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6화 〉@40. 예지의 탐욕 : 만나서 5초 만에 삽입
"하지마. 제발. 흑! 이젠 그만해. 너무 힘들어. 흑!"
혜진은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지? 저 남자는 아직 만족 못한 모양인데?"
"흑! 그만... 제발... 이건 아니야."
"그럼 포기할거야?"
예지가 짓궂게 웃으며 물었다.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도 굳이 약속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잖아."
"뭐라고?"
혜진은 비로소 이날의 행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 깨달았다.
"설마. 이제와서?"
낯선 남자에게 몸을 망쳤는데, 이제와서 없던 걸로 한다고 하니 더욱 더 허망한 모양이다.
"어떻게 할래? 오늘의 행사를 끝까지 갈까? 아니면 포기할까?"
"너... 정말!"
혜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표시했다.
그리고 두 여자의 대화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던 나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혜진이 고개를 돌려 날 노려보았다.
"그만하라고 할까?"
예지는 내가 그녀를 도와주려는 의도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해... 한다고. 할테니까 너도 약속 지켜!"
혜진이 분노에 찬 눈으로 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언제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 있어? 너도 한빈씨도 앞날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원하던 대답을 들은 혜진은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녀의 기세가 너무도 대단해서 난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맘대로 해요. 당신 원하는 대로 박고 싸고 하고 싶은 거 다해요."
이제는 울지도 않는다.
예지와의 대화로 각오를 다진 모양이다.
"그래. 혜진아. 그렇게 하면 돼. 조금 있다가 한빈 씨가 내려와서도 제대로 할 수 있지?"
하지만 예지는 혜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혹했다.
"뭐라고?"
굳은 각오도 잠깐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한빈 오빠는 왜? 또 무슨 짓을? 설마 이 장면을 오빠한테 보여주겠다고?"
"왜. 안돼? 넌 한빈 씨랑 나랑 함께 하려고 했었잖아. 그러면 나랑 한빈 씨랑 하는 모습을 너도 볼 거 아냐? 그런데 한빈 씨가 네가 하는 걸 보는 것은 안 된다는 거야?"
난 예지도 나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본질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너... 설마?"
혜진이 무언가를 추측한 모양이다.
"그게 목적이었어? 나랑 다른 남자랑 하는 모습을 오빠한테 보여주고, 네가 오빠를... 그런 거야?"
나름 말이 된다.
솔직하게 말해, 아까 그 남자 굉장히 잘생겼다.
예지가 그 남자에게 반했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풉!"
하지만 그녀의 추리는 진실을 한참 비켜간 모양이다.
"푸하하!"
예지가 쉬지 않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얘는... 내가 친구 남자를 빼앗을 사람으로 보였어?"
"아니라고? 그런데 어째서?"
"정말로 넌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믿지 않는구나. 나 정말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 남자의 지독한 모습을 봐야해."
예지가 다시 날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가득한 욕망은 예지가 진실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너한테도 진정한 쾌락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데... 그런데 한빈 오빠는 어째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혜진은 이런 모습을 연인에게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그게 당연하지.
세상 어떤 변태가 자신이 다른 이성과 섹스하는 모습을 연인에게 보여주고 싶어할까?
음....
내가 있었다.
뭐. 어차피 나야 변태 소리 들어도 할 말은 없으니까.
예외로 하자.
그러니까 혜진은 평범한 여자였다.
"당연히 보고 싶어서이지. 이 압도적인 악함과 비례되는 모습 말이야."
예지가 사악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말했다.
"난 한빈 씨가 절망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 행복한 기대로 이방에 들어와서 자신의 연인이 다른 남자에게 겁탈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과연 그 잘생긴 남자의 얼굴은 얼마나 멋지게 일그러질까?"
"뭐라고?"
"하악!"
지연이 다시 흥분했다. 너무 좋았는지, 몸을 떨면서 예지가 하는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예술에서는 대비가 무척이나 중요해. 빛과 그림자처럼 말이지. 이 무자비한 악의 화신과 대비되는 절망이 내겐 꼭 필요하다고."
