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7화 〉@41. 심야 온천 요바이 - 잘 알지 못하는 남자가 밤에 몰래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여관의 여주인에게서는 스파의 여사장 안나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비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조용히 여관을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할 것 같지 않은 여걸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그냥 억측에 불과할까?
"진짜 그렇게 보여요?"
스즈메가 살짝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어서요. 그래도 스즈메 씨가 그냥 조용히 이곳만 운영하고 있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렬하네요."
"흐응? 그러면 그 느낌이 얼마나 맞는지 한 번 천천히 알아보시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스즈메는 내게 직접 답을 주지는 않으려는 모양이다.
"그렇겠군요."
나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보면 볼수록 호기심이 생기는 여자이다.
과연 이 여자는 무얼 숨기고 있는 걸까?
비록 내 힘의 근원과 관련된 비밀은 아닐지라도, 스즈메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보는 것만도 아주 흥미로웠다.
"이제 온천으로 나가보셔야죠. 기다리고 계시겠네요."
어이쿠! 그러고보니 꽤나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 않아도 촉이 좋은 지아가 눈치라도 채면 곤란한데?
"그리고 제 방은 본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방이에요."
자리에서 일어나 온천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스즈메가 다시 유혹의 말을 던졌다.
"침실문에는 자물쇠는 따로 없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열한 시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뜹니다."
이거 틀림없이 오라는 거지?
고민 되는데?
어쩌지?
하필이면 지아와 함께 방문한 날 그런 유혹을 받으니, 난처해지고 말았다.
다른 여자였다면 조금도 거리끼지 않고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아에게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난 스즈메의 인사를 뒤로하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깨끗이 씻으라고 했더니 아주 때라도 밀고 온 거야?"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던 지아가 웃으며 말했다.
"공중 도덕은 지켜야지. 지저분한 몸으로 들어올 수 없잖아?"
"그래? 혹시 씻으면서 누구랑 재미 본 건 아니고?"
혹시 뭔가 눈치라도 챈 걸까?
아니면 그냥 떠보는 걸까?
"남탕에서 재미를 보려면 대체 무슨 짓을 해야 하는 건데?"
"또 모르지. 엄청 이쁜 남자가 있었는지."
지아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오빠 이쁘면 다 좋잖아?"
"아니.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남자는 싫어. 난 내가 발가벗고 다른 사람 앞에는 얼마든지 설 수 있지만, 다른 남자가 덜렁거리고 있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사람이야."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저서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고 말았다.
"진짠가 봐! 여기 소름 돋았다. 쿡!"
지아가 내 팔을 보고 폭소를 터트렸다.
다행이다. 어영부영 여관 주인과의 일은 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지아에게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감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난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
그건 내가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감정이다.
그러니까 예전의 나는 단 한 번도 사귀는 사람을 속이고 다른 이성과 어떤 종류라도 성적인 관계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난 늘 상대에게 충실한 사람이었고, 그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AV 마스터의 힘을 지니게 된 뒤로도, 난 여자들에게 내가 다른 여자와 관계를 한다는 사실을 숨긴 적이 없었다.
물론 지아에게도 그랬고.
때로 말을 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굳이 숨기려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난 내 의지로 지아에게 내 행동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실질적으로 바람을 피운 건가?
밀려오는 죄책감과 함께 알 수 없는 짜릿한 느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표정이 이상해."
"지아가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또 거짓말...
"거짓말 하지마. 다 보이니까."
"응. 그래. 진짜 너한테는 뭘 숨기지 못한다니까. 근데 한참 기다렸어?"
"아니. 사실은 나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응? 너도 때를 밀었어?"
"아니. 사실은 여탕에서 누굴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눴거든."
"그래? 손님?"
"아니. 자기가 귀여워하는 그 레이나 양."
지아가 다시 짓궂은 웃음을 지었다.
"아하. 그래 무슨 이야기들 나눴어?"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들. 무척 재미있더라고. 레이나 양 귀화한 이야기라든지, 레이나 양 가족 이야기 같은 거. 착한 사람 같았어."
"그렇지? 나도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눠본 게 전부인데, 착한 사람 같더라."
