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1화 〉@41. 심야 온천 요바이 - 잘 알지 못하는 남자가 밤에 몰래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요리를 시작한 보람이 다시 한 번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요리장의 한국말 실력이 지난번보다 아주 일취월장해있었다.
그동안 요리보다 한국말을 익히느라 더 바쁘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점심 때는 참치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괜찮으신지요?"
"물론이죠. 저도 참치는 좋아해요. 없어서 못 먹죠."
지아가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아 덕분에 요리장과는 꽤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번에는 간신히 몇 가지 요리를 설명 받는 것이 전부였는데, 오늘은 어쩐지 요리장이 마음을 열어준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미나미 양이 그렇게 피로할 정도면 손님들이 꽤 많은 모양이네요?"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지금 준비된 객실이 거의 매일 만석이라서요."
"온천에 객실이 많지 않은 모양이죠?"
"여기 특실은 제외하고, 단체 숙박이 가능한 두 개의 대형 객실, 가족실이 두 개, 그리고 일반 객실이 다섯 개 있어요."
"그럼 정말 사장님과 요리장님을 제외한 세 사람 만으로는 어렵겠네요. 그렇게 세 분이 고객을 담당하는 거 맞죠?"
"저하고 에리카 언니는 특실만 담당하고 있어요. 다른 객실은 따로 직원들이 있구요.
미나미는 나하고 에리카 언니랑 달리 요리부라서 부담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요리부에도 사람을 충원해야 하는데 이모가 사람 고르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말이죠."
"이모라면 카렌 씨?"
지아가 요리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 저도 제가 조금 심했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오랫동안 함께할 사람인데 처음부터 서로 맞는 사람을 뽑아놓지 않으면 서로가 힘이 들 뿐이지요."
요리장이 조금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 장인들은 안목이 까다로운 게 당연하잖아요? 그게 재료든 사람이든."
"맞습니다. 사실은 재료보다 더 중요한게 사람이죠. 요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니까요."
요리장 카렌은 지아가 자신을 헤아려준다 생각했는지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저하고 에리카 언니하고 미나미를 대신해서 이모를 거들었어요. 엄청 혼나기는 했지만. 히히!"
레이나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미나미 양도 요리를 배우고 있는 건가요?"
"예. 미나미도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합니다."
"그거야 미나미가 늘 이모를 본받으려고 하니 그런거죠."
다시 그녀들이 미나미라는 소녀에 대해 대화를 하는 사이, 난 그녀의 얼굴을 머리에 떠올렸다.
한 점의 티도 없이 순수해보이는 소녀였다.
그런데 하필 오늘 일어나지를 못했다고?
그러면...
난 지난밤에 내가 덮친 여자가 아마도 미나이라는 소녀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적어도 레이나는 아닌 듯 하다.
그녀는 마냥 즐겁게 쫑알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여자라도 누군지도 모를 남자에게 겁탈을 당한지 몇 시간 만에 저렇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요리장도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요리에 대해서만 입을 열고, 자신의 요리를 칭찬 받을 때면 부끄러워하면서도 기뻐하고 있었다.
조용한 성격과 달리, 그녀는 무척이나 솔직한 품성을 지닌 여자 같았다.
그러니까 무얼 숨기는 것에는 소질이 없어보인다.
남은 것은 레이나의 언니라는 에리카와 미나미 두 사람...
그리고 아무래도 난 그 미나미라는 순수한 소녀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여기 직원이 충원되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그들 중 한 명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을까?
"그럼 지금 미나미 양은 병원에라도 가본 건가요?"
지아가 다시 물었다.
"아뇨. 그냥 몇 시간 더 쉬면 괜찮을 거 같데요."
"맞다. 여기 분들은 로비가 있는 건물에서 머무르시는 거죠?"
"예. 우리들은 본관에 살고, 따로 고용한 사람들은 저쪽에 따로 숙사가 있어요."
그녀들의 말을 들어보니 고용된 사람들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스즈메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에 따라, 그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문어는 굉장히 부드럽네요. 평소 먹던 거랑은 달라."
"한국식은 조금 쫄깃한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이 재료와 좀 더 어울릴 듯 해서 부드럽게 조리해 보았습니다. 마음에 안 드신다면 다음번엔 좀 더 씹는 맛을 살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뇨. 좋아요. 이렇게 먹는 것도 맛있어요."
