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7화 〉@42. 온천 불륜 - 서로 상대가 있는 남녀가 온천에서 눈이 맞아 이성을 잃고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표현이 지금처럼 생생하게 느껴진 적도 드물다.
난 입에서 아래에서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흐앙!"
한참만에 키스를 끝내고 입을 떼자, 그녀가 참았다는 듯 다시 신음을 터트렸다.
난 이제 그녀를 완전히 보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가열차게 움직였다.
"학! 아아! 아아앙! 가요! 하앙! 가버려요!"
그녀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난 그녀가 충분히 절정에 올랐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물론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을만큼 절대적인 쾌락에 빠져있었다.
난 그녀의 몸안에 사정을 했고, 그녀는 그걸 알아차렸는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고, 팔로는 내 등을 꽉잡아당겼다.
사정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날 결코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쾌감의 강도를 이기지 못해 몸을 부르르 떨고 있으면서도 몸을 풀지 않는다.
그녀의 그런 반응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난 그녀에게 다시 입을 맞추면서 마지막 사정을 즐겼다.
"학! 하아... 하아..."
절정의 끝을 보고난 그녀는 헐떡거리면서도 날 풀어주지 않는다.
서로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난 그녀가 욕망으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잠시 그녀에게 붙잡힌 채 그녀를 안고 있었다.
"하아... 하아... 아직... 가지마요."
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마도 한 번 더 하기를 원하는 모양이다.
난 다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녀가 정신없이 내게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키스를 하면서 두 번째 대결을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전보다도 더 즐거워했고, 소리 높여 자신의 쾌락을 발산했다.
"하아앙!"
그녀가 다시 한 번 절정에 다다랐고, 난 그녀의 몸안을 정액으로 가득채웠다.
여자는 누구인지 모를 상대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 어떤 여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걸까?
육체의 정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몇 번이나 키스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애정과 욕망을 표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헤어질 시간이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지만, 저쪽에 날 의지하는 여자가 있었다.
"내일..."
내가 몸을 일으키려는 것을 알았는지, 그녀가 내 귀에 속삭였다.
"또 올거죠?"
어딘지 안타까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난 대답 대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일어났다.
"기다릴게요."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 멋진 여인이 밤새 날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 아랫도리가 뻐근해온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미나미나 에리카의 것과 다른 것 같았다.
물론 레이나의 목소리는 틀림없이 아니다.
굉장히 어린 목소리라는 것은 맞지만...
대체 누굴까?
그리고 스즈메는 왜 이런 짓을 꾸민 걸까?
조용히 방을 벗어나오면서 고개를 돌려보았다.
이불 위에 누워있던 여자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이번에도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실패했다.
물론 방의 불을 켜서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도 있었지만, 난 이 궁금증을 참기로 했다.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고 극도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한 번 그녀의 얼굴을 확인해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순간이다.
그녀와 밝은 불빛 아래 서로 마주보며 섹스를 나누는 것은 언제라도 할 수 있으니, 최대한 미뤄보기로 했다.
물론 스즈메를 추궁하는 것도 마지막까지 미뤄두자.
그녀의 방을 빠져나와 정원을 지나가고 있는데, 문득 레이나가 알려주었던 비밀 장소가 머리에 떠올랐다.
왠지 그곳은 밤에 가야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이 난 김에, 난 그곳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아쉽게도 온천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본다.
객실이 내려보이는 곳에 도착해 내려보니, 객실들의 불은 거의 꺼져있다.
하기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개 잠이 들어 있을 시간이다.
재미있는 것을 보려면 좀 더 일찍 와야 할 거 같았다.
그런데 오직 한 곳에만 불이 켜져있다.
다섯 개의 일반 객실 중 가운데 있는 방이다.
한 여자가 의자에 앉아 무언가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낯이 익어 자세히 살펴보니, 저녁 무렵 온천에서 보았던 그녀이다.
남자는 어디 있는 걸까 방안을 둘러보니, 침대 위에 누군가 누워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남자는 이미 잠이들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를 좀 더 살펴보니, 뭔가 이상하다.
어째서인지 손을 아래로 내리고 어딘가를 더듬고 있다.
흠.
바로 느낌이 왔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짝을 두고 홀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재미있는데?
어떤 여자가 그렇게 방에서 자위를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남자에게 흥미롭지 않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비록 방금 섹스를 하고 난 뒤였지만, 난 다시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여자는 그 행위에 한참을 몰두하고 있었다.
고개를 한 번도 침대 방향으로 돌리지 않는 것을 보면, 함께인 남자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오히려 상체를 뒤로 젖히고 입을 벌리고 숨을 죽이며 혼자의 쾌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손으로는 아래에서 문지르고 있었고, 다른 한손은 조금 위로 올려 자신의 가슴을 주물렀다.
꽤나 달아오른 모양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가 상체를 다시 앞으로 하며 한숨을 내뱉는다.
그녀의 얼굴 표정을 보니 그리 개운한 표정은 아니다.
오히려 욕망이 다 충족되지 않았는지, 살짝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잠시 그녀가 고개를 침대로 돌리고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여자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뭔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내고 싶었다.
그녀는 흐트러졌던 유카타를 바로 여미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젠 자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자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침대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히 객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체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걸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뒤다.
조금 더 기다려보았지만, 여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욕구를 채우지 못해 산책이라도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쉬운데...
아무래도 이젠 돌아가야 할까보다.
