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군다나 돌로 만든 석상도 아니고 이런 섬에 동상이라니. 그것도 반짝거리는 황금상이다.


"굉장하다. 설마 진짜 금은 아니겠지?"
나은이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듯 황금상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황금은 아닐거야. 세상에 이렇게 많은 황금이 어디 있겠어?"
보라도 나은과 함께 황금상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가까이 가서 만져봤는데 진짜 황금 같았어요."
정미가 그녀들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아마 전부 금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금을 입힌 것은 맞는 것 같아요."


"금을 씌운 거라고 해도..."
나은도 보라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대체 여기가 어디이기에 이런 말도 안되는 황금상이 서있는 거지?"
나은이 내게로 돌아보며 물었다.

"적어도 한국은 아니겠지요. 바닷속에만 들어가 봐도  수 있잖아요?"
정미가 말했다.

여자들은 모두들 이미 이곳이 범상한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달리 말을 해주지 않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던 것 뿐이다.

"그런데 굉장히 멋진 동상이다."
나은이 고개를 들어 동상의 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멋져요? 무서운 게 아니고?"
윤진이 한 마디 했다. 무척이나 생생하게 만들어진 동상이라, 여자라면 대번에 겁을 집어먹을만 했다.


"이게 무슨 짐승이지? 용? 드래곤? 그런 종류인 모양이야."


"그런 거 같아요. 네 다리에 커다란 날개까지 있는 걸 보면 동양의 용이라기보다 서양 용인거 같죠?"


한동안 동상의 재질에 관심을 가지던 여자들은 이제 그 거대한 동상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씩 내뱉었다.

거대한 동상은 누가 봐도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거대한 날개를 지닌 황금색의 용이다.


 크기와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그런데 용이 왜 머리를 숙이고 있는 거야?"
나은은 이 멋진 황금상의 드래곤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있는 모습에 의문을 가졌다.

"가보면 알아요."
수빈이 다시 우리를 이끌고 황금상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황금 드래곤의 머리 앞에 다다른 우리는 황금상에 묘사된 대상이 드래곤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황금 드래곤의 머리 앞에는 자그마한 인형이 허리를 곧게 펴고 늠름하게 서 있었다.


"무슨 모습이지? 이건 꼭 드래곤이 저 남자 앞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있는  같잖아?"


"그러니까요. 인간 영웅에게 굴복한 황금용인 건가?"

"굴복인지 애완동물인지 모르겠어요."


모두들 거대한 황금용이 자신의 발가락 하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할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사람이 아닌데?"
그리고 이제 겨우 십여 미터를 남겨놓고, 나은은 그 인형의 주인공이 사람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 아닌가?"


"응. 얼굴 모습이 조금 다르잖아. 훨씬 더 사납게 생겼어. 무슨 도깨비인가?"
나은이 한 마디 했다.



"어때요?"
그리고 수빈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고 말했다.


"내가 놀랄 거라고 했죠?"
수빈이 놀라게 한다는 것은 황금상의 드래곤 때문이 아니라  도깨비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래... 놀랍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빈과 나는  사나운 도깨비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테미르 바스...'
바로 내가 변신했었던  오크의 모습이었다.

대체 어찌된 일인 거지?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까 꽤 키가 크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자그마해 보였는데."


"그거야 엄청나게 커다란 드래곤과 비교를 하니까 그렇죠."

"정말 크다. 2미터 50? 그정도는 되겠어. 이쪽도 괴물이네."

그때 즈음 난  오크의 황금상이 거의 내가 오크로 변했을 때의 키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틀림없이 주인님이에요."
그리고  오크와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다.


"주인님의 그 힘이  동상과 관련이 있는 거겠죠?"
어느샌가 내 옆에 다가와 있던 정미가 말했다.

"글쎄..."
사실은 나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거 금으로 만든 걸까요?"

"그럴리는 없지만... 여하튼 이 동상에 씌운 황금만으로도 엄청난 양이 될 거 같아. 진짜 금이라면 말이지."


나와 오크 사이의 관계에 대해 모르고 있는 윤진과 나은, 그리고 보라는 다시 황금상 자체에 대해서 관심을 돌렸다.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비밀을 갖고 계셨네요."
정미는 더이상 황금 동상에 눈길도 주지 않고 날 바라보며 말했다.

"굉장하죠?"
수빈도 흥분한 모양이다.

하기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내게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것이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내 삶은 무척 공허했어요."
정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도저히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이 항상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고, 난 부질없는 악덕으로 그 욕구를 달래야만 했었죠. 하지만 당신을 만난 뒤로 내 삶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더이상은 그런 천박한 욕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당신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당신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내 공허함을 완전히 날려버릴  있게 되었죠."


