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8화 〉@42. 온천 불륜 - 서로 상대가 있는 남녀가 온천에서 눈이 맞아 이성을 잃고
"서린아. 남자 한 번 만나보지 않을래?"
"남자?"
"응? 우리 오빠 친구인데, 우리집에 왔다가 네 사진을 보고 너한테 관심을 보이더라고. 나한테 너 꼭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어때?"
"음... 글쎄? 몇 학년인데?"
서린이 후에 남편이 될 남자를 소개 받은 것은 아직 그녀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그녀는 그저 한두 살 많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4학년."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서린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뭐어? 미쳤어? 나한테 아저씨를 만나라고?"
"뭐 어때? 생각보다 괜찮다. 나도 오빠 친구만 아니라면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할 때가 있으니까."
"싫어. 아무리 멋있다고 해도, 뭐하러 아저씨를 만나니?"
"알았어. 그럼 난 너한테 물어는 본 거다."
딱히 강요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자꾸 상대가 요구를 해오니 의사를 물어본다는 약속은 지키기 위한 거였으니까.
그렇게 그 나이 많은 누군가에 대한 기억은 서린의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뒤에 같은 친구로부터 똑같은 요청을 받았다.
"너 남자 소개 한 번 받지 않을래?"
"설마 그때 그 오빠 친구는 아니지?"
"응? 맞는데? 어떻게 알았어."
"그럴 거 같더라. 그리고 이번에도 대답은 싫어야."
"왜에? 그 오빠 그동안 연애도 안 하고 너 대학 가기만 기다렸단 말야. 한 번 만나만 봐."
"누가 기다리라고 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꽤 괜찮은 남자라니까."
"뭐가 괜찮은데?"
"키도 크고. 얼굴도 훈훈하고, 성격도 좋아."
"그렇게 괜찮은 남자인데 왜 아직까지 여자 친구가 없데?"
"공부하느라 바빠서."
"공부? 아직도 학교 다녀?"
"응. 의대생이야."
"그러면 날 기다리느라 애인 안 사귄 거 아니네."
"아냐. 진짜야. 집안도 좋고, 의대도 다니고, 사람도 괜찮으니까 찝쩍거리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우리 오빠 말로는 진짜로 너한테 관심이 있어서 그런 거래."
"흐응..."
그렇게 조건이 좋은 남자가 몇 년 씩이나 자기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하니, 서린도 조금은 관심이 생겼다.
"그래도 나이가 너무 많아. 나 아직 남자 친구 사겨본 적 없는데, 첫 남자가 다섯 살 차이면 너무 심하잖아?"
"그러지말고 한 번 얼굴이나 봐봐. 응? 나 진짜 귀찮아 죽겠거든."
친구의 얼굴을 봐서 서린은 남자를 한 번 만나보았다.
남자는 생각보다 외모도 괜찮았고, 성실하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길고 긴 연애의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다.
"잘됐다. 축하해."
"의사에 키도 크고 성실하고... 진짜 완벽한 신랑감이잖아."
친구들이 그녀를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너 진짜 그사람하고 결혼할 거야? 첫 남자잖아?"
그런데 유독 초를 치는 친구도 있었다.
"억울하지 않아? 평생 한 남자만 보고 사는 거? 그래도 한 번 쯤은 다른 남자랑 사겨보고 그러는 게 낫지 않나?"
"난. 좀 네가 아까워. 물론 의사며 그런것도 좋은데, 너 아직 어리잖아."
사실 여자들의 결혼 시기가 다가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도 있지만, 괜히 네가 아깝다며 훼방을 놓는 친구도 늘 있기 마련이었다.
"하기는. 그래도 비교해볼만한 남자 하나 쯤은 있는 게 낫지."
초를 치는 친구가 하나만은 아니었다.
"유진이도 작년에 결혼하고 지금 굉장히 후회하더라. 조금만 더 사람을 만나볼 걸 하면서."
"맞다니까. 너도 좀 영악하게 살아야 해. 잴 거 다 재면서. 하여튼 서진이 넌 너무 순진해서 큰일이야."
