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화 〉@45. 모험도. 몬스터 아일랜드
"정말 그래도 돼요?"
나은이 숨을 고르며 물었다.
"물론이지. 처음부터 그랬지 않아?"
나은이 기억하지 못하는 감옥에서의 난교는 제외하고, 나은과 내가 처음으로 관계를 맺은 것은, 그녀가 내 연인이 되기를 자원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지금 난 그녀가 내 연인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하나뿐인 연인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연인 중의 하나라면 충분한 자격이 된다.
적어도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서 만큼은 나은이 내 공식적인 연인이어도 나쁘지 않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요."
"나야 말로 잘 부탁하지."
나은의 이해(利害)와 나의 이해(利害)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두 사람은 아마 여느 연인들보다도 훨씬 더 서로에게 필요한 연인일 것이다.
"아저씨! 이거 봐요!"
나은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수빈과 정미, 그리고 윤진이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각자 손에 전리품을 잔뜩 들고 나타났다.
정미는 바다에서 잡은 커다란 꽃게와 문어를 바구니에 담아왔고, 윤진은 사람 머리통만한 이름 모를 조개를 힘겹게 들고 있었다.
"여기서 나는 것은 전부 먹을 수 있다고 하셨었죠?"
그리고 수빈은 어디에서 따온 것인지, 과일을 잔뜩 구해 왔다.
아마도 코코넛으로 보이는 딱딱한 과일과 파인애플 비슷한 과일도 보인다.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과일이 잔뜩 있다.
대체 여기가 정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장소인지도 알 수 없으니, 저 과일들이 정말로 세상 어디에서인가 자라고 있는 과일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어. 먹어도 될 거야."
하지만 이 블루 라군으로 들어오는 로비에 놓인 설명서에는 식용이 가능하다고 쓰여있었으니, 믿어도 될 것이다.
"이게 무슨 과일일까요?"
수빈이 내민 과일은 큼지막한 사과만한 둥근 과일이었는데, 껍질은 푸른 빛이 돌고 있었다.
난 수빈이 들고 있는 과일을 받아 칼로 반으로 잘라보았다.
과육은 껍질과는 정 반대로 진한 붉은 빛이 돌고 있다.
껍질을 깍아내고, 잘라낸 조각을 수빈의 입에 넣어 주었다.
"달다."
당도가 굉장히 높은 모양인지, 입에 넣자마자 바로 달다는 말부터 나온다.
나도 한 조각을 먹어보았다. 망고 처럼 진한 단맛과, 살짝 밀려오는 산미, 그리고 어디에선가 맡아봄직한 향기가 입안을 채웠다.
"굉장히 맛있네요. 이런 과일은 처음이에요."
"나도!"
나은이 달려들어 내 손에 남은 과일을 빼앗아갔다.
"진짜! 굉장히 맛있다."
그녀는 솜씨 있게 과일을 껍질을 벗겨 다른 여자들에게도 한 입씩 나누어주었다.
"밥대신 이것만 먹어도 되겠다."
윤진이 그 과일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나머지는 밥먹고 디저트로 먹자. 그리고 모자라면 수빈이랑 더 따러 가도 돼고."
나은이 수빈에게서 다시 그 과일을 받으려는 윤진을 말리며 말했다.
윤진은 별다른 불평 없이 나은의 말을 따랐다.
딱히 그녀에게 나은의 지시에 따르라고 했기 때문이 아니라, 윤진은 나은에게 달리 악감정은 없는 모양이다.
나은이 윤진과 정미의 소유권을 획득하고 나서 한 일이라고는 그녀들에게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게 한 것과 때때로 그녀들을 괴롭히며 변태적인 섹스를 즐긴 것이 다였다.
만약 원한다면 그녀는 두 사람에게서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을 테지만, 나은에게 그런 물욕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러고보면 나은은 꽤나 친화력이 높다.
그리고 다른 여자에 대한 질투 따위 찾아보기 어렵다.
내 여자들 사이에 문제가 생겨, 그걸 중재할만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건 나은일 것이다.
