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화 〉@43.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소녀들
"학! 학! 언제 끝나요?"
레이나가 물었다.
정말로 힘든지, 얼굴에는 땀이 송알송알 맺혀있었다.
"아직 멀었는데?"
난 혀를 내밀어 그녀의 얼굴에 맺힌 땀을 핥아먹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정말 변태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런 변태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은 충분한 쾌감을 안겨준다.
"아프기만 하고... 하나도 안 좋아요."
레이나가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조금은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 전혀. 처음에는 대부분 그래."
"윽! 그래도 마음은 안 그래요. 아저씨랑... 이렇게 되어서 굉장히 기뻐요."
"나도 기뻐."
레이나가 고통을 참고 있는 모습을 내려보고 있으니, 너무 뿌듯했다.
그리고 난 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물론 당장이라도 끝낼 수 있었지만, 이 순간을 좀 더 즐기기 위해 그녀에게 고통을 강요하고 있었다.
"윽! 흐윽!"
레이나는 계속 아픔을 호소하면서도 끝까지 그만하라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
난 그런 레이나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몇 번이고 입을 맞추면서 욕망을 충족시켰다.
"이제 안에다 사정을 할 거야. 괜찮겠어?"
이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첫 경험인데 이렇게나 오래 하고 있으니 꽤나 미안했다.
그리고 나도 충분히 즐겼다.
이젠 그녀의 몸을 내 체액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레이나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난 사양하지 않고 그녀의 몸안에 정액을 잔뜩 넣어주었다.
레이나도 그걸 느꼈는지, 두 팔을 위로 올려 날 끌어안았고, 난 그녀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사정이 끝나고도 한동안의 그녀의 몸 안에서 머물면서 키스를 이어갔다.
그녀는 내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 만으로도 훨씬 나아진 듯, 몸에 힘을 풀고 나와의 키스를 즐겼다.
"감사합니다."
키스가 끝나고 그녀가 내게 인사를 했다.
어쩐지 거꾸로가 아닌가 싶었지만, 사실 우리의 관계는 그녀가 더욱 적극적이었으니, 나름 이해할 수 있었다.
난 그녀에게서 내 물건을 빼냈다.
햇빛 아래에 붉은 피가 그녀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난 레이나의 몸을 살짝 들어올려 다시 내 무릎 위로 앉혔다.
"윽!"
레이나가 다시 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었다.
행위는 끝이 났지만, 상처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만일 그녀를 캐스팅했다면, 그 상처마저도 치유해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이렇게 아픈 거 굉장히 오랜만이에요."
레이나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꼭 아래에서 불이 나고 있는 거 같아요."
손을 내려 아랫배를 누르며 그녀가 말했다.
"처음에는 다 이런 거겠죠?"
"음.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비슷하지 않을까?"
"그럼 됐어요."
그녀가 한쪽 팔로 내 목을 감싸며 말했다.
이 소녀의 눈에서 애틋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내 죄책감은 조금 더 커졌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잠시 마주보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니?"
이제는 그녀를 욕실로 데려가 씻겨야 할 거 같았다.
"잠깐 더 있어요. 괜찮죠?"
"그럼."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레이나는 그렇게 내 허벅지에 앉은 채, 내게 머리를 기대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늦은 여름날의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도 내게도 결코 잊지 못할 하루가 될 것이다.
"아! 아저씨. 저 손님이요."
갑자기 레이나가 손을 들어 막 여탕으로 들어온 한 여자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길을 따라 그 여자를 바라본 난 깜짝 놀랐다.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서린이었다.
"저 손님이 여기 머무시는 손님 중에 제일 미인이에요."
레이나가 말을 하면서 바닥에 놓았던 망원경을 들어 눈에 대었다.
"그러니?"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있던 그녀를 바라보며 난 어색하게 대답했다.
"남편이 있는데도 아저씨한테 달려드는 걸 보면 몸이 무척 뜨거운 여자인가 봐요?"
응?
"봤어?"
"어제는 왠지 새벽에 잠이 깨더라고요. 그래서 잠시 산책을 나왔다가 아주 굉장한 걸 볼 수 있었어요. 여기서요."
