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4화 〉@41. 심야 온천 요바이 - 잘 알지 못하는 남자가 밤에 몰래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레이나는 당장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그대로 다리를 흔들거리며 계속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듣기는 좋았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도, 그녀는 계속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잠시 동안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 덥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나쁠 수가 있나?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내 옆에 다소곳이 머리를 기대고 있는데?
때로는 누군가와 둘이 있는 순간이, 상대와 섹스를 할 때보다 훨씬 더 두근거릴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반한 사람과 단 둘이 조용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말이다.
음. 그러고보니 레이나에게 반한 것은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선물을 잔뜩 받았으니, 나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혹시 무언가 받고 싶은 거 있어?"
"선물은 자기가 직접 생각해야해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고요."
"그런가?"
"네."
"참. 그런데 난 레이나가 소중한 것을 주겠다고 했을 때, 다른 것을 생각했었지."
"그래요? 뭔데요?"
"음. 레이나의 첫키스?"
"아항!"
그녀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내가 아직도 첫키스를 안했다고 누가 말해줬어요?"
"아무도. 단지 내가 레이나의 첫 키스 상대가 된다면 아주 엄청난 선물이 될 거라 생각한 거 뿐이야. 아! 물론 슈텐도지도 굉장히 멋진 선물이지만."
"알았어요. 그럼 드릴게요."
레이나가 내 어깨에서 머리를 떼며 말했다.
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고,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진짜? 그렇게 소중한 것을 나한테 준다고?"
"네. 드릴게요."
레이나는 수줍게 미소짓고 말했다.
"그런데... 나 키스 안 해봐서 잘 못하는데..."
그건 아주 명확한 신호였다.
난 그녀의 머리를 살짝 잡고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레이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입술을 가볍게 내밀었다.
천천히 우리의 입술이 마주 닿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마치 나도 첫 키스를 하는 것처럼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냥 입술만 대고 있을 뿐인데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한동안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난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느끼고만 있었다.
그리고 내 입술은 그녀의 입술이 조금 벌어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난 용기를 내어 그녀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었다.
레이나는 가만히 나를 받아주었고, 그녀의 몸이 아주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내 혀가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레이나는 그대로 멈춰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의 숨결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었다.
그녀 또한 나처럼 두근거리고 흥분해있었다.
레이나의 입안에서 혀를 움직여보았다.
살짝 그녀의 혀가 닿는다.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레이나도 혀를 움직인다.
우리의 혀가 마주 닿았고, 그 순간 우리는 굉장한 쾌감에 휩싸였다.
그때부터였다. 레이나가 입술을 닿으며 내 혀를 빨아들였다.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서로를 사모했던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었다.
키스를 얼마나 오랬동안 했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영겁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참만에 서로 입술을 떼고나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레이나의 눈은 무척 아름다웠고, 난 이 귀여운 소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어버렸다.
"키스... 좋은 거 같아요."
얼굴이 붉어진 채로 레이나가 감상을 이야기했다.
"굉장히 좋았어. 나도 마치 첫 키스를 하는 기분이었어."
"거짓말쟁이."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원래 나쁜 남자는 거짓말을 잘 해요. 그리고 여자들은 나쁜 남자한테 쉽게 빠져들고요."
말하는 것도 너무 이쁘다.
큰일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아와 한 약속이 머리에 떠올랐다.
대체 왜 나는 그 약속을 한 시간도 지키지 못하는 걸까?
"레이나한테 오늘 선물을 세 가지나 받았네."
"이건 선물 아니에요."
"아! 그랬지."
내가 원한 것을 주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 했지.
"나도 하고 싶었으니까요."
레이나의 웃음이 너무나 상큼해 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다시 키스를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내 머리를 잡아끌었다.
우리는 다시 입을 맞추었고, 조금전보다도 훨씬 더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었다.
"하아... 굉장해요. 음... 중독되겠다. 훔쳐보는 거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중독된다고 다른 남자랑 키스를 하면 서운한데. "
"안 해요. 다른 남자랑."
그녀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여기 이케멘이 있으니까, 다른 남자는 안 볼 거예요."
