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9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혜진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급격하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느끼고 있는 죄책감마저도 혜진에게는 다시 쾌락으로 돌아가고 만다.
"안돼... 하악! 이젠... 흐으윽... 더는..."
혜진은 힘겹게 자신이 더는 쾌락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나... 너무 늦었어... 미안... 흑! 오빠가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가버려... 하앙!"
차라리 입을 열지 않으면 나으련만, 혜진은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하나도 여과 없이 내뱉고 말았다.
"혜진..."
남자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혜진을 바라보는 시간 만큼이나 예지를 쳐다보는 시간이 길다.
그러니까 그는 여전히 예지에게 어떤 설명을 원하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바보 같으니라고. 보면 몰라요? 즐거우니까. 봐요. 여기 당신 말고는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는 거 안 보여요?"
"대체 왜 혜진이가?"
여전히 남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예지가 말하더군요. 당신들 나와 셋이 함께 즐길 생각이었다죠?"
남자는 예지의 질문에 답하기가 무척이나 난처한 모양이다.
눈동자를 굴리며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한빈 씨는 예지가 보는 앞에서 나랑 섹스를 즐길 생각이 있었던 거죠?"
남자는 입을 살짝 벌리고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쉽게 말하기 힘든 모양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할 수 있지만, 혜진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남자는 무언가 변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연인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는데, 머리가 돌아갈 리 없다.
"흐응? 그거 알아요? 혜진이 당신한테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거? 심지어 혜진이는 드라마고 CF고 전부 당신에게 몰아달라고 했어요. 혜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당신의 성공만을 원했던 거죠."
예지는 아주 신랄하게 남자를 몰아붙였다.
이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 남자가 극도의 절망을 맛보는 것이었다.
"혜진아..."
남자는 다시 연인을 돌아보았다.
이제는 낯선 남자와 섹스를 하고 있는 자신의 여자가 달리 보이는 모양이다.
"하으윽! 아아!"
그리고 그 숭고한 여자 친구는 쾌락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그만해. 혜진아. 우리 전부 포기하자. 응? 쓸데없는 욕심이었어. 이런 걸로... 우리 그냥 소박하게 살자. 혜진아."
남자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학! 하앙! 아아아!"
하지만 애처롭게도 그의 연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혜진아!"
남자가 절규했다.
"흐윽! 너무 좋아... 어떻게 해! 하앙!"
혜진은 지금 온통 자신의 쾌락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모양이다.
"그만! 그만하라고!"
남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혜진아!"
거의 고함에 가깝게 소리를 질렀다.
"아! 오빠!"
혜진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연인을 바라본다.
"그만해! 다 때려치우고 돌아가자. 응?"
남자는 드디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연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흐응... 아니. 안 돼. 미안... 학! 나 지금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흐으윽!"
혜진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구별이 어려운 표정으로 남자 친구를 바라보았다.
"오빠. 정말 미안해. 학! 근데... 너무 늦었어. 흐으응! 이제. 정말로... 학! 더! 그렇게! 계속! 아아!"
혜진은 남자에게서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며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해왔다.
"좋은가 보군."
"네. 좋아요. 흐윽! 이런 거 처음이야. 학! 당신... 너무 대단해...하앙! 벌써 몇 번을 가버렸는지 몰라요. 흑! 아! 또! 또 가버려. 하악!"
"나도 쌀 건데. 어디에 쌀까?"
"학! 입! 아니... 빼지 말고 그대로 싸주세요. 학!"
이제 완전히 육욕에 지배당한 여자는 나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어디에 싸달라고?"
"제 안에 싸주세요. 학! 내 몸속에요. 하앙! 제 보지를 당신의 정액으로 채워주세요. 아아! 나! 미쳤나봐! 하아앙!"
그녀도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어쩔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혜진아..."
남자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자신의 연인이 내뱉고 있는 그 엄청난 말들을 듣고 있었다.
"그만! 제발 그만해!"
남자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완력으로라도 자신의 연인을 낯선 남자에게서 떼어내려 하는 모양이다.
어쩌지?
물론 완력이야 내쪽이 훨씬 더 쎌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난 비폭력주의자이고, 자신의 연인을 빼앗긴 불쌍한 남자와 몸싸움을 벌일 생각도 없다.
더군다나 벌거벗은 채로 말이다.
잠시 그 남자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해야할지 고민해보았다.
"그만!"
다행히 예지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남자가 침대에 오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걸 보면, 이미 그걸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처음부터 그걸 유도했던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야말고 그만하고 내려가요."
벌거벗은 예지는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남자를 막아서며 힘있게 말했다.
"말리지 마요! 혜진인... 혜진이는 저런 아이가 아니야!"
남자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그런 여자인지 아닌지는 당신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있지 않았어요?"
남자는 이번에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하윽! 가요! 나... 또 다시! 흐윽! 아아! 내 안이 가득차고 있어!"
그리고 혜진은 다시 한 번 남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던지고 있었다.
"내려가요. 침대 위는 당신에게 허락된 장소가 아니에요. 관람이 하고 싶다면 저기 당신을 위해 마련해놓은 자리가 있으니, 거기 가서 앉아요."
예지는 손가락을 펴서 아까의 그 의자를 가리켰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섰다.
하지만 예지의 말처럼 의자에 앉아 관람을 하는 대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혜진아..."
남자는 그렇게 무너져버렸다.
고개를 숙이고 허망하게 자신의 연인이 쾌락에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순간 혜진은 다시 한 번 커다란 쾌감 속에 완벽한 절정에 들어서 있었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거리며 자신이 느끼고 있는 열락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남자는 이제 더이상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오직 자괴감에 빠져 그저 스스로의 고통을 음미하고 있을 뿐이다.