지아는 카렌의 요리에 대체적으로 만족을 표시했다.
그렇게 조리장과 지아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조리장이 물러났다.
"그런데 확실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카렌과 레이나가 나가자 지아가 내게 말했다.
"뭐가?"
"카렌 씨랑 레이나 양 말이야. 이쁘기로는 카렌 씨가 좀 더 미인인데, 레이나 양은 굉장히 귀여워."
"흐음..."
"그래도 이번엔 안 하기다."
"내가 무슨 이쁜 여자만 보면 달려드는 사람도 아니고."
"아니었나?"
지아의 눈빛이 너무나도 눈부시게 반짝거려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달려든다고 다들 넘어오는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난 죄책감 마저도 쾌감을 위한 재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니 내 거짓말은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다.
"넘어올걸. 카렌 씨는 몰라도 레이나 양은 말이지. 아까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에도 레이나 양 계속 오빠 보고 있었던 거 알아?"
"정말? 이상하네. 나 같은 남자를 뭐하러?"
"그러게 말이야. 오빠 같은 남자 나만 진가를 알아보면 좋은데. 레이나 양이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역시 똑똑한 여자는 달라."
"레이나 양이 똑똑해?"
"응. 어제 욕탕에서 잠깐 대화를 나눠봤는데, 굉장히 명석하더라. 아는 것도 많고. 조금 아쉽지 뭐야. 대학에 진학해서 좀 더 배우고 세상에 나가면 무얼 해도 성공할 사람인데."
"가업을 물려받을 거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러니까. 음... 여관 주인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지? 뭔가 대단한 비밀을 숨기고 있을 거 같아."
지아는 이곳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참 아쉬워. 나 지금 하고 있는 기획에 그 다섯 명 중에 한 명만 섭외해도 좋을 텐데. 벌써 다 픽스가 끝나서..."
"그래? 그정도인가?"
"당연하지. 그렇게 미인들인데, 일본에서 귀화한 한국인이고. 각자 매력이 있잖아. 어느 한 명이라도 화제가 되기 충분해."
지아는 진지한 모양이다.
만일 참가자를 바꾸거나 추가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진행할 기세였다.
"그런데 진짜 맛있다. 나 아예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 매일 이렇게 굉장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 거 아냐?"
"그럼 그렇게 하든지."
"안돼. 너무 맛있어서 자제가 안 돼. 일주일만 있어도 돼지가 되고 말걸?"
"너라면 돼지가 돼도 이쁠 거야."
"하나도 안 기쁘거든. 그런 말 들어도."
하지만 지아는 벌써 웃고 있었다.
둘 다 배가 부르도록 식사를 마치고 정원으로 나와 산책을 즐겼다.
그거로도 모자라는 것 같다해서 온천장을 나서 한강까지 내려가 배가 꺼지도록 걷고 올라왔다.
"오빠. 나 이제 뭐 좀 해도 될까?"
지아는 어제 가져온 가방에서 노트북과 서류 뭉치를 꺼내며 말했다.
"일 중독이구나."
"미안. 헤헤..."
"괜찮아. 신경쓰지말고 일 해."
"오빠는 뭐하지?"
"여기 작은 극장도 있고, 바도 있고, 수영장도 있고, 내려가면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니까 혼자서도 놀거리는 충분해."
"그럼 고마워."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뭔데? 바람피우겠다고?"
지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너 말야. 옷벗고 해. 벌거벗은 채로 일하는 거 보고 싶어."
"진짜? 흐음? 그러고보니 굉장히 오래 됐구나..."
지아가 서슴지 않 옷을 훌훌 벗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난 종종 그녀가 벌거벗은 채로 일하는 모습을 즐겼었다.
지아는 아주 멋진 몸을 지녔고, 일을 할 때에는 굉장히 몰두하는 편이기에, 알몸으로 진지하게 일하고 있는 지아의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이었다.
물론 그러다가 욕망이 솟구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도 수월했다.
"그럼 실컷 봐."
지아는 일부러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나도 적당한 곳에 안락 의자를 놓고 등을 편히 기대고 앉아 하릴없이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지아가 내 앞에 무릎꿇고 앉아 입고 있던 가운을 풀어헤치고 내 물건을 입에 넣고 있었다.
