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2화 〉@42. 온천 불륜 - 서로 상대가 있는 남녀가 온천에서 눈이 맞아 이성을 잃고 (332/377)



〈 332화 〉@42. 온천 불륜 - 서로 상대가 있는 남녀가 온천에서 눈이 맞아 이성을 잃고

남편은 혹시라도 전날 자신이 그 예쁜 여자를 너무 쳐다본 탓인가 하는 걱정을 하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냥 갈까? 우리?"

"아니. 괜찮아. 신경쓰지마. 자기야."
아내는 금세 얼굴을 펴고 남편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부부는 수영장 한쪽에서 나름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조금 찜찜한 마음은 남아있어서인지, 두 사람은 좀처럼 흥이 나질 않았다.


그 여자가 그녀들에게 다가올 때까지는.

"안녕하세요. 저 어젯밤에 온천에서 뵈었었죠?"
그 아름다운 여자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먼저 인사를 건냈다.

"아! 맞다. 어제 그분들이구나?"
아내는 마치 기억도 못했었다는 듯 호들갑스래 인사를 했다.

"어제도 인사를 나누고 싶었는데, 밤엔 조금 정신이 없어서요. 두 분 굉장히 다정하셔서 보기가 참 좋더라고요."

친화력이 굉장히 좋은 여자였다.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와 말을 붙이고, 금세 아내와 친해졌다.

그리고 그 험상궂은 남자도 그들에게 합류해서,  커플은 어느새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여기 참 좋죠? 음식도 괜찮고."

"그러니까요. 온천도 좋은데 요리가 정말 훌륭하더라고요. 여기 주방장님이 굉장히 연륜이 있으신  같아요. 음... 적어도 오십은 넘은 중후하고 관록있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제 서른이 되셨나? 하여튼 굉장히 젊은 여자분이세요."


"예에? 여자라고요?"
남편도 아내도 함께 놀랐다.

"그런 대단한 요리를 내는게 여자분이라고요?"

"그럼 지아 씨는 주방장님을 보셨나봐요?"


"예. 식사 때마다 직접 오셔서 음식을 설명해주시니까요."

"어? 우리는 그냥 아가씨들이 와서... 아! 그럼 우리랑 같은 객실이 아닌 모양이네요."


"아! 맞다. 저쪽에 따로 객실이 있어서요."

"그랬구나. 사실 우리도 요리하시는 분이 꽤 궁금했거든요."


"참. 그러면 이따가 저녁때는 우리랑 함께 식사 하실래요?"


"그래도 될까요? 조금 방이 다른 종류 같은데?"


"괜찮을 거예요. 그지 오빠?"


"어. 상관없어."
 무서운 남자는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러면 이따가 저희 묵는 곳에서 뵐까요? 같이 술도 한 잔 하고요. 이런 곳에서 만나는 것도 인연이잖아요."
그 미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끌었다.

부부는 저녁 식사때에 그들이 머무는 곳으로 방문할 약속을 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특실이라더니 들어가는 곳도 따로 있었네."
온천 직원이라는 귀여운 아가씨의 안내로 로비 건물을 통해 특실로 향하는 문을 나서며 남편이 말했다.

"그러게. 그런데 여기 정원도 조금 다르다. 굉장히 이쁘네."


"와! 엄청 품격있다. 그때 교토 어디서 가봤던 귀족 저택에 있던 정원 같아."


"그러니까. 우리 객실 주변 정원들도 괜찮은데, 여기는 조금 차원이 다르네."


"흐음... 어? 저긴가 본데?"

"예. 저기가 특실입니다."


"뭐야? 저렇게 큰 건물이 객실이라고?"

 사람 모두 굉장히 놀랐다.


특실이라기보다 여관 한 채가 통째로 들어갈 수준의 커다란 저택이 나타나니 놀라지 않을  없었다.




"들어가세요. 영웅 님께서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부부를 안내해준 귀여운 여인이 식당까지 부부를 안내했고, 부부는 휘황찬란하게 차려진 요리들과 조용히 서있는 요리사 복장의 미녀, 그리고 기모노 차림의 두 여자를 보고 다시 놀랐다.

대체 한 끼의 식사를 위해 몇 명이 시중을 든다는 거야?


