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지연 씨도 걸어요. 당신."
사악한 욕망에 사로잡힌 예지가 새로운 게임을 요구해왔다.
"지연이를 원한다면, 당신도 그에 걸맞는 걸 내놓아야 할 걸요."
난 지연을 내기에 내놓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히잉! 아저씨 날 무슨 물건처럼 마구 굴리는 거예요?"
하지만 말과 달리 지연은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오히려 배시시 웃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흐응?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거야?"
예지가 지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물어보았다.
"어차피 나 아저씨의 육변기이거든요. 물건 취급은 익숙하다구요."
지연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야."
예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무슨 내기에요?"
그녀는 오히려 지금 상황이 즐겁기만 한 모양이다.
"글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어. 하지만 다음엔 반드시 이길 거야. 지연 씨를 꼭 갖고 싶거든."
"지연이를 원한다면, 다음엔 당신을 걸어야 할 거예요. 나한테 지연이는 그만큼 소중한 존재이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내 말에 예지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당신한테 이 여자가 당신 자신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군요?"
지연을 원한다면 예지 스스로를 내던질만큼 대단한 게 필요하다는 의미을 그녀는 금세 알아차렸다.
"물론이죠.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니까."
"부럽네요."
예지가 지연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저런 남자한테 사랑을 받고..."
예지의 얼굴에는 정말로 질투와 비슷한 감정이 서려있었다.
"그럼 아저씨가 이기면 언니는 내 거."
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아항!"
예지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다음 번 내기는 지연과 예지가 서로를 건 내기가 될 것이었다.
"짜릿하네요. 그거."
예지가 강렬한 욕망에 찬 눈길로 날 바라보았다.
"안 되겠다. 나 지금 엄청 참기 힘들어요. 한 번 더 해줘요. 이정도는 서비스로 해줄 수 있죠?"
예지가 내 앞에 엎드리며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었다.
"물론이죠. 몇 번이라도."
난 예지의 하얀 엉덩이를 내려보며 기쁘게 대답했다.
다시 예지를 즐겁게 해주는 동안, 지연은 예지와 혜진 사이를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예지가 쾌락에 지쳐 쓰러지자 지연과 사랑을 나누고, 조금 회복이 된 혜진과도 다시 한 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가서는 여자들이 전부 쾌락에 미쳐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고 나서야 난잡한 행사가 끝이 났다.
여자들에게 조금은 휴식을 주고 나서, 모두가 함께 욕실로 가서 몸을 씻고, 옷을 걸치고 방을 나왔다.
그런데 거실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그 남자였다.
혜진의 남자 친구는 어째서인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우리가 모두 함께 방을 나서자 몸을 일으켰다.
"오빠!"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것은 혜진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조금은 밝아진 표정이던 그녀는 한순간에 흙빛이 되어 남자를 불렀다.
"혜진아..."
남자는 여전히 어눌한 표정으로 연인의 이름을 부르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당신! 아직도 안 가고 뭘 하고 있었어?"
예지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남자가 아직도 그곳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남자가 다가서자 두려움을 느꼈는지 뒷걸음질치며 내게로 안겨왔다.
"혜진아..."
남자는 다른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자신의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왔다.
그런데 남자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있다.
거실의 냉장고에서 꺼내 마셨는지 절반 쯤 비어있는 위스키 병이었다.
맥주 병이나, 소주 병과 달리 아주 두터운 유리로 된 위스키 병은 흉기로 사용되기 충분해보였다.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 닥친 것 같았다.
난 지연의 몸을 끌어당기며, 그녀를 보호할 생각을 해본다.
여자들을 내 뒤로 숨기고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하지만 어느틈엔가 지연의 몸이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휙!?
지연의 몸이 마치 바람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한 발 두 발 가볍게 내딛으며 남자에게로 달려나가, 그 남자의 손에서 위스키 병을 빼앗고, 남자의 뒤로 돌아가 손날로 남자의 목을 가볍게 내리쳤다.
그리고 남자의 몸이 스르르 아래로 무너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그 모든 장면이 아주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마 몇 초? 아니. 어쩌면 겨우 1,2초 사이의 일이었을 것이다.
나야 마스터 카드 < 매의 눈 >덕분에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전부 지켜볼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녀가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할 겨를도 없었다.
보기는 전부 봤는데, 어째서 지연이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야? 지연 씨?"
"아! 오빠!"
그리고 두 여자들의 반응은 한참이나 뒤에 왔다.
"이렇게 위험한 걸 손에 들고 다가오니까 그렇게 된 거라구요."
지연이 위스키 병을 손에 들고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내려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 표정이 묘하다.
혜진이나 예지에 못지 않게 당황한 얼굴이다.
"괜찮아? 지연아."
난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서 지연의 어깨를 잡았다.
"응? 으응... 괜찮아요."
아직도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날 올려보았다.
난 그녀의 몸을 살짝 들어올려 안아주었다.
아마도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지연이 가장 놀란 모양이다.
"하아... 아저씨..."
지연은 내 품에 안겨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무서웠지? 다음부터는 이런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마. 알았지?"
"으응... 알았어요. 나도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고..."
평소와 달리 조금도 까불대지 않는 지연을 보고 있으니, 그녀가 지금 얼마나 당황스러워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오빠!"
내가 지연을 다독거리는 동안, 혜진은 쓰러져있는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코에 손을 대고 살아있는지 확인해보았다.
"걱정 말아요. 다칠만큼 세게 때리지는 않았으니까. 잠깐 누워있다가 정신 차릴 거예요."
지연이 걱정스러워하는 혜진에게 한 마디 했다.
"대단하네. 지연 씨."