어느사이엔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정미는  물건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당신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매번 새삼 깨닫게 되고 마네요."
정미는 천천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신을 몰랐을 때의 난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당신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정미는 어느새 부풀어오른 내 물건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사랑의 맹세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정미가 영리한 여자이고, 내 비밀에 수빈 못지 않게 접근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늘어난 것이 조금은 즐거웠다.

그렇게 오크와 드래곤의 황금상 앞에 서서 정미의 정성스러운 혀놀림을 즐기고 있는데, 내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늠름하게 서있는 오크의 발치 아래에 동상의 다른 부분과는 달리 평범한 돌 덩어리 하나가 눈에  것이다.

오크 테미르 바스는 오른 발을 그 돌 위에 올려놓고,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드래곤의 주둥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마도 그 황금상은 처음부터 그 돌멩이 위에 제작된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바위를 굳이 놓은 채로,  위에 동상을 세운 걸까?

차라리  바위를 치우고 마찬가지로 황금 재질의 무언가를 두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정미는 열심히 손과 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 동상에 넋을 잃고 있던 여자들도 어느샌가 내 주위로 몰려들어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에서 이제 더이상 황금상에 대한 경이로운 감정은 사라진 모양이다.


그보다 자신들보다 훨씬 발빠르게 날 차지해버린 정미의 뒤를 과연 누가 이을 것인지가 훨씬  관심사인 모양이다.

그대로 정미의 입안에 사정을 했다.


정미는 아주 뿌듯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들에게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으로 정미가 입안에  것을 삼켜버렸다.


여자들의 눈길이 내게로 모였다.

모두들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 주장하고 싶어했다.


이번엔 나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보니 섬에 와서 그녀에게는 한 번도 박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다른 것에서 쾌락을 얻는다고는 해도, 역시 직접적인 관계를 하지 않으면 서운하겠지?

하지만  그녀들의 욕망을 채워줄 생각은 없었다.


우선은...


난 여자들의 욕정 가득한 시선을 무시하고, 황금 동상 아래로 다가갔다.

대체 무슨 바위이기에 굳이 파버리지 않은 걸까?


그리고 난 또 한  놀라고야 말았다.


바위 위에는  세상의 문자가 아닌 낯선 문자로 무언가가 씌여있었다.


바로 시네마틱 세계에서 인간들이 사용하던 바로 그 문자였다.


- 질서와 조화의 수호자 거룩한 황금용 테오도르, 사악한 악의 종주 음란왕 테미르 바스에게 굴복하다.


응? 뭐지? 이 황금 동상의 주제는 오크의 승리가 아니라 황금용의 패배인 걸까?


바위 위에 쓰여진 어귀에는 마치 황금용이 패배한 사실을 기념하기 위한 것처럼 쓰여있었다.


어쩌면 황금용이 쓰러진 바위 위에 이런 글자를 써놓고, 나중에 그 위에 동상을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걸로  수 있는 것은 저 황금상의 오크가 내가 변신했던 테미르 바스라는 사실과 그 테미르 바스가 결코 좋은 놈은 아니었다는 사실 그렇게 두 가지였다.

그런데 음란왕이라...

어쩐지 그 별명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건 무늬인가? 아니면 글짜일까?"
나은도 내가 보고 있는 그 문자를 발견하고 한 마디 했다.

"그냥 무늬는 아닌 것 같아요. 아마도 문자가 아닐까 싶어요."
수빈도 머리를 들이 밀었다.

"뭔지 모르지만  도깨비 괴물이 대단한 영웅이라는 내용이겠지?"
이번엔 정미가 한 마디 했다.


그녀에게 내가 그렇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체 어느나라 글자야? 처음 보는데?"

"글쎄요. 어쩌면... 이 세상 글자가 아닐 지도 모르지요."
수빈은  다른 세상의 괴물이나 외계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여자들은 다시 그 바위 위에 적힌 글자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밀었다.

"질서와 조화의 수호자 거룩한 황금용 테오도르, 사악한 악의 종주 음란왕 테미르 바스에게 굴복하다."
그리고 보다 못한 난 그녀들에게 내가 읽은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걸 어떻게 읽은 거예요?"
나은이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글쎄? 정말로 내가 읽었는지, 아니면 그냥 멋대로 지어낸 것인지 모르지."

"진짜..."

"거짓으로 지어낸  아닌 거 같아. 거짓말을 할 때면 티가 나거든. 저 사람."
보라가 한 마디 했다.


"맞아. 거짓말은 아닌 거 같아요."
그리고 정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판단 근거는 보라와는 다른 것이었지만, 두 여자 모두 날 아주  알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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