"어서들 오세요."
부부를 반기는 그 무서운 남자가, 지금은 또 어딘지 품격있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자리 탓일 것이다.


왠지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부부를 맞이하는  남녀가 귀족 집안의 내외처럼 보이는 기분이  정도였다.



"이분이 그렇게 보고싶어하시던 여관 '여유'의 요리장 카렌 씨입니다."

"어머나! 진짜로 미인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카렌이라는 여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남편은 그녀가 요리사라기보다는 일본의 여배우에게 요리사의 옷을 입혀 데려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식사는 즐거웠다.

요리들은 부부가 객실에서 접했던 것보다  배는 호사스럽고 정성이 담겨있었다.

미녀 요리사는 각각의 요리에 대해 정성껏 설명을 해주었고, 부부는 그녀가 이 요리들을 차린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더이상 의심할 수 없었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건물 한쪽의 바에서 함께 술도 즐겼다.


바에 준비되어있는 주류 컬랙션은 굉장했다.
평범한 바에서 접하는 대중적인 주류도 있기는 했지만, 어지간한 호텔 바에서나 볼듯한 고가의 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무섭게 생긴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격도 가늠하기 어려운 술을 턱턱 꺼내 맛을 보게했다.

"입에 맞지 않으시면 딴 걸로 따죠."
어쩐지  남자는 경제 관념이 없는 것인지, 겨우  잔 따른 술도 맘에 들지 않으면 그냥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렇다고 재력을 자랑하려는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몇 백만 원짜리 술이나, 몇 만 원짜리  차별을 두지 않는  같았다.


"역시  이게 입에 맞네요."
남자가 선택한 술은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버번 위스키였다.


차별을 두지 않는 게 아니라, 그냥 모르는 것이다.


"저 술은 굉장히 이쁘네요."
아내가 독특한 케이스에 담긴 술병 하나를 가리켰을 때, 남편은 덜컥 놀라고 말았다.

"이거 말이죠?"
그리고 그 사나운 인상의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케이스를 들어 뚜껑을 따버렸다.

"음... 다른 위스키랑은 크게 다른  모르겠다. 술병만 이쁜가봐."


"그러게요. 영웅 씨가 고른 와일드 터키? 그게 더 향이 진한 거 같아."

"그거... 글렌리벳 윈체스터... 세계에서 몇 병  되는 건데..."
남편은  달 월급을 훌쩍 넘어설만큼 고가의 위스키가 술알못들에게 능멸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이나 고역이었다.

"그러고 보니 술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가봐요?"
미녀가 관심을 보였다.

"다른 취미는 딱히 없으신데, 술은 조금 좋아하시는 편이세요. 많이 마신다기보다 좋은 술을 모으고 조금씩 음미하시는 편이죠."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말을 해도,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면 항상 남편을 치켜세우는 아내였다.

"굉장히 고아한 취미를 지니셨네요. 김 선생님 이미지랑 너무  어울려요."


"고. 고아하기는요."
남편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어딘지 쑥스러워지는 기분이 들고는 했다.

단순히 그녀가 미인이어서만은 아니다.

그의 아내도  이쁜 편이었고, 성형 외과 의사라는 직업 때문에도 거의 매일 이쁜 여자를 마주하고는 한다.

그의 생각으로는 지아라는 이름의 여인의 가장 큰 장점은 미모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화술에 있는  같았다.



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술에 무신경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술자리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여자의 화술이 뛰어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시간을 함께할 가치가 있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뵈요."

"참! 이 술 아무래도 나 한테는 돼지 목의 진주 같으니까,  선생님께서 가져가셔서 드셔주세요."
사나운 인상의 사내가 아까 아내가 골라 뚜껑을 땄던 위스키를 케이스에 넣어 남편에게 건내주며 말했다.




"아니. 이런 귀한 걸... 너무 과한 물건이라 받을  없습니다."
남편이 바로 손사래를 쳤다.

"그래요. 좋은 술은 그걸 즐길만한 사람이 마셔야죠. 우리한테야 그냥 소주나 다를 바 없는데, 김 선생님 같은 분이 드시는 게 맞을 거 같아요."
그 이쁜 여자도 함께 거들자 남편은 잠깐 주저했다.