그리고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온 예지가 또다시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지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격투기? 무술? 그런 거죠? 지연 씨 덕분에 우리가 살았어."
그녀는 눈을 말똥 말똥 빛내며 지연의 행동을 칭찬해주었다.
"그죠? 나 잘한 거죠?"
어느새 평상시의 그녀로 돌아온 지연이 뿌듯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아니. 저 남자 처음부터 공격할 생각 따위 없었어. 그냥 손에 술병을 들고 있던 거 뿐이야. 그리고 혜진 씨한테 뭔가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지."
그 남자가 걸어오고 있을 때에는 나도 위협을 느꼈지만, 내가 본 남자의 표정에서 공격의 의사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었다.
난 그 남자가 우릴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거의 100% 확신하고 있었다.
응?
왜 그런 걸 아는 거지?
오늘은 무척이나 이상한 날이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그렇게 다가오면 여자들은 위협을 느낀다고요. 그러니까 저 사람이 잘못한 거예요."
지연도 나와 비슷한 의견인 모양이다.
하지만 나와 달리, 그녀는 남자에 대한 공격이 합당하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난 지연 씨 움직이는 거 보지도 못했어. 그래서 무슨 무술이야? 지연 씨?"
예지는 쓰러진 남자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그 대단한 움직임을 보여준 지연에게 온통 마음이 쏠려있었다.
"무술이요? 나 그런 거 안 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 있어? 우리 할아버지 경호원들도 그렇게는 못 해."
"음... 나도 몰라요. 그냥 움직여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던데요. 그러고 보니까 신기하네. 와! 나 쩐다. 그죠? 히히."
지연이 신이나 날 바라보며 칭찬해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응. 쩐다. 굉장히 멋있었어. 하지만 다음부터는... 아니다."
어차피 그녀가 내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은, 아마도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어떤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난 지연을 단속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본능대로 움직이는 아이이다.
"으음..."
우리가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남자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오빠! 괜찮아?"
"응? 으응... 내가 왜 쓰러져있지? 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보다. 미안..."
남자는 자신을 공격하는 지연의 모습은 보지도 못했던 것 같았다.
그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자신이 쓰러졌다 생각한 모양이었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 흑!"
혜진은 남자가 그런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
"미안해...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남자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응? 말 해. 오빠."
혜진이 서글픈 눈으로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우리 그거 하지 말자."
"응?"
남자의 말에 혜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뭘?"
"예지 씨 앞에서 하기로 한 거 말야. 아무래도 여기서 그만하는 게 나을 거 같아. 예지 씨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사과하고 그냥 올라가자."
"오빠?"
"물론 예지 씨가... 무척 실망하시겠지.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 차근차근 길을 닦아야 하는데, 성급한 마음에 발을 잘못 들이려 한 거 같아."
남자가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동안 혜진의 얼굴은 계속해서 창백해져만 갔다.
틀림없이 남자는 무언가 이상했다.
"예지 씨가 화나면 무섭다고 했었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전부 감수해야지. 너와 나 사이에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났잖아?"
남자는 지금 조금 전에 벌어졌던 일들이 마치 전부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혜진은 이제 눈물을 흘리며 남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만약에... 연예계에서 떠나야 한다면 그렇게 하지 뭐. 설마 너랑 나랑 둘이서 살아갈 길이 없겠냐?"
"와! 언니 굉장히 무서운 사람인가봐요."
지연이 내 귀에 속삭였다.
"무서운 사람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확실하게 매듭은 짓는 편이지."
예지가 나를 대신해서 자신을 평가했다.
"흐응?"
지연은 예지를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너랑 나랑 이 얼굴만으로도 뭐든 할 수 있지 않겠냐? 흐흐흐."
남자가 자신의 말이 쑥스러운 듯 웃었다.
"흑! 그래... 오빠 말이 맞아..."
혜진은 얼굴에서 눈물을 떨구면서도 남자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랬어야 하는데... 흑!"
"울지마. 혹시 예지 씨한테 미안해서 그래? 예지 씨한테는 내가 잘 말해볼게."
"오빠... 흑!"
"혜진아... 그만 울어. 응?"
혜진은 너무나도 서글프게 울었고, 남자는 그런 혜진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예지가 날 바라보며 물었다. 마치 이 상황의 원인이 나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모양이죠."
"아니에요. 일종의 해리성 기억 장애가 온 거 같아요. 대체로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일어나기 쉬운데... 조금전의 경험 때문인지, 지연 씨가 한 일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와! 언니 정말 똑똑하네요."
지연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병원에 가봐야 할 거 같아."
혜진도 예지가 하는 말을 들었는지, 조금전보다 훨씬 더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해야겠다. 잠깐만 있어봐."
예지가 호텔 지배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둘이 올라왔다.
"병원으로 데려가서 바로 검사 해보도록 해요. 아! 혜진이 너는 그냥 여기 있어."
남자 친구를 따라가려는 혜진을 말렸고, 혜진은 불편한 눈으로 예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못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단순히 예지를 두려워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지닌 설정 카드 < 게임의 규칙 > 때문에 게임의 결과에 승복해서 진심으로 예지의 충복이 되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딱히 불만을 내비치지 않는 혜진의 태도로 보아서는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확신은 들지 않는다.
남자가 비틀거리며 방을 나서는 것을 보며, 난 그에게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를 사용했다.
그 남자를 굴복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는 어디까지나 상대가 굴욕을 느낄 때만 쾌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쾌감이 커지면 내게 복종을 하게 된다.
지금 그 남자는 그러한 기억을 전부 잊어버렸으니, 아마도 굴욕도 쾌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