그러겠지.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서 그걸 훔쳐보았을까?
"저 언니가 먼저 달려들었죠?"
"응."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랬었지."
내가 한 일이 나로서도 그다지 자랑스럽지는 않아 난 그녀의 물음에 짧은 대답을 내놓는 것이 전부였다.
"굉장한 밤이었어요. 특히 저 언니 남편이 오고나서는 말이죠."
레이나는 여전히 망원경으로 서린을 내려보고 있었다.
"좋았어요? 다른 남자의 여자랑 섹스하는 거?"
"굉장히."
"나도 그래요. 다른 여자의 남자 품에 안겨있으니까 굉장히 좋아요. 남자던 여자던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 더 큰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게 맞는 모양이에요."
"변태구나? 레이나도."
"인간은 누구나 변태에요. 그걸 솔직히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이지요."
설마 그럴 리야 있겠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제 아저씨랑 저 언니랑 숲에서 하고 있는 걸, 남편도 알아차린 모양이에요."
"소리가 들렸으니까."
"아항! 그래서 그랬구나."
레이나가 잠시 얼굴에서 망원경을 내려놓고, 날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이 숨어있는 곳을 지켜보다가 욕실로 들어가더니..."
자기 아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걸까?
물론... 폭포 소리에 가려졌다고는 해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배우자의 목소리이니...
"발가벗고 자위를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어지는 레이나의 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무척 달랐다.
"정말이야?"
"이 망원경 성능이 꽤 좋거든요. 흐흐흐"
레이나가 응큼하게 웃었다.
"그럴 수도 있지. 자기 아내인 줄 몰랐으니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고 흥분할 수도 있지 않겠어?"
"과연 그럴까요? 어떤 남자들은 자기 배우자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흥분한데요."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야."
"흐응? 그럴려나?"
서린의 남편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서린이 물속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때때로 그녀는 어제 우리가 숨어들어갔던 숲을 바라보고는 했다.
"지금이라도 내려가면 반가워하겠어요."
"그랬으면 좋겠어?"
만약 나은이었다면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그녀는 나와 관계를 맺는 것 만큼이나 내가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나은은 아주 명백하게 그런 종류의 성벽(性癖)을 지니고 있는 변태이다.
그리고 난 어쩌면 이 귀여운 소녀도 나은과 비슷한 종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그러고 싶으시다면요."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은 탐탁한 표정은 아니었다.
"싫은 거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았다.
"네."
레이나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흥분하는 거 아니었어?"
"달라요. 그건... 아직 아저씨랑 이렇게 되기 전의 일이잖아요?"
레이나는 자신의 음부를 어루만지고 있는 내 손을 위에서 잡으며 말했다.
"그리고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다른 여자한테 가버리는 걸 좋아할 수 있겠어요? 나 그런 여자는 아니에요."
마냥 순종적인 성격은 아닌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자기 주장이 굉장히 확실한 여자였다.
"사실 나도 그럴 생각은 없어."
"고마워요."
"너때문은 아니야. 저 여자랑 다시 섹스할 생각이 없는 것 뿐이야."
"왜요?"
"어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말했으니까."
"저 언니가요?"
"아니. 내가. 지금도 저 여자 나랑 하고 싶을 거야."
그건 틀림없다.
"하지만 난 그녀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생각이 전혀 없어. 그쪽이 훨씬 즐거우니까."
"진짜... 나쁘네요."
레이나가 다시 웃었다.
"그럼 카나메는요?"
그녀가 무언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난 그녀가 내뱉은 이름에 살짝 놀랐다.
아! 그랬지. 그녀가 이곳에서 나와 서린의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다면, 내가 바로 지아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그 방으로 간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건 잘 모르겠는데?"
"카나메는... 아저씨 보고 싶어했어요."
"전부 알고 있었니?"
"네. 알고 있었어요."
"내가 그녀의 방에 몰래 들어가서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했다는 것도?"
"카나메가 말해줬어요. 아까 공항에서요."
"아하!"
"카나메 아저씨 얼굴도 모르고 있어요."
"나도 그래."
"카나메는 굉장히 이쁜 여자에요. 나보다 훨씬 더."