"그도 그렇다. 당신  술 마음에 든 것 같은데, 밤에 한 잔 해요."
아내는 아무래도 그 술의 진가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남편은 몇   사양을 하다가, 세 사람의 권유에 못이겨 술을 받아들고야 말았다.


"그럼 좋은 선물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영웅 씨.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남편의 말에 서린은 흠칫 놀랐다.


"뭐... 가?"


"아까 거기 특실 정도라면 하루 1,000만 원은 훌쩍 넘을 거야."

"그렇게나 비싸?"


"응. 그리고 이 술 말이지. 이건 적어도 4,000만 원은 한다고. 그리고 이런 영업장이라면... 적어도 5, 6 천은 지불해야겠지..."
남편은 손에 쥐고 있던 술을 살짝 들어보이며 말했다.


"무슨 술 한 병에 그렇게 비싸다는 거야?"
서린은 깜짝 놀랐다.

남편의 반응으로 보아 비싸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무슨 술 한 병에 고급 승용차 한 대 가격이라는 거야?

그녀가 생각한 비싼 술이라 해도 겨우 수십만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그걸 받으라고 같이 권유한 게 실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에 딱 100병 밖에 없는 술이라고. 지금은 몇 병이나 남았을지 모르겠다."


"그렇구나... 근데. 그게 왜?"
자꾸 남편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만의 하나라도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알게된다면, 선물로 받은 위스키를 얼마나 모욕적으로 생각하겠는가?

"그 나이에 그정도의 재력이 있으려면 평범한 일을 해서는 어림도 없지. 그렇다고 무슨 재벌집 자식도 아닌  같고."

"그건 그래. 굉장히 소탈한 사람 같았어."

"그 나이에 그런 재력을 갖추려면 평범한 일을 하는  같지는 않아."


"그냥 의류 회사 다닌다고 했잖아."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겠어? 내 생각엔 조금 위험한 일을 하지 싶어. 요즘엔 불법 도박이나 불법 투자 같은 것으로 거액을 손에 쥔 사람이 많다더라."


"무슨... 대접을 잘 받아놓고 나쁜 말을 해?"
서린이 조금 뾰족하게 말했다.

"아니. 나쁜 말이 아니라... 그냥 조금..."

"사람 없는 데서 그런 소리 하지마."
사실은 서린도 남자의 직업이 의심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남편이 그렇게 말하니 왠지 기분이 언짢아진다.

"맞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남편은 아내의 말이 틀리지는 않으니 머쓱해진다.

"아냐. 그만해요. 당신 잘못한  없어."
그리고 나서는 다시 남편에게 미안해지고 만다.



그날밤 남편은 아내와의 로맨틱한 잠자리를 원했다.

"오늘은 그냥 자."
하지만 어째서인지 객실로 돌아온 뒤로 은근하게 굴던 서린이 남편의 손길을 거부했다.



"당신 오늘 계속 지아 씨 보고 있었지?"


아!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그런  아니라니까..."

"몰라. 기분 나빠. 오늘 당신이랑 잠자리하면, 당신 왠지 지아 씨 상상하면서 할 거 같아. 그러니까 오늘은 안해. 아니. 못하겠어."


서린의 말에 남편은 괜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정말로 그 여자의 눈빛이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린이 잠자리를 거부한 뒤 남편은 어깨가  처져 혼자 술  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서린은 어쩐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사 시간에, 그리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하는 동안 자꾸 그 남자와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거대한 물건이 떠올랐다.

서린은 지난밤 욕망을 채우지 못한 것이 계속 뇌리에 떠오르며, 아랫도리가 짜릿해와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연인인 지아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도 밤이면  거대한 물건으로 쑤셔지며 울부짖겠지?


서린은  남자와 그 여자가 벌거벗은 채로 엉겨붙어 있는 모습을 떠올리고, 질투에 휩싸였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그런 행태가 얼마나 추악한지 스스로 놀라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난생 처음 느껴본 그 기이한 열정은 시간이 지나며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커져가고만 있었다.

남편이 잠이 든 이후로도 서린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그냥 창가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정확히는 그를 다시 만날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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