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5화 〉@41. 심야 온천 요바이 - 잘 알지 못하는 남자가 밤에 몰래 이불속으로 들어와서
"이쪽 정원은 마스터 룸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으니 편하게 이용하시면 됩니다."
주인은 로비를 통하는 문과 온천으로 통하는 문이 모두 보안 카드를 가진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말해주었다.
"연못도 운치가 있다. 어? 저건 잉어인가?"
정원의 한가운데에는 제법 넓은 연못이 있었고 연못 안에는 남자 팔뚝만한 거대한 비단잉어들이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었다.
꽤 넓은 정원을 가로지르는 동안 여기 저기 볼거리가 있어서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정원을 거쳐 조금 걸어가니 저택 수준의 커다란 건물이 한 채 나왔다.
"특실이라더니... 설마 여기를 다 쓰는 거예요?"
온천에 오고부터 계속 감탄을 멈추지 않던 지아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정도로 커다란 건물이 통째로 특실이라니, 사실은 나도 조금 놀라버렸다.
"예. 그렇습니다. 두 분께서 편히 지내시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관 주인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우와! 굉장하다. 근데 오빠. 이렇게 대단한 곳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는데."
말과는 달리 그녀는 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일본에서 운영하던 여관의 본관을 그대로 옮겨온 곳이라 시설이 요즘의 것에는 미치지 못할 겁니다. 미비한 점이 있다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세요."
"굉장히 고풍스러운 장소네요. 이런 멋진 곳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최신식 호텔보다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질 거 같아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함께 건물로 들어섰다.
미리 준비를 해 놓았는지 모든 곳에 불이 켜져있었다.
"이쪽이 마스터 룸입니다."
여관 주인이 안내한 마스터 룸의 크기만도 1개 분대가 아주 편안하게 머무르고도 남을만큼 컸다.
특실에는 그 외에도 작은 방이 몇 개가 딸려 있었는데, 작다고는 해도 어지간한 가정집 거실 크기를 훌쩍 넘어선다.
원한다면 내 여자들을 전부 데려와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보였다.
마스터 룸에서는 한강이 내려다 보였고, 거실에서는 정원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배치를 보니 이 여관 자체가 이 특실을 위주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여관 주인의 말로는 내가 오지 않을 때면, 이곳은 다른 손님은 받지 않고 비운 채로 관리만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곳은 내가 별장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건물에는 다섯 개의 침실과 일곱 개의 욕실이 있습니다. 물은 모두 온천에 들어오는 것과 동일합니다. 저쪽으로는 미니 바가 있으니 편하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여주인은 시설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곳의 모든 편의 시설은 마음대로 사양하라는 말이었다.
"그럼 우선 짐을 풀고 휴식하고 계시면,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여관 주인이 지아의 짐을 내려놓고, 귀여운 딸이 내 가방을 옆에 두고 생긋 웃으며 돌아갔다.
"멋진 곳이다."
지아는 마스터 룸의 창가에서 한강을 내려보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여기 사장님도 굉장히 멋진 분이네. 오빠. 사장님이랑도 무슨 관계가 있지?"
그녀는 지난번 스파 클럽에서의 경험을 떠올린 모양이다.
"아니. 아무 관계도 아니야. 지난번에 회사 사람들하고 사원 여행을 왔다가 인사 한 게 전부야."
이번에는 아주 당당하게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진짜? 흐음... 그러면 그 귀여운 아가씨는? 아까 서로 눈인사를 나누는 걸 보니까 정분이 깊은 모양이던데?"
하지만 지아의 눈썰미를 얕볼 수는 없다.
"레이나 양? 그녀와도 그때 인사만 나눈 게 전부야."
이번에도 아주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래? 레이나 양? 이름이 이쁘네.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까, 관심은 있나보지?"
어? 음... 내 실수다.
"아니. 관심이 아니라, 이름을 기억하는 거는 기본이잖아. 네가 알려준 거 아냐?"
"흐음... 좋아. 더는 추궁 안 할게."
지아는 굉장히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우... 그냥 넘어가 주려는 모양이다.
지아와는 서로 쌓아온 추억들이 너무나 많아서, 다른 여자들에게처럼 내가 이여자 저여자 건드리고 다니는 일을 쉽게 털어놓기 어려웠다.