"일 안해?"
"하는데, 이게 자꾸 끄떡거리잖아. 처음엔 그냥 그런가하고 웃어넘겼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 일을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차라리 풀어주면 기운이 빠지겠다 싶어서..."
지아가 그걸 입에서 빼내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이게 방해가 될 줄은 몰랐다."
"진짜. 나도 그게 그렇게 신경쓰일지 몰랐어. 봐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 위로 올라와 다리를 살짝 벌리며 자신의 안쪽을 보여주었다.
"보고 있기만 하는데도 젖어버리는 거야. 진짜 어지간히 오빠한테 빠져있나봐. 나."
지아는 그대로 내려앉으면서 정확히 내 물건에 자신의 음부를 맞추었다.
정말로 흠뻑 젖어버렸기에 내 물건이 그녀의 몸안으로 들어가기에 무리는 없었다.
"아..."
물론 굵기 때문에 내게 익숙해져 있는 지아였지만, 시작할 때면 늘 고통을 표시하고는 했다.
"근데 도대체 자면서 무슨 꿈을 꾼 거야? 갑자기 솟아오르더니 마구 흔드는 거야. 지 혼자서."
지아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웃겨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랑 섹스하는 꿈."
나름 정답이라 생각하고 대답했다.
"거짓말. 절대 그런 거 아냐. 틀림없이 다른 여자였을 거야."
지아 말이 맞다.
난 꿈속에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했다.
바로 어젯밤 내가 범했던 그 여자를 다시 범하는 꿈을 꾸었다.
그녀는 울먹이면서도 헐떡거렸고, 난 참을 수 없을만큼 쾌락에 빠져있었다.
꿈속의 그녀에게는 얼굴이 있었다.
처음에는 미나미였고, 다음에는 레이나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에리카가 되기도 했었고, 조리장인 카렌이었다가, 여관 주인인 스즈메의 얼굴이기도 했다.
그래도 가장 많이 등장한 얼굴은 역시 미나미였다.
아마도 난 지난밤에 내가 범한 여자가 미나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금 꿈속에서 만난 여자 생각하는 거지?"
지아가 조금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바로 너야."
거짓말은 아니다. 때때로 그 여자는 지아의 얼굴이기도 했었다.
"흐음? 아마 여자들이 잔뜩 나왔고, 거기 나도 있었나 보네?"
지아는 대충 핵심을 짚었다.
"아니. 한 사람 밖에 없었어."
이번에도 난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말. 맨날 속으면서도 믿게된다니까. 거짓말쟁이."
지아가 내게 입을 맞춰왔다.
이번엔 부드러우면서도 무척이나 감미로운 섹스를 했다.
그녀는 몸을 움직이면서도 내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고, 우리는 키스를 하다가 서로를 바라보다가를 반복했다.
"후우..."
절정을 느끼고 나서, 지아는 내 위에 안긴 채 몸에 힘을 풀고 여운을 즐겼다.
"이제 씻으러 갈까?"
지아의 몸을 들어올려 안으며 물었다.
"아니. 나 그냥 내 자리에 앉혀줘. 오빠 거 안에 넣은 채로 일하고 싶어."
더할나위 없이 색정적인 표정으로 지아가 말했다.
난 그녀를 안은 채 걸어가 의자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지아는 의자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쪼그려 앉은 채로 허리를 숙이고 노트북을 열었다.
난 다시 내 의자로 돌아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쪼그리고 앉아있기 때문에 지아의 음부가 살짝 드러났고, 안에서 내가 저지른 흔적이 흐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열심히 무언가를 치기 시작했다.
한동안 난 그녀의 그 음란한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고 있었고, 지아는 내 시선은 외면한 채 자신의 일에 몰두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점심 시간이 돌아왔다.
이번엔 거실에 아침 식사보다 훨씬 화려한 식사가 차려졌다.
"몸이 안 좋다더니 이젠 괜찮아요? 미나미 양"
이번엔 그 순수한 소녀가 다시 요리장과 함께 상을 차렸다.
"네.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제가 미숙해서 별것도 아닌데 여러 사람의 심려를 끼친 거 같아요."
"그런줄 알면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해.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거 빼먹지 말고."
요리장의 목소리는 엄격한 것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애정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