저녁 식사는 이 아름다운 섬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아낌없이 이용한 멋진 만찬을 즐겼다.
"지난번엔 너무 익어버린 음식들을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에요."
수빈과 단 둘이 왔을 때에는 가재와 게를 익히면서 그녀의 몸을 탐하느라 완전히 오버쿡이 되어버렸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은이라는 멋진 요리사가 있었다.
그녀는 꽃게로 탕을 끓이고, 바닷가재는 버터와 치즈를 잔뜩 사용해 멋진 그라탕을 만들었다.
조개는 껍질에서 꺼내 구웠고, 문어는 적당히 쫀득거리게 삶았다.
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에 그 많은 요리를 어떻게 해낸 것인지, 그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 모두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이론의 여지 없이 훌륭했다.
모두들 배가 부르게 먹고 나서, 수빈이 따온 과일도 전부 해치웠다.
"매번 왁싱하기 힘들텐데 앞으로는 이걸 사용해."
저녁 식사가 끝나고 기프트 카드로 받은 제모제를 수빈에게 주었다.
"흐음..."
하지만 수빈은 그리 탐탁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왜? 앞으로는 왁싱을 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렇다면 굳이..."
"그게 아니라 왁싱할 때 꽤 따끔했거든요."
"그러니까. 이걸 쓰면 아프지 않을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따끔한 게 묘하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왠지 아저씨랑 처음 자던 날 생각도 나고."
수빈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
뭐. 평범한 욕구는 아니겠지만, 정미나 윤진, 혹은 나은 그리고 보라에 비하면 너무나 정상적으로 보인다.
음.
그러고 보니 오늘 이자리에 모인 여자들 모두 평범하지 않구나.
심지어 수 마저도 여기 모인 어느 여자 못지 않은 특이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 여자들에 비한다면 내 다른 여자들이 지닌 성벽은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지아 언니는 좋아할 거 같네요."
수빈은 내 손에 들린 제모 크림을 빼앗듯 낚아채갔다.
"언니들! 이리로 와보세요!"
그리고는 여자들을 불러모았다.
"무슨 일이야?"
무심하게 내 발치에 웅크리고 있는 보라를 제외한 모두가 수빈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아저씨는 여기 털이 없는 여자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모두들 털을 밀어버리도록 하자구요."
응? 갑자기 수빈이 엉뚱한 소리를 해서 날 놀라게 했다.
내가 언제?
수빈과 지아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었잖아?
하지만 난 딱히 수빈의 행동을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빈의 깨끗한 아랫도리를 보니, 그쪽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빈은 나은과 정미의 아랫도리에 크림을 발라주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크림을 닦아내자 두 여자의 음모가 아주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윤진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언니는 안 돼!"
하지만 수빈은 냉정하게 윤진의 요구를 거절했다.
"왜?"
윤진은 잔뜩 서운한 표정이 되어 수빈을 바라보았다.
내가 좋아한다는데 자신만 빼놓고 한니 소외되는 기분인 모양이다.
"언니는 그냥 앞으로는 나랑 같이 가서 왁싱해요."
"응? 왜?"
윤진은 아직 수빈의 속내를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언니는 아픈 걸 즐기잖아요. 그거 할 때 꽤나 아프거든요."
"아! 응? 어..."
수빈의 의도를 깨달은 윤진은 처음에는 놀라했고, 다음에는 부끄러워했다.
그녀는 자신이 고통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응? 그러면 미리 말을 하지!"
이번엔 정미가 서운한 표정이었다.
"언니는 안 돼요."
수빈이 다시 정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언니는 너무 변태라서, 차라리 그걸 못하게 하는 쪽이 훨씬 더 괴로울 거예요."
"차암... 못된 아니네."
정미는 언제나처럼 다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맞아요. 나 못된거. 그러니까 앞으로도 언니는 아주 실컷 괴롭혀드릴게요."
"정말이지?"
정미는 무언가 진한 욕망이 서린 눈으로 수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빈의 눈에서 진심임을 느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진짜 변태 같은 여자잖아?"