"그게... 너. 정말로... 어떻게 사람이..."
혜진은 자신이 방금 들은 말이 도대체 납득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하앙! 학!"
지연은 소리를 죽이고 느끼고 있었다.
"네가 사람이야? 대체 왜? 무엇 때문에?"
혜진이 항의했다.
"내 마음을 네게 이해시킬 방법이 없네. 그리고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도 사실 별로 없어. 너도 알잖아? 나 좀 이상한 거."
예지의 뻔뻔스러운 대답에 혜진은 할말을 잊었다.
"그러니까 너 한빈 씨가 오면 솔직하게 말해줘. 네가 느끼는 감정을. 내가 원하는 건 거기까지야. 그러면 나도 내가 한 말을 지킬거야."
"안 돼."
하지만 여전히 혜진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런 안 돼. 차라리... 다른 걸 시켜. 뭐든지 할게. 오빠를 망가트릴 수는 없어."
이 아름다운 여인은 망가지는 것은 자신 하나면 충분하다 생각한 것 같다.
"흐응? 안 되겠는데? 나 그게 꼭 필요해."
"죽어버릴거야. 나."
혜진이 이빨을 갈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 전부 세상에 알리고 죽어버릴거야."
혜진은 스스로의 목숨을 인질 삼아 협박했다.
"아항! 그래?"
예지의 눈이 반짝였다.
혜진의 협박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럼 우리 이렇게 할까?"
예지가 다시 제안을 했다.
"네가 그렇게 내말을 따르지 않겠다면 나도 조건을 조금 바꿔야겠어."
"말해. 뭐든지. 한빈 씨는 안 돼!"
혜진은 절박했다.
"너랑 한빈 씨 둘 중 하나에게만 혜택을 주겠어."
"그렇게 해. 한빈 씨한테 한 약속은 지켜. 난 안 해도 돼."
혜진의 사랑은 진짜인 모양이다.
연인을 절망에 빠트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녀는 무엇이라도 할 기세였다.
"아직 내 말 끝나지 않았어. 잘 들어봐."
예지는 점점 더 신이 나는 모양이다.
"네가 선택해. 만약 네가 끝까지 저항한다면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끼리의 비밀로 남을 거야. 그리고 한빈 씨는 그 배역을 따게 될 거고. 음. 그래 CF도 하나 마련해줄게."
예지의 말이 호의라고 생각되었는지, 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네가 쾌락에 빠져버린다면, 난 한빈 씨를 부를거야. 그리고 배역도 CF도 네게 줄거야."
"뭐라고?"
혜진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게 말이 돼? 내가 즐거워할 거라고?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가 결정해.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어서 그렇게 가장할 수 있잖아? 좋은척 말이야."
"학!"
예지의 말에 숨겨진 함정을 이해한 지연이 기뻐하고 있었다.
"정말... 넌... 그래 알았어. 네 말대로 해. 난 죽어도 이 남자와... 즐거울 일 없어."
혜진이 다시금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그래. 이제 우리 서로 약속한 거다. 이젠 서로 말을 바꾸기 없어."
"너야말로. 진짜로 약속은 지켜야 해."
혜진이 굳은 표정으로 내게 얼굴을 돌렸다.
"그럼 다시 부탁드릴게요."
예지는 다시 자신이 원하던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하앙! 언니! 사랑해요."
그리고 갑자기 지연이 끼어들었다.
"응?"
예지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지연을 바라보았다.
"존경해요. 언니 최고야."
"그래요?"
"언니. 내가 빨아줄까요?"
"응?"
뻔뻔하고 사악한 예지도 지연의 행동에는 당황하고 말았다.
"저기 앉아봐요."
지연이 예지의 손을 잡아 끌어 침대 머리맡에 앉혔다.
"대체..."
"난 언니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지연은 예지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엎드리며 말을 이어갔다.
"하하... 나도 지연 씨가 마음에 드네요."
조금 얼떨떨해하면서도 예지는 지연의 손을 거절하지 않았다.
