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8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이름이 뭐예요? 연기자시라고요? 어머나! 어쩐지 다르더라. 어디 출연하세요? 아직이요? 왜요? 아! 진짜 성공하실 거예요."
이십 대 후반 즈음의 미인 테라피스트는 남자에게 한눈에 반한 듯 쉴새 없이 쫑알거리며 정성스럽게 서비스를 해주었다.
남자도 그녀가 꽤 마음에 들었다.
만약 그에게 멋진 연인이 없었더라면 아마 테라피스트의 유혹에 넘어가서 작을 즐거움을 찾았을 것이다.
한때는 그도 다가오는 여자를 거절하지 않고 마음대로 욕망을 발산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한창 때의 나이였고, 우월한 외모 때문에 그에게는 한순간도 여자가 끊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혜진과 연인이 된 뒤부터는 남자는 과거의 습관을 딱 끊어버렸다.
혜진은 충분히 그럴만한 여자였다.
외모 뿐 아니라 내면 역시 아름다운 여자였다.
내심으로는 그녀와의 안정된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그건 어디까지나 꿈에 불과했다.
지금이야 둘 다 무명의 신세라 큰 관계는 없지만, 언제도 둘 중 하나라도 이름이 알려지게 되면 둘 사이는 아주 비밀스러운 관계로 전환되어야 했다.
그래도 큰 상관은 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에 대한 신뢰로 가득했다.
정말 큰 성공을 얻어낼 때까지는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다가, 언젠가는 공개적인 연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일은 좀...
난처했다.
솔직히 말해서.
서로의 앞날을 위해서라지만, 다른 여자를 안아야 한다니.
그것도 혜진이 보는 앞에서.
아니. 혜진과 함께하고 해야할까?
남자는 조금 뒤에 있을 어떤 사건을 머리에 떠올리고 자신도 모르게 아랫도리가 뻐근해오는 것을 느꼈다.
어쩔 수 없다.
혜진을 무척이나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도 남자이다.
아름다운 여자 둘과 함께 하는 섹스가 결코 싫을 수는 없었다.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한다.
혜진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이걸 제안하고 설득해온 쪽은 혜진이었다.
그녀는 두 사람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했다.
착한 여자.
남자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
테라피스트는 마사지를 받다가 갑자기 발기해버린 남자를 보고 조금 오해를 해 버렸다.
아마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이렇게 발기하는 남자가 드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런 편이다.
하지만 이곳의 고객들인 대부분의 남자들과 지금 누워있는 남자는 수준이 아주 달랐다.
나이 많고 돈만 많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마사지를 받다가 발기해버리면 불쾌감만 느껴질 뿐이다.
저 잘생긴 남자라면...
테라피스트는 잠깐 엉뚱한 생각에 빠진다.
지금 저걸 만지면...
저 남자는 어떻게 나올까?
물론 저렇게 발기했다는 것은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말이니까 거부하지 않겠지?
꿀꺽!
테라피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유혹에 빠진다.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만일 들키기라도 한다면, 단순히 해고 당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업계는 생각보다 좁아서, 다시는 이런 고급 업장에 취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은 해보고 싶은 남자였다.
테라피스트의 손이 점점 남자의 그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똑똑!
그때였다. 마사지 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테라피스트는 잠시 날아가려던 이성을 부여잡고, 문을 열었다.
"이제 올라가실 시간이라 말씀드리세요."
매니저였다.
"아직 시간 남았는데요..."
테라피스트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반문했다.
"그냥 그렇게 말씀드리세요."
매니저가 단칼에 끊고 말했다.
"아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남자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테라피스트는 남자의 얼굴이 어떤 기대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저 남자... 자신과는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남자는 가운을 걸치고 스파를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서 그의 기대감은 아주 잔뜩 부풀어올랐다.
대체 두 여자는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굉장하겠지?
물론 그가 한 번에 둘 이상의 여자와 관계를 해본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멋진 여자들과, 그것도 자신의 연인이 포함된 두 여자와 함께하는 경험은 처음이다.
얼마나 대단할까?
그런데... 조금 쑥스럽지는 않을까?
아니야. 그래도 혜진이 그렇게 마련한 기회인데...
그럼 누구를 더욱 즐겁게 해주어야 하지?
물론 오늘의 주인공인 예지겠지?
그녀에게 아주 환상적인 경험을 남겨주자.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이 관계를 단순히 일회적인 이벤트로만 남기지 말고 셋 사이의 돈독한 관계로 나아가볼까?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남자의 욕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가 대기업 후계자의 여자의 공식적인 연인이 되고, 혜진과 함께 즐거운 삶을 이어가는 것에까지 이어졌다.
팅!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남자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1201호를 향해 걸어갔다.
"하아앙!"
예지에게서 받은 카드키로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가자, 저 멀리서 누군가의 신음이 들여왔다.
아마도 그건 예지의 목소리인 거 같다.
흐응? 벌써 시작한 거야?
남자는 아랫도리가 불끈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잔뜩 달아오른 모양이지?
그러면 우선 예지와 먼저 해야겠지?
혜진은 어떻게 할까?
옆에서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녀와 키스를 하면서 예지와 섹스를?
마침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예지가 말했던 문 앞에 다다랐다.
남자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어?"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침대 위에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침대 한가운데에서 엉겨붙어있는 남녀...
그리고 그 옆에는 두 여자가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침대의 옆에는 한 여자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정신없이 자위를 하고 있다.