"그러니까 자기가 넘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여자야."
"넘보는 거 아니야."
"진짜로?"
"응. 진짜로."
"좋아. 믿어볼게."
지아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입을 맞춰왔다.
아직 죄책감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키스는 달콤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 죄책감 때문에 지아와의 키스가 더욱 감미로웠던 것도 같았다.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도 다른 여자와 몰래 난잡한 행위를 해버렸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커다란 쾌감이 될 줄은 몰랐다.
소위 말하는 배덕감이 이런 걸까?
그러고 보면 확실히 난 뼛속까지 틀린 놈이구나.
"하아... "
키스까 끝나고 지아는 어딘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 당신 같은 남자를 다시 사랑하게 된 걸까?"
"그거야 내가 사랑스러우니까?"
죄책감은 사람을 뻔뻔스럽게 만든다.
"진짜... 말이라도 못하면... 좋아. 하여튼 한 가지만 부탁할게. 나 오빠가 이번 휴가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보내겠다고 말해줘서 굉장히 기뻤어."
윽! 가슴이 아프다.
"그러니까 그 약속 지켜줘. 그럴거지?"
지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당연하지. 여기 머무는 동안은 지아 너만을 생각할게."
그렇게 난 얼토당토 않은 약속을 하고야 말았다.
"참. 레이나 양. 가슴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더라."
지아는 다시 날 괴롭혀온다.
"그래? 기모노를 입고 있으면 몸매가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
"어쩌지? 아쉽겠다."
그녀는 날 놀리는 것이 즐거운 모양이다.
"내가 아쉬울 게 뭐가 있어?"
"그래도 몸은 굉장히 이뻤어. 아마 만족스러울 거야."
지아는 내 말은 아예 듣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래에는 털이 하나도 없더라? 레이나 양이 말하기를 주기적으로 관리한데."
"그래?"
그러고보니 스즈메도 그곳에 털이 한 올도 없었다.
그렇다면 함께 그걸 관리하는 모양이다.
레이나와 스즈메가 함께 침대에 누워 왁싱을 받는 모습을 떠올리자 다시 조금전 느꼈던 쾌감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흐응? 오빠도 거기 깨끗하게 관리한 거 좋아해?"
지아가 손을 내밀어 내 물건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딱히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서."
"그런데 왜 레이나 양한테 털이 없다그러니까 바로 커지는 건데?"
흑! 너무 무섭다. 괜한 약속을 한 거 아닐까?
"나도 할까? 왁싱?"
지아가 내게 고개를 가까이 하며 물어왔다.
"굳이 안 해도 괜찮지 않나?"
난 손으로 지아의 아랫도리를 만지며 대답했다.
그녀의 음부에는 그렇게까지 털이 나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깨끗하면 오빠가 보기 좋잖아. 아! 뭐야. 나 좀 이상해졌나봐."
지아가 얼굴을 붉혔다.
"진짜. 오빠 때문이야. 오빠가 너무 호색하니까, 나도 오빠한테 잘 보이려고 별 소리를 다 하는 거잖아."
지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탄하며 말했다.
"나한테 굳이 잘 보이지 않아도, 나한텐 네가 제일 아름다운데?"
"그리고 수빈이가 앞에 있으면, 수빈이한테 그렇게 말하겠지..."
"아니. 그런 적 없어. 정말로. 이건 너 한테만 하는 말이야."
"진짜?"
지아가 말똥말똥한 눈으로 물었다.
"하아... 진짜. 뭐야? 겨우 그런 소리 한 번 들었다고 이렇게 좋아하고..."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한탄했다.
"바보같아. 진짜."
"사랑해."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난 그녀를 안고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다른 여자 말고 나만 봐달라 소리는 안 할거야. 어차피 그런 거 기대도 하지 않고, 그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아는 저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 오빠한테 원하는 게 있어."
또 뭘까? 오늘따라 지아가 무섭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내가 스즈메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너무 겁먹지마. 이상한 거 아니니까."
"겁먹기는."
"사실 원하는 거라기보다 오빠한테 기대하고 있는 게 있어."