"정말이니?"
"네. 아저씨도 카나메를 보시면 한눈에 반할걸요."
"그러겠지. 난 이쁜 여자를 무척 좋아하거든."
"당연하잖아요? 남자들은 전부 이쁜 여자를 좋아해요."
"맞아. 레이나도 이뻐서 좋아하고 있어."
"그러면 레이나하고는요? 앞으로... 계속... 할 건가요?"
조금 두려운 얼굴로 그녀가 물었다.
"아프기만 했잖아? 그래도 괜찮아?"
"물론이죠. 몸은 아팠지만... 마음은 기뻤어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아프게 해주지."
"진짜 나빠요."
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런데 카나메는 날 원망하지 않았니?"
"아뇨. 그냥 보고 싶어했어요. 어떤 남자가 그렇게 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어했거든요."
"그런데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카나메는... 조금 특별한 아이에요."
레이나의 말을 들으며 난 그녀의 몸을 떠올렸다.
확실히 아주 특별한 여자였지.
세상에 그런 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굉장히 착하고... 마음이 여려요."
물론 레이나가 말하는 특별한의 의미는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이다.
"카나메의 얼굴... 보고 싶어요? 사진 찍어 놓은 거 있는데."
"아니. 다시 보게 된다면, 직접 보고 싶어."
"알았어요. 그런데... 어쩌면 카나메를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몰라요."
"왜? 혹시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거야?"
"아뇨. 카나메 무척 튼튼해요."
레이나가 웃으며 내 엉뚱한 추측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약혼한 사람이 있어요."
"약혼이라고? 벌써?"
레이나나 미나미 나이 또래에 약혼이라니 너무 빠르지 않아?
"카나메네 집안이 굉장히 명문가예요. 일본의 명문 집안들은 십대 때, 아니면 그보다 어릴 때부터 혼약처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격이 맞는 집안끼리만 성혼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 정략 결혼 같은 거구나?"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카나메도 싫어하지는 않았어요. 상대가 굉장히 이케멘이거든요."
응? 이케멘? 그거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인데...
"그렇다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던 건가?"
"아뇨. 몇 번 만나보지도 못했어요. 쿠죠는 지금 미국에 있거든요."
남자의 이름이 쿠죠인 모양이다.
난 왠지 그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질투를 느꼈다.
"아저씨."
"응?"
"지금 얼굴이 굉장히 무서워졌어요."
레이나는 또 다시 신이 난 표정이었다.
"그랬어?"
"쿠죠가 앞에 있으면 때려 눕힐 것 같아요."
"레이나도 그 남자를 잘 알아?"
"아뇨. 카나메가 보여준 사진으로 본 게 전부에요."
"그래? 어떤 남자야? 미국에서 뭘 하는 거지?"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투자 은행이요. 거기서 경험과 인맥을 쌓고 일본으로 돌아가 스미모토 은행에서 근무할 예정이에요. 미즈모토 은행은 쿠죠 재벌의 핵심 기업이에요. 그리고 히이로는 쿠조 가문의 후계자이고요."
쿠죠가 이름이 아니라 성이었던 모양이다.
"키가 굉장히 커요. 음. 아저씨보다 요만큼 작을 거예요. 잘생겼구요. 동경대학을 나왔고, 아이비리그에서 MBA를 전공했어요."
레이나는 카나메의 약혼자에 대해 꽤나 자세히 알고 있었다.
마치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고보니 그녀의 눈이 조금 빛이 나고 있는 것 같았다.
"굉장히 스마트한 남자에요. 실력도 뛰어나고요.
지금은 미국 투자 은행에서 제법 잘 나가는 M&A전문가예요. 쿠죠가 돌아오면 일본에서 꽤 많은 일을 일으킬 거예요. 쿠죠 재벌이 일본 재계에서 화려하게 부활할 거라 믿는 사람이 많아요."
"관심이 많은 모양이네? 쿠죠한테?"
난 살짝 마음이 상해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당연하죠. 우리 아빠가 마지막까지 조사하던 기업이 바로 그 스미모토 은행이었으니까요."
레이나는 내가 본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