"하아... 하아..."
한동안 환락에 빠져있던 혜진은 절정이 지나가면서 점차 어두운 표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금은 이성이 돌아오는 모양이다.
"흑! 흐윽!"
그리고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고 만다.
"흑! 허엉! 안 돼!"
자신이 방금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오빠... 흑!"
잠시 동안 서럽게 울던 혜진이 연인을 불렀다.
"혜진아..."
남자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표정으로 연인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해. 우리 나가자. 응?"
남자가 울먹이며 애원하듯 말했다.
"안 돼. 너무 늦었어. 흑!"
여자도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는 나가. 가서 잠깐 쉬다가 서울로 올라가. 오늘... 일은 미안해."
"혜진아..."
"오빠 일은... 내가 어떻게 해볼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
"안 돼. 혜진아. 함께 가자. 우리. 응?"
"안 돼. 너무 늦었어. 나 이제... 하악!"
혜진은 또다시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감정의 변화가 어떤 종류의 것이건 상관없이, 성적 자극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 제발! 흐윽! 너무... 좋아... 하아앙!"
혜진이 다시 날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에는 더이상 나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 따위 찾아볼 길이 없다.
오로지 육욕만이 가득했다.
혜진은 두 팔을 뻗어 내 몸을 끌어당겼다.
남자는 방금전까지만해도 자신에게 다정스럽게 말하던 연인이 그 낯선 남자를 끌어안고 정신없이 키스를 퍼붙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크흐흑!"
남자는 넋을 잃은 사람처럼 연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사내에게서도 더이상 적개심은 보이지 않는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끝을 알 수 없는 절망과 자책감 같은 종류의 우울한 감정들 뿐이었다.
차라리 그 남자를 위해서라면 캐스팅 카드 < 빼앗기는 남자 >를 사용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 빼앗기는 남자 >로 캐스팅 된 상태에서 느끼는 굴욕감은 쾌감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정신적인 데미지를 생각하면 그쪽이 훨씬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저 잘생긴 남자에게 그걸 쓰는 것이 무척이나 꺼려졌다.
저 남자... 내게 굴종을 하고 복종을 한다면 또 어떤 짓을 저지를 지 두려웠다.
지난번의 미남이처럼 이쁜 여자를 꼬셔 내게 계속 상납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
미남이는 그래도 지연에게 지고지순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기에 내 말을 알아듣고,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찾을 때까지는 그런 행동을 자제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 남자도 그렇게 될 지는 모르겠다.
더군다나 저 남자 제법 바람기도 있는 것 같고, 연예계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어쩌면 제법 이쁜 여자들을 계속 내게 바치려 할지도 모른다.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다.
난 내 스스로가 판단해서 여자를 손에 넣기를 원하지, 결코 무슨 채홍사 따위로 날 위해 여자를 구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잘생긴 남자들과 친하게 싶은 생각이 없는 것도 조금은 있을 지도 모른다.
대충 이런 저런 이유들과 조금 옹좁은 내 심사 때문에, 난 그 남자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늘 일은 아마 저 남자에게 꽤나 충격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 잘생긴 남자가 그걸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저 얼굴이라면 어지간한 여자는 얼마든지 꼬실 수 있을 테고, 틀림없이 지금까지 남의 여자를 빼앗은 적도 한두 번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일은 그냥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학! 학! 좋아... 너무 좋아! 계속 해줘요. 쉬지 말고 날 또 보내줘요. 하앙!"
혜진은 끊임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것을 내게 요구했다.
그리고 난 이쁜 여자의 소원은 결코 거부하지 않는다.
"흐응? 좋아?"
예지가 혜진의 옆에 다가와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학! 그래. 너무 좋아. 네 말이 맞았어. 흐윽!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하앙!"
"그런데 너 한빈 씨랑 나랑 셋이 하려고 했다고 말했었지?"
"흐으윽! 그건... 미안! 학! 이런 걸 몰랐으니까... 하앙! 어떻게 해. 벌써 오고 있어! 말도 안되잖아?"
"그럼 한빈 씨는 말고 우리 셋이 할까?"
예지가 혜진의 고개를 잡아 끌며 말했다.
"흐응! 몰라! 맘대로 해! 하앙! 나한테 아무 것도 묻지 마! 흐으윽!"
그렇게 말을 하면서 혜진은 자신의 앞에 와있는 예지의 목을 끌어당겼다.
두 여자는 그렇게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커억! 큭!"
그리고 침대 옆에 주저앉아있던 남자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고는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상황이 점점 더 자신의 생각보다 악화되는 모양이다.
예지의 말을 들어보건데, 저 남자는 자신의 연인과 예지와 함께하는 멋진 시간을 꿈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현실은 아주 끔찍한 것이었다.
그남자가 피를 토하지 않는 것만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사실 이 정도의 사태였다면, 난 저 남자의 보복을 계속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터이다.
하지만 혜진의 연인의 원망은 내가 아니라 예지와 자신에게로 나뉘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흉계를 꾸민 사람은 예지였고, 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은 자신이다.
"크흐흑!"
남자가 비통한 눈물을 흘리는 동안 예지는 혜진과 너무나도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예지와 함께 유희를 즐기던 지연은 몸을 일으켜서 날 바라보았다.
그녀의 촉촉하게 젖은 눈은 언제나처럼 나를 향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비록 지연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둘이만 재미보지 말고, 나도 끼워줘요. 꺄하하!"
지연은 그렇게 말하며 키스를 하고 있는 두 여자 사이에 자신의 얼굴을 끼워 넣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난 지연의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