그녀가 깊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오빠의 유일한 사랑이 아니라 여자들 중 하나가 되는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을만큼 굉장한 남자가 되어줄 거 같아."
"굉장한 남자?"
지금도 굉장히 크지 않은가? 하고 농담을 하려다가 그녀의 눈이 너무나 진지해서 그냥 듣기로 했다.
"응. 아주 어마어마하게 굉장한 남자. 모든 사람이 영웅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만큼."
물론 그녀가 말하는 굉장한 남자의 뜻은 물건의 크기를 말하는 것은 결단코 아니었다.
"그래? 그게 가능할까?"
솔직하게 난 회의가 들었다.
"응. 가능해. 나 오빠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고, 또 자기가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는 모습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볼거야."
지아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녀는 욕망이 강한 여자였다.
항상 부지런하고, 사람들 관리에 충실한 것은 모두 그녀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지아는 늘 더 높을 곳을 바라보고 살았고, 딱히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던 나와는 조금의 골이 존재했었다.
어쩌면 그녀와 한 번 헤어졌던 것도, 사실은 우리 두 사람이 각자 지닌 삶의 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 지아가 그렇게 내게 더 높은 곳에 이르게 될 거라 말하고 있는 것이 난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었고, 그런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내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오히려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부담갖지마. 그러라고 한 말 아니야. 난 단지 내가 오빠를 그만큼 믿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한 거 뿐이야."
지아가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괜찮아. 네가 말한 것처럼 내가 언젠가는 그런 굉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고, 또 내가 그걸 원하게 될 지 모르지만, 지아가 원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
"응. 그래. 사실은 지금도 오빠 굉장한 남자인 건 사실이니까."
지아는 다시 내 물건을 손에 쥐고 흔들며 말했다.
"하기는 이런 남자가 세상에 어디 또 있겠어?"
"뭐 없지는 않아도 많지는 않겠지."
"진짜! 뭐야? 그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는 표정은?"
"못할 것도 없지. 너한테라면 말이야."
난 지아의 몸을 살짝 들어올려 내 몸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서 하려고?"
지아가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며 물었다.
"더 올 사람도 없을걸?"
"그래도... 여기 다른 사람들도 이용하는 곳인데... 물을 더럽히면 안 되잖아?"
"괜찮아. 물은 항상 흘러넘치니까."
난 벌써 그녀의 몸에 그걸 집어넣고 있었다.
"아! 진짜... 학!"
그리고 지아의 몸은 아주 솔직하게 반응했다.
"흐응! 몰라... 나쁜 짓 하는 거 같잖아. 하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아는 벌써 내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정말로 모르겠다. 이제는... 학! 자기... 너무 섹골... 하앙!"
"어때? 굉장한 남자 맞지?"
"흐응... 그래. 맞아. 더이상 굉장해질 필요 없어. 지금 이대로 충분해. 하아... 그러니까 나 딴 생각 못하게 잔뜩... 흐윽! 몰라! 왜 이렇게 내가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데..."
지아는 스스로가 내뱉는 말들에 당황해 얼굴이 빨게지면서도 내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정말로 거짓말 하나도 안하고, 자기랑 섹스를 하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나. 그냥 이게 세상의 전부인 거 같아. 진짜로 섹스에 미친 암컷이 되어버리는 기분이 든단 말이야.
내가 몇날 며칠을 열심히 살아가는 노력들도 아무 의미 없는 거 같고."
지아는 그렇게 칭얼거리면서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참! 아까 욕탕에 들어갈 때, 여기 사장님이 막 나오고 있었거든. 하아..."
그녀는 쾌락을 즐기면서도 또다시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
조금 난처했지만, 조심스럽게 대답을 해보았다.
"응. 근데 여기 사장님은 얼굴도 미인인데, 몸도 굉장하더라. 하아..."
"그랬구나. 역시 기모노로는 몸매를 예상하기 어렵다니까."
모범 답안!
내게 모범 답안을 줘!
"특히 가슴이 굉장했어. 학! 자기가 보면 엄청 좋아할 거 같더라."
그녀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날 빤히 바라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