천천히 걸어 아까의 온천이 내려보이는 곳으로 았는데, 여자 욕탕에 누군가가 보인다.
조금전의 그녀였다.
여자는 가볍게 몸에 물을 끼얹고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욕구를 차라리 뜨거운 물로 식히려는 걸까?
흐음...
난 다시 정원을 벗어나 온천으로 향했다.
남자 욕실에서 옷을 벗고, 몸에 가볍게 물을 끼얹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아!"
그녀가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하지만 처음 보았을 때처럼 두려움에 찬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를 했다.
난 가볍게 눈으로 인사를 하고, 떨어져내리는 폭포 아래로 갔다.
얼음처럼 시원한 물에 잠시 몸을 맡겼다.
조금 전 섹스로 달궈졌던 몸이 차갑게 식으며, 머리가 맑아졌다.
응? 그런데 왜 내가 여기에 내려왔지?
딱히 저 여자와 무언가 하려는 것은 아닌데...
그리고 여기 온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도.
조금 우스워졌다.
정말 요즈음은 머리보다 아랫도리가 날 지배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잠시 그렇게 폭포를 맞으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거센 폭포에 수건이 휘말려 떨어져버렸다.
깜짝 놀라 물길에 떠내려가는 수건을 따라가 잡아들고, 다시 아랫도리를 숨겼다.
어쩐지 민망해졌다.
사실 여자 앞에서 벗는 것을 거리끼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사고로 노출되는 것은 좀 다르다.
머슥해져서, 이대로 돌아갈까 잠시 고민을 해보았지만, 그것도 우스워 그냥 온천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잠깐이라도 담구고 가야겠다.
이번에도 여자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택해 앉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도 저 먼곳으로 향했다.
물론 < 매의 눈 >으로는 그녀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아까도 느꼈는데 제법 괜찮은 여자였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화장은 전부 지웠지만, 그래도 미모가 드러나는 것을 보면, 바탕이 괜찮은 편인 모양이다.
세련되고 꽤나 도도해보이는 얼굴이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눈동자가 크면서도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가는 전형적인 고양이상 미인이다.
콧날은 무척 오똑하고 턱선이 갸름하면서도 날카롭다.
아마도 호락호락한 성격은 아닐 것 같았다.
만일 같은 직장에 근무한다면, 맺고 끊는 것이 명확해서 호불호가 꽤나 갈릴 성격이지 않나 하고 짐작을 해본다.
조금 전에 그녀가 여탕에서 샤워를 할 때 보았던 몸매를 떠올려보았다.
가슴은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제법 볼륨이 있었다.
허리는 날씬한 편이고, 엉덩이는 제법 실하다.
이모저모로 괜찮은 외모이다.
하기는 이 온천장이 제법 비싼 숙박요금을 받고 있으니, 여길 찾아왔다면 그래도 여유가 있는 사람일 것이고, 만일 남자가 부담을 했다면, 경제력에 걸맞는 여자를 사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혼자서 그녀에 대해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데, 여자도 날 흘깃 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에도 물속에 들어있는 내 물건에 눈이 가는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아가 잡아주지 않아, 이번엔 물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슬슬 일어날까?
그 여자에게 조금 관심이 생기기는 했지만, 딱히 접근할만한 핑계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말을 걸기에는 내 인상이 조금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내가 정말 무슨 카사노바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서 지아나 안아주고 자야겠다.
"저기요..."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폭포 소리 때문에 사실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였지만, 난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이번에는 목소리를 좀 더 키우며 소리쳤다.
난 그제서야 알아들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웃음을 띈 얼굴로 날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저 때문에 바로 일어나시려는 거 아니세요?"
그녀는 자기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조금 다가서며 말했다.
"아! 사실은 조금... 아까 뵈었던 분 같은데, 불편해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아뇨. 괜찮아요. 괜히 저 신경쓰시지 말고 온천 즐기세요."
여자가 다시 한 번 웃음을 보였다.
"아까는 죄송했어요. 그럴려고 그런 게 아닌데. 아까도 많이 불편하셨죠?"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걸까?
"아... 사실은 조금 그랬어요. 같이 오신... 남자 친구분도 불편해하셔서요."
"예. 조금 놀라서 그랬던 건 맞아요. 그러니까 사과드릴게요."
여자는 이제 내게서 겨우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와 있었다.
"사과하실 거 까지야. 저도 제가 좀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 알고 있습니다."
"워낙에 키가 크시고 몸이 좋으셔서요."
그래도 예의를 아는 여자인지 내 얼굴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혼자 오셨네요. 아까 같이 계시던 미인분은 부인이신가요?"
"여자친구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남자분은 주무시나 보죠?"
"예. 그이는 오늘 퇴근하고 바로 온 거라 많이 피곤한 모양이에요. 참! 저희는 부부에요. 올해 결혼했구요."
"아!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예. 그쪽도 조만간 좋은 일 생기시기 바라겠어요."
여자가 눈 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웃는 모습이 이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뵙게 되었으니 인사라도 해요. 전 한 서린 이에요."
"참! 저는 영웅입니다. 안 영웅."
"이름이 굉장히 멋있네요. 영웅."
"웃으시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우시네요."
"네? 아! 호호. 감사합니다."
"아까 살짝 뵈었을 때도 그렇구나 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뵈니까 굉장한 미인이시네요. 남편분께서 무척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에요. 영웅 씨 여자 친구분에 비하면 참 못났죠."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어디가서 그런 말씀 마세요. 겸손한 것도 지나치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칭찬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한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