지아가 한때 내 하나뿐인 여자였다는 사실을 쉽게 놓아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아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부담없이 털어놓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지아도 다른 여자들과 달리 내 애정 행각을 그리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녀도 한때 나와 서로 사랑하던 추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기에, 껄끄러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사장님은 이름이 어떻게 돼?"
"어? 그건 모르겠는데?"
"흠. 역시 오빠는 젊은 여자 쪽이 좋은 모양이구나?"
"아니... 그렇다기 보다, 우연히 정원에서 만났다가..."
말을 할수록 꼬이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역시 여자는 어리고 봐야지?"
지아가 싱글거리며 말했다.
"음. 꼭 어린 나이가 제일 이쁜 것은 아닌 것 같아. 지아 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거 같으니까."
"진짜로?"
지아가 내게 한 발자국 다가서며 물었다.
"응. 맞아.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야."
확실히 그랬다.
여자의 아름다움이 가장 눈부시게 피어나는 때는 딱 지아 나이 때인 것 같다.
"좋아. 그 아부 받아들일게. 근데 어쩌지? 나 앞으로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어갈텐데?"
"걱정하지 마. 넌 언제든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살아갈테니."
"피! 진짜. 그동안 말만 늘었어. 내가 아는 영웅 오빠는 그런 달콤한 소리 하나도 못하는 순진한 남자였는데...
대체 그 착한 남자는 어디로 가고 너구리 같은 호색한 인간만 남아있는 거야?"
"그래서 서운해?"
지아를 끌어당겨 품에 안으며 물었다.
"응. 서운해. 지금 당신 굉장히 매력있는데, 나 그 순진했던 남자를 무척 사랑했었거든."
"지금은 아니라는 말처럼 들리네?"
"음. 지금도 사랑해. 그런데 조금 달라. 뭐랄까? 그때는 우리 둘 다 굉장히 순수했었잖아? 그래서인지 어쩐지 애달픈 사랑을 했던 거 같아.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러운 사랑? 풉!"
지아는 자신이 한 말이 웃긴지 폭소를 터트리고는 내게 입을 맞춰왔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키스를 나누었고, 그녀는 키스가 끝나자 날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냐. 지금이 그때보다 훨씬 더 사랑하고 있는 거 같아.
자기가 옆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생각이 들만큼 사랑해. 그래도 가끔은 서운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지아의 반짝이는 눈빛은 그녀의 애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내게 다른 많은 여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현실이 그녀를 다소나마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나도 잘 알고 있어.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충분히 감수할 수 있기도 하고. 정말로 힘이 든 것은 당신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날 여자로 보아주지 않는 거야 ."
그녀의 말을 난 전부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난 어떤 변명도 위로도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지아의 선택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제는 우리의 상황을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예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었고, 어떤 말로도 그녀를 안심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나도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안아줘. 내가 슬퍼할 겨를도 없을만큼 당신으로 날 가득 채워줘."
지아는 내 셔츠의 단추를 풀며 유혹해왔다.
그래서 난 그녀를 내 것으로 정말 가득 채워주었다.
우리는 옷을 벗어던지고 정신없이 엉켜붙었다.
지아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그녀의 몸은 끈적거렸다.
휴가를 다녀와 처음으로 지아를 안게 되어 무척이나 즐거웠고, 그녀 또한 정욕에 불타오르며 덤벼들었다.
섹스가 끝나고 그녀의 몸을 안아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여기서도 한강이 내려보이네."
지아는 이곳이 무척 흡족한 모양이다.
마스터 룸에 딸린 욕실의 한쪽 벽은 커다란 유리 너머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게 해놓아 목욕을 하거나, 욕조에 들어가거나 한시라도 강이 굽어지는 멋진 광경을 놓치지 않게 해주었다.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욕실 앞 옷장에 배치해놓은 가운을 걸쳐입는데 지아가 다시 한 마디 했다.
"굉장히 화려한 유카타네. 재질도 뭐로 만든 건지, 굉장히 보드랍고. 객실은 고풍스러운데, 의상이 이렇게 화려하니까 어쩐지 언발란스하면서도 일본스럽다."
"그런가? 확실히 이쁘기는 하다."
여자용의 가운은 화사했고, 남자용으로 보이는 쪽은 진중했다.
두 사람 모두 그렇게 갖춰 입으니, 지아의 말처럼 일본의 오래된 여관에 여행이라도 온 기분이다.
그녀와 함께 다시 방으로 들어와 담소를 나누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식사를 준비해 상을 차려주었다.