나은이 정미의 그런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언니한테 다른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어디 있어요?"
수빈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은에게 한 마디 했다.
"응? 으응... 내가 뭐..."
나은은 뭐가 켕기는지 자신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보라는 여전히 내 발치에 앉은 채 그녀들의 소동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수빈이 내가 왁싱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이미 보라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정말로 무언가를 원한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걸 하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을 보라 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난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보라는 행복한 표정으로 내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낙원 섬의 하나뿐인 오두막에 모두 모여 잠을 잤다.
워낙에 날씨가 좋은 곳이라, 밖에서 잠을 청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지만, 여자들을 한 침대에 몰아놓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니. 한 마리 암캐인 보라만은 침대 아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물론 그녀는 그 자리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오두막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뜨거운 남국의 햇살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난 내 몸위에 상체를 올려놓고 웅크린 채로 잠이 들어 있는 보라를 발견했다.
어느새 침대 위로 올라왔는지 모르지만, 그런 행동 조차도 아마 개의 행동을 따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두막에는 보라와 나 두 사람 뿐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난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깊이 잠이 든 것은 아니었던지, 보라가 바로 잠에서 깨어나며 내 물건을 입에 물었다.
아주 정성껏 내 물건을 핥기 시작하는 보라의 몸을 들어 완전히 내 몸 위에 올려놓고, 나도 그녀의 음부를 핥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이다.
사랑스러운 보라가 날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고 있었고, 나도 그녀를 위해 내 욕구를 만족시킨다.
한참 동안 그렇게 상대의 입을 즐기다가, 보라의 몸을 침대에 눕히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의 육욕을 채웠다.
"사랑해. 진심으로."
좀처럼 입을 열지 않던 보라가 그렇게 말을 해주었을 때에는 난 참을 수 없을만큼 행복에 차올라, 그녀의 몸안을 정액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보라는 내 목을 끌어안고, 아주 정열적으로 키스를 보내주었다.
"당신의 사랑은 원하지 않아. 그냥... 언제까지나 당신의 곁에 있게만 해줘."
키스가 끝나고 보라는 내게 자신의 사소한 욕망을 표시했다.
"암캐라도 좋아. 아니. 정말로 암캐면 족해. 당신한테는."
"그런 것 같네.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으면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응. 나도 알아."
보라는 조금도 부끄러움 없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 당신의 암캐가 된 거 조금도 창피하지 않아. 아니. 오히려 기뻐. 누구에게라도 그걸 숨기고 싶지 않아."
난 보라의 눈에서 아주 진한 욕망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 언젠가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해볼까? 내 여자들 말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당신이 원한다면."
보라는 내 제안에 동의했다.
"아니.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응. 원해. 정말로. 세상 사람들 앞에서 나 당신의 암캐라고 말할 거야."
진심인 모양이다.
보라는 다시 한 번 내게 입을 맞춰왔다.
잠시 그녀를 안고 있다가 오두막을 나섰다.
이번에도 보라는 내 옆에서 네 발로 엉금엉금 걷고 있었다.
오두막 밖에는 오직 나은 한 사람 뿐이었다.
"얼어나셨어요?"
바다에서 잡아온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던 나은은 아이스박스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라의 입에 물렸다.
아마도 어제 먹다 남은 문어 조각인 듯 했는데, 보라는 기분 좋게 그걸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들은?"
"모험을 떠났어요."
"모험?"
"이 섬 말이에요. 생각보다 굉장히 큰 섬 같아요. 저기까지 올라가 봤거든요."
나은이 호수 건너편의 바위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 삼아 다녀왔어요."
"거길 올라가기는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높지는 않아도 제법 험한 산이다.
"바위가 많아서 산책으로 적당하지는 않더라구요. 아마 다른 사람들한테는 무리일거예요."
그러고 보니 나은은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였다.
아침이면 꼬박꼬박 한 시간씩 달리기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무엇이든 운동을 즐기고 있으니, 어지간한 남자에 비해서도 체력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