"의사들이 그렇게 바람을 많이 피운다더라."
심지어 남자가 괜찮을수록 이런저런 흠을 잡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너희들 왜 그렇게 못됐니? 서린이가 좋은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못마땅해?"
물론 전부가 그렇지는 않았다.
상식적이고 친구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친구가 늘 있기 마련이다.
물론 서진은 그런 못된 부추김에 넘어갈만큼 어리석은 여자는 아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친구들은 대개 자존감이 떨어지고, 늘 누군가와 비교를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서린은 자신의 처지를 굳이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아마도 그녀가 자신에 대해 당당했고, 자신이 사귀는 상대에 대해 확신이 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그녀는 절대 누구는 어떤데, 너는 왜 그래 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현실에 발을 딛고,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가는 건실한 여자였다.
"그런데 너희 잠자리는 잘 맞아?"
"그래. 그게 제일 중요하데."
"뭐 그런 걸 묻고 그러니? 둘이 좋으니까 결혼도 하겠다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서로 맞으니까 하겠지."
"맞아. 사실 경험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야. 이남자 저남자 만나 봐야, 괜히 눈만 높아진다고. 유정이 봐. 미국 같다 오더니 한국 남자들은 눈에 차지도 않아 맨날 징징거리잖아."
"응? 유정이가 왜?"
"걔 미국에 있을 때 흑인 남자랑 사겼었잖아."
"진짜?"
"응. 여기 들어와서는 비밀로 하고 있는 건데... 너희들 어디가서 이 얘기는 말하고 다니면 절대 안 된다."
"알았어. 우리가 뭐 남의 비밀을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들인가? 그래서?"
"유정이 만나던 남자가 흑인 중에서도 진짜 컸나봐."
"크다고? 거기가? 얼마나?"
"걔 말로는 이만했데."
말을 꺼낸 친구가 손으로 무시무시한 크기의 물건을 표현했다.
"애이. 말도 안 돼. 무슨 성기가 그렇게 크다고."
여자들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진짜야. 걔 말로는 500ml 페트병이랑 비슷하다 그러더라."
"맙소사. 어떻게 그런 걸 달고 다닌데?"
"진짜 그게 여자 몸에 들어가기나 한데?"
"그렇다더라. 그리고 한 번 거기 맛들이면 절대 작은 사람이랑은 못 한데. 유정이가 그래서 지금도 고민이 많아. 아무리 조건이 좋은 상대라도 영 마음이 가지 않는다더라. 그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겠데."
"세상에..."
"그러니까 경험이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야. 괜히 엉뚱한 경험이라도 하면 사는게 고달파진다고."
"하기는... 잠자리가 인생에 전부도 아닌데... 괜히 남편이랑 옛 남자랑 잠자리 비교하면서 평생을 산다니... 그것도 좀 끔찍하다."
친구들이 그 거대한 물건에 대해 수다를 떠는 동안 서린은 어쩐지 알 수 없는 열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자의 성기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날의 작은 일은 그녀의 머릿속에 영원히 남아버렸다.
페트병처럼 거대한 물건? 그게 몸에 들어간다고?
왜 그렇게 그 말이 인상적이었는지는 모른다.
그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아마도 서린에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좋은 의도로 시작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건 서린은 최악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서린은 한동안 거대한 성기의 생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했었다.
설마... 과장이 심한 거겠지.
어떻게 인간 몸에 그런 게 달릴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몇 번이나 그 장면을 머리에 떠올렸다.
자신의 몸 안으로 검고 거대한 물건이 들어오는 모습을.
다행스럽게도 서린은 결혼 준비로 여념이 없었고, 점차 그날의 그 강렬했던 이미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날 온천에서 그 남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 그 남자를 보았을 때, 서린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남자가 무척이나 키가 크고, 험상궂은 인상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허리에 두른 수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그 물건 때문이었다.
정상적이라면 발기하지 않는 이상 그게 수건 위에 도드라 지는일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대체 그게 얼마나 커다란 물건인지, 남자가 걸을 때마다 수건의 아랫부분이 출렁이고 있었다.