대체 이케멘의 정체가 뭔지 모르지만, 기분은 좋았다.
"잠깐만 안아줘요. 지금 나 사실은 막 가슴이 두근거려서 어쩔줄 모르겠어요. 일어나면 어지러워서 쓰러질지도 몰라요."
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레이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그대로 안겨있었다.
"휴우... 이제 조금 낫다. 이제 일어나요. 나 아저씨 얼굴도 못 보겠어."
그녀는 내게서 얼굴을 돌리고, 내 손을 잡은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나무 사이를 걸어 다시 정원으로 돌아왔다.
"참! 아저씨."
"응?"
"다른 사람한테 우리... 일은 말하면 안 돼요. 특히 우리 언니한테는."
그녀가 내게 다짐을 받으려 한다.
"왜? 언니가 혹시 날 싫어해?"
"아뇨. 틀림없이 놀릴 거란 말예요. 언니 장난 치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요."
"아하! 그래. 절대로. 언니한테는 비밀로하자."
"그리고... 지아 언니한테도요. 나 잘못한 거 알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남자를 유혹했잖아요?"
그랬나?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난 이 깜찍한 요정에게 매혹되어있었고, 생각해보면 먼저 유혹을 시작한 것은 레이나였다.
"물론 아저씨는 그다지 상관없는 모양이지만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레이나는 이전 방문에서의 내 태도로 나를 어떤 남자인지 확실하게 규정해놓았다.
"오니에게는 아무렇지 않아도, 인간인 난 부끄러움을 안다고요. 그니까..."
"지아에게는 비밀로 할 생각이었어. 나도."
"고마워요."
레이나는 싱긋 웃었다.
우리는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고, 저쪽에서 기모노를 입은 한 여자가 우아한 걸음으로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엄마!"
레이나가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종종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만나 잠시 무언가 대화를 나누다가, 스즈메가 손으로 본관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레이나가 그쪽으로 총총 걸어갔고, 스즈메는 다시 그 우아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산책은 즐거우셨어요?"
어제 욕실에서 보았던 그 음탕한 표정은 간데 없고, 언제나처럼 고상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레이나가 이곳저곳 안내해주었죠."
"다행이로군요. 언덕에서 내려다본 온천도 마음에 드셨나요?"
"아! 알고 계셨나보군요. 레이나만의 비밀인줄 알았는데."
"물론이죠.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장소이니까요."
스즈메의 말은 날 놀라게 했다.
"그런가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물론 당신을 위해서죠. 조금이나마 영웅님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랬거든요. 영웅님께서 만족하셨다니 다행이네요. 꽤 심혈을 기울였거든요."
"아하! 그렇다면 고맙군요."
"이곳은 다이묘의 영지처럼 생각하며 설계했습니다. 영웅님께서 머무르시는 저택은 영주의 성이고, 주변의 객실이나 다른 시설은 영주의 신민들이 거주하는 곳이지요.
본래 영주의 성에서는 주변 모든 곳을 내려다보며 신민들의 행동을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되기 마련이지요."
흐음... 비유가 그럴듯 한 거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냥 내 변태적인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리 만들었다는 거잖아...
하기는 그 위치가 너무 절묘했다.
욕탕과 온천, 그리고 객실까지 전부 내려볼 수 있는 은밀한 장소가 있다는 것이 그저 우연이라고 치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 지경이다.
"그리고 레이나는 마음에 드시나요?"
스즈메는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착한 아이더군요. 순수하고, 밝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레이나의 모친 앞에서 키스를 한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에겐 훨씬 더 음탕한 서비스까지 받지 않았는가.
"착한 아이이죠."
스즈메가 싱긋 웃었다.
난 혹시라도 그녀가 레이나를 건드리지 말라 말할까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나름 큰 아픔을 지니고 있지요."
어쩐지 물어보지 않아도 그 아픔에 대해 말해줄 것 같아, 난 묵묵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려서 부친이 나쁜 사람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일을 겪어야 했으니까요."
"이런! 안타깝군요..."