"언니 엄청 똑똑하고 사악한 거 같아요. 우리 파벌에 들어와요."
"파벌?"
"네. 우리 아저씨 여자들이 굉장히 많아서, 파벌이 나뉘어있거든요. 저 언니가 우리 파벌의 우두머리."
지연은 의자에 앉아있는 은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은희는 슬며시 손을 내려 비키니 팬티 안에 넣고 자신의 그곳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도 손을 치우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2인자에요. 음... 그럼 언니는 우리 파벌의 행동대장 하면 되겠다."
사랑하고 존경한다면서 2인자 자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하하. 재미있네요. 근데 나 저 남자의 여자가 아닌데?"
"흐응? 그렇게 생각해요?"
지연은 이미 너의 생각 따위 잘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당연하죠."
"좋아요. 맘대로 생각해요. 여하튼 언니는 행동대장."
언제나처럼 지연은 상대의 말은 싹 다 무시해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학!"
예지가 다시 반박을 하려는 순간 지연이 혀를 놀렸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달아있던 예지는 하려던 말도 잊은 채, 쾌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난 이제 다시 혜진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혜진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만은 모면했다 생각했는지,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이 끔찍한 시간을 계속해서 끔찍한 상태로 보내버리고, 자신의 연인을 보호하려는 생각뿐인 모양이다.
이제 페이즈2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혜진과 나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이다.
난 그녀를 쾌락에 빠트려야 했고, 혜진은 거기에 저항해야 했다.
물론 혜진도 나도 서로가 자신이 질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빨리... 아니. 하고 싶은대로 해요."
혜진이 무뚝뚝하게 내게 말했다.
그리고 몸에 힘을 풀어버렸다.
그녀의 의도는 마치 섹스돌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때로는 저항하는 여자가 달려드는 여자쪽이 남자에게 더욱 커다란 쾌감을 선사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여자라면, 대개의 남자들은 흥분을 잊기 마련이다.
아마도 혜진이 노리는 것은 그런 지점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잘못 알고 있다.
그것도 어지간한 남자에게나 그런 것이지, 나처럼 완전히 빗나간 인간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난 바로 전날 밤에도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내 친구의 몸을 사용해 마음껏 욕정을 풀었다.
그러니까 이 아름다운 여자가 아무 반응이 없어도, 난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난 몸을 움직이며 < 매의 눈 >으로 내 친구 은희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흐윽! 흐으으..."
그녀는 날 빤히 바라보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어느새 거치장스러운 팬티까지 벗어버리고 다릴를 벌린 채 손가락을 안으로 집어넣고 열심히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녀가 쾌락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전까지 그렇게 부정적이던 은희가 무얼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집어내기 어려웠다.
아마도 그녀도 지연처럼 자신이 내게 범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지는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하으응..."
한 번 자신의 쾌락에 빠져버린 은희는 신음을 참아내려는 작은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는 오직 스스로의 쾌감만이 중요한 모양이다.
"윽!"
혜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쾌감 때문이 아니라 고통 때문이다.
충분히 젖었다고는 해도, 그녀의 몸은 나와의 관계를 즐길 정도는 아니다.
물론 난 아직도 그녀에게 캐스팅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고, 그녀에게는 쾌감을 받아들일만한 마음가짐도 아니었다.
"윽! 으윽!"
때때로 그녀는 아주 건조한 신음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런 소음을 내는 것을 막을 생각도 없었다.
쾌감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고기 인형처럼, 혜진은 묵묵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아! 으으윽!"
이번엔 저 위쪽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지연에게는 제법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예지는 여전히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연이 선사하는 쾌락에 빠져있었다.
"하윽!"
이번엔 다시 은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자위를 이어갔다.
나름 즐거웠다.
내가 범하는 여자는 조금도 즐거워하지 않는데, 그걸 바라보는 여자들은 벌써 쾌락에 휩싸여 있다.
이런 대단한 경험을 또 어디에서 할 수 있을 것인가?
"미친 것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신음을 들은 혜진은 경멸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