그 모든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남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과격하게 섹스를 즐기고 있는 두 남녀였다.
아니. 침대에 누워 헐떡이고 있는 여자였다.
"혜진이?"
남녀가 서로 키스를 하고 있어 얼굴을 얼핏 본 것이 전부였지만, 그는 그 여자가 바로 자신의 연인이라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혜진아?"
너무 놀라니 화도 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보고있는 광경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훨씬 더 클 뿐이다.
"혜진이... 맞아?"
사실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마치 기계처럼 비슷한 말을 몇 번이고 내뱉을 뿐이었다.
"혜진아!"
그리고 마침내 정신을 되찾은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섹스를 하고 있던 두 남녀는 그의 커다란 외침이 들리지 않는지 서로에게서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응? 한빈 씨 왔어?"
대신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예지였다.
어떤 여자와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던 예지가 고개를 돌리고 방안으로 들어온 남자에게 미소를 보내었다.
남자는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린 예지가 그를 하대하고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지... 지금 무슨 일이?"
그나마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예지에게라도 물어야 했다.
"보고서도 모르겠어요? 혜진이 지금 정신없으니까 잠깐 기다려요."
예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지금 뭘 하는 거예요?"
남자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물었다.
"섹스."
예지가 짧게 대답했다.
"아니... 그게 왜?"
그리고 남자는 당황해서 예지에게 반문했다.
"오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했잖아요. 기억 안 나요? 두 사람 오늘 내가 시키는대로 하기로 한 거."
"하지만..."
"우선 거기 앉아있어요. 혜진이 지금 너무 빠져있는 거 같으니까 대화는 조금 있다가 하죠."
예지가 그를 위해 준비한 의자를 가리켰다.
"지금... 지금 하면 안 되겠어요? 대체 왜 이렇게..."
"하앙... 한빈 씨 좀 귀찮은 남자네. 보고 있는 대로에요. 혜진이한테 아주 멋진 경험을 선사하곳 싶었거든."
"혜진아..."
남자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대 위의 두 남녀가 키스를 끝내고 서로를 바라보며 정신없이 섹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다시 한 번 목격했다.
"하응! 학! 아아... 안 돼! 흐윽!"
혜진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게 쾌락의 기쁨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고 있는 남자는 아까 오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그 험악한 인상의 남자이다.
예지가 자신과 혜진을 소개시키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왔다고 했을 때, 한빈은 그 남자를 그저 연예계의 종사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몸도 무척이나 컸고, 냉혹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처럼 찢어진 눈을 보면, 평범한 연예계 종사자라기보다는 어딘지 안 좋은 쪽에 발을 담근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쪽 매니지먼트 계열 종사자 중에 그쪽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은 그쪽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대기업 계열사 사람들보다는 친화력도 높고, 기획 능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았기에, 오히려 안심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혜진아!"
남자는 다시 한 번 악을 쓰듯이 자신의 연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 오빠! 흐으윽! 안 돼! 오빠! 나! 나... 이건..."
그제서야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혜진의 얼굴에 떠오른 그 난처한 감정을 알아차렸다.
"대체 왜?"
"흐으윽! 미안! 안 돼! 하앙! 어떻게 해! 아아!"
도대체가 미안하다는 건지? 아니면 지금의 행위가 좋아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남자는 지금이라도 당장 침대 위로 올라가서 저 험상궂은 남자를 쳐버려야 하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완력으로도 자신이 없었고, 또 이 자리를 만든 예지를 거스를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혜진아!"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계속해서 자신의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것 뿐이었다.
"오빠. 안 돼! 흑! 보지마! 아아! 하윽!"
혜진은 지금 미치기 직전이었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쾌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데, 어느순간 연인이 침대 옆에 나타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연인을 보니, 씨뻘게진 눈으로 자신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고 있었다.
퍼끅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예지가 조금 전에 어디엔가 전화를 하는 것도 같았는데...
아!
혜진은 지금이라도 이 끔찍한 행위를 멈추고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흐으윽! 안 돼! 아아! 미칠 거 같아..."
너무 좋았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마치 하늘을 마음껏 떠다니는 기분?
아니. 그런 어떤 설명으로도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는 이 절대적인 쾌락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이 쾌락에 조금도 저항할 수 없다는 한 가지 뿐이었다.
다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이대로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하아... 하아악!"
아랫도리가 뜨겁다.
아니. 온 몸이 뜨겁다.
쾌감이 시작되는 곳은 틀림없이 그곳이었지만, 그녀는 온몸으로 쾌락을 즐기고 있었다.
"혜진아!"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아무려면 어때...
지금 이 순간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혜진아!"
남자가 자꾸 자기를 부르고 있었다.
으응? 오빠네? 내가 사랑하는...
"아!"
순간 그녀는 다시 일순간이나마 쾌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빠! 아! 안 돼! 흑!"
갑자기 엄청난 죄책감이 밀려들어왔다.
세상에.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그걸 저 사람에게 보여준다고?
그것도 좋아서 헐떡거리는 모습을?
혜진은 미칠 것만 같았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이 끔찍한 행위를 끝내려 해본다.
하지만 금세 알아차렸다.
이 어마어마한 쾌락은 자신의 나약한 의지로 저항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빠! 보지마! 흑! 제발... 부탁이야."
혜진은 차라리 자신의 연인에게 부탁을 해보았다.
도저히 죄책감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쾌락이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