"네. 안타까운 일이지요. 레이나도 에리카도. 그리고 사실 같은 자매는 아니지만 미나미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미나미의 부친, 그러니까 카렌의 남편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자들의 손에 희생되었지요."
스즈메의 얼굴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을만큼 진지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아이들이 영웅님께 실례를 하는 일이 있다면, 상처가 있는 어린 여자들이 무지하여 일으킨 일이니, 부디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쩐지 지금 그녀의 태도는 너무나도 진실하게 느껴진다.
"물론이죠. 그리고 내가 무슨 실례를 한다면 몰라도, 그녀들이 그럴리가요."
"모쪼록 노여우신 일이 있으시면, 모든 잘못은 제게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일이야 있겠습니까만, 오늘 말씀을 염두에 두겠습니다."
"참! 어젯밤에는 어떠셨나요?"
그녀의 얼굴이 또다시 바뀌었다.
이번엔 더없이 유혹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얼마나 쉽게 자신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걸까?
"참 짓궂은 분이시더군요."
"제가 본시 마음이 깨끗치 못해, 여러 사람에게 원망을 듣는 일이 많습니다."
정말로 꼬리를 잔뜩 숨기고 있는 구미호 같았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즐기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글쎄요. 화를 내야할지 고마워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어느쪽이라도 편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영웅님께서 내리시는 벌이라면 달게 받겠습니다."
스즈메의 눈빛에 서린 유혹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
난 잠시 그녀의 엉덩이를 까고, 마구 혼내주는 상상을 해보았다.
마음에 든다.
언제고 그리해보도록 하자.
"그렇게 하지요."
"아! 오늘 밤에도 전 같은 방에서 머물 예정이랍니다."
스즈메의 도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녀의 초대는 너무나 달콤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그런데... 그건... 혹시 레이나가?"
스즈메가 내 손에 들린 그 도깨비가 그려진 주머니에 가 있었다.
"레이나가 선물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녀는 묘한 눈빛을 하고, 어떤 의미인지 모를 말을 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스즈메와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혹시라도 어디가서 어제처럼 무언가 해줄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즈메가 사라지고, 난 지아가 있는 특실로 돌아갔다.
"산책은 즐거웠어?"
지아는 내가 방을 나섰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여전히 발가벗은 채로 일에 몰두해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난 바로 흥분하고 말았다.
"근데 손에 든 건 뭐야?"
지아는 눈썰미가 좋았다.
"레이나가 준 선물이야. 내가 이 도깨비랑 비슷하다나."
난 그걸 지아에게 보여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
"응? 진짜네. 비슷해. 오빠랑."
그리고 지아의 반응은 또다시 날 아프게 했다.
"역시... 레이나 양 눈치가 그렇더니."
그런데 지아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자기한테 관심이 있는 거야. 진짜. 계집애!"
정말로 화가 난 말투였다.
"말해봐. 오빠. 레이나랑 했어?"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내게 말했다.
"응? 으응? 아. 아니..."
지아의 기세에 눌려 난 말을 더듬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레이나가 오빠한테 이런 걸 준 걸로 봐서는 아주 단단히 빠진 모양이야. 솔직히 말해. 했어? 안했어?"
지아가 내게 다가오며 성을 냈고, 난 조금씩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진짜야. 안 했어."
"봐봐! 확인해봐야겠어."
지아가 날 침대 위로 쓰러트리며 말했다.
"응?"
지아의 손이 내 가운을 열어재끼니 난 왠지 그녀에게 추행이라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끄러워. 가만히 있어봐."
그녀는 가운 사이로 튀어나온 내 물건을 노려보며 말했다.
"흐음... 아닌 것 같기는 한데..."
그러더니 두 손으로 그걸 잡고 입에 넣었다.
"흠... 진짜네. 다른 여자의 냄새는 나지 않아. 씻은 것도 아니고."
그녀가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런식으로 확인하는 거였어?"
"몰라. 오빠가 나빠."
"응? 왜?"
"오빠 뭐가 그렇게 잘나서 여자들이 막 꼬이는 거야? 히잉!"
지아는 평소에는 보기 어렵던 교태를 부리며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