"그런데 여기 굉장하네."
밥 상 앞에 앉은 지아가 입을 열었다.
"응. 요리가 굉장히 인상깊더라고."
난 그녀가 음식에 대해 말을 하려는 것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요리장 말이야. 엄청 미인이던데?"
"아! 그렇지?"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요리도 한다고? 좀 너무한 거 아냐?"
"왜? 여자는 요리하면 안 돼?"
"그게 아니라. 미인에다가 능력도 탁월하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렇긴 하다."
"그 요리사는 이름이 뭐야?"
"응? 안 물어 봤는데?"
"흐음... 그럼 옆에 있던 여자는? 그쪽이 더 오빠 취향이려나? 어리고 이쁘니까?"
지아가 놀리듯 물었다.
"정말 몰라. 이름 알고 있는 사람은 아까 레이나 딱 한 사람 뿐이야."
"아하! 그러니까 레이나 씨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거구나?"
"흐음..."
그녀의 말에 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사실 이곳의 다섯 명의 여자들은 어느 한 사람 빠진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육감적이고 농밀한 눈빛의 여주인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요리장의 미모는 단연 일색이라 할 만 했다.
여관 주인의 딸인 레이나는 귀엽고 상큼하다.
어딘지 장난을 잘 칠 것 같은 눈빛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의 딸은 단아하면서도, 무언가 깊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 한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요리사와 늘 함께 나타나는 순수한 눈빛을 하고 있는 그 여자는 세상에 티가 하나도 묻지 않은 듯한 순결한 느낌을 준다.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 아냐? 진짜!"
지아는 내 마음을 금세 뚫어보았다.
"아니. 그냥 네가 물어봐서."
"진짜 당신 같은 남자가 어디가 좋다고..."
지아가 삐질거리며 젓가락을 놀렸다.
이번에도 난 미안해져서 어떻게 할지 몰라 묵묵히 식사를 했다.
"이거 먹어봐. 굉장히 맛있다."
하지만 막상 지아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지, 금세 상에 오른 반찬을 하나씩 집어 내 수저 위에 올려주었다.
"장난이야. 삐진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응. 장난인 거 알아. 그리고 삐진 것도 알고. 그러니까 신경은 조금만 쓸게."
"참. 오빠도 나도 서로 너무 잘 안다. 그지?"
"응."
"그래. 나 삐졌어. 그러니까 밥먹고 또 해줘. 오빠가 안아주면 서운한 거 저만치 던져버릴 수 있으니까."
"빨리 먹어. 그럼."
"진짜로. 못 말려."
지아는 웃으면서 정말로 부지런히 상을 비워갔다.
하지만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바로 2차전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안 돼겠다. 지금 하면 나 큰일나."
"배가 부르다면서도 꾸역꾸역 먹더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 없었단 말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나올 줄 누가 알았어? 근데 이런 실력이면 차라리 고급 식당을 하는 편이 낫겠다. 여기는 손님을 많이 안 받는다며?"
"그러게."
생각해보면 그랬다. 여기서야 하루에 많아야 대여섯 팀이 전부이다.
"하긴. 숙박비로 충당만 되면 소수에게만 제공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지. 근데 오빠. 여긴 하루에 얼마야?"
"모르겠어. 난 돈을 내지 않으니까."
"뭐어? 어째서? 또 아는 사람 소개야?"
"응."
사람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누군가의 소개로 온 것은 틀림없다.
"수상해. 오빠."
하지만 지아는 그 이상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는 것인지, 계속 캐묻다가 너무 엄청난 것이 나올까 두려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나가자. 정원 산책이라도 해야지 배가 꺼질 거 같아."
우리는 한동안 정원 이곳 저곳을 걸으며 배를 꺼트렸다.
"그럼 우리 이제 온천에 들어가볼까? 여기까지 왔는데 물에 한 번도 안 들어가면 서운하잖아?"
한 시간 넘게 산책을 하다가 지아가 제안을 해왔다.
"그러자. 거기도 꽤 괜찮더라."
우리는 여주인이 알려진 문을 통해 온천으로 향했다.
"저쪽이 여자 탈의실이야. 조금 있다가 온천에서 만나자."
"그래. 몸 깨끗이 씻고 와. 오빠."
지아가 은근한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난 바로 남자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욕실에서 몸을 씻었다.
그러다가 내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한 여자가 몸에 수건을 두르고 날 향해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여관의 여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