그것도 꽤나 아랫부분에서 말이다.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그 물건을 자신의 남편과 비교를 해보고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머리에 떠오른 상념은 그녀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남자가 온천에 몸을 담고 나서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남자의 애인으로 보이는 굉장한 미인이 합류했고, 여자는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남자의 물건을 자극하고 있었다.
두 커플의 사이가 제법 떨어져 있었지만, 서린은 그 여자가 물속에서 남자의 아랫도리를 쥐고 건드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남자의 물건이 발기하며 물 위로 솟구쳤다.
거의 배꼽까지 올라오는 거잖아?
아니. 그보다도 높은 거 아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서린은 한동안 머리 저편으로 밀어놓았던 유정이라는 친구의 흑인 애인을 머리에 떠올렸다.
서린은 실례라는 사실도 잊은 채, 계속해서 그 남자의 물건을 주시하고 있었다.
다행히 남편도 그 두 커플의 진한 애정 행각에 눈이 가 있어서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아까 온천에서 본 사람들 말이야."
방에 들어와서 남편이 그 남자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 무섭게 생긴 남자랑, 이쁜 여자?"
남편이 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서린은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혹시라고 남편이 자신의 그 기묘하고 추잡한 열망을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다시 그 사내의 물건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대단한 커플들이더라. 그런 장소에서 그렇게 말이야."
"오빠 계속해서 그 여자 보고 있었지?"
"으응?"
"그렇게 이뻤어?"
"아니. 이뻐서 그런 게 아니라... 남자랑 너무 언발란스하기도 하고, 그런 곳에서 남자 성기를 주무르는 게 좀 그렇기도 하고..."
"솔직히 말해봐. 이뻐서 본 거잖아?"
서린도 자신이 왜 그렇게 공격적인지 몰랐다.
"아. 아니라니까. 정말..."
남편의 마음을 믿지 못해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이 추잡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 오히려 남편을 몰아붙이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이쁘기는 한데. 자기가 훨씬 더 이뻐."
남자는 필사적으로 정답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쁘기는 하다는 거네?"
서린은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을 몰아붙일 일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자꾸만 그 거대한 물건이 어른거려, 어떻게든 감정을 발산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보기에는 성형을 꽤 많이 한 거 같아. 그런 거 있잖아. 양산형 미인."
사실은 반대였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그녀는 천연의 미인이었고, 그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갔던 것이다.
하지만 뾰루퉁해 있는 아내를 달래기 위해서라면 그정도 거짓말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결혼하고 나니까 이제 다른 여자한테 눈이 가는 건 아니고?"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한참 동안 서린은 그렇게 남편을 괴롭히고서야 풀어주었다.
겨우 십 분이나 될까말까한 시간이었지만, 남편은 그것 만으로 힘이 들었던지, 완전히 지친 표정이 되어버렸다.
"앞으로 지켜볼거야. 그렇게 다른 여자한테 눈을 주는지 아닌지."
"그. 그럼...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용서해줄게."
사실 서린은 남편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 밤은 남편을 위해 조금은 과감한 행동도 감수해볼 생각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것들을 머리에 떠올렸다.
물론 사실은 아까 그 남자의 물건을 보고 난 뒤로 스스로 욕정이 솟구쳤기 때문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거대한 물건을 손에 쥐고 만지고 싶었다.
입에도 넣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안에 넣으면...
서린은 지금까지 남편과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체위 외에는 어떤 것도 용납한 적 없었다.
몇 번 쯤은 남편이 다른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입으로 애무를 해달라거나, 혹은 위에 올라가서 움직여달라거나.
하지만 여태껏 서린은 남편의 요구를 거절해왔다.
워낙 어린 나이에 사귄 탓도 있을 테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서린이 조금은 보수적인 여자인 이유도 있었고, 신사적이고 배려심 깊은 상대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스스로의 욕망을 억누를 수 있는 남자였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서린은 아주 진한 자극이 필요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